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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가 하나?


지난 7월 19일 금융노조는 노조원 전체를 대상으로 총파업 쟁의회의 찬반투표를 진행하였고, 87%의 조합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95.7%의 참여자가 파업을 찬성, 9월 23일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사측은 이날 파업에 참가하는 인원을 3~4만으로, 금융노조에서는 약 9만명으로 추산하고있다.





2. 왜 하냐?


금융노조가 밝힌 두 가지 명분은 성과연봉제 저지와 관치금융 철폐다. 특히 최근 갈등을 빚고있는 부분은 성과연봉제 전면도입인데, 이는 현 정권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노동개혁정책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4월 서경금융전략포럼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보수수준은 높으면서, 생산성은 낮은 수준임으로, 반드시 성과주의가 금융산업 전반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부실대출등의 이유가 관치금융때문이지, 낮은생산성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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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링크)






3. 성과연봉제가 뭐냐?


성과연봉제라는건 기본급외로 주어지는 부가급을 개인의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라는 논의다. 연봉 = 기본급 (연공, 직급과 비례) + 부가급인데, 이 중 부가급이 차지하는 비율을 점차 늘리거나 (장기적으로는 기본급없이 100% 부가급이 될수도있다!),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부과급의 차이가 늘어나게된다.


금융위의 압박으로 국책은행 중 최초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한 산업은행을 예로 들면, 성과 연봉이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2~30%까지 늘렸고, 성과급 격차 역시 크게늘어났다. 제일 성과가 높은 직원이 낮은 직원보다 두 배 이상 가져가는 방식이다. 여기에 기본급인상율 역시 성과에 따라 최대 2%까지 차이를 둠에 따라, 같은 직급과 같은 연차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차이가 3~40%이상 날 수 있게 바뀌었다.






4.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쉬운해고에 대한 문제이다. 사측에 의해 고용계약이 종료되는 형태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따른 ‘통상해고,’ 직장질서 침해에 따른 징벌적 ‘징계해고’ 그리고 사업자측 사정에 따른 ‘정리해고’ 세 가지로 나뉘게 된다. 현행 규정상으로 이 해고의 요건들을 만족시키기란, 대단히 어렵게 되어있다.


그런데 성과제연봉제가 전면도입 되면, 이 해고가 훨씬 간편해진다.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노동자에겐 사측이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을 제공하겠지만, 사측이 판단하기에 개선여지가 없거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통상해고에 대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성과의 평가 방식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어떠한 교육훈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정권이 이를 위에서 밀어부친다면, 최초의 취지와는 전혀다른 방식으로 직원들 길들이기식 인사제도가 될 문제가 있다.


현정권은 대통령이 나서 쉬운 해고는 절대없을 것임을 선언했지만, IBK투자증권은 올 초 저성과자 퇴출 도입에 전격 노사 합의했다. 또한, 저성과자로 낙인찍히는 것 자체가, 정리해고 발생 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쓰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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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니말, 어렵다. 쉽게 예를 들어봐라


이 문제에 당사자도, 전문가도 아니라서 나는 잘 모르겠는데, 상상력만은 있으니 이를 동원해서 소설을 한 편 써보겠다.


평생 은행업무만 본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불의를 못 참고 사측에 반항하거나(송곳이란 웹툰에서처럼), 겁도없이 노조를 조직했다고 쳐보자. 그럼 성과주의를 채택한 사측은 이사람에게 온갖 규정을 들먹여 저성과자로 낙인찍은 뒤에, 한 달짜리 전산관리 업무로 재교육을 보낸다. 평생 은행업무만 한 이 직원이 만약 늦은나이에 받게된 전산관리업무 재교육을 못 따라가면, 이 사람은 순식간에 '해고를 회피하고자 재교육기회를 줬는데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짤라야하는 직원'이 되서 통상해고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정의로운 현정권이 이를 좌시할 리는 없으리란 걸 나는 믿는다. 문제는, 다음정권에 가면 입장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 멀쩡한 노동법을 냅두고 왜 이걸 정권에 대한 믿음의 문제로 만드는 건가?


