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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7. 월요일

유리에선나무


 


멘붕 물결이다. 파도가 아니라 쓰나미급이다.


좌절할 것인가? 아니면 희망의 증거를 찾으며 새도약을 할 것인가? 당연히 희망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좌절하기엔 MB는 너무나 싫고, 새누리당도 조또 싫다. 희망이란 놈이 좁쌀처럼 흩어져 있더라도 무릎 꿇고 주워야 하고, 누룽지처럼 바닥에 딱 들러 붙어 있더라도 박박 긁어 올려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 명명했기 때문이다.


 


희망을 줍기 전에, 이런 혼란의 틈새에서는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 그런 의미로 진보의 의미에 대해 각자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진보[進步] 당신이 생각하는 진보는?


 


새추(隹)와 쉬엄쉬엄 걸어갈 착(辵)이 더해진 나아갈 진(進), 새는 뒷걸음질 하지 않는다(펭귄은 다르더라마는…). 이 글자를 보면 작은 새가 총총 앞으로 뛰는 모습이 떠오른다. 걸음보(步)는 팔을 휘두르며 씩씩하게 걷는 모습이다. 결국 이 두 글자가 합해지면 묵묵히 앞으로 걸어가는 인간 그 자체이다.


 


인간의 역사는 진보의 역사였다. 인간은 자연에 적응해가는 진화에 만족하지 않았다. 도구를 주어든 그 직후부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앞으로 나갔다. 과일을 따먹다가 농사를 시작하고, 농사를 짓다가 산업을 일구어 결국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기에 '진보'라는 단어의 소유권은 진보주의자에게만 있지 않고 인류 모두의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주의자는 무엇인가?


우선, 진보주의자는 진보에 대한 강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진보주의자가 문명이 뒷걸음질치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진정 역사를 되돌려버린 MB에 대해 분노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진보주의를 설명할 수는 없다. 나아갈 방향과 그 속도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한다. 무작정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 방향의 비전과 속도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에 진보는 자연스레 분화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진보의 숙명이다.


 



미래를 단언하기 힘들기에 진보는 고뇌할 수밖에 없다


 


나는 총선과 통진당 전국운영위원회를 지켜보며 진보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각기 다른 곳을 다른 속도로 고민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쳐도, 공통분모는 존재할 것 아닌가. 이것 또한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과감히 다음과 같은 명제를 생각해 보았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을 현실에서 확인하려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증명하려는 것."


 


'인간은 존엄하기 때문에 존엄하다'라는 하나마나한 동어반복은 하지 말자. 인간의 존엄이 당연하다고도 생각치 말자. 인간이 존엄하다면 약자를 짓밟지도 않을 것이고, 환경과 동식물을 이처럼 무모하게 파괴하지는 않을 것이고,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이 땅의 역사에서 인간이 공히 존엄하게 대우받은 적은 없었다.


 


반면에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사례는 널려있다. MB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꾸준히 국민을 농락했으며, 과거 한나라당은 18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단순히 MB의 거수기 노릇만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제수 강간미수범이 당선되었고, 박사학위 논문을 복사하다시피 해서 제출한 작자가 수 년 동안 거짓말로서 학계를 우롱하더니 끝끝내 국민까지 속이며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 당의 당수는 이러한 사실을 지켜보며 침묵으로 일관한 채로 총선을 치루었다. 이들에게서 인간이 존엄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는가?


물론, 인간이기에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들이 보수라고 해서 지탄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국민 앞에 사죄한다면 다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그 길을 거부하고 스스로 억울해 한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들도 자신이 잘못했다 싶으면 기가 죽는데 비해 이들은 고개를 더욱 빳빳이 치켜 세운다.


 


진보주의자는 인간이 존엄하다는 생각으로 약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간은 존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주위의 환경과 공존하려 하며, 그러한 믿음으로 인권운동과 통일에 대해 고민하고, 복지국가를 꿈꾼다. 속도와 방향은 다를 지라도 제도와 시민의 인식을 개선하므로써 한걸음한걸음 뚜벅뚜벅 전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믿음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보수세력이 인간은 존엄하지 않다거나 소수의 인간만이 존엄하다고 여기는 순간 다수의 대중을 향해 거짓말로 속이려 들고, 기득권을 강화해 민중을 지배하려 들 것이다. 진보주의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믿지 않는 순간 염세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나는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를 인터넷으로 시청했다. 선거부정! 해서는 안 되지만 욕망이 자제력을 잃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일부나마 밝혀지면 그것에 대해 사죄하고 죗값을 치루면 된다. 절차적 민주주의! 그것이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닌 이상 이번을 기회로 확보해나가면 된다. 하지만 통진당의 당권파는 그러기를 포기했다.


