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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7. 25. 목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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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입에 뭔가를 자꾸 집어넣으려고 하지요. 요즘 아이들은 장난간이라든지 과자라든지 동화책을 입에 넣으려고 하지만 저는 풀을 입에 달고 자랐습니다. 


기억은 6살 무렵부터 있지만 이전에도 밖으로 나돌았다고 하데요. 지금도 엄마의 하소연곡 10절중 3절 즈음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학교만 댕겨 오면 책 한 자 볼 생각은 안하고 가방은 마루캉에 탁! 내 던지고 어딜 그렇게 쏘다녀. 진작에 공부라는 것은 글렀구나 생각했었어.”


학교 공부야 진작에 글렀긴 했지만 산과 들, 바다와 강을 쏘다니며 배운 것들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천에 놀 것과 먹을 것이 그리도 많은데 책은 무슨...

 

어릴 때 점빵에 먹을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50원짜리 아폴로라든지 쫀쫀이라든지 싸구려 젤리 같은 것들이 많기는 했지만 돈도 없었을 뿐더러 입맛에 영 맞질 않아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4학년 즈음이던가, 치토스가 나오기 전까진 점빵 군것질을 그닥 많이 하진 않았던 것 같군요. 치토스에 완전 꽂혀서 차비를 털어 치토스를 사들고 걸어 다녔던 기억도... ㅎㅎ

 

치토스.jpg

 

무튼 치토스가 등장하기 전까진 계절마다 다채로운 풀과 야생 열매들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들이 대부분 향초, 즉 허브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허브라 하면 애플민트, 페퍼민트, 레몬밤, 라벤더, 로즈마리, 바질 등 서양에서 들여온 상큼 향기로운 풀들로 인식하고 있지만 허브를 향초라고 넓게 정의한다면 이 땅의 산과 들에도 수많은 허브들이 자생하고 있으며 허브와 비슷한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시야를 넓혀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봄이 되면 지천에 피어나는 모든 새순들은 먹어도 무방합니다. 독초라 하는 것들도 새순에는 독이 없습니다. 풀숲에 들어갔을 때 가장 많은 상처를 내고 다 자랐을 때 독을 품게 되는 한삼덩굴도 어린 순은 연하고 상큼합니다.

 

한삼덩굴.jpg

<한삼덩굴>

 

한 선배의 아버지는 봄이되면 새순으로 올라오는 풀들을 가리지 않고 뜯어다 솥에 넣고 삶아 그 물을 마셨다더군요.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몸보신 일테지만 인삼, 산삼 보다 더 좋은, 순하디 순한 양기이지 않을까 싶네요.

 

어린 것들 입맛은 달고 신 것이 좋기 마련. 한삼덩굴 같은 것을 찾아 먹고 다니진 않았습니다. 봄이면 삘기를 찾아 다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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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기>

 

삘기는 띠의 새순입니다. 제사 지낼 때 사용하는 그 때풀 말이죠. 대단한 촌놈이 아니더라도 봄날 촌놈들과 어울려 본 기억이 있으신 분들은 대부분 이 삘기를 뽑아 먹었을 것입니다. 부드럽고 오래 씹으면 쫀득쫀득 한데다 달착지근해서 애고 어른이고 이것 먹는 것을 좋아했었죠. 봄철 샐러드에 몇 가닥 뽑아 넣으면 색도 예쁘고 맛도 좋으니 훌륭한 식재료로 활용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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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루쟁이>


어릴 때 그저 신풀이라고 불렀던 소루쟁이는 어딜가나 피어 있는 흔하디 흔한 풀입니다. 여기서 잠깐 옆길로 새자면 저는 풀들의 이름을 모릅니다. 글을 쓰자니 풀들의 이름을 알아야겠어서 식물도감 류의 책들을 찾아보고 나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삼덩굴이란 이름도 그저 다치는 풀이라고 불렀습니다. 가령 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

 

“그 다치는 풀 있잖냐”


“다치는 풀. 억새?”


“아니. 넝쿨. 쓸리는 그거”


“아... 거시기 그거”


“그려. 그거”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소루쟁이는 신풀이라고 부르거나 ‘방죽두렁에 난 씨 많은 그 풀’이라 불렀고 앞으로 이야기 할 까마중은 먹딸기, 꺼멍열매라고 불렀습니다. 이도 저도 이름을 모르면 ‘봄에 느그집 변소 옆에 피던 그거’(산수유), ‘은실이 누나네 집 앞에 열린 열매’(무화과)등으로 불러왔고 이름을 알고 있는 지금도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은 이런 식입니다.

