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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태의 재구성

2012-05-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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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21. 월요일

정치불패 곧든

 

 

 

 

통합진보당 사태를 재구성 해보자. 좀 자세히 그리고 우리들 마음을 "솔직히" 들여다 보자구.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였나.

 

 

 

 

 


 

 

 

 

 

3월 9일 ~ 12일. 청년비례대표 전략후보자 선출 온라인 투표. 김재연 당선.

 

 

 

 

 

당선 바로 다음날, 청년비례 기호5번 청년유니온 조성주 후보측에서 먼저 '부정선거' 의혹으로 치고 나왔어. 자신의 지지표 수천 표가 김재연의 표로 바꿔치기 당했다고 주장하는 거야. 주장의 근거는 외부에서 '소스코드 열람'을 했다는 것.

 

 

여기에 대해서는 수없이 공방이 오갔고, 타후보 쪽에서는 "심증이 있다", 업체 쪽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러는데, "부정의 증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조사위원회에서 구두진술을 했다지. 김재연은 이걸 믿고 버티는 거고.

 

 

아무튼 이 포인트 중요해. 선거가 끝나고 김재연이 당선되자마자, 탈락한 쪽에서 부정선거 의혹 치고 나온 거야. 그쪽 주장은 결국 '원래 내가 당선되었어야 했는데 이상하다. 부정선거다' 이거지.

 

 

 

 

 

그래도 아직 선거 전이었고,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어. 다들 쉬쉬 하는 분위기였고, 따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조사가 시작됐지. 이건 나중에 선거 끝나고 조준호가 이끌었던 그 진상조사위원회랑은 다른 거야. 김재연이 100분토론 나와서 책임지겠다고 한 건 바로 이 '청년비례대표 선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부정이 나오면 사퇴하겠다 한 거고.

 

 

 

 

 

 

 

 

 

 


 

 

 

 

 

3월 14일 ~ 18일. 일반, 장애인, 여성명부 비례대표후보 순위선정 경선. 여기서 전략공천(3,4,5,6,12,14,18번) 빼고 모두 결정.

 

 

 

 

 

여기도 마찬가지야. 경선 끝나자마자 또 '부정경선' 얘기 흘러나오지. 이때의 문제는 그러나 여성명부 1위 윤금순과 2위 오옥만의 얘기가 전부였어. 왜냐면,순위가 전체표의 90%인 온라인에서는 1위 오옥만, 2위 윤금순이었는데 고작 10%인 오프라인에서 역전이 된 거야.

 

 

오옥만은 참여계 후보였고, 윤금순은 당시만 해도 ‘당권파’로 알려져 있었어. 많은 언론에서 당권파로 분류했고, 당 게시판에서도 당권파로 성토하고 있었어. 참여계에서 난리가 난 거지. 왜냐면, 여성은 홀수순위에 배정되는데, 이미 3번은 청년 김재연에게 할당, 5번은 전략공천 외부인사에 할당, 7번은 장애인에 할당된 거야. 그러니 여성1위는 1번을 받는데, 여성2위는 9번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지.

 

 

고작 수십 표 차이로 역전되고 순위가 8계단이나 밀리니 참여계에서 발끈하고 부정투표 주장하기 시작했지.

 

 

 

 

 


 

 

 

 

 

3월 21일, 비례대표 명부 발표.

 

 

 

 

 

 

 

 

 

 

명부는 진통 끝에 이때 발표되는 거야. 1번/9번 외에도 진통이 있었어. 8번과 10번 말이지.

 

 

원래 투표 결과는 남성1위 이석기, 2위 노항래, 3위 이영희였는데, 이게 오프라인의 무효표 때문에 그렇다면서, 결국 유시민의 정치력으로 2위와 3위가 뒤집혔어. 남성1위에게는 2번, 3위 이영희에게 8번을 주고, 2위 노항래에게 10위를 준 거지. 노항래 입장에서는 억울했겠지만, 당시에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선거 뒤에 사실을 밝히겠다' 그랬지.

 

 

난 이게 당권파에서 힘으로 바꾼 줄 알았고 (물론 3번 이영희는 민주노총 쪽 인사야. 조준호 계열이지, 당권파 아냐), 당시 게시판에서도 다들 그렇게 알고 분노하고 있었어. 그래서 참여계가 다시 발끈한 거야. 여성명부에서도 이상하게 오프라인 역전당해서 1번이 9번으로 밀리더니, 남성명부에서도 8번이 10번으로 밀렸으니 눈 뒤집힌 거지. 게시판이 연일 '부정선거'라면서 당권파 성토가 이어졌지. 그땐 아무도 이게 유시민의 작품이었던 걸 몰랐던 거야.

 

 

 

 

 

그러나, 선거가 코 앞이고 자중하자는 분위기가 강했어. 우선 선거를 치르고 뒤에 정산하자는 분위기가 워낙 강해서 참여계의 목소리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했어. 또 당시 분위기에서 어떤 바램이 있었나면, 2004년(비례 8명 당선)보다는 분위기가 좋으니 이번엔 12번은 어려워도 10번까지는 당선되지 않겠느냐 하는 희망이 있었던 거지. 지역 10명, 비례 10번 이게 공공연한 마지노선이라고 얘기할 정도의 분위기였으니까. 그렇게 대충 유야무야 되어가고 있었어.

 

 

 

 

 


 

 

 

 

 

4월 11일 총선. 예상밖의 참패. 비례대표 6번까지만 당선

 

 

 

 

 

이거 예상밖의 참패였던 거야. 참여계인 비례후보 9번과 10번 모두 낙선하고 말았지.

 

 

당선자 13명 중에 "당시" 당권파라고 불리는 사람 9명, 시민사회 1명, 참여계 고작 1명, 그리고 나머지는 그 유명한 노회찬/심상정. 이렇게 된 거야. 난리가 났지. 어디가? 참여계가. 그리고 그땐 몰랐지만, 노동계가. 노동계에서는 단 1명도 당선되지 못했어. 울산, 창원 다 떨어지고, 비례 8번 이영희도 떨어졌지. 그야말로 사단난 거야.

 

 

 

 

 

 

 

 

 

 


 

 

 

 

 

4월 17일. 이석기 당선자 의원 등록.

 

 

 

 

 

이게 이상해? 당선되었고, 아직 이렇다 할 논란도 없었고, 나라도 '초선'의 꿈에 부풀어 얼른 등록했을 거야.

 

 

 

 

 


 

 

 

 

 

4월 18일. 참여계 이청호 금정구 의원. 당게시판과 언론에 ‘부정선거’의혹 제기

 

 

 

 

 

 

 

 

 

 

글의 원문 링크는 여기 있어. 요지는 이래.

 

 

일반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이 있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여성1위와 2위의 후보 간에 순위가 뒤바뀌었다.

현장투표함도 문제였다.


"앞순위 비례대표 당선자는 사퇴해야 한다".

 

 

뭐 이런 거야. 즉 앞순위가 사퇴해서 뒷순위가 승계해야 한다 이거야.

 

 

이때 이청호 의원은 "전혀" 모든 후보의 사퇴 같은 얘기 안 했어. 이청호 의원 순수한 사람이라고 봐. 누가 사주를 했을 거라 믿지는 않아. 단지 통진당 내의 당권파를 압도하고 참여계의 힘을 키우기 위해 '의혹 많은 선거'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할 말을 하고 싶었을 거야. 난 절대 유시민 등의 개입은 없었을 거라고 믿어.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하고 주가는 올라갔지. 본인도 조금 으쓱해지지 않았을까 싶어. 점점 더 자신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들고.

 

 

 

 

 


 

 

 

 

 

4월 19일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위원회 시작. 조준호 공동대표 위원장.

 

 

 

 

 

다 알지? 외부에서 엄청 시끄럽고 그랬어. 공동대표들 한 목소리로 '검찰조사'는 안 된다며 내부의 철저한 조사를 천명했지. 조준호 대표, 선거기간 내내 거의 이름뿐이었지? 나도 뭐하는 사람인가 했어. 공동대표라는데, 원래 3명의 대표로 시작됐다가 나중에 슬쩍 들어왔으나 존재감 거의 제로. 드디어 존재감 만빵 드러내는 거야.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비교적 차분했어. 언제까지? 5월 초까지. 언론에서도 기사는 내고 있었지만, 다구리 수준은 아니었고. 당 게시판도 '소스코드 열람'과 '현장투표함' 등 이미 드러난 문제로 당권파 쪽과 참여계 쪽이 왈가왈부하고 있던 수준.

