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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5. 18. 금요일

취재팀장 죽지않는돌고래


 


 



 


1.


 



 


돌 : ‘이거 시작하면 여기도 한 번 털릴 수 있습니다.’


 


한 : ‘상관 없습니다.’


 


돌 : ‘전 기사에 한 기자님 이름 걸고 시작할 겁니다.’


 


한 : ‘신경 쓰지 마십시오.’


 


조선일보 삐라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특별취재팀을 꾸리며 한만송 기자와 나눈 말이다.


 


이 대화, 현실화 됐다.


 



 


지난 5월 11일, 한만송 기자가 검찰청 공안부에 출두했다. 고발한 것은 전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 부평을 새누리당 후보 김연광. 더 정확히 말하면 김연광 측 회계책임자 유호권이다. (이런 사건, 원래 당사자가 직접 고소하는 경우 거의 없다. 오다 내리면 밑에서 까는 형식 되겠다.)


 


고발의 요지, ‘새누리당 김연광 후보, 이번 선거에서 조선일보와 아무런 관련 없으니 시나리오 쓰지 마라.’ 다.


 


이례적으로 검찰청 공안부까지 나서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스타트.

 


 


2.


 


시간, 5월 16일 오후 12시 30분. 장소, 부평신문 근처 추어탕집. 이너뷰 대상, 본지 특별취재팀이자 현 부평신문 취재부장, 한만송.


'돌'이 본인, '한'이 한만송 기자다.


 


돌 : 검찰청 공안부 마실 간 소감 한 번 쏴주시죠.


 


한: 생각하는 게 뭐 있어. 그냥 그렇지 뭐.


 


돌: 경찰도 아니고 검찰청 공안부에서 불렀는데.


 


한: 뭐 없어. 진짜 그냥 그래.


 


돌 : 나꼼수도 경찰청 가서 조사받는데 굳이 검찰청 공안부까지 나설 필요가 있을까라고 봅니다. 사이즈 키워주면 고맙지만 겁 주려 한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데.


 


한: 뭐, 그런 의혹 있지.


 


돌: 공안부에서는 그렇게 말했죠. 여러 가지 사건이 겹쳐서 우리가 맡기로 했다?


 


한: 응. 그런데 주로 '홍영표하고 특별한 관계 아니냐' 이런 거 물어보더라고.


 


돌: 뭐라고 대답했어요? 있는 거 맞잖아? (웃음)


 


한: 아, 당연히 있다고 그랬지! (웃음) 아니, 지역에서 지역신문 하는 기자가 국회의원하고 인연이 있지, 그럼, 없겠냐고. 김연광이야 청와대 있다가 온 사람인데, 특임장관실에도 있었고. 당연히 김연광보다야 관계가 더 있지, 뭐 그렇게 말했어.


 


기사가 나간 후, 민주통합당 홍영표 당선자와 한만송 기자의 관계를 이상하게 몰아 판을 뒤집는 시나리오, 이미 예상했다. 하여 지금부터 친절하게 본지가 알아서 까발려 준다.


 


검찰은 메모 바란다.


 


돌: 지역신문 기자니까 당연히 (새누리당 김연광보다)만나는 것도 더 많이 만났을 테고.


 


한: 그렇지. 만나기도 더 많이 만났지. 그래도 이것 때문에 따로 만나고 그러지는 않았어.


 


돌: 이렇게 몰아가면 되겠네. 한만송 기자, 알고 보니 홍영표 측과 깊숙한 관계. 난 여기서 특별취재팀 해산, 딱 손 끊고.(웃음) 근데 결과적으로 한 기자님이 예전에 홍영표 후보를 살린 적은 있잖아요.


 


한: 그렇지. 2008년에 부정선거를 잡았으니 결과적으로 재보궐을 하게 된 거고 거기서 또 홍영표가 됐으니.


 



<구본철 / 사진출처 : 부평신문>


 


2008년 당시, 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구본철 의원, 사전 선거운동을 하면서 가방, 지갑, 벨트 등을 돌렸고 이를 한만송 기자가 캐취해 터트렸다. 결국 한나라당 구본철은 의원직 상실, 당시 인천 부평을 재보궐 선거에서 홍영표 후보가 당선됐다.


