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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16. 수요일

너클볼러


 


이봉원, 아니 이봉화란 분이 계셔요. 가카가 청계천을 막 봉헌하려고 서울시에서 졸라 십장 역할 하고 계실 때 함께 서울시에 계시던 분이에요. 그러다 가카가 진짜 가카가 되시믄서 인수위에 들어가셨죠. 강남에 집이 3채 정도 있으시대요. 뭐 그 정도는 있어야 인수위에도 들어가고 하는 거죠. 당연한 거에요. 결국 이봉화 님은 보건복지부 차관에 임명되요. 그러고 보믄 사람 팔자 한 순간이에요. 그죠.


차관이면 연봉만 9915만 원 정도 될거에요. 2011년에 가카께서 5.1% 정도 인상해주신 거거든요. 이거 아시죠. 조현오 경찰청장이 '월급이 차관급 밖에 안 된다. 얼마 주지도 않으면서 졸라 부려먹는다'고 푸념했던 거 말이에요. 근데 뭐 누가 시켰나요. 다 지 스스로 그 지랄 한 거지. 안 그래요.


 



봉화(烽火)가 아니라 '직불 이봉화 원장'


 


근데 사람 마음이 뭐 다 그런가 봐요. 이 분이 말이죠. 위장전입으로 농지를 매입한 뒤에 농사짓지도 않으믄서 진다고 막 허위로 서류를 작성, 신청해가지고 ‘쌀직불금’을 받아 처묵으려고 했던 거에요. 처음엔 ‘아니다’ ‘남편이 귀농 준비하려고 했고, 실제 농사를 지으려 했다’ 어쩌니 저쩌니 뻐팅기고 계셨더랬어요. 하도 어이없이 버팅기자 오죽하면 당시 보건복지부가족위 소속 백원우 의원이 이런 말까지 했더랬죠.


 


‘대한민국이 시방 권문세족의 나라인겨’


 


저는 당시 이 멘트가 그렇게 와닿지 않았어요. 뭐 ‘권문세족’이라고 할 거까지야. 이 정도였죠. 사실 웃겼던 건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준표횽님의 멘트였어요.


 


‘노무현 정부 때 직불금 타묵은 공무원들 졸라 많더라’


 


이런 멘트들은 일종의 전통으로 보여요. 얼마전 중앙일보는 연일 터지는 가카의 측근비리에 대한 기사의 헤드라인을 이렇게 뽑아냈더랬죠.


 


‘MB 측근 비리. 참여정부 데쟈뷰’


 


전통은 이렇게 함께 하니깐 아름다운 것이죠. 암튼 결국 ‘쌀 직불금’ 허위로 신청한 게 사실로 드러났구요. 7개월만에 차관 자리에서 스무뜨하게 미끄러지셨어요. 그게 2008년 10월 일이에요. 이렇게 자리에서 쫓겨난 양반이 그 뒤로 뭐하셨는 줄 아세요. 한 1년 쉬시다가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이라는 보건복지부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의 초대원장으로 떡 하니 컴백하세요. 어떤 분이 이렇게 반문하실 지 모르겠어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이사회에 의해 쫓겨났다가 다시 졸라 화려하게 컴백하지 않았습니까?’라고… 그런 반문은 하지 마셔요. 그건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논문과 문대성의 '복사' 논문과 비교하는 꼬라지와 쌤쌤인 거니깐요.


 


암튼 원장님은 무탈하게 지금까지 잘 지내오셨어요. 그러다 이번 총선 전에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하셨지요. 대부분 청와대 '오다'라고들 예상했죠. 비례대표가 되기 위해 쌀 직불금에 대해 막 소명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분의 문제는 쌀 직불금뿐만이 아니었어요. 자신의 원장으로 있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직원들에게 접대비를 강제로 모금하고, 특정 정치인에 대한 후원을 직원들에게 요구한 것이 추가로 홀라당 뽀롱났어요. 결국 비례대표에서도 낙마하셨지요. 보건복지부 차관에서 미끄러지시면서 '본인과 가족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챙기고 한 치의 실수나 위법이 없도록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피시기 바란다'고 말씀하신 분인데 말이에요. 아. 폼 안 나요. 쪽도 이런 개쪽이 없어요. 근데요. 이 분 지금도 원장님으로 잘 계세요. 한 번 원장은 영원한 원장인 거죠. 그제서야 다시금 백원우 의원의 말이 떠올랐어요.


