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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5. 07. 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혼돈의 나날이다.


 


선거 끝나고 몰아닥친 멘붕의 회오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그나마 믿었던 "정당은 4번!!"의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이 속살을 드러내 보이면서 마치 사랑에 배신을 당하는 실연의 아픔과도 비견될 만한 2차 멘붕의 태풍이 사람들에게 몰아 닥치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사랑했던 것인가 하는 회의가 마치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오고 있고, 이를 감당치 못한 독자들이 소떼에 밟혀 쓰러지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이정희가 문제가 된다. 진보당을 장악하고 있는 당권파가 키운 차세대 스타이면서, 기존의 당대표로서 당을 이끌고, 세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약자를 위한 집회 현장에 나타나고, 처연한 자세로 물대포를 맞고, 닭장차에 실려 끌려가던 그가, 파국으로 치달은 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 현장에서 보여준 전혀 상반된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얼굴이 실제의 얼굴인지 구분이 안 가서 또 한 번의 멘붕을 겪게 된다.


 


이해한다. 힘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아예 환멸이 느껴져 꼴조차 보기가 싫어진 상황이라 할 지라도, 사태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 과연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일단 좀 참자. 냉정한 자세로 돌아가 상황을 이해해 보자.


 


그리고 각자 최선을 다해서 자신만의 견해를 만들어 내고, 그 견해에 따라 행동을 하자.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일단 당권파 얘기를 좀더 정리해 보자.


 


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 그 경기동부의 모태가 된 전국연합이라는 조직이 있다. 벌써 20년이 넘게 지난 1991년에 생겨난 전국적인 NL 조직이다. 전국연합의 산하에 경기동부 연합이 있었고, 광주전남(광전)연합, 인천연합, 울산연합 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전국연합은 해체 된다. 한국진보연대가 2006년에 출범하면서 사실상 해체된거고, 공식적으로는 2008년에 해체가 된다. 그러니 지금 현재 전국연합이라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경기동부연합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아 있는 것은 과거 존재했던 조직 내에서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의 내부 네트워크 일 뿐이다.


 


전국연합 시절만 해도, 이들이 현실적인 대중정당 운동에 참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걸 원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2000년도에 당시 민노당의 모체가 되었던 "진보정당 창당 추진위원회"가 결성되던 시점에 대다수 NL 계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기동부가 그 창당 주체로 참여하게 되면서 정당정치로의 참여가 시작되게 된 것이다.


 


물론 당시 민노당 창당 과정은 PD 계열이 주도를 했었고, NL쪽 세력들은 미약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2001년 소위 말하는 "군자산의 약속"이라는 문건이 작성되면서, 이에 의해 NL다수가 민노당에 몰려 들어가게 되고, 몇 차례의 당권 투쟁을 거쳐 당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군자산의 약속이라면, 좀 황당한 내용이라서 번역이 필요한 내용이긴 하다. 쉽게 번역하면 우리 NL도 이제 정당정치에 뛰어들어 현실적인 세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뭐 이런 내용을 거의 종교적인 냄새가 나는 주사파의 언어로 작성한 문건일 뿐이다. (앞선 기사에서 PD들이 창당한 민노당을 차후에 NL계가 몰려 들어가서 후발주자 자격으로 당을 접수해버렸다는 표현이 있었고, 이에 대해 어떤 독자가 경기동부는 창당 시점에 이미 한 축으로 참여했었다는 반론을 하기도 했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게 된 것이다. )


 