 


한: 단독으로 썼는데 그때도 고발 당했지. 그런 고발 같은 경우에는 경찰서에서 하거든. 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뭐, 빤히 서로 누가 잘못했는지 아니까 간단하게 끝났지.


 


한만송 기자가 고발 당한 본 사건의 경우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게 상식이다. 검찰청 공안부까지 나선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돌: 그때도 새누리당 측에서 고발했을 거 아니에요?


 


한: 그렇지. 그쪽에서 고발했지.


 


돌: 자기들이 돌리고 자기들이 고발하네? 습관인데. (웃음)


 


한: 근데 이 건은 좀 웃겨. 쟤들 입장에선 직접적 증거(조선일보가 전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의 김연광 후보를 밀었다는 증거)를 대라는 건데. ‘직접적 증거가 있어요, 한 기자는?’ 이렇게 묻길래, ‘없다. 그런데 보편적으로 생각하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냐?’ 이랬지.


 


돌: 아니, 김연광 후보가 선거 며칠 안 남기고 홍영표 조부 친일로 아침에 현수막 걸어, 바로 새누리당 대변인 지원 사격, 또 바로 조선일보 취재기자가 편집국장이 시켜서 왔는데 취재 의도 모른다 그러고 찾아와, 그 다음날 바로 신문에 때리고, 그 신문을 전 월간조선 편집장 출마한 곳 위주로 수만 부를 뿌리고, 인천 지역 쪽 기사 자세히 보라고 메모지까지 붙였는데, 이게 하루만에 딱딱딱 떨어지는데 이거 말고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딨어.(웃음)


한 기자님은 의도가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한: 뭐가?


 


돌: 조선일보에서, 의도가 없다 그랬잖아. (웃음) 그것도 조선일보 정치부장이.


 


인천 부평을 위주로 조선일보가 수만 부 삐라를 뿌린 그날, 홍영표 측에 조선일보 정치부장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며 오해하지 말라고.


참, 친절도 하시다.


 


한: 의도가 왜 없어, 말이 안 되는 거지. 좀 더 깊이들어가 보자고. 그게 그렇게 추론할 수밖에 없는 게, 조선일보 출신 중에 공천 받은 애들이 딱 둘이야.


 


돌: 네.


 


한: 17대 국회 같은 경우는 동아일보가 훨씬 많거든. 근데 동아일보가 왜 17대에 많냐. 임채정이나 김원기 같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야. 민주당계고 동아투위, 동아투위 후계자거든. 그러니까 동아가 많았던 거고, 대부분 조선이 많았지.


 



<17대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 명단.

당시 KBS출신이 7명, 동아일보 출신이 6명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KBS출신은 7명 중 6명이, 동아일보 출신은 6명 중 2명이 새누리당이었다.>


 


 


한: 군부정권 때 언론인 별로 없었고, 대부분 전두환 정권 이후에 조중동 중심으로 언론인들이 정계진출 하는데 주로 새누리당 쪽으로 갔지. 그중에서 상대적으로 조선이 동아보다 비중이 많았단 말이야.


조선 입장에서는 조선일보 출신 의원이 필요했지. 그런데 공천 받은 건 딱 둘이네. 최구식, 진성호는 다 날라 갔고. 대구에 친박계 하나 있었는데 무소속 나와서 떨어졌고.


 


돌: 오케이.


 


언론이 왜 자사 출신 정치인을 간절히 원하는지는 굳이 설명 필요 없다고 본다. 하여 구질구질한 설명 패스.


 


한: 이럴 때 김연광이 얼마나 절실했겠어? 자, 그럼 보자고. 그런 입장에 있는 후보가, 때마침 상대가 큰 악재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홍영표 측에 취재하러 간 게 정치부 기자였거든. 정당출입하는 애. 그런데 그 애가 갑자기 온 거야. 그 기사 톤이 뭐였냐, 양비론적 기사를 썼단 말이야. 양비론인데, 보통 그런 포맷은 격전지 포맷이야. 그거는 선거를 보름, 20일, 한 달 남겨놨을 때 쓰는 포맷이란 말이야. 선거 3일 남겨놓고 그 포맷으로 기사를 쓰지는 않는단 말이지.


