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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살다보면 그런 게 궁금할 때가 있다. 동물 간의 궁합 말이다. 


닭띠와 쥐띠는 궁합이 어떨까? 


서로 사랑할까? 싫어할까? 아니면 배신을 때릴까? 


오늘 할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런 게 난 왜 궁금할까? 


오늘은 그냥 대학 시절 동아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소속된 동아리에서 회장 선거가 있었다. 하나는 닭띠인 여자 선배인데 휴학을 여러 번해서 늦게 회장 선거에 나왔고, 한 명은 쥐띠인 남자 후배였는데 이 새끼가 우리 동아리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로 출마해서 먼저 동아리 회장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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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자 후배 새끼가 회장을 하면서 여자 선배를 많이 갈궜다. OT 때나 MT 때도 소외시키고, 동아리 간부 자리도 여자 선배와 친한 사람들은 모두 배제시켰다. 급기야 여자 선배가 열 받아서 자기랑 친한 애들한테 비슷한 목표를 가진 동아리도 만들라고 하고 막 그랬다. 


그런 와중에 쥐띠 후배 새끼가 자신이 내세운 경영마인드 도입이 회원 수 7% 증가, 학교 동아리 서열 4위, 한 해 운영비 7,000만원 확보를 목표로 한다며 공약을 구체화했는데, 7, 4, 7은 개뿔, 회원 수, 동아리 서열, 운영비 모두 줄어들게 만들고 임기 종료를 앞둔다. 


아니나 다를까, 쥐띠 후배가 동아리로 받아온 협찬품들이 하나같이 구렸음이 밝혀지고, 굳이 다른 학교 가서 우리 동아리 회원이 될 수 있는 학생들을 확보하겠다더니 지네끼리 술만 쳐먹고 왔다든가, 뭐 이런 일들이 막 드러나 버렸다. 


결국 내가 소속되어 있던 비주류의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는데, 동아리 비주류가 회장이 되면 쥐띠 후배는 진짜 좆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다. 그 때 우리가 밀었던 비주류 대표는 법대 출신이었기에 아는 것도 많았고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선배였다. 쥐띠 후배 입장에서는 졸라 미운 닭띠 선배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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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기타 여러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닭띠 선배가 다시 회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쥐띠 새끼가 닭띠 선배가 하는 일에 대해서 몰래 애들을 시켜 방해도 하고, 이상한 소문도 만들어 퍼뜨리고 막 그런 것이다. 이에 열 받은 닭띠 선배는 쥐때 후배 새끼가 회장할 때 협찬줬던 사람들을 검찰한테 고발했다. 


참 아련한 옛날이야기다.


(노숙 생활이 길어지다보니 인간관계가 거의 없다시피한 필자는) 그 때 있었던 동아리 회장끼리의 관계를 친한 관계라고 해야 하나 원수 관계라고 해야 하나 지금도 잘 모르겠다. 또한 검찰에 고발한 게 우연히 발견한 협찬 비리 때문인지, 아니면 계획을 짜서 조사를 의뢰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검찰 관련해서 글을 쓰다가 왜 옛날 생각이 났던 건지도 잘 모르겠다. 나처럼 노숙자로 살고 있지 않는 독자 여러분들이 더 잘 판단하실 수 있지 않을까한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롯데 그룹 관련 비리는 검찰이 조사하다보니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총선 패배 이후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찰을 지휘하게 되면서 대우조선해양과 롯데 그룹처럼 전 정권 아래에서 생긴 비리 문제를 파헤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지 절대 기획된 움직임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물론 그 와중에 홍만표와 진경준 검사장 비리 문제, 어버이 연합과 같은 소소한 사건들이 묻히게 된 것은 워낙 사건 자체의 무게가 떨어져서 그렇지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나 롯데그룹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다시 한 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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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는 진짜로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 쓴 적이 있었지만 우병우와 조선일보의 싸움 역시 수많은 억측을 뒤로하고 진정 언론 개혁을 위해 노력하다보니 일어났다는 것이 조선일보 사태 이후 방상훈 사장님이 기자들한데 보낸 문자에서도 나타난다. 


회사는 앞으로 해외 출장을 포함해 모든 취재에 들어가는 경비를 회사에서 지원하겠습니다. 취재원들과 만나서 식사할 때 들어가는 우리 기자의 비용은 물론 취재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회사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입니다.


신문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비판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시시비비와 불편부당의 정신은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조선일보 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 새로운 각오로 다시 달려 나갑시다. 


사장 방상훈



역대 정부 어느 누구도 조선일보 사장이 저런 각오를 하게 만든 적은 없었다. 