NL 내부의 각 계파들 역시 서로간에 치열한 투쟁과 합종연횡을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울산은 나름대로 지역구를 장악하고 있는 바탕이 있었으며, 인천 역시 나름의 운동가 세력을 보유한 집단이다. 하지만 현재 진보당의 상황은 경기동부가 광전의 지원을 받고 중앙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여기서 일차 혼란이 발생한다. 경기동부, 광전, 울산, 인천 모두를 당권파로 볼 것인가, 아니면 경기동부와 광전을 당권파, 나머지를 비당권파로 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 네 가지 세력 말고도, 전통적으로 민노당 내에서 활동해 오던 비당권파 그룹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당은 진보신당으로 갈라져 나갔던 사람들 중 일부 세력,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소위 탈당파 그룹과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그룹과의 연합을 통해 통합진보당을 건설하게 된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내려진 전략적 결정이었고, 그 통합 작업은 나름대로 완수가 되어 이번 총선에 영향을 주게 되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게 된다. 총 13석의 의석과 10%가 넘는 정당지지율이라는 성과 말이다.


 


이 통합 작업 역시 경기동부가 주축이 된 당권파가 강력하게 주장하여 이루어낸 작업의 결과물이다. 통합 과정에서 이정희 대표가 유시민 참여당 대표와 함께 책도 쓰고 방송도 같이 하고 유기적인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던 것을 기억해 보자. 민노당 내 다른 세력들은 통합에 대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었다.


 


이게 아마도 가장 드라이하게 묘사된 현재의 상황일 것이다.


 


문제는 그게 도대체 어떤 의미냐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첫 번째, 당권파는 아직도 주사파인가?


 


주사파라 하면 북한에서 체제 유지를 위해 만들어낸 어용 철학,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일련의 무리를 의미한다. 주로 NL 계의 내부 부분집합으로 존재했으며, 80년대 말 90년대 초 시작된 통일운동의 한 축으로 성장해 버린 집단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들이 신봉하는 주체사상 자체가 북한에서도 포기해 버린 코미디였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생을 다한 황장엽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시대의 희극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언어는 거의 종교에 가깝다. 아무리 진지하게 얘기하려 해도 웃음을 참기 힘든 수준이다. 북한을 본사로 칭한다거나,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을 걸어놓고 제사(그들 나름으로는 무슨 정치적 행사지만, 내가 보기엔 향 피우고 지내는 제사와 다를 바가 없다.)도 지낸다. 북조선 노동당 깃발을 걸어놓고 입당식을 한다거나, 오지도 않을 북한으로부터의 지령을 기다린다거나,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의 형태를 갖춘 사상이다.


 


희비가 교차하는 지점은 실제로 이런 주사파들이 다수 존재했고, 그들이 NL계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문제가 현실적으로 심각해지는 지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일심회" 사건 같은 경우다. 민노당의 내부 정보를 북측에 실제로 전달했다는 사건이다.


 



<사건 당시 실렸던 일심회 조직도 /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사건은 국보법 아니라 형법으로도 처벌해야 하는 범죄행위가 된다


 


그런데 이런 코믹한 집단이 존재하게 되고, 우스꽝스럽지만 다분히 심각하게 논의가 되어야 하는 이 역사적 아이러니는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바로 우리가 겪어온 역사적 모순의 산물이 아닌가 한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타의에 의해 국가가 분단되고, 분단 이후 양측의 정권은 언제나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내부 반발자들을 억압하려고 했고, 그 소재로 상대의 존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전쟁 이후 남한 사회에서는 북한의 존재는 그야말로 전설 속의 악마였고, 북한과 연루된다는 것은 바로 사회적 죽음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역사적 흐름이라기보다는 남한 사회를 지배하는 독재권력들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우상이었다는 점이다.


 


그 우상을 파괴하려고 싸우던 사람들이 전혀 반대되는 새로운 우상에 빠지게 되는 메카니즘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 아닐까?


 



 


즉, 목숨을 걸고 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독재권력이 만들어낸 우상을 대치하기 위해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우상은 신비로울수록 더 효과적이고, 현실적으로 공포스러울 수록 더 짜릿한 감성적 충족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사파가 생겨났고 세를 모으게 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거기에 그 주사파가 생겨나기 시작한 토양 자체가 계급적 평등보다 민족 문제, 남북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NL계였던 것도 잘 설명이 된다.


