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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사진 한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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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태형이 트위터에 올린 숟가락 사진 한 장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절대반지를 향한 골룸의 마음이 그랬을까.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 수저는 내가 찾아야만 한다고.

 

한참 숟가락을 바라보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래, 내가 숟가락을 찾았다고 치자.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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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만져볼까? 사진을 찍을까? 아님 이걸로 밥 한 숟갈만 먹게 해달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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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사이, 나는 어느새 춘천행 기차 플랫폼에 서 있었다.


그래, 다음 일은 이 기차길을 달리고 난 다음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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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진태형을 닮은 비둘기 녀석들이 나타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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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을 잔뜩 싸고 도망갔...


숟가락을 찾으러 떠나는 여정에 앞서 새X을 이렇게나 많이 본다는 건 찜찜한 일이었지만, 불길함은 마음 쏙 깊숙우 꾹꾹 눌러 담았다. 


목표는 하나, 춘천에 가서 모 식당에 있다는 진태형 숟가락을 찾는 거다.


기차는 달리고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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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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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춘천의 명소가 돼 버린 진태형 사무소. 여기저기 발품 팔 거 없이 숟가락 사진 보여주고 알려주면 바로 찾아갈 계획이였다.


1층 현관에 스티커 자국이 선명했다. 지난 주말 진태형 사무실로 찾아온 시위대가 붙였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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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여기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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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맞구나.


자신감을 가지고 돌진했다. 직원 몇 명과 동네 어르신 두 분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여쭤볼 게 있어서 왔는데요." 


 "어디서 오셨어요?" 


 "딴지일보입니다."


 "..."

 

 "저.. 김진ㅌ.." 


 "드릴 말씀이 없어요."


 "네?"


 "특별히 할 말이 없어요."


 "그게 아니라.. 숟가ㄹ.." 


그렇게 순식간에 밀려 나왔다. 


하, 너무 순진했었다. 이렇게 순순히 알려줄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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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아 진태형 지역구를 산책하는 겸 사무실 주변을 수소문했다.


 "혹시 이렇게 생긴 수저 보셨어요?"


 "어이구, 이게 뭐야."


 "여기 지역구인 김진태 의원 숟가락인데, 어느 식당인지 아시나요?"


 "몰라, 이딴 걸 만드는 사람이 다 있나."


역시 진태형 지역구 주민들답다. 다 알면서 모른 척, 능구렁이 같이 넘어간다.


그래, 다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도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두뇌를 풀가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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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두 가지. 


 1. 테이블보와 수저받침, 깻잎이 담긴 그릇이 예사롭지 않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있는 식당일 것이다. 


 2. 숟가락에 레이저 각인을 새겼다. 레이저 각인하는 곳을 뒤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곧바로 춘천에서 레이저 각인을 하는 모든 업체를 조사했다. 10개 남짓한 업체 중 사진과 같은 숟가락을 파는 곳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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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업체 주소도 바로 입수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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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져서 밥 먹으러 갔다. 숟가락 찾기보다 숟가락 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레이저 각인을 해주는 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사장님, 여기 레이저 각인도 해주나요?"


 "네. 해주죠. 어떤 걸로 찾으세요?"


 "이렇게 생긴 거북이 수저, 여기서 파는 거 맞죠?"


 "우리 제품이네."


(오호라. 이제 진태형 숟가락 사진을 보여주자)


 "혹시 이 수저도 여기서 한 건가요?"


 "이거? 아니. 여기서 한 거 아니야."


 "네?"


 "우리는 이런 거 한 적 없어."


역시. 쉽지 않다. 증거가 다 나왔음에도 주인아저씨는 진실을 밝히지 않으셨다. 자꾸 이러면, 나도 더 독하게 나가는 수밖에.


진태형 사무실을 중심으로 주변에 규모가 좀 되는 식당을 전수조사했다. 리스트를 만들고, 분위기와 음식, 식탁보, 식기 등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지워나갔다. 그러길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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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진태형 사진

우 - 내가 찾은 사진


진태형 사진에 있는 식탁보와 거의 같은 식탁보를 사용하는 식당을 찾아냈다. 게다가 규모도 꽤 있고, 수저 받침대도 사용할 만큼 급(?) 있는 식당이었다. 이정도 증거라면 빼박캔트다. 고민할 거 없이 바로 택시를 잡았다.


진태형 수저를 찾을 생각에 한껏 들떠 있는 기자를 보고 기사님이 묻는다.


 "서울에서 오셨어요?"


 "네."


 "무슨 일로?"


 "그냥 모임이 좀 있어서..." (혹시 몰라 춘천에 오게 된 경위를 숨겼다.) 저 여기 지역구인 김진태 의원님 아시나요?"


 "알죠."


 "지역에서는 좀 인기가 있습니까?"


 "옛날에나 그랬지, 말 잘 못 해서 이제 끝났어."


 "그렇습니까?"


 "그렇죠. 저번에는 집회하면서 사람들이 사무실에 찾가가고 했었잖아."


그렇구나. 진태형의 앞날이 조금 걱정되지만, 우선은 수저를 찾을 생각에 들떠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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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이제 이 골목만 올라가면.. 바로 그 식당이 있다.


코앞이다. 


조금만 더 가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진태형의 숟가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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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him! 진태형 수저!


들어가면 뭐라고 말할까. 또 시치미를 뗄 수 있으니 우선 김진태 의원이 이 식당 자주 오신다던데요? 호호, 하며 이야기를 꺼내야지. 음식 맛이 어떻고 이야기를 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수저를 땋!


...


이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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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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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맞는데. 이 포대자루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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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뜯은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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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이거 혹시?


오늘 6시에 일어나서 서울에서 춘천까지 왔고 하루종일 찾아다녔는데 말이야. 진태형 숟가락이 있는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이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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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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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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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주변 가게분들께 여쭤본 결과, 1~2주 전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혹시 이 식당을 하셨던 사장님께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숟가락도 무사한지 알려주시면 더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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