 


돌: 이거 터진 게 3일 전인데. 4월 6일 최초로 나왔잖아요. 김연광 측에서. 김연광 후보가 홍영표 조부 문제로 현수막 걸고, 새누리당 쪽 수석대변인이 논평 터뜨려 주고, 조선일보 지원 사격 나가고. 시간대가 그렇게 맞아 떨어지잖아요.


 


한: 내가 정확하게 기억 안 나는데 이상한 보수매체 하나 있어. 걔네가 먼저 터뜨렸어.


 


확인 결과, 뉴데일리다.


 


돌: 그것도 4월 6일 전후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 아닙니까?


 


한: 맞아. 그때야. 기껏해야 하루 차이지(주 : 4월 5일에 올라갔다.). 그리고 나서 현수막 걸고 대변인 나오고.


 


돌: 조선일보가 취재 가고.


 


한: 응. 취재 가고. 그러고 나서 거기다 신문 뿌리고.


 


돌: 너무 아다리가 잘 맞으니까 이건 뭐 변명의 여지도 없는데.


 


조선일보가 맘 잡고 뿌렸다는 증거, 더 있다. 하지만 다음 편을 위해 아낀다.


우리 목표는 조선일보 본사니까.


 


한: 경찰청에서 수만 부라고 했잖아. 3만 부 잡고 800원씩만 따져도 2천 4백만 원이야. 그런데 문제는 3만 부만 들어가나? 아르바이트가 필요하단 말이야. 그러면 아르바이트 비용까지 써야지.


게다가 이 옆 동네에는 거의 안 뿌렸거든. 여기랑 선거구가 달라. 같은 부평인데도 을 쪽에 주로 뿌린 거야.


 


전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 새누리당 김연광 후보가 나온 곳, 부평 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디테일 좀 더 들어가면 조선일보 인쇄는 전국 8개 공장(서울, 부평, 성남, 평촌, 부산, 대구, 광주, 제주)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중 하나가 부평이다. 조선일보가 맘 잡고 뿌리기에 최적의 조건인 셈.


 


한: 글고 해당 기자가 위축됐다고 좀 써. 위축, 위축, 아, 나 위축감을 느꼈어.(웃음)


 


돌: 그짓말.(웃음)


 


한: 나 진짜 느꼈어, 이 사람아. 위축감을 느꼈다고!


 



<위축감을 느껴 벌벌 떨고 있는 한만송 기자>


 


돌: 인터뷰하는 모습이 졸라 평온한데요. 저는 기사에서 구라 안 쳐요.


 


한: 내가 지금 위축감을 느꼈다고 제보를 하는 거 아냐! (웃음)


 


돌: 팩트나 한 번 다시 확인하죠. (웃음)


 


한: 조선일보가 뿌린 거 수만 부, 문학경기장 배포에 모종의 인원 동원 됐고, 이 날 다른 구장에서도 신문 배포 됐다.(부산 등) 거기에는 스포츠 섹션만 추가 증보해서 나갔지 인천처럼 신문 전체가 다 나가진 않았어. 그럼 이건 명백하게 인천 선거판을 좌지우지하려고 했던 건데, 왜 인천이냐? 거기에는 김연광이 하나 있었고 두 번째는 김용민이 있었는데...


 


돌: 그건 보내주신 자료로 분석 끝내고 2,3편에서 소상히 나갔습니다. 지금 인터뷰 하는 게 4편으로 나갈 거.


 


한: 그리고 문학경기장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인천 부평에서도 몇천 명 갔겠지.


 


 


3.


 


돌 : 조사한 검사는 짬밥 좀 되던가요?


 


한: 부천고 나온 사람이야.


 


돌: 캬, 언제 또 거기까지?


 


한: 바닥이 좁더라고. 박영빈 검사. 사법연수원 30기, 형사부에 있다가 얼마 전에 공안부로 왔어.


 


돌: 우리 또 이런 디테일 좋아합니다.(웃음)


 


한: 뭐, 검사 나이대로 봤을 때 한 사십대 초중반, 마흔두세 살 된 것 같은데 많아야 마흔다섯일 거야.