이정희는 의도적으로 회의를 지연시켰으며, 김승규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문제제기가 계속된다면 지역구 경선도 위태롭다며 참석자들을 협박했고, 당권파 운영위원들은 드러난 문제점에 동의하기보다는 절차상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추궁함으로써 논점을 흐트러뜨리기에 바빴다.


가장 경악스러운 점은 당권파 청년당원들의 행태였다. 이정희의 발언에는 환호를 반대되는 의견에는 집단야유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다 결국 욕설과 물리력행사로 이어졌다. 그것이 소수파의 설움과 정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엄연히 통진당의 다수파이며, 선거부정이라는 팩트의 수혜자들이다. 더우기 당권파의 수뇌부는 얼굴도 들이밀지 않은 채, 어린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사실에서 나는 자제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행동은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이라 일컫는 학생들을 선동해 수백만을 살상한 사인회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했으며, 당원들은 강조했지만 건강한 진보세력으로 커주길 기원하며 정당투표에 통진당을 찍었던 나와 같은 10퍼센트의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그들의 행동을 보며 인간은 과연 존엄한 존재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그 존엄성을 다시 한 번 의심했다.


그들은 진보도 거짓진보도 그 무엇도 아닌 인간의 추악함 그 자체다. 그들은 진보를 참칭할 권리가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가혹하리만치 대해야 한다. 왜 진보는 자기 진영의 정당에게 가혹한가? 그것은 당연하다. 진보정당은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이루어지길 희망하는 것을 팔아 권력에 다가가기에 죄의 무거움은 수구세력의 그것과는 중량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통진당을 탈퇴하려는 분들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 그곳은 당신들의 당이다. 당신들의 당을 더럽히는 자들을 내쫓아야지 왜 당신들이 물러서는가? 나가더라도 그들이 나가야 한다. 종북세력에게 당이 더럽혀지 것보다 진보라는 가치에 똥물 튀기는 것에 참아서는 안된다.


 


또한, 이곳 딴지에서 진보신당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을 어리석다 규정한다. 내가 진실을 알려주겠다.


사람들이 진보신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당신네들 손으로 만들지 않았나? 노동의 가치는 PD의 소유물이 아니었나? 어떤 얼빠진 인간이 자기 집을 도둑에게 뺏기고 밖으로 뛰쳐나온 이들에게 권력의 열쇠를 맡기겠는가? 정치는 장난이 아니다. 가치는 그곳에 깃발만 꽂는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권력을 지켜내고 사람들을 공명시킬 때라야 소유권을 인정받는 것이다.


 


당신들은 분당 직전에 지금의 유시민처럼 행동했어야 했다. 왜 그러지 못했나? 당신들도 스스로에게 묻은 오물이 있지 않았었나? 당신들은 그 오물을 털고 당을 오염시키는 무리들을 폭로하기 보다는 자기가 만든 집에서 뛰쳐나가는 것을 택했다. 그런 당신들이 감히 어디서 국민이 어리석다는 말을 씨부릴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진보신당의 가치에 가장 많이 동의하면서도 당신들과는 도무지 공명되지가 않는다. 내가 떨리지 않음이, 함께 행동하지 않음이 어리석다고 여긴다면 나는 영원히 당신네들 곁에 가지 않을 것이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재가 되어버린 진보신당의 집터에 앉아 신세타령할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최초로 일군 통진당으로 가야 한다. 당대당 통합 이런 어줍잖은 쇼를 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가입하여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할 것을 정중히 권한다. 그곳에 노동자가 있고, 철거민이 있고, 농민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는 당신들과 함께할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정승수가 있다. 당신들에게 이미 늙어버린 두뇌가 아닌 다른 사람을 가슴 뛰게 할 열정이 있음을 보여주길 부탁한다.


 



적어도 2개월 안에 결판난다. 당비는 2개월에 만원이다


 


나는 오늘 통진당에 가입할 것이다. 당권파는 결국 자신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표결로서 결정지으려 할 것이다. 그들이 무릎 꿇고 물러나지 않는 이상 나는 통진당 안에서 표로서 그들을 심판하고, 그들이 물러나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 앞으로만 가는 새는 위기에 뒷걸음치지 않는다. 위기 앞에 그들은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기가 걸어온 발걸음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지켜본다. 멘붕의 극복? 멘붕에서 벗어나는 길은 승리하는 길뿐이다.


 


유리에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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