 


그렇게 독버섯처럼 주사파라는 신흥종교가 운동권 내부에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보당을 장악하고 있는 당권파, 경기동부-광전의 연합세력들은 주사파가 주류인가? 그것 말고도 울산이나 인천 역시 주사파에 의해 장악이 되어 있는가? "군자산의 약속"만 봐도 이것은 완전히 주사파의 언어로 작성된 주사파 문건이다. 그 문건에 의해 민노당을 장악한 세력들이니 당연히 주사파 아닐까?


 


시간이 문제가 된다. 군자산의 약속이 작성된 시점이 벌써 2001년이니 11년 전의 얘기이다.


 


물론 주사파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초반이니 군자산의 약속이 나온 시점 자체가 주사파 짬밥 십년지기들이 만든 것이라는 점을 얘기해 준다. 그 후로 십 년 지났다고 해서 그들이 없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군자산의 약속 이전의 십 년과, 그 이후의 십 년은 달라도 많이 다른 세상이었다. 주사파의 존재를 가능케 했던 신비로운 북한의 존재는 2000년에 있던 김대중-김정일의 남북공동선언, 그리고 2007년의 노무현-김정일 간의 10.4 남북공동 선언으로 인해 신비의 장막이 상당히 걷히고 현실적인 상대로 다가오고 말았다. 주사파라는 우상의 카운터 우상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이명박이 말아먹기는 했어도, 개성에는 우리측의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물건을 생산하고 있었다. 민간 기업들간의 남북 합작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북한이라는 나라가 뿔 달린 괴물들의 나라가 아니라 그냥 좀 많이 못사는 옆나라라는 점이 일반인들에게 너무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말았다. 바로 군자산의 약속 이후 10년 간 벌어진 일이다.


 


그래도 주사파가 존재할 방법이 있을까? 그들은 이미 종교적으로 세뇌된 강철같은 대오라서 정치적 상황의 변화는 그들의 심리에 아무런 영향을 못 주는 것일까?


 


또 있다.


 


당권파가 민노당=진보당을 장악하고자 하는 목적, 장악하는 방법 등의 변화를 생각해보자.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이석기 당선자는 과거 민노당 내 당직을 단 한 번도 맡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는 "CNP 전략그룹"이라는 상업적인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민노당에서 나오는 발주를 맡아 매출을 올리는 영리 기업인이다. 여론 조사, 행사 기획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의 사주라는 말이다.


 


또 있다.


 


당권파의 기관지라 불리우는 "민중의 소리", 이 인터넷 언론사 역시 당권파들의 구성원에 의해 경영되는 영리기업이다. 당의 입장을 홍보하고 당의 광고비를 받아 광고를 게재하는 것으로 운영된다.


 


그들에게 이미 "당권"이라는 추상적인 권력은 투쟁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조직의 권력 차원을 벗어나, 그들의 생존을 가능케 해 주는 자금의 흐름을 관리하는 "금권"이 된 것이다. 이렇게 당 주변의 회사들을 운영하면서 당에서 소비되는 자금을 다시 순환시키는 고리를 만드는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해하면 된다.


 


그들이 이렇게 당권에 목을 매고, 불합리하게 사람들을 동원해서 난장판을 벌이고 하는 이유가 숭배하는 북조선을 위한 통일전선 전술, 남조선 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투쟁의 일환이 아니라, 자신들의 조직 구성원을 먹여 살리고, 자신들의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차원의 이유로 변화한 지 오래라는 것이다.


 


단언하지만, 그들은 이미 주사파가 아니게 된 지 오래다. 다만 남아 있는 것은 그들이 주사파였던 시절의 폐습들, 너무나도 신성한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민주적인 절차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그 못된 습관들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말이 안 통하는 것이 주사파여서가 아니라, 주사파 시절의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시대착오적 집단이기 때문이라는 얘기이다.