 

다시 소루쟁이로 돌아가서 한국 사람들은 시큼한 풀 보다는 쌉싸름한 풀을 좋아해서 그런지 소루쟁이 같은 풀로 나물을 해 먹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큼한 나물... 별로 어울리진 않네요. 하지만 시절이 변해 이런 새콤한 풀을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레몬밤이나 애플민트처럼 조금 단 맛이 나고 신 맛이 나는 소루쟁이를 맛나다고 물고 다니면 염생이 새끼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죠. 샐러드에 매우 잘 어울릴 듯 합니다. 너무 어린 것은 풋내만 나니 어느 정도 자란 것이 좋습니다. 너무 자란 것은 억새구요.


근대 잎보다 조금 작을 때 뜯어와 샐러드에 활용해 본다면 좋게 될 것 같습니다. 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싱아도 씹으면 새콤한 맛이 쪽쪽 나오는 새콤이의 대표 선수죠. 이른 봄에 나는 궁궁이, 쑥, 개구리밥, 보리싹, 냉이 등도 생으로 먹기에 아주 좋은 야생 향초들입니다.

 

봄이 짙어지면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꽃을 따먹어야죠. 우선 매화, 살구꽃, 이화 등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무엇보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아카시아 꽃이죠. 아카시아 꽃은 만화에서 생선을 먹듯이 끝을 잡고 후루룩 훑어 먹었었는데. ㅋㅋ 꽃에 꿀이 많은 아카시아는 정말 달고 맛있어서 하루종일 기린처럼 물고 다녔습니다. 근데 지금은 왜 맛이 없을까요.


TV나 책을 보면 화전을 해 먹었다고 하잖아요? 진달래나 매화로... 어불성설. 농사짓느라 정신 없이 바쁜데 그런 짓 하고 있을 양반들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양반들이나 하던 고매한 화전놀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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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필 무렵이 되면 할머니나 엄마 아빤 철쭉은 절대로 따먹지 말라는 주의를 주며 들로 내보냈습니다. 은방울꽃 같은 것은 주변에 피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시킬 꽃은 철쭉 뿐이었죠.


철쭉꽃은 배탈과 구토를 일으키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준 것이었고 나머진 모두 따먹어도 무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찔레꽃 향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찔레 순은 두릅과 비슷한 맛이 나고 꽃은 매화와 비슷해서 가니시로 활용하거나 말려 차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가을이 되면 찔레 열매가 열리는데 새콤달콤 하니 그냥저냥 먹을만 하지만 가을에 찔레열매 말고도 먹을 열매들이 지천이어서 잘 먹진 않았습니다.


이 무렵 고사리도 나고 달래도 나고 미나리도 맛이 좋을 때입니다. 비가 오면 죽순이 고개를 들기도 하죠. 씀바귀, 꼬들빼기, 민들레, 질경이 등 쌉쌀한 나물거리들도 풍부할 때입니다. 이런 새순들은 삶아 나물로 해 먹어도 좋고 생으로 먹어도 쌉쌀하니 입맛을 돋우기 좋습니다.

 

초여름이 되면 풀들은 웃자라고 억새지고 독을 품게 됩니다. 이즈음부터 마을 저수지로 물놀이를 하러 가기 시작합니다. 저수지 주변에 클로버꽃들이 피기 시작하네요. 그 꽃으로 은실이 누나에게 반지도 만들어 끼워주고 목걸이도 만들어 끼워줬더만. 젠장. 연하는 눈에 들지도 않았던거야 엉?!!


클로버나 뜯어 먹어야지. 토끼풀이라고 불렀던 클로버는 사람도 먹을 수 있습니다. 클로버 밭에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으며 사랑만 꽃피우지 말고 뜯어서 샐러드로도 드셔 보시라능. 토끼들이 입맛이 까다로운데 입맛 까다로운 토끼도 맛있게 먹는 클로버. 보기에도 보들보들하게 생겼잖습니까. 매우 부드럽고 연해서 식감이 아주 좋습니다.

