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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는 생리컵 상식


Q1: 생리컵의 원리(?)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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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가장 많이 쓰는 생리용품인 일회용 생리대는, 팬티에 부착해 포궁(胞宮. 자궁의 또 다른 이름)경부에서 '떨어지는' 피를 몸 바깥에서 흡수하는 형태다. 생리대의 원리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 안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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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폰을 포궁경부에 넣을 수 있게 하는 어플리케이터(좌)와 탐폰의 흡수체(우)


탐폰은 흡수체를 포궁경부에 '직접 넣는' 생리용품이다. 피가 몸 밖으로 떨어지거나 새어나오기 전에 포궁경부에서부터 피를 흡수해준다. 생리대를 조온나게 찝찝해하거나(더운 날 생리대를 하면 죽음인 것이다), 불편해하는(팬티에 제대로 부착하지 못하거나 삐뚤어질 경우 온 동네가 피바다가 된다. 그날은 나를 비롯해 모두가 주글 수 있다) 여성들이 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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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폰은 삽입형 생리용품이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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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sweethome>


반면 생리컵은 생리대와 탐폰을 합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컵(cup)'이라는 이름답게 '떨어지는' 피를 받아주되, 탐폰처럼 '몸 안에 집어넣는'다. 다시 말해 컵을 포궁에 넣은 뒤 떨어지는 생리혈을 받는 것이다. 생리대, 탐폰과 다르게 의료용 실리콘(혹은 천연 고무)으로 만들어져 탄성이 있어, 넣으면 '착!'하고 질벽에 밀착(?)된다.



Q2: 생리컵을 어떻게 몸속에 넣나
(성경험 여부하곤 조온나게 상관 없으니 그런 건 스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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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리케이터가 있는 탐폰과 달리 생리컵은 내 손으로 포궁에 넣어야 한다. 생리컵의 모양을 보면 알겠지만 넓게 펴진 데가 윗부분으로, 탄성이 있는 실리콘 혹은 고무를, 그것도 활짝 벌려진 걸 몸에 넣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이 과정에서 좌절하는 여성이 꽤 있다). 때문에 펴진 부분을 작게 오므려서 넣는다.


이 때 생리컵 오므리는 걸 '폴딩(folding)'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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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려운 덕인지, 인터넷엔 생리컵 선배님들이 정리해놓은 폴딩법들이 많다. '폴딩법', 영어로는 'menstrual cup fold(ing)'이라고 검색하면 창조적이기까지 한 방법들을 만날 수 있다. 대중적인 폴딩법엔 'C폴딩', '7폴딩'등이 있는데, 자신에게 가장 편한 방법을 찾으려면 역시 검색과 도전! 잘 넣어야 컵이 잘 펴지고, 컵이 잘 펴져야 생리컵도 자기 일을 다 하니 열심히 임해보자.


여하튼 생리컵을 포궁에 밀어넣다가 충분히 들어갔다고 생각했을 때 그 손가락을 빼주면 된다. 손가락을 조금 일찍 빼거나 손가락에 끌려서 생리컵이 약간 내려오면 애매한 위치에서 생리컵이 퍼진다. 이 때는 대략 정신이 아득해지고... 알맞은 타이밍과 위치는 경험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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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컵이 안에서 '제대로' 잘 펴졌는지를 알아보려면, 손가락을 넣어서 컵 테두리를 빙둘러 훑어보면 된다. 착용하고 조금 걸어보거나 제자리걸음을 해보고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오케이. 거의 다 들어간 상태에서 펴지면 그냥 밀어넣자. 어떻게든 된다. 간혹 방광압박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데 이건 밑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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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컵을 뺄 때는 먼저 진공상태를 풀어주어야 한다(잘 장착된 생리컵은 몸 속에서 진공상태로 있다). 꼬리를 잡고 살짝 비틀거나 누르면 '피슉'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는데, 이 때 잡아당기면 미끄러지듯 쉽게 빠진다. 그냥 빼면 부항을 뜨는 것과 같은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


Tip. 나는 아닌데 생리컵을 좀 더 잘 넣고 빼기 위해 수용성 젤을 쓰는 사람도 있다. 는 처음에나 그렇고 나중엔 뭐든 혼자서도 잘해요. 