 


물론 아직도 일부 골수는 주사파 짓거리를 숨어서 또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어떤가?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 아니었던가?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라는 요구에 이정희가 우물쭈물 하면서 얼버무린 적이 있다. 이정희가 주사파라서가 아니다. 아직도 주사파 시절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조직원들의 심정에 상처를 주고 반발을 부르기 싫어서 그런거라고 봐야 한다.


 


만약 그들이 진짜 아직도 주사파고, 북조선을 종교적으로 숭배하고 있다 한들, 그것 역시 비난할 거리는 아니다. 단지 그들의 행태가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이며 권력을 획득하고자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점을 들어 비판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그런 전횡을 부리지 못하도록 공정한 민주적 절차를 셋업하면 충분하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주사파라고 비난하게 된다면, 그들은 당장 국보법 문제를 들고 나온다. 아직도 국보법이 상존하고 있는 이 마당에 지금 너희들이 색깔론을 들고 나와 우리를 탄압하려는 것이냐~ 하는 물타기의 소재를 제공할 뿐이다.


 


그들이 남는 시간에 골방에 숨어 조로아스터교를 믿건 정일신을 믿건 그건 그들의 자유일 뿐이다. 그들의 종교적 자유를 허하자.


 




 


두 번째, 이정희는 당권파의 꼭두각시인가?


 


이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정리해야 할 일이 있다.


 


이번 총선이 있기 전에, 이정희를 둘러싸고 관악을 지역구의 경선 과정에서 부정 시비가 먼저 발생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내가 써서 딴지일보 지면에 발표된 경기동부에 관한 글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나는 이정희는 당권파에 강하게 귀속된 정치인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의지로 사퇴할 수가 없다고 자신 있게 예측을 했었다.


 



<출처 : 한겨레21>


 


그러나 이정희는 사퇴해 버렸다.


 


이 행동을 보고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순간적으로 이정희가 드디어 당권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진정한 대중정치인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 이정희를 칭찬하는 기사를 순간적으로 써서 발표했다.


 


지나고 보니, 앞선 기사(우리 안의 괴물 - 경기동부)가 맞고, 뒤의 기사(이정희 사퇴에 부쳐)는 틀린 글이 되고 말았다.


 


좀 더 설명하자면, 이정희는 당권파의 허락 없이 사퇴를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던 것이 맞다. 그 상황에서 당권파는 당연히 이정희가 후보 수락을 하는 것으로 알고 기자회견까지 준비했다. 당권파의 핵심 멤버이자, 진보당의 공식 대변인인 우위영은 실제로 이정희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까지도 이정희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후보 수락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확인된 내용이다.


 


그 상황에서 이정희에게는 다양한 압력이 들어오게 된다. 그 시간대에서 이정희에게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사람은 문재인이다. 직접 올라와 만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재인의 성격상, 어떤 협의를 위해 함부로 뭔가를 제안하고 약속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 있었다. 결국 문재인과의 만남은 이정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지는 몰라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일이 지나고 난 뒤, 제보가 하나 들어왔다.


 


이정희에게 천호선의 연락이 왔었다는 것이다. 이 제보의 내용은 세 곳 이상의 크로스 체크를 통해 확인되었다. 만약 이정희가 관악 을 경선 부정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계파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지만, 은평의 천호선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 버리겠다는 일종의 경고였다는 거다.


 


만약 이정희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벌어진 경선의 부정사태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하고, 오히려 참여계인 은평의 천호선이 그 책임을 지고 자신의 지역구에서 사퇴해 버리는 상황, 이 상황이 벌어진다면, 정치인 이정희의 입장에서는 당선조차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당내 입지, 당외부의 입지 모두 무한정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정희는 촉박한 마감시간에 쫓겨 당권파와의 협의도 못한 상태에서 사퇴를 해버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최선의 해석이 된다.