 

 

 

 

 

아참. 분명히 구분하자. 이건 한참 앞서 선거 전에 시작했던 청년비례 진상조사위원회랑은 전혀 다른 거야.

 

 

 

 

 


 

 

 

 

 

4월 20일경. 김재연 당선자 의원 등록.

 

 

 

 

 

이것도 이상한 거 있어? 이제 진상조사위원회 시작되었고, 청년비례 진상위원회 쪽에서는 거의 '문제없음'으로 결론짓고 있었어. 결과 발표 문의를 계속했지만, 새로운 진상조사위원회가 시작되었으니 '청년비례'에 대한 것도 함께 발표하겠다고만 했대. 김재연이 의원 등록하는 데 문제될 거 있어? 이 당시 기준으로? 다른 당선자들도 이미 다 등록했어. 심상정 한 명 빼고.

 

 

 

 

 


 

 

 

 

 

5월 2일. 진상조사위원회 결과 발표. 조준호 위원장. 다른 당대표들과 상의 없이 단독으로 언론에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였다고 발표. (최초 언론에 언급해준 것은 4월 20일 : 편집부 주석)

 

 

 

 

 

핵폭탄이 떨어진 날이야. 아무도 예상 못했어. 저 정도의 강력한 워딩으로 자폭 핵폭탄으로 터뜨릴 것을. 조사보고서에는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어. 다들 게시판에서 이미 다투고 있던 문제였고. 그러나 참여계도 당권파도 아무도 저 정도의 강력한 "총체적" 부실 이야기는 나올 줄 몰랐지.

 

 

 

 

 


 

 

 

 

 

5월 3일. 지도부들이 모여 따로 또 같이 회의 또 회의.

 

 

 

 

 

이정희는 '무거운 책임' 발표 하고, 각 대표들 모두 사죄성명 발표. 대책을 마련하겠다. 이렇게 폭풍전야가 흘러가지. 여기서 소설 좀 쓰자.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이정희는 당권파 쪽 사람들과 모여서 대책마련에 부심했을 거야. 총체적 부실, 부정이야기가 나오면서 조사보고서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결국은 당권파에 책임론을 묻고 있다고 판단했을 거고. 당시 이청호 의원이 해결책으로 내세운, 그리고 많은 언론에서 당연시했던 "비례대표 상위순번의 사퇴"는 1, 2번의 사퇴를 의미한다고 판단했을 거야.

 

 

 

 

 

이석기는 억울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자신은 부정부실선거의 수혜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당선을 내놓아야 하니까 말야. 조사보고서를 들여다봤더니 이게 영 허술해. 나름 검증해봤더니 조사보고서가 틀린 부분이 꽤나 많더라 이거지. 오호라 잘 걸렸다. 일단은 조사보고서의 부실을 문제로 시간을 벌어야겠다 생각한 거야. 정밀 조사를 하면 자신은 압도적 1등이니까 부정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라는 순진한 희망도 있었을 거라고 봐.

 

 

 

 

 

김재연은 이때 아무 생각이 없었어. 조사보고서 자체가 일반비례대표 경선에 대한 것이었고,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내용이 없었거든. 게다가 구두로지만 분명 청년비례대표 경선조사위로부터는 '문제없다'라는 말을 들었거든. 당권파에서는 그 누구도 청년전략공천이었던 3번 김재연이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까지는 못했던 거야. 5월 3일 당시까지는. 그러니 아무 전략도 없었지.

 

 

 

 

 

여론은 어땠나? 조준호의 발표 이후로 여론은 그야말로 들끓었지. 조중동은 이때다 싶었는지 당권파를 주사파, 종북세력으로 등치시켜버리고 비례대표 후보 중에 당권파는 누가 있는지, 당권파가 사퇴하면 누가 이어받는지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했어.

 

 

 

당 게시판도 난리났어. 참여계 쪽 당원들은 1~3번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지. 왜냐면, 1~3번이 사퇴해야 참여계인 9번까지 당선순위가 내려오거든. 심지어는 8번 이영희 후보마저 당권파로 진단하면서 1, 2, 3, 8번이 사퇴해서 7, 9, 10번이 이어받아야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돼. 즉 참여계인 오옥만, 노항래를 살리겠다는 거야.  물론 이 때부터 전원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어. 각종 아이디어가 나왔지. 경선을 다시 치뤄서 다시 치룬 경선에 해당하는 후보가 당선인이 될 때까지 앞순위들은 사퇴하는 식으로 하자라는 나름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있었지. 6명 비례대표 의석을 다 반환하자부터 3석을 반환하자, 2석을 반환하자. 수많은 아이디어가 튀어나와.

 

 

 

 

 

그럼 비당권파 쪽은? 유심조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조준호가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려면 최대한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의 진지한 반성'을 인정해주는 수습책을 내놓아야하거든.

 

 

 

문제는 유심조 공히 55%의 잘못은 당권파에 있다는 인식 속에 있었어. 실제로 유시민은 방송에서 그렇게 얘기하기도 했지. 솔직해지자구. 조준호의 조사보고서를 보고 우리 모두 '문제는 당권파다'라는 자기최면에 걸려버린 거라구.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그래서 어떤 대책을? 아마 1~3번 후보를 우선 접촉했을 거야. 당게시판에 있었던 가장 나이브한 아이디어 즉 1~3번이 사퇴해서 7~9번이 이어받는 방법을 제일 처음 고민했을 거라고. 청년비례가 일반비례와 다르다는 판단도 소수의견으로 있었겠지만, 3번이 고정되어 버리면 8번까지 밖에 못 간단 말야. 이래서는 어렵고. 또 3번도 언론에서 열심히 ‘당권파 새로운 얼굴마담’으로 눌러주고 있으니까. 근데 2. 3번 접촉에서 트러블이 생기게 되지. 뜻이 안 맞음을 확인했고.

 

 

 

그러니 어떡해? '저쪽을 설득하려면 이쪽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는 아주 상식적인 해법을 찾기 시작했고, 유시민은 9번 오옥만, 10번 노항래를 설득했을 거라고 봐. 너희도 사퇴의 뜻을 밝히고 당권파를 압박하라. 이렇게. 그리고 유심조의 뜻을 이해하고 받아준 1번 윤금순에게도 언론을 통해 당권파를 압박해달라 했겠지.

 

 

 

 

 


 

 

 

 

 

5월 4일. 윤금순 후보 사퇴발표.

 

 

 

 

 

선수를 치고 나갔어.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말야. 윤금순 사퇴의 찬연한 뜻을 폄하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윤금순의 마음 속을 좀 살펴볼까?

 

 

애초에 이 모든 사태는 1번과 9번의 순위 변동에서 시작된 거야. 앞서 말했든 참여계가 발끈하고 부정선거 치고 나온 모든 이유가 여기 있었다는 거야. 그러니 윤금순의 속이 편할 리 있겠어? 모두가 자신의 선거결과에 비롯된 건데 말야. 자칫하면 뒤집힐 수도 있는 거고, 아무튼 대승적인 결단을 했어. 멋져. 훌륭해. 사퇴하면서 덧붙이지.

 

 

 

 

 

 

 

 

 

 

 

"나 외에 다른 모든 비례대표 경선 후보들도 사퇴하라"

 

 

 

 

 

이거 난 윤금순의 거룩한 뜻이었다 생각해. 자신이 사퇴하는 마당에 이렇게 해야 당이 살 수 있다라는 충정이었을 거라 봐.

 

 

 

 

 

재밌는 건 윤금순이 사퇴하고 나니까 조중동 등의 언론과 당게시판의 이야기가 싹 바뀌게 되는 게, 어느새 그 전엔 '범당권파'로 분류되던 윤금순이 '비당권파'로 바뀌어버렸다는 거야. 즉 책임지고 사퇴한 1번은 당권파가 아니고, 당권파는 버티고 있다고 강조하고 싶었던 거야.

 

 

 

 

 


 

 

 

 

 

5월 4일. 전국운영위원회. 18시간의 마라톤 회의. 필리버스터. 안구레이저 청년.

 

 

 

 

 

 

 

 

 

 

이정희는 조사보고서의 부실을 지적했음에도 코웃음쳐버리는 조준호에 실망을 하게 되고, 어떻게든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에 대단한 무리를 하게 되지. 이렇게까지 파행으로 갈 거라고는 예상 못했던 건 확실해. 혼자서 18시간 마라톤 회의를 이끄는 방법 밖에 없었던 거야.