생리컵을 사보자

이게 먼저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과감히 못 들은 척 하겠다.


생리대, 탐폰에도 브랜드와 종류가 많듯 생리컵에도 다양한 옵션이 있다. 생리컵을 구입하기 위해서 다음 조건들을 고려해야 한다.


* 생리컵 크기
말 그대로 '컵'의 크기.


* 생리컵의 강도
의료용 실리콘(혹은 천연 고무)으로 만들어지는 생리컵은 제품마다 세기(단단함/말랑함)가 다르다. 



Q3: 생리컵 '크기'를 따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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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MeLuna cup'이지만 컵 사이즈가 다양하다. 

S 사이즈는 말 그대로 컵 크기가 작다는 뜻


생리컵을 고르기 전에 가장 먼저할 것이 포궁의 높이를 재는 것이다. 포궁 높이(질 길이)가 높으면 큰 컵을 사고 높이가 낮으면 작은 컵을 사는 게 좋다. 만약 포궁 높이가 낮은데 큰 컵을 사면 몸 밖으로 컵이 나오거나 애매한 곳에 걸쳐져 굉장히 불편해진다. 반대로 높은 포궁인데 작은 컵을 사면 빼내지를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응가하듯 힘을 주면 된다고 한다. 물론 능숙해지면 알아서 다 한다)


포궁 높이는 생리할 때, 나의 손가락(검지 혹은 중지)으로 재면 된다. 포궁경부가 닿을 때까지 손가락를 넣어보는 것이다. 끝까지 넣었는데도 닿지 않거나 겨우 닿으면 높은 포궁, 거의 다 들어가면 중간 길이 포궁, 두세 마디 이하로 들어가면 낮은 포궁이다.


마치 재본 적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포궁 길이를 재지 않고 생리컵을 구입했다. 입구 넓이는 밀리미터 단위의 차이고 길이도 1~2cm 남짓이라 다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위대한 신축성과 유연함을 갖춘 나의 포궁을 믿었다. 


생리양도 컵 크기를 고를 때 중요하다. 원래 생리가 많은데 작은 크기의 컵을 쓰면 그만큼 자주 비워야 한다(컵에 피가 금방금방 차니까). 비우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른데, 능숙해지면 경험으로 타이밍을 알 수 있다. 나는 보통 하루에 3-4번 비운다(원래 양이 적은 편이고 어디까지나 개인의 경험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은 아님). 양이 많은 첫 날부터 셋째 날까지는 아침에 착용한 뒤 오후 서너시 경에 한 번, 자기 전에 비운다. 양이 적은 날엔 아침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정도. 놀랍게도 생리 중인 것을 까먹는 어마무시한 상황에 이른다.



Q4: 생리컵 '강도'를 따지는 법?


생리컵은 '단단하다'고 느껴지는 제품과 '말랑하다'고 느껴지는 제품으로 나뉜다. 단단한 생리컵은 몸에 넣기가 힘드나 실링(질벽에 밀착하는 것)이 잘 되고, 말랑한 건 잘 들어가긴 하는데 실링이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단단하다고 알려진 루네트 컵(Lunette Cup)으로 폴딩법을 알려주고 있다.

얼마나 단단한지를 간접체험하라는 느낌적 느낌


단단한 제품은 폴딩이 힘들지만(손가락 힘이 좌우한다), 실링이 잘 돼서 밖으로 샐 일이 극히 적다. 그래서 초심자에게 주로 추천하는데, 자체 힘이 좋다보니 사용자로 하여금 방광에 압박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참고로 운동을 많이 하거나 하는 사람들에겐 단단한 제품이 좋다. 거친 움직임에도 잘 지낸다고 함.


반대로 말랑한 제품은 손아귀 혹은 손가락의 힘이 아주 약해도 잘 넣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실링이 잘 안 된다. 생리컵이 능숙한 사람이야 손으로 펴주면 되지만 초심자에겐 피는 게 어려워서 자칫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 수 있다. 대신 방광압박이 적어 예민한 사람에겐 말랑한 제품이 더 좋다.



생리컵의 '꼬리'도 또 하나의 옵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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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컵을 잡아빼는 부분이자 꼬리가 다르다.