 


결국 이정희는 당권파의 뜻에 거슬리면서까지 정치적 옳음을 위해 사퇴한 것이 아니라, 사퇴 안 할 경우 불어닥칠 역풍이 두려워 사퇴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니, 당권파의 손아귀를 벗어나 진정한 대중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했던 칭찬은 이 자리를 통해 철회하고자 한다. 역시 깜짝 놀라 급하게 글을 쓰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성급한 판단을 기사화함으로써,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이정희는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진보당의 전국 운영위원회 자리에서 당권파를 철저하게 대변하는, 당권파의 꼭두각시라는 생얼을 그대로 보여주게 된다. 진보를 대변하는 "예쁜 인형"인 줄 알았더니 공포의 "처키" 였다는 평이 트윗 공간에 넘쳐 흘렀다.


 


물론 어떤 사람을 한두 가지 행동만으로 단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정희가 지난 몇 년 간 현장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정동영과 더불어 그 험한 현장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단 한 번의 행동으로 모두 지워버릴 수는 없다.


 


또한 현재 보이는 이정희의 모습 자체에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조사위원회가 총체적인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내린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반론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 한다 하더라도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사태의 심각성에 비하자면 많이 허술하다. 그 결과 이정희는 직접, 조사 결과에 대해 전체적으로 책임을 느끼지만, 세부적으로는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조사나, 조사 결과 자체에 대한 공청회를 열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혼란해 하면서, 과연 조사위원회의 결과는 정파적 이익으로부터 자유로운 일인지, 또 아니면 이정희가 당권파의 이익을 위해 명백한 조사결과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게 될 가능성도 있고 그런 고민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 사태 자체가 최초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치러진 진보당 내부의 선거 과정은 그동안 민노당에서 있어왔던 선거들과 거의 비슷하게 치러진 것이며, 그런 방식의 선거에 대한 문제점 또한 매번 지적되어 왔던 일일 뿐이다. 결국 당 내부의 인물들은 이번 선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 상황일 뿐이다.


 


문제는, 그런 방식의 주먹구구식 선거가 단일 계파가 장악한 정당 내에서는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일 지 몰라도, 여러 계파가 경쟁하는 대중정당의 내부 선거로는 턱도 없이 낙후된 절차라는 점이다. 이번 처럼 여러 계파가 모여서 경선을 하게 될 경우, 그런 낙후된 방식의 선거로는 절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당권파는 사전에 인지하고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의 기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정희의 재조사 주장이나 공청회 주장은 다분히 정략적인 주장일 뿐이다. 어차피 이번 사태로 인해, 당권파와 비당권파 연합 간에는 기존에 당권파가 독점했던 다양한 권리들을 분담하기 위한 협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고, 그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갖가지 조건을 달고, 명분쌓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이정희 본인에게 실질적인 진보당 개혁의 의지가 있고, 그 의지가 앞으로 일정을 지나면서 행동으로 발휘될 가능성도 있을 지 모른다. 그런 긍정적인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방법은 현재 없다.


 



<출처 : 뉴시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이정희의 모습은 당권파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의 하수인이지,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대중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홀로 선 대중정치인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 조금은 성급할 지 몰라도 합리적인 해석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정희를 차차기쯤 대선 후보로까지 생각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정희를 사랑했고,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쯤 느끼고 있을 심리적 공황에 대해서도 이해한다.


 


그러나 정치란 이런 것이다. 한 개인을 보고 정치적 판단을 내려 버릇하면 언제든지 그런 실망과 배신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 특정한 정치인을 지나치게 사랑하지 말자. 저 멀리 보이는 어떤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람의 실체가 아니라 만들어진 이미지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의 이정희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 지 모르지만, 그것 역시 이정희라는 한 실존적 개인의 모습이 아니며, 외부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믿을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수많은 우리들이 모여서 서로 소통하면서 내리는 민주적인 결정, 수많은 우리들의 목소리,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믿고 따라야 되는 자존감 넘치는 우리들 자신인 것이다.


