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5. 03. 목요일

한동원

개봉일 5월 3일

좀 긴지도 모르겠다만, 어차피 종이값 잉크값 드는 것도 아닌 마당에, 필자가 꽤 좋아하는 책에서 한 구절을 인용해드리고자 한다. 읽기 싫으신 분들은 아래 적정관람료 대차대조표로 곧장 넘어가 주시면 되겠고.

자, 그럼 인용 시작.

예를 들어 우리 모두는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군인 네 명이 오솔길을 걸어간다. 수류탄 하나가 날아든다. 한 명이 그 위로 몸을 던져 폭발을 막고 나머지 세 친구들을 구한다.

이건 실화일까?

대답이 중요하다.

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속은 기분이 들 것이다. 그것은 든든한 사실감 없이는 진부한 과대선전 나부랭이, 순수한 헐리우드 영화, 그런 류의 스토리들이 다들 그렇듯 가짜가 된다.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하더라도(아마 그랬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가능한 거니까) 실제로 벌어진 일은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당신은 안다. 왜냐면 진짜 전쟁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어났다 아니다 그 자체는 상관없다. 어떤 일은 실제로 벌어졌지만 완전한 거짓말일 수 있고, 또 어떤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지만 진짜보다 더 진짜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네 명의 군인이 오솔길을 걸어간다. 수류탄 하나가 날아든다. 한 명이 그 위로 몸을 던져 폭발을 막는다. 하지만 그건 치명적인 수류탄이고, 어쨌건 모두 다 죽는다. 하지만 죽기 전, 죽은 군인 중 하나가 말한다. “대체 그딴 뻘짓은 뭣하러 하는 건데?” 투신용사가 대답한다. “이게 다 내 팔자라니까.” 다른 군인이 웃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죽는다. 이것이 전혀 일어난 적 없는 실화다.

- Tim O'Brien 『The Things They Carried』 중 「How to tell a true war story」에서 (번역은 필자)

바로 이런 의미에서 이 실화영화 또한 실화가 아니다. 조국 위해 희생하신 천안함 순국선열들의 영령 어쩌고저쩌고하던 우익들의 프로파간다가 그러했던 바로 그 원리로.

한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