 


‘권문세족’


 


6~700년 전, 그러니까 고려 말,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했던 그들 말이에요. 지들끼리 막 혼인해가믄서 세를 확장하고, 지들 토지만 시원하게 확장하고, 땅을 잃고 갈 데 없는 백성들은 노비가 되든 뒈지든 말든, 지들만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던 그들 말이에요. 그럼 뭐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건가요. ‘MB정권 말, 고려 말 데자뷰’로 말이에요. 그래요. 지금도 누군가에겐 정말 평온한 세상일 거에요. 고려 말 권문세족들의 세상이 그러했듯이요. 정말로…


 


저는 얼마 전 <백분토론>에 나오신 중앙일보 김진 논설우원을 보고 권문세족들의 세상이 떠올랐어요.사실 살짝 시민논객의 질문이 맘에 들지 않았어요. 저라믄 이렇게 질문하고 싶었거든요. ‘논설우원님아. 씨바 왜 니덜만 안 불안하다고 떠드는 거에요. 검역 중단하믄, 수입 중단하믄 좀 안 되는 거예요. 뭐 똥꼬에서 털이라도 난답니까. 국민은 불안해 하고, 미국은 감사하다고 하고 님은 닥치고 처묵으라고 하고, 니미 좀 불안하다고 하믄 반MB투쟁이라고, 선동이라 그러고. 씨바 이래도 되는 건가요?' 요렇게 말이죠.


 



 


다들 보셨죠. 우리 우원님은 늘 시원시원한 게 좋더라구요. 저는 읽어보진 못했는데, 검역중단을 요구한 박근혜 누님을 논설우원님께서 좀 까셨나봐요. 근데 왜 박근혜 누님을 까죠. 누가 들으믄 박근혜 누님이 불안해하는 국민들 편인 줄 알겠어요. 깔려면 정부를 까야죠. 왜냐구요. 제목 좀 긴데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관련 한,미 기술 협의의 과정 및 협정 내용의 실태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록 함 살짝 디벼 보자구요.


 



"당시(2008년 5월8일 국회 대정부질의) 총리께서는 본 위원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는데 우리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수입중단조치 하지 않을 수도 있는가?’라는 질의에 대해서도 ‘광우병은 건강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수입중단 조치를 할 것입니다’”, ‘국민에게 위협이 된다는 그런 유권해석, 기준 필요없이 광우병만 발생되면 무조건 수입중단 조치한다’, ‘확실하다’고까지 답변하셨습니다. 기억하십니까?”(강기갑 의원 서면질의)


 


“기억함.”(한승수 국무총리 서면답변)


 


“지금도 이 같은 입장에 변함이 없으십니까?”(강기갑 의원 서면질의)


 


“변함이 없음.”(한승수 국무총리 서면답변)



 


유권해석, 기준 필요없이 광우병만 발생되믄 무조건 수입중단 조치 하겠다고 했죠. 이거요. 당시 촛불 들면서 그나마 힘겹게 얻어낸 거에요. 하지만 수입중단은 커녕, 검역조차 중단하지 않았어요. 뭐 그 말이 그 말이지만 아무 것도 없었죠. 생각해보면 가카께서 열어주신 새로운 평온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에요. 문득 반값 등록금에 대한 가카의 깨알 같은 반응이 떠올랐어요.


 



 


공약을 지키라는 많은 이들의 분노에 가카께서는 극강의 평온함을 보여주셨어요. 모든 걸 다 해보신 가카께서,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걸어 본 적이 없다며 모든 걸 다 해본 자신의 경력에 오점을 남기시면서까지 ‘퉁’친 거죠. 또 누군가는 반값 등록금 얘긴 한나라당에서 한 것이지 가카께서 공약으로 내건 게 아니라고 말해요. 아. 그렇군요. 가카의 말씀만이 진리인 거에요. 모든 걸 다 가카 허락 받고 해야 해요. 그러고 보니 세상은 너무나 평온해요. 가카가 기면 긴 거고, 아니면 아닌 세상이거든요. 내곡동 사저 문제도 그래요. 아니면 아닌 거에요. 형님 비서 계좌에서 7억이 나와도, 그냥 장롱 속에 있던, 그냥 그건 거에요. 등록금도 낼 만한 거에요. 전 서울시장했던 세훈이 형만 두 딸의 대학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했을 뿐이죠. 전 그 소식 듣고 세훈이 형이 연체동물인 줄 알았어요.


 



이게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아시죠.