 

 

 

유심조, 아니 정확히 유심. 역시 사퇴를 안 하고 버티겠다는 당권파에 대단히 실망할 수밖에.  무슨 혁신책이든 일단은 상위순번자의 사퇴를 시작해야 되는데 2번 이석기가 딱 버티고 있으니 뭘해도 국민들이 인정해주지 않을 거 같다 이거야.

 

 

 

 

 

전날의 결정이었든 혹은 이날 회의 중에 마음이 바뀐 것이었든 간에, 유시민/심상정 쪽의 비당권파는 강력한 워딩이 들어간 강력한 대책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강력한 워딩" 이게 뭐냐면 "전원 사퇴" 이거야. 대단해 보이잖아. 나도 절대 동의해. 전원사퇴만이 성난 국민에게 '우리 이만큼 한다' 보여줄 워딩이었던 거야. 근데 전원사퇴면 누가 전원사퇴하는 거냐에는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어.

 

 

 

 

 

 

1. 20명 전원사퇴로 6석의 비례대표의석을 전부 반납한다.  (이건 아무래도 너무 손해보는 거야. 13석의 의석 중에 6석을 날려? 이래가지고야 발의권인 10명 선도 깨지잖아.)

 

2. 비례대표경선에 참여했던 13명 전원사퇴하고, 유시민대표도 대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서, 3~6번, 14, 18번의 6석 비례대표 의석은 유지한다. (이건 국민들 눈높이에 설득이 안 될 거 같은 거야. 조사보고서 발표하면서 총체적 부실부정이다 해놓고는 6석의 비례대표 의석은 돌려막기로 그냥 유지한다? 이거 왠지 꼼수 같고 느낌이 안 좋았던 거야.)

 

3. 순위경쟁부문 후보 14명 전원사퇴하고, 유시민대표도 사퇴하고 전략명부 4~6번, 14번, 18번의 5명만이 의원직을 승계하며 비례대표의석 1석을 포기한다. (이게 정답이라고 본 거지. 정당에서 국회의원 1석을 포기한다. 그럴 듯하잖아. 진짜 반성하는 거 같잖아.)

 

 

 

 

 

그래서 3번으로 갔어. 이때 '순위경쟁부문'이라는 말도 처음으로 만들어냈어. 왜냐면 일반비례대표 경선과 청년비례대표 어떻게든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야했거든. 그런데 사실은 3번 청년은 전략공천이야. 순위를 경쟁한 게 아니거든. 그냥 다른 데서 정해져서 포함된 거지. 이건 애써 무시했어. 3번 빼다가는 '비례대표 1석 포기'라는 그럴 듯한 수습책을 만들어낼 수가 없잖아.  

 

 

 

 

 


 

 

 

 

 

자,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 우리의 시선은 5월 4일 전국운영위원회 시점으로 맞춰놓자.

 

 

그 이후 무수한 일들이 있었지만, 5월 4일 밤(정확히는 5월 5일 새벽에 알려진) 최초의 "수습책"이란 게 나왔단 말야.  비례대표 후보들 저마다의 입장과 기대가 있었겠지. 물론 1번 윤금순 후보 빼고. 벌써 하루 전 "순위경선후보의 일괄사퇴"를 요구하며 사퇴했으니까.

 

 

이 시점에서 일단 주요인물들의 생각 판단을 문학적으로 창작해보자구.

 

 

 

 

 

 

 

이석기 :

 

 

이미 멘붕에 가까워. 이청호로 시작한 당내 비난에서부터 당 외부의 주요언론들, 심지어 한경오까지 이석기를 당권파의 몸통으로 놓고 난도질하고 있었어. 이때 이석기가 몰래 유시민과 당권을 거래하자는 제의를 했다는 기사가 각종 일간지 지면을 장식했어. 이석기도 부인했고 유시민도 부인한 것으로 봐서 사실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그 제의라는 거 자체가 둘 다에게 전혀 흥미롭지 않았을 거란 관점에서 완벽한 소설이었을 거야.

 

 

멘붕에 빠진 이석기는 금치산자 수준의 판단불능 상태였을 거라 보고, 그와 가까운 사람들(물론 당권파)의 집단적 저항을 그저 못이기는 척 수용하거나 고마워하는 상태 정도?

 

 

당권파는 어떤 인식이었을까? 그들의 생각은 이미 이 사태를 '당권 쿠데타'로 판단하는데까지 가있었을 거라고 봐. 누구의 쿠데타? 그들도 그게 궁금했을 거야. 표면적으로 보면 유시민 주연에 조준호 조연인지, 조준호 주연에 유시민 조연인지 영 헷갈렸거든. 그렇지만 그 둘이 연합되어 있는 것은 그들에게 확실해보였고, 그렇다면 공동의 '나쁜놈'일 뿐이었던 거지. 어찌 보면 순수한 저항인 거야.

 

 

그 내부에는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하는 구성원도 있었겠지. 혹자는 '부실한 조사보고서를 가지고 누군가 내 동료를 치려 한다' 정도의 나이브한 판단, 혹자는 '이 정도의 보고서로 이석기가 사퇴하는 것은 좀 무리다', 혹자는 '압도적 지지의 1위 이석기는 부정하게 당선된 게 아닌데 억울하다' 등의 거부감. 이러한 다른 목소리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 '조사보고서는 부실이다. 그러므로 재조사하라' 로 쉽게 모아졌고, 그래서 그들이 운영위원회에서 죽어라 외친 구호도 이거 하나야.

 

 

 

 

 

 

 

이정희 :

 

 

명석한 두뇌와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지? 난 이정희가 이석기와 그 주위의 인물들처럼 당권파와 함께 움직인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다? 그게 쉬워? 이정희의 뇌 회전 속도는 이미 당권파들 머리 꼭대기에 있어. 이용했으면 이정희가 그들을 이용했지, 당권파에 이용당할 사람은 아니야. 생각을 많이 했겠지만, 솔직히 답이 안 나오는 어려운 상황이었어.

 

 

내 판단은 이래. 이정희는 사태의 수습을 위해 '이석기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러나 또 '이석기의 사태'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지. 그러니 스탠스를 잡을 수 없는 거야. 당권파의 억울함과 비당권파의 당위성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었던 거야. 이후로도 난 이정희의 행보가 이런 일관성을 유지한다고 봐.

 

 

결국 이정희가 뭘 할수 있었을까? 이석기를 사퇴시키되, 당권파가 납득할수 있는 방법으로 사퇴시키는 쪽으로 어떻게든 유도하고 싶었던 거야. 따라서 5월 4일 당시 시점으로 이정희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부실을 근거로 당의 이석기 압박을 일단 막아주고, 추가조사를 통해 이석기의 억울함을 대충 풀어줌과 동시에 이석기의 대승적 사퇴를 유도하려는 일련의 계획이 있었다고 봐. 뭐 너무 멀리갔나? 아닐 수도 있지. 결국 이정희는 별로 한 게 없거든.

 

 

이런 계획이든 아니든, 이정희 입장에서 답답했던 건 도대체 조준호가 '조사보고서의 부실' 레토릭을 받아주질 않는 거야. 그게 수용되어야 운영위원회에 뭐라도 다른 과정으로 넘어갈 텐데 말이지. 18시간만에 결국 이정희는 포기했어. 체력적인 한계였을 수도 있고, 정신적인 한계였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정희가 사회권을 넘긴 건 (혹은 의장직을 넘긴 건) 사실상 유시민/심상정에게 맡긴 거야. 암묵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당권파에 티나지 않게. 믿어본 거지. '내가 이만큼 열심히 내 뜻을 알렸으니, 조준호 편만 들지 말고 내 편도 좀 들어줘.' 이런 의중이었지.

 

 

결과? 이정희 뜻대로 안 됐어.

 

 

 

 

 

 

 

유시민 :

 

 

난 이 상황에서 유시민의 충정을 믿어. 이 기회에 참여계가 당권파를 제압한다? 우스운 소리야. 그게 쉽지도 않을 뿐더러 유시민 자체는 자신의 "세력'에 대한 애착 혹은 "패권욕" 같은 건 전혀 없는 사람이거든. 옛날 개혁당만 봐도 그건 자명해. 아니 조금 그런 게 있다 해도 당권파의 그것에는 1/100도 안 되는 거란 말이지.

 

 

오히려 유시민의 스탠스는 그의 '대중성'에서 봐야해. 유시민만큼 대중적인 정치인이 통합진보당내에 또 있나? 이 사람 국민의 눈높이를 읽어내는 탁월한 안목이 있다구. 따라서 유시민의 스탠스는 별 게 없어. 앞에서도 말했지만, 머리를 어떻게 굴려도 결론은 '강력한 워딩'의 쇄신책이었고, 조사보고서에 잘못이 있든 없든 당장 뭔가 "사퇴"를 내놓지 않고 어영부영하면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놓치고 말 거라는 조급함이 있었지.

