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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11. 금요일

멀더요원

 

 

 

 

1.보험

 

 

 

 

 

우리는 늘 많은 예측을 한다.

 

 

 

 

 

특정한 조건의 구름은 언제 어디쯤에서 비가 되어 내릴 것인가...라는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에서부터, 어떠한 상황에서 주식과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 인간은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 것인가...하는 예측까지 수없이 많은 예측을 한다.

 

 

 

 

 

그러나, 초능력을 가진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다. 심지어 몇 초 뒤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죽음, 질병, 가난, 사고 등등 수없이 많은 '위험'은 가장 알고 싶은 미래인데 그것을 예측할 수가 없다. 따라서, '불안'은 항상 존재한다.

 

 

 

 

 

바로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는 그 위험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에 대한 보상을 위해 인간은 '보험'을 만들어냈다. 어찌보면 가장 자본주의다운 발상에 의해 탄생한 보험, 이를 통해 이제 인간은 '위험'도 돈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2.학살과 보험

 

 

 

 

 

1781년 9월, 영국의 노예선 종(Zong)호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포획한 노예 442명을 싣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로 향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배를 탄 적이 없는 노예들은 멀미를 했고, 각종 배설물들이 뒤섞인 환경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게다가 너무 많은 노예를 실은 탓에 음식과 물을 저장할 공간이 적었고 이로 인해 많은 노예들이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장이 된 초보 선장 루크 콜링우드(Luke Collingwood)는 카리브해로 가는 길을 잃어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당시 노예는 가축과 같이 개인의 소유물이었기 때문에 보험이 가능했는데, 병으로 죽은 것을 포함한 자연사의 경우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이나 위급한 상황에서 죽은 노예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미 많은 노예들이 죽었고, 살아있는 노예들도 높은 값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한 선장은 자신의 1등 항해사 불러 병든 노예들을 버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3일간에 걸쳐 부녀자와 아이들을 포함해 133명의 흑인 노예들이 바다에 던져졌다.

 

 

 

 

 

(11월 29일 55명, 30일은 42명, 12월 1일은 비가 와서 식수를 다시 확보할 수 있었으나 어쨌든 26명의 노예들이 던져졌고, 10명은 학살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뛰어내렸다.)

 

 

 

 

 

 

 

<죽은자와 죽어가는 자를 배 밖으로 던지는 노예상인들-태풍 몰아칠 때 ( 노예선), 윌리엄 터너-1840년>

 

 

(Slavers throwing overboard the Dead and Dying – Typhon coming on (The Slave Ship)-1840; Oil on canvas, 90.8 x 122.6 cm; Museum of Fine Arts, Boston)

 

 

 

 

 

3.노동자와 보험

 

 

 

 

 

텍사스 어느 은행은 자신의 직원이 사망하는 경우에 대해 생명보험을 가입했고, 그 직원의 죽음으로 인해 보험금 500만달러(약57억원)를 은행이 지급받게 된다.

 

 

 

 

 

월마트의 어느 직원은 천식으로 인해 사망하게 되고, 월마트는 약8만달러(약9천만원)를 벌게 된다. 물론, 의료비와 장례비 약11만달러(약1억2천만원)는 고스란히 가족이 부담했다.

 

 

 

 

 

그 지역 변호사는 "이러한 보험 정책에 따라 회사가 직원의 죽음을 바라게 된다. 직원이 살아있을 때보다 죽었을 때 더 가치가 있기 때문에…어떤 회사는 직원 사망률이 기대치의 절반 밖에 안되고 회사는 이러한 '문제'를 잘 알기 때문에 보험중개인들이 불평을 한다. 왜냐하면, 투자에 따른 소득이 예상했던 것보다 적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미국 김어준인 마이클무어의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러브스토리'에 나온 내용인데, 내용상 회사쪽에서 소득이 적어서 불만인 건지, 보험사쪽에서 회사가 보험료를 깎아달라고 해서 불만인 건지는 분명치 않으나 확실한 것은 직원이 많이 죽지 않아서 누군가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죽으면 회사가 돈을 버는 보험(Dead Peasant Insurence)에 가입했다는 회사들..근데, 니들 돈 좀 있는 회사 아니냐?>

 

 

 

 

 

인간의 목숨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보험을 들고, 그가 죽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이득이 되는 상황.

