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지적이지만 소녀시대도 어느덧 소녀가 아니게 되었다. 커버댄스가 난무했던 예전의 곡들에 비하면 'Lion Heart'의 반응은 조용한 편이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걸 세상에서는 약빨이 다 돼간다고 한다.
물론, 한 그룹의 미래는 단정하기 힘들다. 라이벌'이었던' 원더걸스처럼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고 선배 신화처럼 개인 활동 위주로 전환하되 팀은 유지하며 독자적인 팬덤만을 지속적으로 안고 가는 길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녀시대의 메인보컬이며 리더 격(본인들은 리더 없이 간다고 하니)인 태연의 솔로 앨범은 시기 상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눈여겨볼 만한 시도겠다. 팀 소녀시대의 앞날에 끊임없이 시도되는 변화가 있을지, 개인기가 있을지에 대한 가늠좌 역할을 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솔로곡을 많이 발표한 태연이지만 정규 앨범으로 내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팀 소녀시대는 안전빵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개인 활동에 이렇게나 공이 들어가다니...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재미 없는 결과물로 나올 수 있다니...
'I'는 버벌진트의 랩만 뺀다면 모던록이라고 해도 좋은 편곡으로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전해질 정도로 잘 뽑혀 있다. (작/편곡에 들어간 인력을 보면 사공이 많은데 용케 산으로 안 갔구나 싶을 정도다. 어쨌듯 이것으로 SM 역대 음반 중 'I'라는 곡을 말할 때, 더이상 문희준의 망작을 떠올리지 않아도 될 듯.) 그러나 소녀시대 첫 미니앨범의 '힘 내'라는 곡을 떠올려보면 그녀가 이런 편곡을 소화하는 것이 커리어를 통틀어 처음이라 하긴 어려울 듯 하다. '힘 내'랑은 전혀 다른 풍의 곡이라는 게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점이겠는데, 곡 완성도 낮았으면 정말 어쩔 뻔했나 싶다.
다른 곡 안 들어보신 분들 많을 거 같아
미리 듣기를 할 수 있는 멜론 링크 걸어드린다.
'U R', 곡명을 길게 '유우 아아아얼'하고 길게 늘여 부르는 부분에서는 소녀시대 팬이라면 누구나 데자뷰에 빠질 수 있을 것이며, '쌍둥이자리'는 앞의 두 곡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멜로디가 빈약하게 들린다. '스트레스'는 이거 그냥 소녀시대 곡으로 줘도 상관 없지 싶은 곡이고 '먼저 말해줘'는 소녀시대 2집 수록곡인 '별별별'을 멤버들이 돌아가며 불렀을 때와 비교해볼 때 솔로로 간 메리트 하나 부각되지 못하고 끝나기에 아쉬운 곡이다.
전반적으로 타이틀곡의 빼어난 완성도에도 다른 곡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모양새의 앨범이랄까? 솔로 앨범을 내는 목적이 대개 '그룹으로 활동할 때 해볼 수 없는 것을 한다'가 되는 이 바닥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태연의 이번 솔로 앨범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이럴 거면 뭐하러 솔로 앨범을 낸 건지. (혹시 미리 살 길 찾아둘 목적?)
쭉 앨범 크리티크을 읽으며 '그래서 너가 보기에 소녀시대는 어떻게 될 거 같냐'는 질문을 갖게 됐을 분들을 위해 첨언, 그들이 이런 식으로 안전빵을 꾀하면서도 계속 팀을 유지할지 어떨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작사에 참여하는 정도로 끝난 태연의 역할은 가수 풀이 깊고 넓은 SM에서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해질 거란 점이다. (한 가지 가능성을 본 대목이 있긴 한데, 그녀가 쓴 가사 중 '빛을 쏟는 스카이/ 그 아래 선 아이/ 꿈꾸듯이 플라이/ 마이 라이프 이스 뷰티'의 라임이 버벌진트의 라임보다 센스 좋았다는 거 정도? 아니, 이건 버벌진트가 못 하는 거겠다.)
태연을 비롯한 소녀시대의 멤버들이 하루 빨리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주길 바라면서, 아직 '그런 거 없는' 당 앨범에는 침묵 외계인 마크를 박는다.
부활한 딴지 크리티크는 문화 콘텐츠 전반을 우주적 관점으로 디벼본 후 외계 생명체의 감각 기관에 어찌 작용할 것인가, 연구해보는 코너로 최고 1등급부터 최저 5등급까지의 리액숀 외계인이 대기타고 있습니다.
'난 다른 별의 관점을 갖고 있다' 이런 분들 졸라 환영입니다. |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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