 

 

게다가 기본적으로 유시민에게는 당원에 대한 애정이 없어. 옛날 자신의 정당에서도 그랬고, 더더욱이 옛 민주노동당 당원에게는 손꼽만큼도 개별적 애정은 없는 거야. 오직 '당'만 보는거야. '당'을 살릴 길만 보는 거지, '당원'을 살리는 건 관심이 아니야. 

 

 

 

 

 

 

 

심상정 :

 

 

가장 애매한 스탠스일 수도 있는데, 유시민과 비슷한 대중적 안목을 가졌으나 '당'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라. '당'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는데 유시민처럼 현재의 '통합진보당'을 살리는 게 목적이라기보다 더 정확히는 '진보 정당'의 명맥, 역사적 관점에서 힘겹게 이어온 진보 정치세력을 크게 보는 거야. '당'만이 아니라 '사람'도 중요하다구. 구 민주노동당과는 애증의 관계였기 때문에, 당권파 주요인물들과는 약간의 반목도 있고, 또 다른 인물들에는 애정도 있고. 뭐 복잡하겠지.

 

 

노회찬도 정확히 이 지점에 들어있어. 그러나 애매한 스탠스일 수밖에 없는 게 힘이 너무나 없다는 거지. 그래서 그나마 가장 비슷한 입장의 유시민 쪽을 따라 갈 수밖에 없는 거야.

 

 

 

 

 

 

 

조준호 :

 

 

현재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 언론의 가장 큰 집중을 받고 있는 인물, 당권파의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 그러나 비당권파가 특별히 애정을 주지는 않는 인물. 그렇다고 노동계의 지지도 장담하지 못하는 인물. 따라서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

 

 

조준호 입장은 쉬워. 고민될 거 없어. 5월 4일 당시의 조준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타협과 대화를 통한 해결은 진작 포기한 상태. 오로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거야. 브레이크 없는 KTX를 탄 거야. 전진만 있을 뿐이고, 서울에서 출발해서 정차 없이 바로 부산까지 내달리고 있는 거지. 근데 과연 부산에서는 설 수 있을까? 이미 이 시점에 조준호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없어. 당권파의 멘붕상태까지는 아닐지언정 조준호도 이미 퇴로는 없는 거야. 자신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를 부정하는 순간 자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거든.

 

 

그거 상상이나 할 수 있어? 부실한 조사보고서로 당의 내분을 일으키고, 언론플레이로 당을 언론의 먹이감으로 내어주고 당 지지율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뭐 이런 부정적인 평가를 다 한 몸에 받을 자신 있어? 그러니 무조건 '내가 무조건 옳다' 닥치는 대로 전진할 수밖에.

 

 

 

 

 

수장을 지키기 위해 국쌍녀로 등극한 김재연.

 

 

김재연 :

 

 

우린 현재 5월 4일 밤을 지나고 있어. 불길한 이야기를 소문으로 듣기 시작했어. 바로 "전원사퇴"에 청년비례대표 전략후보인 자신이 포함될 지도 모른다는 거지.

 

 

솔직히 반신반의 했을 거 같아.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보려고 했겠지.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신에 대한 공격은 불확실했기 때문에 어떤 저항 같은 거 할 수도 없고, 김재연 본인과 주변 역시 "젊은 당권파"였기 때문에 이석기-이정희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게 돼. 김재연이 나중에도 '동지를 배신할 수 없다' 등의 이야기로 욕을 한 줌 얻어먹었는데, 여기서의 동지는 당권파가 아니야. 당권파의 일부인 청년동지들이지. 김재연의 주변에는 한대련 출신의 청년 당원들이 가득하단 말이지. 위로의 소통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아래로의 소통은 매우 능한 타입이야.

 

 

본인 스스로도 이걸 증명한 게, 선거국면에서 김재연은 다른 당권파들의 유세에 거의 등장하지 않아. 오로지 "청년비례대표"라는 말을 달고 다니면서 거의 독자플레이를 하다시피 하지. 대학가 돌면서 투표율 올리기 이런 거 말야. 당권파와 같은 노선의 학생운동 출신이다를 빼면 과연 당내에서 새파랗게 어린 김재연이 당권파라고 불리울 만한 책임있는 위치를 차지한 적이 있었나를 되돌아보면 돼.

 

 

새로운 얼굴마담으로 점찍어 놓은 인물? 찌라시에서 그런 말은 누가 못해? 김재연에 대해 당권파 굴레를 씌울 구실이 얼마나 없었으면 겨우 내놓은 게 '얼굴마담'도 아니고 '얼굴마담으로 점찍은 인물' 이냐구.

 

 

 

 

 

자. 이쯤 하고. 이제 운영위원회 전자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이야.  우리 모두 결과는 잘 알고 있어.

 

 

비당권파들이 모처에 모여서 쑥덕쑥덕해서 안건을 만들어서는 전자투표를 올렸지. 여기서 비례대표 후보에 관련한 쇄신책은 단 한 가지만 올려. 여러 가지 방안이 있었을 텐데 쑥덕쑥덕 과정에서 하나로 모아진 거야. 청년포함 순위경쟁명부 14명 후보 전원사퇴. 근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쇄신책은 정말 방법이 다양하다구. 여러 방안을 동등하게 놓고 운영위원들의 생각을 물었어야 한다고 봐.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이정희 필리버스터로 놓치고 말았지만, 적어도 괜찮은 방안 2~3개를 함께 투표 안건으로 올려 가장 찬성이 많은 쪽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잖아.

 

 

이건 아이디어 싸움이야. 정치공학이라고.

 

 

첫째, 국민에게 정말 그럴듯하게 들려야 해.

둘째, 당의 피해가 적어야 해.

셋째, 당원의 피해가
(즉, 당원의 반발이) 적어야 해.

 

 

여기까지가 사실은 전부야. 그런데 혹자는 더 요구할 지도 모르지. 예컨대,

 

 

넷째, 이 기회에 특정 계파를 몰아내야 해.

다섯째, 우리 계파의 피해를 우선적으로 최소화해야 해.

여섯째, 일단 나는 살아야 해. 등등.

 

 

 

 

 

왜 하필이면 '순위경쟁부문' 14명 비례대표 후보의 "전원사퇴" 그림을 만들었는가는 이미 다루었고. 왜 이게 실패작이었는지는 내가 굳이 설명 안 해도 결과를 보면 알잖아? 당권파 반발이 거세지고,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급기야는 폭력사태까지 일어나면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지.

 

 

뭐, 반대로 보는 사람들도 간혹 있어. 당권파 경기동부의 실체를 드러내게 해서 오히려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장기적으로는 이들을 축출해 낼수 있는 명분도 챙겼다. 뭐 이런 평가.

 

 

 

 

 

얼마나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래서 당권파만 죽게 생겼나? 다 죽게 생겼잖아. 오히려 통합진보당의 목숨 전체가 '당권파의 결단'에 맡겨진 셈 아닌가? 이렇게 당권파 쓰레기로 만들고 '우리는 당권파랑 다르다'고 국민들을 다시 설득하자고? 90년대로 돌아가서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자 뭐 이런 건데. 그렇게 다시 재기하는 십수 년 동안 대변해주는 세력 없이 파탄날 노동자/서민은 어쩔 건데?

 

 

당장 야권연대에 치명타 입고, 연말 대선에서 깨지고, 갈 곳 잃은 진보세력은 민주당에서도 외면 당해 또 지방선거 연합 못해 깨지고. 이게 그림 너무 잘 그려지지 않아? 당권파만 죽이면 당이 죽어도 되는 거야? 이건 치킨 게임이 아니야. 둘 중 하나만 죽는 게 아니고 둘 다 죽는 거라고.

 

 

 

 

 

 

 

 

 

 

가정법 좀 쓰자. 좋아. 14명 사퇴 의결했는데 14명이 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 사퇴했다 치자. 아직도 첩첩산중이야. 왜냐. 조중동이 노리고 있는 시한폭탄이 많이 남았어. 우선 전략명부에서도 4번 정진후와 18번 강종헌 보라고. 조만간 성추행 은폐 의혹으로 정진후 쓰레기로 만들기 시작할 거고, 강종헌 공격은 이미 시작됐지. 당장이라도 국회가 인민무력부의 진지가 되느니 마느니 난리가 났잖아?