 

 

 

 

 

18세기 후반의 상황과 21세기 초반의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

 

 

 

 

 

4.웃기는 지구인

 

 

 

 

 

최근 해상운송 관련업계의 사람을 만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되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운반조건과 보험조건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해상운송 과정에서 갑자기 풍랑 때문이든 적재불량이든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해서 화물의 일부가 바다에 빠진 경우, 보험조건에서 화물 전체가 유실되었을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인 경우, 선장은 나머지 물품도 바로 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노동력과 자재 등의 자원을 모아서 기껏 만들어놓고는 바다에 그냥 버리는 상황…외계인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골때리는 일이겠다.

 

 

 

 

 

 

"노동자 졸라 혹사시키고, 후진국 졸라 갈궈서 자재 가져다가, 기껏 만들어 놓고는 그냥 바다에 버리네... 지구인 새끼들 저게 뭔 짓이래?"

 

 

 

 

 

<지구인들아...그거 좀 웃기는 것 같은데 말이지... 혹시, 니들은 그게 좋냐?>

 

 

 

 

 

그게 어떤 일반적인 상품이나 자재가 아닌, 아프리카 구호물품인 경우라면... 옥수수 100톤 중 10톤이 빠졌다고 나머지 90톤도 버리면... 애들은 계속 굶어야 하는 거잖아.

 

 

 

 

 

5. 결론

 

 

 

 

 

우리는 이따금씩, 지금이 "1970년대도 아니고"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그러나, 자본의 속성은 1970년대, 1920년대, 1780년대, 혹은 그 이전, 자본주의가 시작할 때부터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얘기는 보험은 나쁜거니까 하지 말자...라는 건 절대로 아니다. '막나가는 자본을 그대로 두면 인간이 인간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딴지기사의 광우병 얘기도 그런거고.([논평] 광우병,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까.)

 

 

 

 

 

다른 어떤 경제체제에도 각각의 문제가 있지만, '무엇이든 허용하는 자본주의'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왕 하고 있는 자본주의니까 정해진 규칙을 정확하게 지키고 국민에 의해 규제되는 자본주의를 해야 하는거잖아.. 뭐 어차피 다른 체제로 바꿀것도 아니고..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규제되지 않은 자본은 쥐떼보다 야비하다'는 말도 있다. (방금 생각해낸 거지만…)

 

 

 

 

 


 

 

**보충설명

 

 

 

 

 

1. 노예선 종(Zong)호 사건에 대한 이후 스토리,

 

 

 

 

 

노예 133명을 죽인 선장은 얼마 못가서 죽었고(열병으로 인해 항해 내내 골골하다가), 선박회사는 죽은 노예들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1등 항해사의 증언 등에 따르면 배가 도착했을 당시 식수가 충분히 남았다는 점을 들어 당시 상황이 노예를 버릴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결국 소송이 벌어졌다. 1심에서는 1등 항해사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가 패소했지만, 대법원에서는 "노예를 버린거나 말을 버린거나 비슷하잖아"라는 말과 함께 "그래도 식수 관리를 잘못한 책임도 있으니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 로 끝났다.

 

 

 

 

 

물론, 누구도 이 학살사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없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이 사건은 영국내에서 노예제도에 대한 논쟁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1834년 8월 영국 전역에서 노예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1838년에 발효되면서 노예 75만 명이 해방되었다. 물론, 노예해방은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부족으로 대량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자 자본가들이 노예를 해방시켜 공장 노동자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2. 미국처럼 직원의 죽음으로 회사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회사는 필요한 안전조치를 가능한 한 적게 할 가능성이 있다. (씨발...삼성은 졸라 좋겠네)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상법 731조 등에서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와 각종 판례 등을 통해 직원의 죽음으로 회사가 몰래 보험금을 받을 수는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멀더요원

 

 

트위터 : @anarchy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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