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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의 시대

 

너무나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를 차지하고 있는 박근혜라는 자의 범죄행각에 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더니 그 정보는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이 국가공동체의 구성원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 범죄 행각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수천만에게 그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으로 입증될 수도 있겠다. 하여간에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몇 주째 5%를 유지하다가 급기야는 4%까지 떨어져 버린다는 것은 이 판이 이미 끝난 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매주 전국에 있는 광장에 모여든다. 자신의 의견을 온몸으로 표출하며 대중이 표출하는 의견이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일 테다. 왜 그렇게 자꾸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걸까? 그 바닥에는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불안하다. 모두가 불안하다. 저 범죄자가 하루속히 자리에서 끌려 내려와야 하는데, 끌려 내려와서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 죄값을 치러야 하고, 후대에 제아무리 애비를 잘 만나 공짜로 대통령이 되어도 이렇게 개판을 치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될 거 같아서 불안한 거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불안감을 바닥에 깔면서 우리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해체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중이다.


 

왜 불안할까?


불안하다는 것은 신뢰의 문제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에 그렇게 적어 뒀다. 민주공화국이라면 일반 대중 유권자들의 95%가 반대하는 대통령은 당장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여기엔 아무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단지 현실적인 절차상의 문제로, 본인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다면 탄핵이라는 대의 절차를 겪어야 하는 것이고, 그 절차는 유권자들의 뜻에 따라 작동되도록 설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이다. 과연 우리의 뜻대로 작동될까? 당장 물러나길 원하는 유권자들의 뜻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간이 걸렸다.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2선으로 물러난다는 둥, 합의하에 퇴진 로드맵을 구성해야 한다는 둥, 온갖 유화적인 대책이 난무하다가, 결국 광장에 모인 백만의 인파를 보고 나서야 얼추 헌법상에 규정된 탄핵이라는 절차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이미 이 과정에서 대중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어 가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탄핵으로 대세가 결정되고 그 방향으로 가면서도 끊임없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얼토당토않은 화해와 용서의 이야기가 나오고, 사안의 책임자들의 면책 이야기가 나온다. 이래서야 누가 누굴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과연 이 시스템은 유권자의 뜻에 따라 가동되고 있는 중인가?


그 시스템이라는 것에는 당연히 청와대는 물론, 국회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청와대야 당연히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통령으로 인해 붕괴되어 있으니 해체하고 재건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국회는 또 왜 불신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의원들이라고 해서 박근혜를 탄핵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별로 반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탄핵을 시작하면 될 일인데, 왜 그렇게 미적거리고 다른 얘길 늘어놓고 있다가, 광장의 촛불의 규모에 놀라 마지못해 탄핵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바로 여기에 공동체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준비되어 있다.


탄핵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다. 국가 공동체를 사유화하는 잘못된 대통령은 갈아 치우는 것이 공동체의 이익이다. 이건 너무나 명확해서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 결정을 시행해야 할 시스템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이 명확한 절차의 시행을 앞두고, 이번 기회에 내 이익을 남몰래 어떻게 조금 더 구현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잔머리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잔머리는 통해선 안 된다. 만약 그런 잔머리가 통용되는 집단이 있다면 그 역시 해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해체의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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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대통령부터 제정신이 아닌 이상,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다른 모든 시스템은 모두 여기에 집중하도록 해보자. 책임이니 참회니 용서니 화합이니 하는 소린 다 뒤로 미루고, 일단 탄핵 절차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모든 의원에게 유일하게 하나만 물어보면 된다. 당신은 탄핵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그리고 기억해 두자.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했는지.


그렇게 해서 탄핵이 통과되면 (지금 분위기로 봐선 통과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불안하다면 이번 탄핵 소추안은 특별히 기명투표로 전환해도 된다) 그 다음은 공이 헌재로 넘어간다.


헌법재판소 역시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대한 심판을 담당하는 것에는 크게 이의가 없다. 물론 그런 심판의 경우에도 헌재의 재판관 구성 비율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탄핵 대상이 되고, 민의가 국회를 통해 발현되어 탄핵소추가 무려 의석 2/3 찬성으로 가결이 되었는데 그걸 헌재가 다시 한번 심판을 한다는 것, 이거 뭔가 불합리하다. 헌재가 유권자들과 그 유권자들의 대리인의 의견보다 위에 있어도 되는가? 논의해 봐야 한다. 그 결과 탄핵심판권을 헌재로부터 회수하게 되길 바란다. 탄핵의 최종적인 의결은 국민투표로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


그렇게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 계류되어 있는 동안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국회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자.


 

국회의 해체와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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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누가 만드는가? 집권여당이다. 대통령이 직무수행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집권여당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또 그 집권여당이 직무 무능력자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동안 말리지 못한 야당의 책임은 얼마나 될까?


