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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9. 03. 화요일

독투불패 chan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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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맨날 와서 소리 없이 글만 읽다가 왜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딴지에 쓰고 있는지 대체 나도 이해는 잘 안 가지만 올해 초에 애 낳고 허리, 손목, 발목 멀쩡한 데가 없는 초보 애 엄마가 애 자는 틈에 쓰는 거니까 이야기가 허접해도 좀 봐주길 바래.


아마 산부인과 의느님 이야기를 보면서 필 받았나봐... 제목은 사실 떡밥이고 어쩌다 보니 프랑스라는 타지에 굴러들어와 살다가 애 낳고 키우게 된 거고 여기서는 프랑스에서 임신과 출산 글고 반응 봐서 육아까지 어떻게 이루어지나를 내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 볼게.


목표 달성을 위해 남편과 밤낮 없이 일한 결과 임신테스트기에 드디어 어느날 임신이란 파란줄이 뜨고 확인사살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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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성인여성은 별 일 없어도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지만(6개월마다가 권장사항이던데) 프랑스에 도착하여 만난 첫 번째 동네 부인과 여자 선생님의 무지막지한 손꼬락에 멘붕이 되어(왜 농장에서 암소가 임신을 하면 사육사 아저씨가 거기에 팔꿈치까지 오는 장갑끼고 팔을 쑥 넣어 문제있나 살피잖아... 내가 그 암소가 된 기분이었어 ㄷㄷㄷ) 내 절대 이 나라에선 부인과를 안 가리 맘 먹고 한국에 일 년에 한 번 꼴로 들르게 될 때마다 검진을 받고는 했는데 이번엔 별 도리가 없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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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부인과 개업의 리스트를 뒤지다 드디어 맘에 드는 이름을 집 근처서 발견. 의사 이름을 열심히 본 건 일단 여자 의사를 찾기 위해, 그리고 지난번 의사 선생 성이 동구권 출신스런 성이라서 이번엔 프랑스스러운 성을 찾겠노라 결심했기 때문이지(지금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게 여자 선생님이 결혼해서 성을 바꾸었을 수도 있는 거인데 ㅋ 글고 낭중에 애 낳고 아기 설소대수술 땜에 만난 이비인후과 선생이 내가 찾은 이 여자 선생님과 성이 같아

알고 보니 둘이 이혼한 사이... 실수할 뻔 했다는).


다행히 친절해 보이는 여자 선생님이 친절하게 이야기 듣고 상담해 주셨지. 손가락도 친절하시고. 그리고 어디서 애 낳을 거냐고 물어보셨지. 동네 개업의들은 애 낳는 시설도 엄꼬 부인과 의사들도 일반 진료만 보는 의사와 출산 및 관련 수술을 하는 의사로 나뉘더라고. 아직 안정했다고 하니까 가능하면 빨리 정해서 애 낳을 곳에서 계속 follow up 하는 게 좋다며 그때까지는 매달 자기 한테 진료 받으러 와도 된다며 초음파와 몇 가지 피검사 처방전을 써주셨지.

 

여기는 이렇게 처방전을 받아서 근처 피검사 lab과(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개인병원 같이 생긴데서 피 뽑는 거임. 여기서 채취한 후 다시 큰 연구소로 샘플을 보내 결과를 받아 전달) 초음파 진단센터 따로따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거지.

 

엄청 번거로워 보이지만... 그런 이유에서인지 한 건물에 여러 개업의들과 피검사 센터가 같이 입주해서 예약 처리하는 리셉션도 공동으로 되어 있는 그런 데가 많고 초음파 센터도 보통 병원들 많은 곳 근처나 유동 인구 많은 그런 곳에들 있더라고.

 

같은 건물에서 바로 피검사 받고 며칠 후 결과를 찾으러 오면 되고 A선생에게도 바로 결과를 보낸다고 하더군.

초음파 센터는 맞은 편 건물이라 직접 가서 예약하고 예약한 날 가서 보았지. 의무 초음파는 아니고, 혹시나 수정란이 착상은 잘 되었나 확인하는 초음파라 했는데 그래도 형상은 제법 갖추고 있더군. 임신 한 달인가 되는 시점이었던 거 같은데 말발굽 소리 같이 뛰는 심장 소리도 벌써 들리고... 감동 먹을 줄 알았던 신랑은 애가 에일리언같이 생겼다고... 하아 내가 한 대 때리려다 참았다.