이 문제를 좀 더 잘 아시는 전문가분이 계시면,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을 고쳐주시길 간청드린다. 정책이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을거다. 아마.






6. 어떻게 도입되고 있나?


성과제도입과 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취업규칙의 변경은 노동자집단의 동의를 얻어야만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현정권에서는 하향식 갈구기로 이 모든 게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을 예로 들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책은행의 성과 연봉제 도입을 촉구한 직후 직원들에게 이틀동안 개별 동의서를 받는 방식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처리시켰다. 소문에는 "회의실에다가 개기는 직원들 모아놓고 관리자가 동의서를 수거해갔다 카더라"는 흉흉한 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시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을 때라(정확히말하면 전직 산업은행 출신 임원들과 정치권이 연루된 사건인데, 애꿎은 현직들만 피봤다), 읍소리도 못하고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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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기사 원문 - (링크)


참고로, 그 전 주말 산업은행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찬반투표 여부를 묻는 투표에선 조합원 94.9%가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관련기사 링크). 금융위로부터 시작해 금융공기업들에서 강행된 성과연봉제는, 점차 민간 은행으로 확대시행 될 예정이다. 일관된 하향식 갈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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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


금융노조에 따르면 차기 KB기업금융과 기업은행 행장으로 각각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거론된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박근혜정권동안 무려 204명에 달하는 낙하산인사가 금융권 주요임원에 배치되어 관치금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세월호사태 이후, 관피아 척결을 주장해온 박대통령은 기재부 등에서 오래 일해온 관료들의 민간기업 진출을 억제하며 생긴 빈자리를, 자신의 측근과 정치인 출신들로 메꾸고 있는 모양새다. 전자는 최소한의 전문성이라도 갖췄던 반면, 후자는 최경환 의원들의 측근 인사에서 드러나듯 오로지 해 쳐먹기식 인사가 되고있다. 이런 정치와 비리가 만연한 환경에서 성과제를 억지로 시행하면 무엇이 중요한 잣대가 될까. 혹시, 충성심?


이래 놓고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부실대출 사태가 벌어지니, 의사결정에 참여한 측근들에 대한 죄는 덮어놓고, 현직에 있는 은행권 실무자들에게만 고통분담을 강요한다. 이는 길들이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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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기사 원문 - (링크)






8. 파업, 혹시 불법아니냐?


파업 자체는 합법이다. 오래전부터 신고를 하고, 이에 대한 홍보 안내가 여러곳에 붙어 있었다.


불법행위가 있다면, 이를 막기 위해 하향식 갈구기를 시행하는 사측과 정부쪽에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부터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개별직원들의 파업불참을 설득해줄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모 은행에서는 파업불참에 동의하지않으면 퇴근을 안시켜서 원천적으로 파업을 막는 꼼수까지 부렸다. 이러한 정부와 사측의 파업방해는 불법으로, 금융노조가 임종룡 위원장을 검찰 고소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각 은행지점장들은 개별직원을 불러다가 파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설득하고 있다 하고, 금융위에서는 정상업무가 진행되는지를 보기위한 명분으로 각 은행을 방문하기도 한단다. 참 일괄된 모습이다.


이러한 사정속에, 금융노조가 나서서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들의 명분과 노동자로서의 입장을 고려하신다면, 독자분들께서는 하루동안 지점에 가셔서 다소 불편을 겪으셨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린다.


현 정권에서는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귀족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라 주장한다. 뭐 맞을 수도 있겠다. 근데, 이들이 지키려는 기득권을 뺏어가려는 대상은 바로 현 정권과 사측이다. 낙하산인사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그 기득권이라는 것, 사실은 노동자 모두가 가져야 할 권리들이다. 편가르기에 현혹되지 말고, 따뜻한 격려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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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퐈


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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