 




 


세 번째, 진보당은 고쳐서 쓸 필요가 있는가?


 


그렇다면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시대착오적이고 구차하기 짝이 없는 기형적인 당권파라는 집단이 지배하고 있는 진보당은 역사의 뒷편으로 묻어 버려야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그렇다. 어떤 정당이 당내 선거를 이런 식으로, 천 명 모인 동호회보다 못한 수준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다면 그 정당은 대중정당으로 존재할 가치도 없고 자격도 없는 그런 쓰레기 집단이 된다.


 


거기서 무슨 책임자를 가리고 진상을 밝히고 이럴 필요도 없다. 가차없이 정당 해산을 시켜 버리면 될 일이다. 정상적인 당원이라면 모두 탈당해버리고, 뒤도 돌아볼 필요가 없다. 그런 쓰레기들이 모인 정당이 또 다시 유권자들에 표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 유치한 수준을 넘어 구토를 유발하는 단계에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로, 역사가 있다.


 


정당은 다른 어떤 집단과도 달리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되는 집단이다. 만들기도 힘들 뿐더러, 만들고 나서 운영하기도 어렵다. 그게 몇천 명이 모인 소규모 정당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대중정당의 규모에 가면 더욱 힘들다.


 


미국의 민주당 같은 경우는 1790년에 만들어진 공화주의자당에서 시작된 정당이다. 이백 년이 넘었다. 공화당 역시 이백 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우리에게는 왜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대중정당이 없는 것일까? 우리가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건설하고 해체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다. 전통의 가치, 누적된 노하우들의 모음, 선배들의 고통스러운 순간들, 이런 것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거 아닐까 하는 고민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주류 정당은 언제나 협잡꾼들의 집단이었다. 최초의 대중정당이라 할 수 있는 박정희의 공화당부터도 그게 정상적인 정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독재자의 집권을 옹호하고, 그 부당한 권력에 기생하면서 단물을 빨아먹으려던 기생충들의 모임이었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독재 권력과 싸우면서 정당성을 획득해 왔지만, 아직도 그 기원인 친일 지주들의 기회주의적인 특성을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한 정당일 뿐이다.


 


이제 막 정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젊은 세대들이 "새누리당은 절대 아닌 거 알겠는데, 민주당도 뭔가 아닌 것 같다" 라는 마음이 드는 이유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역사적인 무게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진보정당의 역사는 정말로 빈약하다. 조봉암이 간첩으로 몰려 이승만에게 죽음을 당한 이래 완전히 맥이 끊어졌던 진보정당의 역사는 죽이 되었건 밥이 되었건, 민노당에서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열 석, 열세 석, 의석수도 점점 늘어나 이제 막 진보적 대중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하고 있는 중이라는 얘기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진보적 대중정당의 씨앗을 시대착오적인 당권파의 무리들이 오염시킨 것이다.


 


이거 여기에서 그 연약한 맥을 끊어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을까? 기계적인 옳고 그름의 판단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여기서 시원하게 다 쓸어 버리고 새롭게 진보적 대중정당을 건설하는 데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민노당이 건설되어 겨우 여기까지 오는 데, 꼬박 이십 년이 걸렸다. 그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해 보자. 아찔한 일이다.


 


사실 현재의 진보당 내부에는 다양한 세력들이 모여 있다. 당을 장악하고 있는 당권파, 즉 경기동부, 광전 등이 있고, 당권파와 협조와 경쟁을 반복하는 인천과 울산이 있다. 그 밖에도 전통적인 비당권파들이 있고, 이번 통합진보당을 만들면서 합류한 진보신당 탈당파들이 있고, 유시민의 참여계가 있다. 노동 운동, 농민 운동, 시민 운동 세력들이 다양하게 합류해 있고 사실상 가장 강력한 세력인 민주노총 그룹도 있다. 전교조 그룹도 있다. 전농도 있다. 심지어 법정에서 쫓겨나온 서기호 판사도 있다.