 

 

비례대표 다 들어내고 누더기가 되어 겨우 국회에 12명 진출했는데 게다가 여전히 그 중 6명(지역 4명 포함)은 당권파로 분류되는데, 우리 스스로 뭉개버린 당권파를 우리가 더 어떻게 지켜주냐구. 앞장 서서 주사파로 뭉개버렸으니 그 지역구 4명 어쩔 거야? 분당할 거야? 이렇게는 미래가 없어. 정말 없다구. 그래서 난 이거 너무나 급조된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보는 거야.

 

 

 

 

 

그럼 어떻게 고쳤어야 될까? 난 3번 김재연부터 당권파로부터 갈라놓았어야 된다고 봐. 결론적으로 김재연-이석기가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항변을 들어보면 하는 말은 완전히 달라.

 

 

이석기는 청년 얘기 전혀 없고, 김재연은 청년 얘기만 하고 있다고. 이 둘은 관심사가 아주 다른 거야. 왜냐? 이 둘이 비례대표 후보 2, 3번이 된 과정이 완전히 다르거든. 청년 비례대표는 끌어안고 갔어야 해. 명분이 된단 말야. 진상조사보고서에 청년비례 얘기는 없어. (아니 있긴 있지. 청년 온라인 경선때 문제점이 노출되었는데 그걸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고 같은 문제점이 재발되게 한 것에 대한 지적. 이건 청년 경선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실수를 알고도 실수를 고치지 않은 것이 부정한 것이다라는 일반순위경선에 대한 지적이야) 청년비례는 따로 조사해서 '문제없다'는 미발표 결과를 가지고 있었거든. 그냥 안고 갔으면 되는 거야.

 

 

 

미진해 보인다고? 청년비례를 제외한다고 해도 강력한 워딩은 얼마든지 가능해. "순위경선에 참여한 비례대표 후보 전원의 사퇴로 책임친다" 이렇게 되거든. 여전히 전원사퇴야. "경쟁명부" 대신 "순위경선"이라고 하면 되는 거라구.

 

 

이게 어떤 효과가 있을 수 있냐면, 단언컨대 ‘당권파’의 반발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어. 김재연은 자신의 당선직 유지 정당성이 확인되면 더이상 ‘당권파’의 편에 설 수 없단 말야. 범당권파로 분류되는 전략공천자 4번 정진후, 5번 김제남을 봐. 사실상 한 마디도 안 하고 있잖아. 당권파들이 자신들을 4번, 5번으로 만들어주었음에도 이 상황에서 전혀 안 나서고 있다고. 이 사람들이 뭐 의리가 부족해서가 아니야. 당권파들도 상황을 알고 있거든. 당권파를 무너뜨리려는 징후만 없다면 이석기의 사퇴는 필연이라는 걸.

 

 

 

 

 

폭력사태를 일으킨 젊은이들이 한대련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찌되었든 김재연 쪽의 청년당원들이 한 발 뒤로 빼면 사태 해결은 매우 쉬웠을 거야. 난 폭력사태로까지 가는 일은 결코 없었으리라 보고, 당권파 쪽에서 스스로 압박을 받아 결국 이석기가 사퇴했을 거라 생각해. 왜? 당권파는 무너지지 않을 거고, 여전히 당선된 국회의원의 다수(7명)를 차지하거든. 이랬으면 이 뒤에 찬연하게 등장하는 당권파 지역구 당선자들도 잠자코 있었을 거야.

 

 

 

 

 

그런데 왜 이런 악수를 두었을까? 왜 이렇게 조급하게 청년경선에 뽑힌 김재연을 포함시켰을까?

 

 

당시로 돌아가 보면, 여러가지 루트로 확인되고 있지만 김재연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제법 있었어. 내 상상력으로는 유시민이 바로 김재연은 살리려고 했다고 봐. 참여계의 목소리와는 다르지. 참여계 쪽의 인사들은 당 게시판에서도 확인되듯 '당권파 축출'에 혈안이 되어있었으니까. 특히 이청호는 이 상황에서 본인의 말을 수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처음에는 1번/9번, 8번/10번만 문제 삼더니, 나중에는 1, 2번이 사퇴하라고 하고, 이때에 이르러서는 전원사퇴하라고 하지.

 

 

결국 9번/10번을 위해 시작된 이 싸움이 진흙탕 속에 들어가더니 다 같이 죽게 된 거야. 이청호도 멘붕이 올 수밖에. 그러나 유시민은 제법 균형감각이 있어. 김재연을 날리기에는 아까운 측면이 있었지. 심상정의 스탠스는 의문이야. 난 이렇다 할 의견을 내세우지 않았다고 봐.

 

 

이렇게 김재연을 두고 토론이 일어나면 역시 조준호의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어. 실제로 온라인 경선을 조사한 사람이잖아. 청년경선은 조사하지 않았지만 같은 온라인 시스템이었고. 유시민과 심상정이 물었겠지. '어떤 것 같냐? 청년 경선도 "총체적 부실 부정"에 포함이 되는 것이냐?'

 

 

사실상의 결정권은 조준호에게 있었던 거야.

 

 

 

 

 

 

 

 

 

 

조준호는 앞에서도 말했지. 설 수 없는 기관차. 청년경선에 이런저런 소문이 있고, 나중에 문제될 것이 확실하다고 사람들을 설득했을 거야. 왜? 이래야 자신이 만든 조사보고서의 정통성이 서거든.

 

 

여기서 유시민 심상정이 조급한 결정을 내리고 만 거지. 충분히 그 파급효과를 진단해보지 못하고, 김재연을 포함해 14명을 사퇴시키는 것으로 돌아서지 않았을까. 게다가 김재연도 사퇴시키고 유시민 역시 사퇴함으로서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의석 1석을 포기한다"라는 너무도 그럴 듯한 "자기반성" 레토릭을 만들어놓고는 스스로 흡족했던 거지. 물론 내 소설이야.

 

 

 

 

 

나는 그래서 14명의 전원사퇴 의결 전에 전략명부에 오른 5명(유시민 제외)을 먼저 설득했어야 했다고 봐.

 

 

전략공천자가 왜 경선부정을 책임지냐고? 물론 억울한 면이 없진 않지만, 그건 김재연도 마찬가지야. 당 쇄신책은 정치 공학이라고. 국민을 최대한 설득하면서 당원피해를 최소화하는 거. 물론 4~6번은 사퇴시키기 어렵겠지. 4번 정진후는 스스로 빠져주면 당이 편하겠지만 쉬운건 아니고. 14번 서기호와 18번 강종헌. 이 두 명은 원래부터 국회의원직은 포기하고 있던 상황이거든.

 

 

'당이 다 죽게 생겼는데 후보사퇴 안 하고 유지하고 있을 거냐. 앞에서 7명이 10명이 포기해야 순위가 돌아오는데 그렇게 앞선 후보들 다 내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냐. 아직 기회 있을 때 차기를 혹은 재보선을 노리고 양보하자'라고 설득을 했어야 해.

 

 

본인들도 알고 있었고, 당도 원래부터 14번/18번은 국회의원 시켜줄 마음이 없었잖아. 솔직히 전략 공천이라면서 14번/18번 주는 게 말이 돼? 안 시켜주겠다는 거거든. 그리고 이미 본인들도 거기에 동의하고 후보에 올라간 거고. 이 둘을 양보시켰다면, 아니 막후접촉으로 둘 중 한 명이라도 사퇴시켰으면, 3번 김재연을 유지하면서도 "비례대표 의석 1~2석을 포기한다"는 대승적 자세를 극대화시킬수 있었다고.

 

 

 

 

 


 

 

 

 

 

5월 5일. 전자투표 의결. 경쟁명부 14명 사퇴요구

 

 

 

 

 

자. 바로 김재연의 멘붕이 시작되는 날이야. 소문만 있었지 실제 상상해보지 못했던 폭탄이 자기 눈 앞에서 터진 거야. 한대련 청년들의 멘붕도 시작되는 날이야. 당권파 지역구 당선자들의 멘붕도 시작되는 날이고. 당권파 전원이 '이건 당권파를 몰아내려는, 혹은 당권파를 집단적으로 망신주려는 모략이다. 쿠데타다'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날이야. 결국 이때부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거라고.

 

 

 

 

 

 

 

 

 

 


 

 

 

 

 

5월 6일. 김재연의 사퇴 거부.