처음엔 종모양(가장 왼쪽)의 생리컵이 잡아빼는데 쉬울지 몰라도 익숙해지면 그게 그거다. 꼬리가 길면 길수록 불편하기 때문에 나중엔 다 잘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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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의 생리컵 사용을 용이하게 해주는 밸브형도 있다. 많이 차면 뺐다가 다시 껴야 하는 다른 생리컵과는 다르게, 밸브형 생리컵은 사진처럼 밸브 부분에 있는 볼을 누르면 체내에서 쉽게 피를 빼낼 수 있다. (당연히 누르지 않으면 새어나오지 않는다) 편리하긴 하지만 꼬리가 길어 불편하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 고민하고 사도 그게 골든컵(나에게 딱 맞는 생리컵을 일컫음)이긴 힘들다. 보통 최소 2~3개의 제품은 사봐야 알 수 있다고 하니 한 번에 한 제품 씩 사는 걸 권한다. 미국FDA 승인을 받은 제품 등은 하나에 몇 만 원씩 한다. 한 번 써보고 안 맞으면 버릴 가격의 물건은 아니니까 꼭 하나씩만 사는 걸로.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통하면 중국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 하나에 몇 천 원도 안 하지만 문제는 아무 승인도 받지 않았다는 점)


Tip.

- 생리컵 브랜드를 비교해놓은 사이트가 있다(링크). 수적비교(용량, 길이 등)이니, 생생한 후기가 보고 싶다면 아무쪼록 검색. 


- 아직 이렇다할 생리컵 오프라인 구매처는 없는 듯 하다(만져볼 수 있는 곳은 왕왕 있으니 검색찬스를). 아직까지는 온라인을 통해 해외직구를 해야 하는데 직구에 대해 잘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직구대행 혹은 수입처도 늘어나고 있다. 



써봐서 아는 생리컵 후기

Q5: 어떤 생리컵을 쓰나


난 처음 산 생리컵이 골든컵이었기 때문에 하나만 써봤고, 쓰고 있다. 페미사이클, 유우키컵, 루나컵, 디바컵 등 유명한 게 많은데 왜 벨라컵을 샀냐고 묻는다면 그 당시 가장 빨리 받을 수 있었던 제품이라고 대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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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양이 중간 혹은 적은 편이라, 벨라컵(bellacup) 중에서도 작은 사이즈를 구입했다(벨라컵은 S/L사이즈가 있음). 이물감 때문에 꼬리는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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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컵의 정보


벨라컵 밖에 안 써봐서 다른 제품에 비해서 어떻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다른 제품을 볼 때 "생리양이 적은 애가 한창인 날에 벨라컵 S사이즈를 하루에 3-4번 비운다."는 건 감안할 수 있겠다.



Q6: 후기가 궁금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리컵, 정말이지 좋다. 굴을 낳지 않고(생리혈이 뭉텅이로 떨어지는 것을 흔히 '굴 낳는다' 표현한다), 피를 머금은 생리대의 미끄덩하고 축축한 감촉과 세이 굿바이했으며, 생리대 착용으로 인해 생기는 피부 짓무름과도 굿바이했다. 그뿐이랴, 취침자세도 아주 편해졌다(자면서 뒤척이다 생리대가 제 위치를 벗어나 침대커버가 빨갛게 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생리기간 뿐 아니라 생리혈 냄새도 거의 없어졌다. 일회용 생리대에 흡수된 피냄새는 흔히 알고 있는 피냄새와 다르다. 일회용 생리대엔 피를 많이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고분자흡수체가 들어있는데, 이 물질과 피가 결합되면 역한 냄새가 난다. 생리컵을 쓰면 정확히 이 냄새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생리통도 없어지거나 줄어든다는데, 원래 생리통이 없었던 지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다. 고멘.


이외에도 신체 외부에서 일어나는 불편함이 극도로 사라진다. 생리대 쓸 때 느꼈던 "어디 새지 않았을까"하는 불안감이라던가, 착용시간이 길어지거나 양이 많을 때의 불쾌감 등 여러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기침만 하면 마구 쏟아지던 것에서도 해방되고...



마음 같아선 도시락 싸서 쫓아다니며, 생리대 따위 당장 불 싸지르고 무슨 컵이든 간에 얼른 써보라고 하고 싶다. 질의 삶, 아, 아니 삶의 질이 올라간다.



로라

편집부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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