 

 까마중~1.JPG

<까마중>

 

수영을 하고 나면 배도 고프고 기운도 딸립니다. 뭘 찾아 먹어야죠. 물 속에는 마름이 있고 물 밖에는 까마중이 있습니다. 마름은 도통 먹을거리가 없다 싶을 때 까먹었고 보통 까마중을 따먹었죠. 삘기처럼 대표적인 어린이 식품이죠. 이거 한 번 안 먹어 본 촌놈 없을 겁니다.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까마중은 분명 토마토의 아주 먼 조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끈매끈한 표면과 툭툭 터지는 식감이라던지 씨를 감싸고 있는 미끈거리는 그 것과 달콤새콤한 맛이 토마토와 매우 비슷합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 까마중을 재배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 위대한 열매를 재배하지 않았던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죠. 열매가 작고 수확량이 적은데다 잘 물러 보관과 유통이 어려울 듯한데 어떻게 극복했을지 궁금합니다.

앵두, 딸기와 더불어 초여름 가장 달콤한 열매 까마중을 음식에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초여름이 되면 밭에는 오이, 토마토, 풋고추, 머위, 비름 등 열거 할 수 없이 많은 향초들이 싱싱하게 자라납니다.

이 초여름에 '마늘'이 나오게 됩니다. 향신료의 마에스트로, 향신료의 커멘드센터, 향신료의 마이클 조던, 무하마드 알리, 케인 벨라스케즈, 향신료의 김어준인 마늘은 향신료 2편에서 우리들이 가장 많이 먹는 향신료인 생강, 파, 갓, 양파, 후추 등과 함께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장마가 지나고 한여름이 되면 어린 것들의 보릿고개가 됩니다. 산과 들에는 먹을 것이 없습니다. 밭에만 먹을 것이 있지요. 엄마가 주는 수박이나 참외, 옥수수를 먹든지 서리를 해야겠지요. 네. 서리의 계절입니다.


밤이 내리면 수박밭, 참외밭을 닭새끼마냥 허적거리고 다녀 밭 주인들로부터 “제발 낮에 와서 그냥 달라고 해라. 밟어 이까려 수박이고 참외고 다 죽이지 말고” 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게릴라로 돌변하게 되지요. 그런 소리 듣고 낮에 가서 뻘쭘하게 "수박주세요." 라고 말하겠습니까. 사자가 배고프다고 풀 뜯어 먹는 거 봤어??


이 즈음. 육식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뜯어 먹을 풀이 없으니 고기를 먹어야죠. 수영하기 전에 운동삼아 뱀, 개구리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말려 둡니다. 수영을 하고 돌아와 보면 꼬들꼬들하게 말라있죠. 불을 피우고 이것들을 구워 소금 찍어 먹었습니다. 아~~. 이런 짓도 어릴 때나 했지 대가리 굵어지고 나선 수영을 마치고 닭과 개를 잡아 먹었습니다. 여름은 육식을 강요합니다.


물놀이.jpg


가을이 되면 다시 순한 초식동물이 됩니다. 가장 신나는 계절이죠. 모든 이에게 아마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논과 밭에선 추수가 한창이고 어린 것들은 산을 누빕니다. 달고 고소하고 새콤한 열매들이 산에 가득하고 맛있는 버섯들도 많이 피어 납니다. 이때는 엄마도 밖으로 나도는 걸 나무라지 않았는데요, 산에서 밤과 도토리, 호두를 주어오고 버섯들도 한 부대씩 따왔으니 나무랄 일이 아니었죠.


산에는 맛있는 열매들도 많았습니다. 시고 떫었지만 어쩐지 자꾸 손이가는 똘배, 밍숭맹숭 달착지근한 개불알, 늦가을이 되면 더 없이 맛있는 고욥(고욥이란 말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니불알 이었습니다), 블루베리를 맛보고 가소롭다 여기며 떠올렸던 정금나무열매(이것도 이름을 몰랐습니다... 꿩밥이라고 불렀는데) 등이 지천에 널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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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


이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이 정금나무열매 였습니다. 꿩밥. 블루베리와 모양이 매우 흡사하죠. 맛도 흡사 비슷하지만 블루베리는 정금에 비해 맛이 밍숭맹숭해서 가소롭다 여겼던 것입니다. 정금은 시고 단 맛이 매우 강해서 아로니아진에 버금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네.