 

 

 

 

 

이건 당연한 리액션이지. 갑작스런 핵펀치를 얻어맞았으니 끽소리라도 해야하는 거 아냐. 이때의 사퇴거부 발표가 잘한 거니 못한 거니 말은 많지만, 난 오히려 청년의 당당함을 잘 표현한 거라고 봐. 자신의 사퇴문제로 당이 뒤집히고 있는데 이석기는 어디 숨었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있었거든. 멘붕이든 아니든, 나와서 부딪혀야 되는데 뒤에 숨어서 다른 당권파 동료들이 자기를 지켜주기만 바라고 있었거든.

 

 

 

 

 

김재연의 사퇴거부 회견문을 보면 오로지 '청년비례경선'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어. 나중에 손석희도 물었고, 다른 쪽에서도 물었지. 그럼 '일반비례경선'에 참여한 다른 후보들의 사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게 무슨 질문이냐면 '이석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이거야.

 

 

김재연은 딱 잘라 말해. 난 모른다. 난 청년비례 전략공천 받았고, 청년비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뿐이다. 이렇게.

 

 

이제 알겠어? 김재연 살려줬으면, 당권파랑 딱 선을 그었을 거라고. 본인도 당권파라고 재단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자신은 청년을 대표해 선출되었다는 항변만 지속하고 있었다고.

 

 

 

 

 


 

 

 

 

 

5월 7일. 드디어 이석기 등장. 당원 투표 주장

 

 

 

 

 

오랜기간 멘붕에 빠져있어서인지 등장하자마자 헛발질로 시작해.

 

 

당원 투표? 이론적으로는 매우 타당해보이지만, 이게 시간끌기일수 밖에 없는 게, 당원투표를 설령 했다 해도 바뀌는 게 아무 것도 없거든. 당원투표로 이석기가 졌다고 치자. 당연히 사퇴하는 거지? 당원 투표로 이석기가 이겼다고 해. 어쩔 건데? 그냥 버텨? 당원이 나를 재신임했다, 이렇게 버티는 거야? 이건 당원투표 없이 개인이 혼자 버티는 것보다 더 큰 빅엿을 먹는 거야. 개인이 혼자 버티면 혼자 욕 먹고 말지. 당원투표로 재신임 됐다 하면 국민 지지가 그야말로 썰물처럼 나가게 되어 있어. 저런 버러지 같은 당. 이러면서.

 

 

왜 이런 자폭 아이디어를 내냐고. 이석기가 당권파의 이론가 혹은 몸통이 아닌 것은 확실한 거 같아. 전혀 영리하지 않단 말야.

 

 

 

 

 

 

 

 

 

 


 

 

 

 

 

5월 8일. 이정희 단독 공청회.

 

 

 

 

 

난 비당권파가 너무 야비했다고 생각해. 공청회 해서 조사보고서에 대한 그들 나름의 검증을 좀 들어주는 게 왜 그렇게 어려워? 왜 참석 자체를 안 하냐 이거야. 5월 4일을 기점으로 이정희와 조준호가 아주 극단적인 신경질적 싸움을 시작하는데, 유시민 심상정의 경우 조준호와 연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치가 보였겠지. 그러나 결과적으로 너무 야비했어.

 

 

 

 

 

 

 

 

 

 

여기서도 확인되지만 이정희의 스탠스는 '후보 사퇴가 옳지 않다'가 아니야. 줄곧 계속해서 '조사보고서가 부실하다. 보강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가 보강조사를 했다. 들어달라.' 뭐 이런 거야. 이거 이석기의 입장하고 혼동 되지? 아주아주 매우매우 다른 입장이라고.

 

 

누누히 말하지만 이정희는 이석기의 사퇴를 연착륙시키고 싶었던 거야. 이석기의 사퇴를, 막다른 골목에 몰린 당권파의 최후가 아니라, 부실한 경선에 책임지는 용단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던 거지. 1번 윤금순처럼 말야. 왜 진작 윤금순처럼 못했냐고? 그게 바로 이정희가 아쉬웠던 부분 아닐까?

 

 

 

 

 


 

 

 

 

 

5월 9일, 조준호의 반격. "현장 투표 24.2%가 무효표, 총체적 부실/부정 맞다"고 반박.

 

 

 

 

 

조준호도 이미 멘붕이야.

 

 

유시민/심상정도 이미 조준호에 대해 짜증이 잔뜩 났어. 자신들과 상의 없이 계속 언론플레이 하는데 그 공개하는 자료가 다 엉성해. 트집 잡힐 거리들이고, 조중동에 이용 당할 만한 내용인거야. 사정상 같은 쪽에 있지만, 이건 조준호가 아무리 봐도 당 전체를 말아먹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거든. 세상에, 무효표가 많은 게 왜 부정선거가 되는지 과정이 없어. 24%라는 것도 선정적인 숫자에 불과해. 게다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에 대한 그 허술한 공격이라니.

 

 

 

 

 

 

 

 

 

 

이미 싸움은 멘붕상태에 있는 이석기와 조준호 중 누가 당을 더 잔인하게 말아먹는가 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됐지. 바로 이날.

 

 

 

 

 


 

 

 

 

 

5월 10일. 전국운영위원회. 특위 가결. 주민번호 공방. 강기갑 비대위 무산. 유시민의 애국가 드립.

 

 

 

 

 

강기갑이라는 인물이면 무난히 비대위에 합의해 주리라 순진하게 믿었던 유시민이 한 방 먹고 격분하게 되는 시기야. 무력감을 느꼈겠지. 예전 총선 전에 당무거부했던 그런 상황처럼. 이게 뭐냐면. 자기의 눈에는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이 뻔히 보이고, 수습책이라는 게 뻔히 보이는데, 이게 당권파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거야. 아무리 이해시키려 해도 안 되는 거지. 그러한 답답한 속에 헛발질을 하나 날리는데 그게 바로 '애국가' 드립.

 

 

며칠 전의 '당원전수조사' 발언은 많은 함의가 있는 전략이었다면, 이번 '애국가'는 발끈한 나머지 내뱉은 헛발에 지나지 않아. 비당권파의 절대 다수인 민주노총 쪽도 애국가는 안 불러. 참여계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애국가 안 부르기'는 당권파의 상징 같은 문제가 아니라고. 국가주의를 반대하는 PD 계열일 수록 애국가 같은 것에 거부감이 더 큰데, 이런 문제를 건드려서는 결국 당내 반향은 거의 없어. 즉 당내 중간파를 설득할 수는 없고, 오직 조중동에 먹이감만 주게 되는 거지.

 

 

애국가 안 부르기 → 남한부정 북한추종 빨갱이, 뭐 이런 무난한 논법으로 국민감정만 악화시켰어.

 

 

 

 

 

무력감을 느낀 건 유시민뿐만이 아니었으리라고 봐. 난 이정희 역시 5월 10일 위원회를 계기로 포기했다고 봐. 그 동안은 대표로서 사태를 마무리지을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데, 이즈음보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 자신의 스탠스, 즉, "조준호의 조사보고서의 부실함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는 거야. 그렇다고 여기서 이정희가 이석기/김재연과 같이 '사퇴불가' 쪽에 서서 싸울 수도 없는 거였고. 본인도 느끼고 있었어. 여기까지가 마지막인 것을.

 

 

 

 

 


 

 

 

 

 

5월 11일. 강기갑의 50대50 중재안.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정확히,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5월 17일이며, 11일은 민주노총측의 "지지철회" 언급이 공론화되던 날 : 편집부 주)

 

 

 

 

 

강기갑의 진심을 믿어 의심치 않아. 수습하고 싶었을 테고. 나름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싶었을 거야. 그런데 50% 당원투표, 50% 여론조사는 강기갑의 순진한 머리 속에서는 '중립'이었겠지만, 사실은 아니거든. 결과적으로는 저 제안은 그냥 '당권파 약올리기'에 지나지 않아. 여론조사는 잘해야 90% 사퇴, 10% 사퇴반대야. 다시 말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퇴'를 걸고 하는 투표 자체가 뻘짓이기도 하고 말야.

 

 

 

 

 

 

 

 

 

 

민주노총이 처음 등장하는데 자못 비장해. 들어보면 사실상 완전히 '비당권파'의 손을 들어주는 거야. 언론은 민주노총이 당에 얼마나 중요한 지 써내고, 당원의 거의 절반 지분을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고, 따라서 집단 탈당도 가능하다는 김영훈의 협박도 나와. 근데 산수가 영 이상해. 민주노총 당원이 45% 지분이 있고, 참여계가 30% 있고, 범PD계열이 15%, 비당권 구민주노동당원(울산, 인천 등)이 15%, 어라? 이거만 다 더해도 105%? 그럼 당권파의 지분은 -5%?