 


권문세족이 만들고 싶었던 세상은 권문세족을 위한 세상이었어요. 백성을 위한 나라가 아니었지요. 잠시나마 개혁적이었던 신돈이 어찌 되었는지 아시죠. 그가 권문세족의 미움을 샀던 가장 큰 이유는, 농토의 대부분을 차지한 권문세족으로 인해 백성들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자 그들의 토지를 백성에 나눠주려 했기 때문이에요. 미움을 산 신돈은 결국 ‘사약 한 뚝배기 하실래예’가 되고 말았죠. 물론 신돈 자신이 저지른 스캔들도 있긴 했지만요.


 


지금 가카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자신이 저지른 불법으로 차관에서 미끄러져도 준차관급 자리에 앉자 떵떵거릴 수 있는 그녀를 위한 세상일 테구요. 지금의 대학 등록금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분들을 위한 세상일 테구요. 정치인의 장롱 속 7억이 돼지저금통 속 7만 원 정도로 취급되는, 7억의 주인공을 위한 세상일 테구요. 전철요금이 500원 인상 되어도 아무 문제 없는 고급휘발유 고객을 위한 세상일 테구요, J모 씨를 위해 20억 정도 써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재철 씨를 위한 세상일 테구요. 아무리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 되어도, 대기업들이 조건의 허술함을 노리고 내장, 소머리 등을 수입해도 불안할 리 없는 투뿔(++) 한우 매니아들을 위한 세상일 거에요.


 


우리는 차분히 앉아서 그 질문만 해보면 되요. 내가 서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말이에요. 저는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미끄러지면 조때구요. 아직 있지도 않지만 자식들 등록금 생각하믄 마 한숨만 나오구요. 장롱 속엔 7억은 커녕 물먹는 하마 새끼 몇 마리 밖에 없구요. 경유값 오른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구요. 식당에서 나오는 소고기가 미국산일까봐 조낸 불안해 하는 사람이에요. 다행히 9호선은 타지 않아요. 그래도 저를 위한 세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죠.


 


이렇게 가카가 주신 평온한 시대에 우리만 난리가 났어요. 미국산 내장과 소머리 등이 유럽에선 이미 특정위험물질로 규정되어 있는데, 우리와 비슷한 대만에선 내장 전체를 수입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만 평온하게, 그것도 씨제이(CJ)프레시웨이, 대한제당, 대우인터내셔널, 한화, 현대종합상사 등 대기업을 통해 수천 톤(t)을 들어왔어요. (13일자 한겨레 보도) 그런데 정부 담당자들은 졸라 평온해요. 내장은 대장만 수입하고 있구요. 우족은 특정위험물질 아니구요. 머리는 광우병 위험성이 없는 볼살만 수입하고 있대요. 그러니 호들갑 떨지 말래요. 난리가 난 건 우리뿐이에요. 조중동은 친절하게 확인시켜 주죠. 이렇게.


 





함께 해서 더욱 평온한 세 친구.


 


한겨레에서 내장까지 수입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그날 조선일보에는 통합진보당의 폭력사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중앙일보에는 해독성분을 가진 오리고기에 대한 찬양 고무가, 동아일보에는 미친쇠고기 반정부투쟁을 선동하는 북에 대한 불안이 있었을 뿐이에요.


 


나는 참 부러워요. 이렇게 니덜만 평온한 게 말이에요. 우리만 맨날 치고박고 이거 뭔 지랄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지랄통 속에서도 하나 깨달은 게 있어요. 우리가 감시해야 할 게 니덜뿐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알고 있었던 문제들이었어요. 창피하고 안타깝지만 마취 없이 상처를 찢고 흉부를 드러내고, 고름을 짜내고 봉합하는 고통도 우리의 몫이겠지요. 그 사실을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 이렇게 힘들게 깨닫게 해준 몇몇 분들에게 감사해요. 난리통에도 묵묵히 의원등록까지 마치신 훌륭한(?) 분들 포함해서요.


 


오늘은 깊이 잠들어야겠어요. 오랜만에 우리들만 위한 꿈이 아니라 우리들을 위한 꿈을 꿔봐야겠거든요. 우리 서로들 잠이나 처잔다고 욕하지들 말아요. 잠을 자야 꿈도 꾸는 법이잖아요. 그러고보니 이 지랄 같은 상황 속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잠깐 동안의 단잠일지도 모르겠어요. 한숨 자고 봐요. 안뇽…


 


 


사족.


도대체 뭘 믿고 먹어야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믿을 건 님들 후각 밖에는 없내요. 님들 콧구녕에 대한민국의 검역의 미래를 맡겨봅니다. 음... 스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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