 


이런 다양한 세력들이 어렵게어렵게 모여들어 건설한 통합 진보당이다. 그런 눈물겨운 정당을 단지 일부 당권파들의 전횡을 이유로 깨트려 버리는 것은 정치적 선악의 판단이라면 모르지만, 감성적으로는 용납이 잘 안 된다.


 


그렇다고 당권파의 전횡을 용서하고 그들에게 당을 계속 맡겨 둘 수도 없지 않은가.


 


논리적인 귀결은 아주 단순하다.


 


당권파가 온갖 수작을 부려 당권을 장악하게 된 방법은 바로 표 싸움이다. 당권파를 이길 만한 표가 모이면 된다. 실제로 당권파 자체의 표도 그리 많지 않다. 쉽게 말해서 몇백 명의 경기동부가 내린 결정을 몇천에서 몇만의 NL계가 찬성해주고, 그 결론을 가지고 당원 칠만오천의 진보당이 움직이며, 그 진보당이 이백이십만 유권자의 지지표를 얻은 것이다.


 



 


당권파의 전횡을 막고 그들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서는 일이만의 표만 있으면 충분하다. 여태껏 당권파가 전횡을 부리면서도 매번 무사히 뭉개고 넘어갔던 것의 배경에는 사회적 여론의 무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아무도 안 쳐다보니까 당권파가 지맘대로 해 먹은 거다.


 


이제는 다르다. 우리 사회 전체의 시각이 진보당에게 쏠려 있다. 해방 이후 진보정당의 행태에 대해 모든 언론이 이렇게 관심을 쏟아 준 적은 일찍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극단적인 위기이면서 역으로 최선의 기회가 된다.


 


수많은 상식적인 유권자가 당권파의 행태에 대해 황당함을 느끼고 있고, 저런 인간들이 어떻게 진보정당을 휘두르고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 몇만 명이 몰려 들어가 당권파를 누르고 진보당 내에 상식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버리는 일이 과연 몽상에 불과할 것인가? 아니 몽상에 불과하더라도 한번쯤 시도해 볼 만한 일은 아닌가 묻고 싶다. 이렇게 버려버리기에는 진보정당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려 들어가도 당권파가 또 부정선거 해서 표를 도둑질 해 버릴거 아니냐는 걱정도 이해가 간다. 맞다. 그걸 감시하기 위해서 더욱 더 많은 상식적인 당원들이 필요한 것이다.


 


선거 부정이라는 것이 별거 없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계파별 참관인도 두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선거 과정을 당권파 소속 선관위원들에게만 맡겨 두니까 당연히 부정이 발생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다. 그 과정을 각 계파별 참관인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면 그런 부정은 생겨 날래야 생길 수가 없는 법이다. 인력이 충분하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다.


 


가카와 새누리당을 응징하고자 하는데 민주당만으로는 웬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진보당을 살려 보자.


 



 


당권파 주사 찌끄레기들을 부모죽인 웬수 보듯이 하는 진보신당 당원들도, 어금니 한 번 더 꾹 깨물고, 진보당을 살려 보자.


 


난 유시민이 좋지만, 민노당은 싫어~ 하면서 참여당원이었으면서도 진보당에 합류하지 않은 당신, 이제 팔 걷어붙이고 진보당에 몰려들어 가야 한다.


 


사회당, 청년당, 녹색당, 해적당, 기타 제3의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 거대한 진보적 대중정당의 틀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달려 들어 보자.


 


민주당은 본질적으로 보수정당이다. 협잡꾼들의 집단인 새누리당을 없애 버리고, 민주당이 보수정당으로, 진보당이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자리잡는 미래의 양당제도를 꿈꾸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진보당을 살리는 길에 힘을 합칠 시점이다.