작은 씨앗이 과일 안에 들어 있지만 딸기 씨 정도의 느낌 뿐이어서 먹는데 이물감은 없습니다. 쨈까지 만들긴 어렵겠지만 블루베리 대용으로 제빵, 제과에 사용해 본다거나 샐러드의 고명으로 이용하면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향기와 맛을 가진 야생 산야초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풀어 보았습니다. 어린 것의 입맛이어서 달고 새콤한 것들 위주였지만 매콤한 구기자나 도저히 시어서 먹지 못했던 탱자, 떫었던 산사열매, 나름 괜찮았던 솔잎 등도 좋은 식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안가의 낮은 산지에서 유년시절을 보내 더덕이나 산삼을 찾아내는 방법이라든지 고산지역에 자생하는 다양한 야생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내륙산간에 살고 계시거나 유년시절을 보내셨던 분들은 다양한 이야기들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 백날 해봐야 씨도 안 먹히는 소리란 거 잘 압니다. 어려서 먹어 봤거나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래, 그렇지’하고 고개라도 끄덕일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바로 내 옆에 있거나 시장과 마트에 나와야만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것이지 산과 들에 지천이라도 뭐가 뭔지 몰라서 못 먹고 마는 것이죠.


<한국의 허브>, <한국의 산야초>, <우리몸에 좋은 나물 대사전> 등의 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책들은 백과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실용서가 아닌 기록물. 책을 못 써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책에 나와 있는 풀들을 찾아 나설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은 생각과 입에 넣어 맛을 볼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의 우려가 여전함에도 계속해서 써 나가는 이유는 ‘그래도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얼마든지 활용하고 키워 볼만한 풀들이 산과 들에 지천인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 까막눈이어서야 되겠나 싶어서입니다.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유기농을 대안으로 많이들 이야기 하는데요, 농지가 아닌 산과 들, 강가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농업의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마당 한 귀퉁이에 궁궁이가 올라와 있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궁궁이.jpg


“엄마 이거 뭔지 알어?”


“몰라”


“왜 몰라. 이런 거 안 먹고 살았어?”


“그 전이야 수태 그런 것만 먹고 살었지. 왜 안 먹어.”


“근데 왜 몰라”


“그런 거 이름 알고 먹나. 때되면 나는 거 뜯어 먹고 살었지. 궁둥이라든가 뭐시라든가”


“궁둥이가 아니라 궁궁이 흐흐흐”


“흐흐흐 그려 궁궁이. 배고프고 먹을 것 없을 때나 그런 것 먹었지 지금이야 천지가 먹을 것인디 뭣허러 그런 것을 먹것냐”

 

그렇습니다. 천지가 먹을 것인 세상입니다. 근천 떨며 이런 것을 찾아 먹지 않아도 먹을 것은 차고 넘치는 세상이죠. 그런데 새로운 먹을 거리도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허브, 라임, 망고, 키위...≒ 향초, 탱자(유자), 으름, 다래...


어쩐지 수상하지 않나요??? 물론 라임과 허브가 반드시 필요한 칵테일이나 음식이 있죠. 인정은 합니다만 마트의 값 비싼 신선야채코너에 납득이 가지 않는 가격이 매겨져 자리한 이런 풀들의 값어치를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주정부리듯 궁시렁대 봅니다.

 

허브에 대한 좋았던 기억도 꺼내 볼까요? 후배놈이 서울에 한 번 오라데요. 술 한 잔 산다면서. 그래서 오냐. 가마. 어디로 가냐고 했더니 가로수길로 오랍디다. 가로수길이라고 해서 가로수가 울창한 줄 알았어!! 지미. 무튼 가로수길에 갔더니 어디 이상한 클럽으로 대꾸 가데요. 


가로수길.jpg

상상 속 가로수길


제가 생긴 것부터 입는 것까지 상당히 촌스럽습니다. 데꾸간 클럽은 클럽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매우 세련되게 트는 곳이었는데 물이 아주 좋더라구요. 조명이 아주 밝아서 물이 레알 좋아야만 그곳에 얼굴을 들이밀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후배 말로는 유명한 클럽이라는데 이름을 모르겠어요. 알만한 사람은 알 것도 같습니다.


유명한 이유는 음악도 좋았지만 물이 좋아서지 않았겠나... 그런 곳에서 뻘쭘하게 앉아 있는데 후배놈이 칵테일을 하나 시켜 줍디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매우 맛있더라구요. 유리컵 바닥에 애플민트를 넉넉하게 깔고 술과 음료를 부어넣고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대더니 사과를 얇게 썰어 위에 올리고 얼음을 몇 개 띄워 주더군요. 햐~ 셰끼야 이거 졸 맛있다. 한 잔 더 먹자. 석 잔을 맥주 먹듯 마셨습니다.