며칠 후 A선생님 전화가 와서 니 피검사 결과 받았는데 toxoplasmos라는 병원균인지 뭐시긴지에 항체가 없으니

앞으로 매달 피검사를 받아야 하며 덜익힌 고기, 날생선을 먹지 말고 채소, 과일도 잘 씻어서 껍질 벗기고 먹으라고 하더군. 내 사랑 레어 스테이크, 생선회와 9개월간 작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이었지.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toxoplasmos 뭐시기 검사도 안 하고 이런 금기도 없다는데 한국에서 7개월 먼저 애 낳은 울언니는 회 잘만 먹었다는데... 프랑스에서는 이렇더라고. 얘들이 더러워서 그러나?

 

프랑스 보육원, 유치원, 초등학교 보내면 애들이 끊임없이 옮아오는 것이... 바로 '이'라고 함... 프랑스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다들 경악을 하는 대목이지... 여기 21세기의 선진국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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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갖다 주자...

 

뭐 프랑스에서 먹을 수 있는 회라고 해봐야 여기 애들은 연어나 참치, 간간히 도미 뭐 이 정도라... 그렇다 치지만... 내 임신 4개월 때 한국에 가서 시댁 인사드리러 갔을 때 평소 회를 안 먹는 신랑 땜에 안 가던 횟집을, 것도 엄청 좋은 집으로 예약을 해놓으셨다는데... 눈물을 흘리며... 못갔네.

 

쨌건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애 낳을 병원을 찾는 것이 과제가 되었으니 이 결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게 돼. 종합병원(공립?)에서 낳을 것인가, 사설 클리닉에서 낳을 것인가?


각각의 장단점을 말하자면,

 

종합병원에서 낳았을 경우 국민건강보험으로 환급 받고 나면 내 돈이 정말로 한 푼도 안 든다는 장점과 나나 내 태아에 응급상황이 생길 경우 그곳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 그러나 단점은... 돈은 안 드는 대신 예약을 하고 가도 매번 한없이 기둘린다덩가, 큰 병원이다 보니 접수처부터 시작해서 직원들끼리 뺑뺑이를 돌려 약을 올린다덩가 한정된 직원이 많은 수의 사람을 커버하다 보니 아무래도 세심한 배려는 힘들단 거지.

 

그리고 종합병원은 산모나 태아에 별 문제가 없는 경우 이틀 후 퇴원을 시키는데, 뭐 이건 장점인지 단점인지 분명치는 않은 것이 한국사람들이면 기겁을 할 것이나... 여기 사람들은... 답답해 죽겠는데 좋은 우리집 놔두고 병원에 오래 갇혀 있으라고? 이런 사람도 많기 때문에... 산후조리/아기 돌보기의 문화 차이라 생각되는 부분이지. 이 부분은 기회 되면 이야기 하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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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클리닉에서 낳으면 내 생돈이 들어가는 대신 친절한 응대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합리적인 대기시간)을 누릴 수 있지. 그 대신 응급 상황 발생시 클리닉 내 설비 및 연계 부서의 한계로 결국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할 수도 있어. 물론 그런 경우의 프로토콜은 다들 갖고 있겠지만 찜찜할 수도 있겠지.


그래서 사설 클리닉은 다 레벨 1, 레벨 2 뭐 이런 레벨이 책정되어 있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이 클리닉에서 만약의 경우에 어느 수준까지 커버가 가능한가를 매겨 놓아서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봤을 때 여기서 애를 낳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쓰이는 거래. 나나 태아가 위험군에 들 경우에 그냥 무조건 종합병원에 다녀야겠지.