 

 

이게 왜 이런 잘못된 산수가 나오냐면 민주노총 지분이 45%라는 게 사실은 허구야. 민주노총 내부도 통합진보당 내부처럼 사실 갈갈이 찢겨져 있거든. 지분 구성은 다를지언정, 민주노총 안에도 당권파에 해당하는 사람들 많아. 언론에서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최대한 크게 잡아 당권파를 압박하려 한 거 같은데 이건 사실은 아니야. 어찌 되었든 김영훈의 이러한 개입은 타당해보여. 그 동안 당내에서 "순수" 노동계가 뒷전으로 좀 밀렸던 것은 사실이니까. 이 기회에 힘을 과시해서 다시 지분을 찾아와야지.

 

 

어쩌면 이러한 역할을 조준호에게 맡겼던 것인데, 뒤에서 보니 조준호가 영 못 미더웠을 수도 있어.

 

 

 

 

 


 

 

 

 

 

5월 12일. 이정희 사퇴.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이정희의 사퇴는 개인플레이가 확실해. 뭐, 뒤의 폭력사태를 예견하고 이정희가 단상에 있으면 폭력행사에 방해되니까 미리 사퇴시켰다, 뭐 이런 공상과학소설도 있는데 웃기지도 않아. 당권파에서 회의를 방해하고 싶으면 당연히 이정희를 단상 위에 놓았어야 해.

 

 

공동대표의 입장에서 사회자가 아닐지언정 발언권을 수없이 얻을 수 있음에도 이를 포기해? 단지 나중에 멱살잡을 짓을 더 잘 하려고? 이정희는 개인플레이 한 거야. 더 이상 당권파 옆에 설 명분도 없고, 그렇다고 비당권파의 압박도 찬성할 수 없으니, 빠져버린 거지. 가장 아름답게 빠지기 위해 '침묵의 형벌' 뭐 이런 말 썼는데, 아니, 그냥 완전히 만신창이 되기 전에 빠졌다는 게 맞아. 지극히 자기 자신을 위한 순수히 개인적인 판단이었던 거야. 그 동안 자신을 도와준 당권파에 배신자가 되지 않는 선에서, 슬며서 잘 안 보이는 선을 그었다고나 할까.

 

 

 

 

 

 

 

 

 

 

당권파에서는 치밀하게 회의 방해를 기획한 게 분명해. 중앙위원의 분포상 당연히 불리한 결정 나올 것은 자명하고. 이렇게 비대위가 차려지면, 당권파들은 구색상 1, 2명 빼고는 비대위에서 다 내쳐질 것이 확실하고, 이렇게 중앙에서 내쳐지면, 전 국민적인 지탄대상으로 떠오른 당권파가 다시 재기하기는 불가능이야. 이런 판단을 했을 거야. 다 맞아. 옳은 판단이야.

 

 

그러나 이렇게 비대위 출범을 막고 파행으로 중앙위원회를 진행함으로써 당 전체가 괴멸한다는 시나리오까지는 그리지 못해. 지독한 근시안인거지. 아니 보지 못했다기보다 보지 않았다가 더 맞는 표현일 지도.

 

 

 

 

 

회의가 파행으로 가다가 결국 폭력사태가 일어나는데, 이게 과연 계획적인 거였을까에는 회의적이야. 어느 집단이든 감정이 앞서는 사람들은 있어. 소위 뚜껑이 쉽게 열리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은 당연 무서운 사람들이지. 뚝 끊어지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고 자연스레 고성과 폭력을 사용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자연스레 친구들과 멀어지고 동료들과 멀어지고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이 맞지. 큰 인물이 될 수 없는 팔자인 거야. 뭐 내 소설은 그래. 그날 당권파 중앙위원 참관인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몇 명 있었어. 워낙 당권파가 몰리고 있었으니까 이성이 뚝 끊기는 과정은 쉽게 왔을 거야. 한두 사람 단상으로 치고 나가자 우르르 단상으로 갈 수밖에 없어. 대다수는 이성을 잃은 사람들을 저지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그 와중에 서로 몸싸움이 시작되면 이건 마치 하나의 중성자가 우라늄의 연쇄 핵반응을 만들어내듯 제어가 안 돼.

 

 

상상해봐. 당권파 1~2명이 단상을 노리고 뛰어들어서 몸싸움을 시작해. 그러면 그를 막기 위해 비당권파 십수 명이 대표들을 에워싸. 동시에 동료의 비이성적 행동을 막기 위해 당권파 쪽에서도 십수명 이 막으러 뛰어올라가. 그중 일부는 비당권파 사람들과 몸이 서로 밀리며 마찰이 일어나. 이중 몇 명이 신경질적으로 몸밀치기를 해. 이 광경이 찰칵 사진으로 찍히는 거야.

 

 

 

 

 

 

 

 

 

 

누가 누구를 노리고 어떤 폭력을 쓰느냐는 이미 판단 불가능이야. 그저 난장판 폭력사태의 사진이 되는 거지. 당권파는 지독히 자기중심적이고 근시안적인 판단을 하긴 했지만, 집단적으로 폭력을 정당하다고 믿고 있지는 않아. 상식적으로. 폭력사태가 그들의 계획일 수는 없는 거야. 절대. 오해하지 마. 내 말은 폭력사태의 책임이 당권파에 없다는 게 아니야. 그들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건 아니라는 거지.

 

 

조준호를 지극히 미워하는 쪽에서는 당권파 고립의 목적으로 비당권파가 오히려 폭력사태를 유도한게 아니냐 하고, 조준호의 입원 및 목수술도 지나친 언론플레이용 엄살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난 이것 역시 소설적 감수성이 너무 나갔다고 봐. 다만 이런 건 있어. 목디스크라는 거, 보통은 만성적인 질병이지. 폭력사태 와중에 조준호가 목을 다친 것은 사실이겠지만 말야...

 

 

 

 

 


 

 

 

 

 

5월 13일. 장원섭의 등장 "전자투표 무효", 중앙위원회 전자회의 속개 및 전자투표

 

 

 

 

 

장원섭의 등장 및 여타 다른 지역구 당선자들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가 매우 커. 뭐냐구?

 

 

 

 

 

 

 

 

 

 

 

 

 

바로 '분당'의 기정사실화야.

 

 

이제 당권파는 이정희마저 등을 돌린 이상 더 이상의 사태 해결 모색은 불가능하다 본 거야. 목표 선회. 분당을 목표로 최대한의 '선명한 노선투쟁' 등 다른 방법으로 가기 시작했지. 강기갑이 이때 '저들이 분당을 더 부추기는 것 같다'라는 인터뷰를 했는데 정확한 판단이었다고 봐. 당권파는 분당과정에서 최대한의 몫을 챙기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고 봐야 해. 분당의 이유를 '당권파의 버티기'가 아닌 '비당권파의 비민주적 행태와 불법적 회의진행'으로 몰아가려 하는 거지. 당원들을 설득해 이탈을 막고, 비당권파의 불법성을 지적해서 여론을 만회하려는 거야.

 

 

 

 

 


 

 

 

 

 

5월 14일, 그리고 그 이후. 강기갑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김재연, 유시민에게 공개서한. 이석기 방송 출연, 사퇴거부. 경기도당 이적. 당원비대위 출범.

 

 

 

 

 

마지막으로 강기갑을 들여다보자.

 

 

 

 

 

 

 

 

 

 

이 사람 진보정당의 가장 소수파라는 농민계열. 자기 쪽이라 부를 만한 사람들 없어. 강달프라는 대중성만 가지고 당에서도 누구 편 들지 않고 지내왔는데 그래도 당권파랑 비당권파중 어느 쪽에 가까웠냐 하면 아무래도 전농출신이기도 하고 당권파 쪽이란 말야. 그래서 이 사람 비대위원장이지만 무조건 비당권파편만은 아니야. 정말로 양쪽의 갈등을 풀고 뭔가 중재를 해주고 싶어 하지. 50-50 중재안도 이 범주에 해당된다는 걸 내가 위에서 설명했어.

 

 

다만 이게 너무나 어려워진 거야. 5월 초만해도 중간이란 게 있어 보였는데, 이젠 그런 거 없어졌어. 중간이 없다구. 너무 멀리 가버렸어.

 

 

결국 강기갑의 스탠스는 '당을 지키자' 쪽일 수밖에 없고, 이미 '분당' 쪽으로 가버린 당권파 쪽이 아니라 비당권파 쪽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게 된 거지. 이렇게 되면 솔직히 강기갑 혁신 비대위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봐도 되는 거야. 설득? 사정? 이런게 과연 통할까?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비당권파 쪽에 서서 이쪽 주장을 하지만, 그렇다고 당권파를 망신주거나 비난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을 거란 거야. 이 부분이 어쩌면 '당권파의 축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비당권파쪽의 일부세력에게는 영 탐탁치 않겠지만 말야.