그렇게 마시다 휙 둘러 봤더니 넘들은 새 물 먹듯 홀짝거리데요. 그래서 야 이거 비싸냐?고 물었다 턱이 잠깐 빠진 것 같았죠. 홀짝거리는 이유가 비싸서냐고 물었다 잠깐 쪽팔렸습니다. 석 잔 비우고 밖으로 나와 개고기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칵테일의 맛이 너무 훌륭해서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허브를 비아냥거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들풀로도 멋진 칵테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앞에서 샐러드를 많이 언급했으니 샐러드 드레싱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드레싱을 레시피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말고,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의 맛으로만 인식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드레싱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드레싱.jpg


드레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료, 자신이 좋아하는 맛과 향으로 만들면 됩니다. 저는 고소하면서 새콤하고 짭짜롬하면서 매콤한데다 단 맛이 뒷 맛으로 남는 드레싱이 좋습니다.

 

고소,새콤,짭짤,매콤,달달.

 

이 맛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몇 가지 만들어 보죠. 믹서기에 땅콩이 들어있는 땅콩 버터를 한 숟갈 넣고 버터를 녹일 수 있는 올리브유를 조금 넣습니다. 사과 식초나 발사믹 식초를 조금 넣습니다. 진간장을 조금 넣어 간과 향을 더하고 꿀을 약간 넣고 믹서기를 돌립니다. 농도가 좀 더 걸죽했으면 좋겠다 싶으면 계란 흰자 한 알 분량을 넣고 다시 믹서기를 돌립니다. 계란 흰자는 올리브유와 만나 마요네즈화 됩니다. 걸죽해진 드레싱에 매콤한 맛을 더하기 위해 매우 거칠게 간 후추를 넉넉히 넣고 잘 저어줍니다. 뿌려 먹기보단 찍어 먹기에 좋은 드레싱입니다. 오이, 소시지, 구운 고기, 토마토 등을 찍어 먹기에 좋습니다.


이 맛을 조금 깔끔하게 뿌려 먹을 수 있는 드레싱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국그릇 정도 크기의 그릇에 레몬즙, 와사비, 꿀 , 조개젓국 조금을 넣고 잘 저어 줍니다.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참기름을 넣거나, 참기름의 향이 너무 강해서 모든 맛을 잡아 먹는다 싶으면 해바라기 유를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해주세요.


기름을 나중에 넣은 이유는 앞선 재료는 섞이지 않는 재료들이기 때문에 섞일 수 있는 재료들을 먼저 섞어주고 나중에 기름을 넣은 것입니다. 여기에 박하잎을 잘게 다져 넣어주면 박하향이 향긋한 드레싱이 완성됩니다.


이 외에도 얼마든지 다양한 재료들로 고소, 새콤, 짭짤, 매콤, 달달한 드레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들깨, 참깨를 넣거나, 탱자즙을 넣거나, 까나리 액젓을 넣거나, 달래나 고춧가루를 넣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다양한 과일들의 즙을 혼합하면 본인이 원하는 맛의 드레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엄마들이 양념장 만들 때 무슨 공식이 있던가요? 달래 나올 땐 달래를 넣고, 부추가 나올 때는 부추를 다져 넣고, 맵게 먹고 싶으면 청양고추를 넣는 식이지 않던가요? 오리엔탈 드레싱이니, 할리페뇨 드레싱이니, 와사비페퍼 드레싱이니 하는 아리송한 이름에 쫄거나 반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음식은 이름이 아니라 맛입니다.

 

이 글을 빌어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요즘은 여가 시간도 많아지고 먹는 것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많은 분들이 산과 들을 찾아 산야초들을 채취해 가십니다. 이 때 한 가지 유념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본인과 본인의 가족이 드실 수 있을 정도만 채취해 가시길 바랍니다. 


나물채취.JPG

보고 배워라 응?


아무리 니 것 내 것 구분 없이 산과 들에 피어난 것이라지만 현지에서 코를 박고 살아가는 주민들에겐 그것들이 한 편의 생계수단일 수 있습니다. 노인네들이 고사리를 꺾거나 버섯을 따러 산에 올라가 허탕을 치고 내려와 헛웃음을 비추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밤이나 도토리를 주워가지 말라는 말 끝에 싸움이 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근천떠는 짓입니다. 적당한 양을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Ath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