 

체류일수는 내가 다닌 클리닉 기준으로 거기는 일반 출산은 5일, 제왕절개는 6일이야. 아무래도 한국 사람인 나는 이것 때문에 사설 클리닉을 신청하게 됐지. 프랑스에 신랑과 나 혈혈단신이라 누가 산후조리 도와주고 애 좀 봐주고 그런 거 없이 둘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


출산휴가 동안에 밥 해 먹는 거도 귀찮아 지겨워 쓰러질 판이었기 때문에, 글고 임신중, 수유중에는 균형잡힌 식사를 챙겨먹어야 하잖아... 적어도 5일 동안은 남이 차려준 밥 먹으며 쉬고 싶었다는... 물론 애 낳고 나선... 병원에 머무는 동안에도 한 시도 쉴 수 없었지만... 그건 또 낭중 이야기.

 

어쨌건 비용은 좀 들지만...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의무로 들게 만들어놓은 사보험이 제법 커버해 주기도 하고

뭐 내가 한 달에 한 번 애 낳을 거도 아니고 하나, 둘 정도 정말 미치거나 사고가 나면 셋? 이럴 거니까 돈을 쓰기로 한 거지.


뭐 결국 국민보험, 사보험 공제 다 받은 후 순수 비용은 천 오백 유로 나온 거 같아. 한국 돈으론 환율에 따라 다르고 일 유로가 천 오백 원이라 치면 220~230만 원 돈이겠지만 여기 사는 사람으로 실제 체감 물가는 일 유로가 천 원 정도라고 개인적으로 느끼고 있어. 


한국에선 애 낳는데 얼마나 드는지 모르겠네. 병원엔 한 1~2주 있고 그리고서 또 조리원에 이주에서 한 달 들어간다는 거 같던데 좋겠다... 조리원 비싼 데는 천 만 원도 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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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호사스러운 산후조리원

 

결국 클리닉에 가서 신청을 하게 됐지... 여기서 애 낳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서 신청 후 거기서 간택을 받아야 했다는? 그곳의 특이한 점은 클리닉 소속 전문의가 없다는 사실! 두둥. 그 클리닉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업의들이 평소 진찰은 자기 병원에서 보다가 그 손님들 애는 그 클리닉에서 받는 시스템이야. 클리닉에서는 자기 클리닉과 결연한 개업의 리스트를 주고 그중에 골라서 찾아가면 된다는.

 

그 리스트를 받아보니... 여자는 거의 없고 다 남자인 거야. 내 프랑스에서 몇 년 살았지만 그래도 남자 부인과 의사는 싫은데 대체 언놈을 찍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신랑 친구 여친이 임신을 하여 같은 곳에서 애를 낳기로 했다더군. 그래 어느 의사 한테 가냐고 물어보아 그들이 추천한 B의사를 만나러 가게 되었어.


그토록 기피해 온 남자 부인과 의사... 흙... 알고 보니 프랑스에서 애 받는 부인과 의사는 대부분 남자... 특히 이 클리닉의 시스템은 내가 지정한 의사 한테 평소 검진을 받다가 내가 애 낳을땐 무조건 그 의사가 애를 받으러 오는 거야. 자기 환자들이 언제 애가 나올지 모르는데도 밤이고 낮이고, 진찰 환자가 대기중이어도... 달려가서 애를 받는 거지.


종합병원이었으면 당직 의사가 받을 것도... 여기선 자기가 달려가야 하는 거야. 모든 과 의사가 워낙 격무겠지만 여자가 대세일 거 같은 부인과도 이 부분은 워낙 격무라 여자가 없나보다 싶기도 했어. 여자로서 같은 여자에 대한 편견인진 모르겠지만서도.

 

오늘은 여기까지. 애 보는 틈틈이 이거 쓰다보니 오전에 시작해서 지금이 밤 9시네. 다음에는 한국의 각 구청 보건소와 비스무리한 PMI와 산파에 대해서, 그리고 산후조리에 대해서 써 볼게.


프랑스는 출산 후 손상된 아랫동네 근육 재활 운동을 국가가 시켜준다는 걸 아시는가? 애 낳는 이야긴 남이야기인냥 하던 남정네들 갑자기 관심이 들지 않으시나?

 

다음편에 풀어보겠네... 궁금하시다면... 그리고 울 애가 허락해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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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울지마라, 다음 글이 보고 싶다.









독투불패 chanch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