 

 

여기서 결국 당이 깨져버리면 강기갑 비대위는 존재가치도 잃어버리고, 강기갑 본인의 리더쉽도 큰 타격을 받을 거야. 보자구. 강기갑은 과연 얽힌 실타래의 단 한 가닥이라도 풀수 있는지 말야. 분당사태 없이 이게 잘 마무리되면 난 강기갑의 영원한 팬이 될거야. 당장 사천으로 귀농이라도 할까?

 

 

 

 

 

이석기로 가보자. 위에 5월 13일자에서 당권파들이 결전의 자세로 "분당"을 위해 모였다고 했지? 이석기 바로 정확히 이 지점에 함께 하고 있어.

 

 

난 다시 얘기하지만 이석기 절대 당권파의 몸통 혹은 머리로 보지 않아. 하지만 이런 건 있어. 이석기가 당권파의 몸통은 아니었을지언정 이제는 소위 "당권파 탄압"의 상징처럼 되었다는 거. 즉, 당권파 무리들이 이석기를 지키는 건 몸통이고 지존이라서가 아니라 탄압의 상징이기 때문인 거야. 지금 이석기의 생각은? 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라고 봐. 진정한 당권파의 마리오네트, 꼭두각시 인형이 된 거야.

 

 

솔직히 후회스러울걸? 진작 사퇴하고 물러나 다시 CNP로 돌아갔으면 대의명분도 살리고 사업도 유지하고 그닥 나쁘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

 

 

이제 이석기에게는 사퇴함으로써 챙길 수 있는 혹은 보호할 수 있는 이미지 혹은 이득이 거의 남지 않았어(김재연이 뻘짓으로 도와주지 않는 이상). 원래 당권파 쪽에서 계속 활동해오긴 했지만, 이석기가 당내 패권 헤게모니에 큰 관심이 있었을 거라고 보기 어려워. 기사를 보니 당원된 지 겨우 5개월이라네? 정말 밀본수장처럼 숨어지내느라 이제야 당원이 된 건가? 아니지. 이석기가 현실정치에 뜻을 둔 것이 얼마 안 되었다는 거에 지나지 않아. 모두 상식적으로 생각하자고. 괜히 밀본이라는 큰 그림 그려놓고 억지로 꿰맞추려 하지 말고.

 

 

이제 이렇게 이석기는 당권파에 계속 끌려다니면서 분당국면에서도 당연히 당권파를 따라가게 될 거야. 유일한 변수는 김재연인데, 이게 조금 복잡할 수도 있어. 죄수의 딜레마 상황인 거지.

 

 

 

 

 

 

 

 

 

 

자, 이제 가장 어려운 산수를 풀고 있을 김재연. 처음부터 지금까지 '당권파'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청년비례' 문제만을 지적하며 버텨온 김재연. 당권파에서는 이석기와 한 묶음으로 가려고 해.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그렇게 이미 다루어지고 있고.

 

 

김재연의 최대변수는 김재연 본인이 아니라 남편 최호현이라고 봐. 최호현 이 사람 완전 당권파 사람이거든. 당권파 내의 주류는 아닐지언정 그의 과거 현재 선후배 동지들은 전부 당권파에 있어. 최호현이 과연 당권파 동지들을 선택하고 김재연을 끌고 가느냐, 아니면 김재연의 미래를 더 중히 여기고 당권파의 동지들을 "배신"하느냐의 갈래야.

 

 

그럼 김재연 본인의 생각은? 난 5월 12일 전까지는 부부의 뜻이 통하는 바가 있었다고 보는데, 이제는 달라. 김재연은 이제 놓고 싶은 거야. 유시민에게 보낸 공개서한에도 드러나듯이 김재연의 사태파악은 비교적 정확해. 자신과 이석기의 사퇴거부가 진보정당 전체에 미칠 비극적 효과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고. 이거 자신의 무죄 신념이 아무리 공고하다 해도 31살의 청년 정치인이 쉽게 어깨에 짊어질 수 있는 무게가 아니야. 진짜 포기하고 싶을 거야.

 

 

근데 최호현의 생각도 그와 같을까? 아니지. 같았으면 벌써 사퇴했겠지.

 

 

강기갑이 얘기했지. 김재연이 무척 고뇌가 많다고. 이거 다른 거 아니야. 본인의 의지와 남편의 의지가 대척하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이 고뇌의 시작이라고. 실제로 김재연에게는 아직 '사퇴의 기회'가 남아있다고 봐. 무슨 말이냐면 '사퇴'를 통해 재기할 수 있다는 거지. 쉽지는 않겠지만 말야. 그렇다고 김재연이 남편 최호현을 버리고 독자적으로 사퇴를 할 수 있을까? 이건 또 다른 모험이지. 가정이 깨질 지도 모르니까. 결국 김재연의 행보는 남편 최호현의 결단이 8할 이상이라고 봐.

 

 

 

 

 

 

 

 

 

 

2할 정도라고 볼 수 있는 김재연 개인의 '결단력'을 지켜보자구. 과연 큰그릇인지 아닌지.

 

 

 

 

 

이렇게 이석기도 김재연도 둘 다 사퇴도 못하고 그렇다고 무작정 버티면서 비난을 한몸에 받는 것도 감당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어. 이게 또 혼자였으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2명이야. 죄수의 딜레마가 그대로 적용되는 거지.

 

 

국민들의 노여움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목적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서로에게 최상의 선택은 자기 혼자만 사퇴하고 다른 한 명은 끝까지 사퇴거부를 하며 버티기 하는 거야. 다른 한 명이 뻘짓을 하는 동안 자신은 비교우위에 있게 되고, 다른 한명이 욕을 먹을수록 나는 칭찬을 받게 되는 이상한 구조지. 그런데, 만약 둘 다 사퇴를 해버리면 욕은 이미 먹을 대로 먹었고, 국민 여론이 나아질 것도 없는데 국회의원직만 잃게 되는 거야.

 

 

둘 다 사퇴를 안 하고 버티면? 욕을 엄청 더 먹겠지만, 일단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거고. 그래서 이 둘은 지금 다른 한 명이 그냥 사퇴해 버릴까 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고 먼저 사퇴를 치고 나가는 건. 당권파 동지들에 대한 배신에 국회의원직만 잃고 마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렵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할 수 있는 건 이번 사태에서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천호선 등(강기갑은 아직 더 봐야 해. 그의 임무가 남아 있어.)은 개인적인 이미지 실추가 거의 없다는 거야.

 

 

물론 당에 대한 여론은 나빠졌지만, 그것은 당권파에게 몰아진 면이 있어. 이 상황에서 조중동이 먼저 나서서 당권파는 빨갱이요, 비당권파는 빨갱이가 아니다라고 친절히 정리해줌으로써, 이제 비당권파들은 색깔론에서도 많이 자유로워진 거야. 이렇게 통합진보당의 스타플레이어들이 거의 다치지 않았다는 것은 갱생/재생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거든. 남은 스타플레이어는 이정희뿐인데, 이정희는 당분간 재기가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치명타를 맞진 않았다고 생각해. 이번에 아마도 당파성을 버리고 이정희 개인으로 돌아갔으니 몇 년 뒤를 기약해보자고.

 

 

 

 

 


 

 

 

 

 

장문의 이야기였지만, 난 비교적 희망적이야.

 

 

정치인들은 본인의 부고만 아니면 무조건 언론에 다루어지는 걸 좋아한다라는 말도 있지만, 이번에 통합진보당 존재 자체를 모르고 관심 없던 사람들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정도는 알게 되었어. 이제 빨간색 색깔론도 통하기 어렵게 됐어.

 

 

즉, 재기의 길은 잘 닦여 있는 거야. 물론 지금은 실추된 상태지만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 강기갑 비대위가 매우 중요하지만 말야.

 

 

 

 

 

지금 제일 필요한 거? 혹은 강기갑 비대위 직후에 제일 필요한 거? 난 진보시즌2의 성공이라고 봐. 이게 성공만 하면 이건 정말 전화위복 되는 거거든. 진보시즌2에서 신규당원 1만 명만 들어와도 대성공이야. 물론 조중동 등의 언론이 곱게 다뤄줄 리 없지만, 그렇게 되면 이제 완전히 새로운 진보정당이 될 수 있을 거야?

 

 

어때? 해볼텨?

 

 

 

 

 

 

 

 

 

 

정치불패 곧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