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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께서는 혹시 '산은 산, 물은 물'이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또는 '돈오돈수'니, '돈오점수'니 하는 요상한 말들을 들어보았는가? 둘 다 20세기 한국 불교사에 선명한 존재감을 떨치고 떠난 스님의 입에서 나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말이다. 사실, 둘 다 그 양반이 만든 게 아니고 불교란 것이 워낙에 오래되다 보니 카피레프트가 밥 먹듯이 일어나는 동네라서 이젠 그 양반 고유의 아이덴티티처럼 여겨지는 말이 되기도 했다. 카피레프트긴 한데 저작권을 좀 찾아보자면 선종(禪宗 : 참선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중요시하는 불교의 한 종파)이란 동네에서 유독 자주 쓰이긴 했다.


선종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동네인지, 이 바닥에서 유명한 말들이 주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부처가 무엇인가? 똥 묻은 막대기다' 뭐 이런 류다. 비논리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이를 화두라 한다. 또 스님들끼리 화두를 내주며 진짜 깨달았는지 아닌지 PK를 뜨는 게 선문답이다. 선종이라는 동네는 대략 이런 짓을 하며 세월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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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기한 선종 승려들이 평생 하는 짓거리를 대략 간화선(看話禪)이라 한다. 이게 뭔지 얕은 지식으로 좀 써볼까 한다. 아, 위에 말한 그 유명한 승려의 법명은 '성철'이다.


간화선. 의역하자면, [화]두를 [간]보듯 다루는 참[선]법이다. 여기서 '다루는'이란 표현이 중요한데, 여러분이 수학의 정석을 펴놓고 골똘히 답을 구하던 그 행위. 그것이 참선에서 화두의 답을 구하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여러분들이 그러하듯 선방에 앉아있는 많은 스님들도 앉아서 딴 생각할 때가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점심 메뉴라든가...저녁 메뉴라든가...아직 속세를 끊지 못한 스님들은 옆집 첫사랑 순이 생각이라든지...이렇듯 앉아서 오랜 시간 동안 참선한다는 게 굉장히 고역스러운 일이다. 가부좌라는 자세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 아니 애초에 자세 잡기조차 쉽지가 않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를 절간에서 찍으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불상들이 깨어나자마자 처음 할 일은 다리가 저려서 주저 앉는것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정신 때문에, 중국에서 간화선이라는 보급형 또는 고급형 수행법이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간화선을 '깨달음에 이르는 가장 빠른 수행법'이라 말한다. (오오...) 진짜 그런지는 쉬쉬하면서도 말이 좀 많다.


그렇다면 간화선 이전엔 뭘로 수행했을까? 아니, 애초에 불교의 창시자이면서 온갖 민간설화의 끝판왕인 석가모니(고타마 싯다르타)는 당최 어떻게 깨달은 걸까? 이때는 '위빠사나'라는, 더 정확히 말하는 '아나빠나삿티'라는 수행법이 대세였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인도 느낌이 쎄 하다. 쉽게 말하면 '호흡관찰'이다. 석가모니도 바로 이 수행법으로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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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의 필살기 '호흡관찰'은 별거 없다. 국민체조 끝에 하던 숨쉬기 운동의 고급화라 보시면 되겠다. 그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을 고르게 반복하면서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다가, 점차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면서 명상하는 것'이다. 참 쉽죠? 가부좌만 빼면 최면요법에서 시행하는 기초적인 방법과 동일하다. 석가모니도 이렇듯 특별한 수행 없이 새벽에 별 보고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물론 그 전에 히말라야에서 수년 간 개고생하다가 죽다 살아났지만...


아무튼 위빠사나가 이러한데, 보시다시피 내면으로 가기가 졸라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깨우치지 못한 여린 제자들을 어여피 여겨 졸라 고민했고, 혜능이라는 돌아가신 지 졸라 오래된 스님이 구두로 남겼던 화두들을 정리한 것이 간화선법의 초기 모양새다. 특히 화두는 스승이 제자에게 화두를 담아 편지를 보내서 원격 수행 조종할 수 있는 용이함이 있었고, 참으로 대륙의 광활한 모양새에 딱 맞는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이윽고 우리나라엔 여말선초에 중국에서 유학한 스님들이 들고 와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근데 이 간화선의 한국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로 아직도 싸우고 있다. 한쪽에선 지눌, 한쪽에선 보우(조선 명종 때의 그 보우 아니다) 그냥 둘 다 인정하면 될 것을 불교계도 참 머리 아픈 일로 잘 싸우는 동네다. 괜히 선문답이 나온 것이 아니다.