복잡하게 얘기하지 말고, 박근혜가 저 모양의 문제적 인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권력욕을 위해 허수아비를 내세워 국가 권력을 장악한 집단이라는 차원에서 집권 여당은 해체되어 마땅하다. 야당 역시 행정부 견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결국 국회도 해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헌법, 87년 헌법에는 “국회 해산”에 관한 내용은 없다. 즉, 국회를 해산시킬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으며, 오로지 국회 스스로에게 밖에 없다. 즉, 20대 국회에 속한 의원들 전원의 자진사퇴 후 재선거, 즉 “21대 국회 구성을 위한 조기 총선”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대통령이 탄핵되면 19대 대선이 조기에 치러져야 한다. 이때 총선도 같이 치르는 것은 어떤가 하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박근혜라는 희대의 문제적 인물을 허수아비로 내세워 국가 권력을 장악했던 여당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일을 바로잡기 위해 탄핵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힌 뒤, 총선에 출마하여 재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지 않고서 멀쩡하게 남은 의원 임기를 마치겠다는 생각은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임기는 무려 2020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의 당선을 막지 못한 책임은 물론이려니와, 무려 4년 동안이나 저 기괴한 이상성격자가 국정을 농단하고 있는 것을 제지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 및 사과,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선거를 통해 재 검증을 받은 이후에야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역사 속에 오점으로 남게 될,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 이끄는 청와대와, 20대 총선을 통해 구성된 20대 국회가 해체되고 19대 대통령, 21대 국회가 재구성되어야 한다.

 


헌법의 해체와 재구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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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개헌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물론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백번 공감한다. 개헌을 논하기에 앞서 선거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내각제 개헌이건 대통령 임기 변경이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각제로 한다면 일본식은 곤란하다는 것부터 여러 가지 의견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개헌을 논의할 자격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18대 대통령이나 20대 국회가 그걸 할 수 있다고? 절대 아니다. 할 수 없는 것 이전에 해서는 안 된다. 당신들은 이미 자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18대 대통령이나 20대 국회는 앞서 얘기한 대로 해체의 대상이다. 20대 국회의 남은 역할은 박근혜 탄핵 절차를 수행하는 것뿐이다. 그 외에 다른 일을 맡겨 놓기에는 당신들은 너무 망가진 것이다.


탄핵을 통과시키고, 대선과 함께 총선을 다시 치르고, 새롭게 구성된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새롭게 유권자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가지고 다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개헌을 논의한 뒤,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87년 헌법, 그간 나름대로 충실하게 역할을 다 해온 87년 체제의 제6공화국을 해체하고 21세기에 걸맞은 제7공화국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2017년 초에 대통령을 새로 뽑고, 국회를 재구성하고, 거기에 장시간(1년이건 2년이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의 치밀한 논의를 거쳐 헌법까지 새로 만들어 제7공화국의 문을 연다는 것, 나름대로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박근혜로 인해 우리 대한민국이 입게 된 타격, 전 세계로부터 받게 된 조롱과 멸시, 무속에 의한 제정일치 국가라는 비아냥 등은 그 어떤 민주주의 국가, 민주공화국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백만 촛불의 힘으로 어지간히 회복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회복의 마무리는 우리는 이런 수치스러운 공화국의 붕괴 속에서 다시 일어나, 유권자의 힘으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공화국 체제를 구성해 냈다는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결과물로 완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해체의 시대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헌법의 해체와 재구성, 아니 공화국의 해체와 재구성이 된다.


어떤가? 해볼 만 하지 않은가?

 


마무리


물론 과격한 발상이다. 정상적으로 치러진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의원들이 결코 “자진해산”이라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금뱃지를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금 당장 당신들이 해야 할 일과,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이 모든 오염과 몰락, 수치와 기행이 정리된 이후에 논의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점을 얘기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일의 순서를 구분해 본다면, 국회의 재구성은 결코 과격하기만 한 주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혼란을 틈타 개헌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꼼수는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하고 싶었다.


최종적으로 공화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정치인으로서 개인의 욕망은 제발 부탁이니 좀 뒤로 미루어 달라고 요청하고 싶었다.


당신들이 지금 유권자들에게서 받는 불신의 폭이 얼마나 깊은지, 그 불신의 폭이 박근혜로 인해 얼마나 더 깊어졌는지, 그 불신은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는 점까지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조용하게 생업에 임하던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정국의 혼란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와 생업에 받는 지장의 폭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그런 하소연을 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추운 날씨에 매번 광장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심정까지도 말이다.


제발 부탁이니 공과 사를 구분하고 사안의 선후를 따져 행동해주시길 바란다. 잔머리 좀 집어치우고 말이다. 그런 거 이제는 잘 안 먹히는 거 다 알면서 왜들 그러시나.


광장에 모여든 촛불과, 비록 몸은 광장에 가지 못해도 마음속에서 촛불을 지지하는 수많은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달라는 부탁이다.


아니, 부탁이 아니다. 당신들을 먹여 살리는 바로 그 세금을 내는 납세자로서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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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좌린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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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