 


돌: 그러면 초짜 검사 쓴 건 아니네. 하긴 국회의원 걸려 있으니까.


 


한: 뭐, 원래 우리나라 공안부는 정권의 꼬붕들 아냐.


 


돌: 이거 좋다. ‘우리나라 공안부는 정권의 꼬붕’ 이걸로 묻어버려야 겠다.(웃음)


 


한: 마음대로 해.(웃음)


 


참고로 지난 4월 30일,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에서는 총선을 4일 앞두고 인천 전역에 자사 신문을 무더기로 배포한 조선일보를 선거법 95조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사건, 인천지검 이정훈 검사가 맡고 있다. 대한민국 검사의 자존심을 살려주리라 믿는다.


 


 


4.


돌: 사람 어때요? 이해관계자들. 개인적으로 봤을 때 당선된 민주통합당 홍영표씨부터.


 



<사진출처 : 홍영표 후보 선대본>


 


한: 그냥 옛날 386세대. 기득권하고 타협하고 하니까.


 


돌: 네.


 


한: 그래도 격식은 없어. 자기 지구당 의원실 사무실에 자기 책상이 없어.


 


돌: 결과적으로 18대 재보궐도 있었고 속으로 한 기자님한테 고마운 부분 많겠다.


 


한: 뭐, 비교적 솔직하게 다 얘기하는 편이지.


 



<사진 출처 : 김연광 후보 선대본>


 


돌: 김연광은요,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어때요? 기자 출신 의원들이 좀 그런 게 있잖아. (라면서 본인이 어깨 펴고 후까시 잡는 자세 취했다.)


 


한: 딱 그 스타일이야.


 


돌: 딱 그거?


 


한: 응. 나한텐 진짜 잘했는데.


 


돌: 잘 했는데 엿 먹였어. (웃음)


 


한: 아니, 부평에서는 우리 밖에 없잖아. 나만 오래 취재했고, 네트워크가 있으니까.


 


돌: 이번에 완전 관계가 깨졌네. (웃음) 이제 취재도 못하겠다.


 


한: 거기다 뭐 고발까지 했으니까, 아유, 나도 뭐 이제 볼 일 있냐. 지역은 힘든 게 그런 거야. 중앙은 상대할 사람이 많으니까 ‘아이 저 씹새끼!’ 그러고 치고 넘어가면 되는데, 우리는 내일 모레 박근혜가 여길 왔다, 쟤가 수행한다, 그러면 옆에서 같이 취재해야 되는 거거든.


 


돌: 음.


 


한: 그래서 아주 죽여버리든가 아니면 마지막 끈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끊어진 거지.


 


돌 : 오케이. 좋습니다. 나머진 큰 그림을 위해 오프 더 레코드로.


 


한: 아, 좀 적당히 실어.


 


 


5.


 


신난다.


 


왜?


 


사이즈 커지는 소리 들리니까. 특히 고발해준 새누리당 김연광 후보 측, 매우 고맙다.


 


어차피 찐하게 붙기로 예상한 거, 검찰청 공안부 정도쯤 나와주니 우리도 할 맛 난다.


 


허나 특별취재팀 카드가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도 바보 아닌 이상, 있는 카드 다 보여주고 판 벌리지 않았다. 하여 상당 부분 오프 더 레코드로 가고 있다.


 


왜?


 


우리도 니네들처럼 큰 그림 한 번 그려볼라고.


 


이점 명심하고 보다 화끈하게 치고 들어오면 고맙겠다. 5편부터는 디테일에 목숨 걸고 발로 뛰는 한만송 기자와 바톤터치 들어간다. 물론 제대로 칠 생각이다.


 


어디까지?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1가 61번지까지.


 


쫄리시면 조선일보 회장 시켜주든가.


 


오늘은 여기까지.

 


 


 


 


기사 : 취재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 

@kimchangkyu

 


녹취 : 이동현

@Leetre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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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딴지일보 편집장. 홍석동 납치사건, 김규열 선장사건, 도박 묵시록 등을 취재했습니다. 밤낮없이 시달린 필진들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과 함께 북극(혹은 남극)에 사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