물론, 위빠사나와 간화선이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동남아 불교계와 동북아 불교계가 "석가모니가 인증샷 찍은 위빠사나가 짱이라구!" vs "아니거든? 간화선이야말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거든??"라며 종종 토론하긴 한다. 각자의 수행법을 존중하면 되는데 요상하게 간화선하는 쪽이 위빠사나를 은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간화선이 위빠사나의 호흡법을 마스터해야 돌입할 수 있는 수행법이면서 더욱 현실과 단절된 채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어야 하기에 그것에서 나오는 자부심이라 할 수 있지만, 일종의 해병대 마인드라서 요즘엔 그렇게 말 못한다. 지금도 템플스테이 같은 곳을 가면 이 호흡법부터 가르친다. 그리고 대게는 졸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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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간화선의 핵심, 화두란 것에 대해 좀 써제껴보겠다. 일반적으로 세간에 쓰이는 화두의 뜻은 '당면한, 또는 매우 중요한 고민거리'이나, 간화선에서 말하는 화두의 뜻은 약간 다르다. 직역하자면 '말(화)보다 앞 서는 것(두)'으로써, '말이나 생각으로 정리되기 전에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그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이라 한단다. 나도 그게 뭔소린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의미불명의 비논리적인 것이 화두의 대체적인 특징인데, 간화선의 역사도 제법 오래되다 보니 절간에서 기출문제 중에서 가장 좋은 문제들만 모아보니 1,700개가 되더라 카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 기출문제집을 정리한 것을 1,700공안이라 한다. 성철만큼은 아니지만 불교계에서는 최고존엄 중 한 명인 숭산스님은 이 1,700화두에 모조리 답을 내었다고 전해진다.


이 기출문제집을 모조리 맞춰야만 "님 이제 부처"라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스승과 선문답 배틀도 승리해야 한다. 이 행위는 단순한 인증행위가 아니다. 세월이 오래된 만큼 유명해져서 너덜너덜한 화두들이 많은데, 이를테면


Q : 부처가 무엇입니까?

A : 똥 묻은 막대기다.

Q : 부처도 만나고 조사(졸라 깨달은 스님)을 만나면 어떡합니까?
A :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여라


등등이 있는데, 워낙 지방마다 구전도 잘되고 현대엔 책으로도 많이 나와서 그 답이 유포되어버렸다. 그러니 그 책들 읽어도 말짱 꽝이다. 수학 문제지를 해답지 보고 아무리 몇 권을 풀어도 시험에선 성적이 잘 안 나오는 것과 같다. 그런데, 또 이 화두란 것이 신통방통한 것이, 하나만 제대로 풀어도 나머지 1,700가지 화두들에 술술 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바닥임이 분명하다.


한편, 깨달았다고 하는 자들의 공통된 경험으로 화두를 푸는 순간 날카로운 칼이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쪼개는 듯한 체험을 한다고 카더라. 이를 '견성'(見性: 마음 닦는 공부를 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는 체험의 경지)이라 한다. 흔히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 하여 부처가 되는 필수코스 세트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화두를 붙잡고 수행하는 길이 너무 고되어, 어떤 이는 8년간 문밖을 안나섰다 카고, 어떤 이는 3년간 눕지 않고 앉아서 참선했다 카고, 어떤 이는 5년간 입을 닥쳤다고 카고, 어떤 이는 잠 안 자고 참선만 졸라게 몇 년을 했다 한다. 웃긴 것은 누가 이렇게 고행을 하는 중이라하면 꼭 라이벌 스님이 몰래 와서 진짜 그렇게 하는지 염탐했다는 일화가 하나씩 있다. 


게다가 이 비논리적인 화두라는 것이 보통의 집중력 상태에선 그냥 똥 만드는 시간 밖에 되지 않아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데, 이를 '삼매'(三昧 :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라 한다. 모 스님은 선방에 백 명 앉아있으면 삼매에 드는 놈은 개중에 한두 명이라는 돌직구를 날렸다. 삼매 한번 들면 벗어나는 게 너무도 아까워 어떤 스님은 잠을 자면서까지 삼매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이 의식 상태들을 선구자 석가모니는 이미 다 겪었기에 초기 불경에 아뢰야식 등의 용어로 정리해놨고, 많은 옛 스님들도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정리했지만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깨달았다는 스님들도 깨닫기 전까지 그 책들을 불쏘시개로 쓸 뻔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니면 화장실 휴지나...


실제로 몇몇 일화에서 완벽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삼매중간에 빠져, 평생 허우적거리며 사이비의 길로 빠지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본인이 축지법을 쓴다든지...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요런 말을 한다든지... 이런 일도 종종 있다 카더라.


이렇듯 졸라 어렵기 때문에, 최근엔 간화선에 대한 비판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게 개고생해서 지난 백 년 간 깨달은 스님이 몇 명?"이라는 질문이 제법 날카롭기에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중이긴 한데,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현대에 참선이란 것이 세계로 퍼진 이유는, 명상을 위한 최고의 방편이라 여긴 까닭이다. 사실 이 선법은 일본의 것도, 한국의 것도, 중국의 것도, 인도나 티벳의 것도 아닌, 아주 오래된 인간의 진리 탐구욕에서 시작된 행위이므로 화두는 곧 불교적이면서도 그렇지 아니할 수도 있다. 예컨대 지금은 뭐하시는지 당최 소식을 알 수도 들을 수도 물을 수도 없는 샘숭의 이건희 회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참선을 했다 카더라. 어쨌건, 독자제현께서도 간화선 따위는 스님들한테나 맡겨두고 가벼운 명상을 통해 당면한 문제들을 차분히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란다. 꽤 좋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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