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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5. 13. 일요일

딴지편집장 너부리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는

이해가 될 때까지 머리를 굴리던가,

아니면 잠시 판단을 보류하는 게 바람직한 반응일 것이다.


 


가장 위험한 반응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했다고 믿어버리는 행위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졌을 때

코가 뱀이 되기도 하고,

다리가 기둥이 되기도 하며,

상아가 창이 되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했다고 믿는 데에 있다.

 



이때 자신의 믿음이

진실의 파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믿음을 동반할 경우,

그때는 여러 사람의 믿음들이 모아지고 통찰의 과정을 거치면서

코끼리의 진실을 완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믿음이

진실의 완성체라는 믿음과 동반할 경우,

그때는 나의 믿음은 신성한 종교가 되고

타인의 믿음은 사이비 이단이 되면서

코끼리의 진실은 뱀이어야 하거나, 기둥이어야 하거나, 창이어야 한다는

일방적 믿음이 강요된다.


 


파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단죄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정의의 증오심까지 발생하면서

폭력과 살인이 성전(聖戰)으로 둔갑되곤 한다.


 


 



 


어쩌면 그들은 괴물과 싸우다 정말 괴물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괴물과 싸워 이기기 위해

괴물이 먹는 금지된 음식을 똑같이 먹으면

자기도 괴물과 같은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그 금지된 음식을 장복한 결과 진짜로 괴물이 된 것일 수도 있고,


 


금지된 음식을 먹다 들키자

괴물의 힘을 갖어 보기도 전에 괴물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해서

다른 종류의 괴물, 이를테면 주온귀로 급변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이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우리의 믿음이

진실의 파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믿음까지 포기한 믿음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괴물 따위는 동화속의 판타지일 뿐

가진 자는 뺏기지 않기 위해 괴물이 되고

없는 자는 뺏기 위해 괴물이 되어서는

자기는 사람이고, 상대는 괴물로 보이게 하는

금지된 음식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그들이 가정폭력의 대물림처럼

괴물에게 짓밟힘을 당해 괴물외상증후군을 보일 동안 

방관했던 우리가 바로 괴물의 숙주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괴물의 탄생은 기정사실이라 할지라도

괴물의 처리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자칫 괴물을 무찌르려던 창이

우리의 심장을 관통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힘든 일요일이다.


 


끝으로 일전에 트위터에 남겼던 말을 윤색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진보는 그 자체가 완전체가 아니다.

완전체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론에 불과하다.


고로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문제도 있지 않았어야 진보다운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서슴없이 민주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진보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딴지편집장 너부리

트위터: @newtoi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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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