 


똥이 잔뜩 묻어서 더러워진 진보당이지만, 그대로 버리지 말고 재활용 해보자.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권파 경기동부만 무력화 시키면 문제가 해결되나? 그 뒤에 울산, 인천, 줄줄이 서 있는 범 NL계 들은 다 어쩌라고?


 


문제를 좀 더 정확하게 보자. 지금 진보당에게 필요한 것은 경기동부 세력들, 그 사람들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게 주목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진보당 내부에 모든 계파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쟁할 수 있는 판을 짜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당원들의 지지를 통해 어떤 세력이 당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또한 공정한 경쟁의 틀이 유지된다면, 어떤 세력도 영구히 당권을 장악할 수가 없다. 사안에 따라, 시대에 따라 권력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그 모든 판단을 당원들이 내리는 정당, 이게 진정한 진보적 대중정당의 모습이다.


 


이번 기회에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겁 좀 먹지 말고, 말이다.


 


진보당, 우리들의 작은 힘들을 모아서, 고쳐서 다시 쓰자. 그럴 수 있다.


 




 


끝으로 남은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당신들은 도대체 뭘 했냐는 질문이다. 이제 막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젊은 세대들은 이런 심정이 아주 강하게 들 것이다. 만약 내가 그 입장이라 해도 당연히 원망스러울 것이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그 내막을 알면서도 전혀 고치지 못한, 고칠 엄두도 내지 못한 사람들, 나까지 포함된 그 사람들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전혀 있을 수가 없다.


 


잘못한 거다.


 


다만 변명이라면, 우리에게는 우리 시대의 아픔이 있었고, 오늘날 괴물이 되어 버린 당권파들의 모습은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 시대를 거쳐온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말뿐이다.


 



 


단지 당권파 그들은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들보다 더 앞장 서서 괴물과의 싸움에 뛰어 들었고, 그 속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괴물들이 하던 행태를 답습해오다가 마음 속까지 괴물이 되어 버린 시대의 희생자들인 것이다.


 


물론 이렇게 감상적인 문구로 그들을 쉴드 쳐주는 것으로 뭔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이 세대들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를 부탁하고는 싶다.


 


그러나 인간적인 이해만 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되었건 간에, 그들의 현재 모습에는 애초에 꿈꾸던 원대한 이상 따위는 어디론가 다 사라져 버리고, 괴물스러운 행태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행태는 뜯어고쳐야 하는 것일 뿐이다.


 


대신 그들 하나하나, 한 명 한 명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말자.


 


그들이 그들의 잘못된 모습을 깨닫고 반성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금방 바뀔 사람들 같으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싸워 오지도 못했다. 그러니, 강제로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민주적인 시스템을 건설해 나가야 된다.


 


물론 집단적으로 궤도를 이탈한 열차처럼 폭주하고 있는 세력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겨우 "민주적인 시스템" 정도로 가능하겠냐는 현실적인 우려도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주사파 또라이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교정이 불가능하고 다 쫓아내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겪어 본 사람들의 심정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사파 또라이를 넘어 더한 놈들이라 해도 나와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인격 주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그들이 잘못되었다 해서, 그들의 존재 자체, 그들의 인격 자체를 통으로 부정해 버리는 것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말살해 버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잘못된 행태와 정확히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독재와 싸우다가 괴물이 되어버린 당권파, 그 당권파들이 일으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도 또 그들과 똑같은 괴물이 되어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한 칼에 시원스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같은건 존재하지 않는다. 진중권 교수가 자랑질 삼아 얘기해서 많이 알려진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건 현실에 없다.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수많은 상식적 유권자들의 작은 힘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합리적인 이해와 행동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해결책이지만, 그것만이 고통스러운 역사의 반복을 막고, 잘못된 악순환의 고리를 영구히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우리들 한 명, 한 명의 힘이 그래서 가장 소중한 법이다.


 


힘들 내시라.


 


 



 


정치부장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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