지금 김형준 부장 검사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것 역시 참 스케일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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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뉴시스


김형준 부장 검사 이야기에는 전관예우나 부당한 판결조차도 없다. 그냥 찌질하게 부탁하다가 자기만 살겠다고 빠져나가는 그런 이야기이다. 씨바, 노숙자인 나도 그러지는 않겠다. 적어도 뭔가 큰 그림이 있어야 검찰인데... 


여튼 이렇게 저렇게 검찰이 사고를 치다보니 또 검찰 개혁을 위한 여러 방안들이 여의도에서 나오고 있다. 내가 여의도에서 노숙하다보니 늘 들어왔던 레파토리여서 그렇게 새로울 건 없지만 간단히 정리해보겠다.


일단 검찰이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보자. 내가 나쁜 짓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 조사는 경찰이 한다. 그래서 내가 나쁜 짓을 했으면 경찰은 검찰한테 꼰지른다. 그러면 검찰은 내 잘못에 대해서 재판을 할지 안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죄가 있어도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기소편의권, 검사가 아니고는 기소할 수 없는 기소독점권.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집단이 검사들이다. 여기다가 경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과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권 등을 전부 검찰이 가지고 있다. 


요즘 내가 노숙하는 동네에 있는 국회에서는 국정감사라는 것을 한다. 국회의원들이 하는 걸 보면 왜 저렇게 병신들이지 싶지만 사실 국회는 자료 요구권만 있지 조사권이나 압수수색 같은 것을 못한다. 그리고 그 자료 요구권도 정부 기관에만 가능하지 민간에게는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허위 자료를 제출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고, 자료 요구 했는데 안 주면 없어서 못 주는 건지, 있는데 안 주는 건지 조차도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괜히 책상만 치고 소리만 지르지, 뭐 밝혀내는 건 그닥인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자료도 압수수색해, 조사도 할 수 있어, 거기다가 기소도 할 수 있다. 얼마나 어마어마한가?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될 당시 '검찰 파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개혁에 나선 최초의 정부는 노무현 정부로 기억한다. 2007년 형사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고, 검사의 잘못된 불기소 처분을 법원이 보완하는 재정신청도 확대했다. 그러나 그 노력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굳이 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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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 시절부터 시작해서 나온 이야기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도입이다. 검찰이나 대통령 직속기관이 아닌 독립기관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에 들어가는 넘들도 검찰 출신일 것인 데다 공수처에서 사고 치면 검찰이 조사하고 검찰 사고는 공수처가 조사하는, 잘못하면 맨날 둘 다 조사하고 기소하는 난리 블루스가 펼쳐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쪽에서는 미국이나 독일 검찰처럼 직접 수사는 하지 않고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공소 제기·유지만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다. 뭐 그러면 경찰의 수사 능력을 믿어야 하는데 이게 또 지랄 맞은 조건이다. 거기다가 참여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은 가관도 아니었다.  


그랬더니 다른 쪽에서는 미국처럼 '검사장 주민 직선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교육감 선거처럼,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선거로 뽑자는 것이다. 이 안에 대해서는 동네 오피니언 리더들과 방귀 좀 뀌시는 분들만 노가 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 


자, 내가 노숙을 하다보니 인생이 비관적이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완벽한 제도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도보다 문화의 문제가 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 사고치는 인간들은 20대 초반에 사시에 합격해서 어린 나이부터 각급 기관장과 주변에서 '영감'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온 인간들이다. 이들이 타인에 대한 이해 혹은 공감, 정의감, 이런 걸 가질 기회는 있었을까? 혹은 누군가가 당신의 삶의 방식이 틀렸다거나 당신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를 가져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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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적 성숙, 어쩌면 그들에게는 그걸 위해 매진할 기회도 계기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일본에는 왜 전관예우가 없을까? 제도가 훌륭해서? 아니다. 그들은 검사가 옷을 벗고 변호사를 하는 경우가 없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아니다. 쪽팔리기 떄문이다. 범죄인을 잡는 사람이 범죄인을 변호하는 따위의 일을 하지 않겠다는 '자존심' 때문이다. 일전에 대한변협에서 전관예우를 금지하기 위해 검사와 판사가 변호사가 되지 않고 평생 검사와 판사만 하게 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물론 헌법에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 소원이 발생할 방안이다. 하지만 그런 제안 이전에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자존심이,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직업의식이,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맨날 노숙만 하면서 바라보는 검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씨바, 쪽팔린 줄 알아라'이다. 


다음에는 건전한 기업인이 한국 체육 사업 발전을 위한 재단에 기부했다는데 언론은 난리를 치고 있는, K스포츠와 미르재단 얘기를 좀 해보겠다.  





지난 기사


1. 홍만표에서 롯데 신동빈 회장까지





여의도 노숙자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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