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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진훤 씨는 마약성 진통제 후유증과 CRPS 합병증으로 폐렴이 왔다. 편도를 비롯한 기관지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늘 목이 아프고, 부어 있는 데다, 기관지가 막혀 코로 호흡하는 게 힘들어, 입으로 숨을 쉬다 보니 목이 늘 말라 있다.

 

군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2017년 3월에 폐렴에 걸린 진훤 씨가 9개월 동안 심각한 호흡기질환에 시달린 것이다.

 

진훤 씨 같은 희귀성난치병 환자나, 고령의 환자들은 폐렴을 잘못 방치하면 위독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도 결국 돌아가시기 전에는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꽤 오랫동안 입원해 있었던 사실을 상기해 봐도 폐렴이 결국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질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요즘 같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날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2017년 12월 7일, 진훤 씨는 그동안 폐렴 치료를 받아오던 서울대병원 호흡기 내과에서 상태가 많이 호전돼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진단을 받았다. 모처럼 좋은 소식에 진훤 씨나 가족, 무엇보다도 진훤 씨를 24시간 돌보는 어머니가 가장 기뻐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곳곳에서 진훤 씨와 그 가족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김장김치를 보내주기도 하고, 제주도에서는 직접 재배한 황금향 같은 위로 물품들을 보내줘 진훤 씨 어머니 유선미 씨는 “혼자가 아님을 알고 계속 힘내서 살아가겠다”는 인사를 페이스북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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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미 씨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연을 알게 된 전국 각지의 많은 분들이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와 매실청 등을 보내왔다)

 

 

 

그러기를 채 열흘이 지나지도 않아 진훤 씨는 다시 2017년 12월 14일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서 진훤씨는 심한 감기에 걸려 고열을 동반한 심각한 기관지 질환에 시달렸다.

 

진훤, 진솔 씨 모두 초기 사고로 인한 부상을 빠르게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소위 말하는 ‘골든타임’을 놓쳐 CRPS까지 진행되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 ‘트라우마’가 깊게 남아 있다. 진훤 씨의 사소한 고통과 증상도 통상적으로 넘겨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또 다른 병을 키울까봐서다.

 

진훤 씨의 발가락이 곪다 못해, 갈라지고, 피부 괴사가 일어난 지 이미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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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많이 부어 지쳐 있는 진훤 씨 모습과 곪아서 피부 괴사가 온 발가락)

 

 

 

언제까지고 외부 민간병원으로 진료를 다녀야 하는 진훤 씨가 지금처럼 군병원에 입원해 있을 수 없어, 부모는 진훤 씨의 퇴원을 고민했지만, 그때마다 국방부와 풀리지 않는 문제, 그리고 여러 부처와 얽혀 있는 병원진료비 보상 문제 같은 행정적 문제 때문에 퇴원할 시기를 놓쳤다.

 

 

 

 

정치권의 3단계 절충안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과 윤소하 의원실은 지난 호 기사가 나가기 직전 유선미 씨에게 절충안을 제시했다.

 

김종대 의원실 이규정 보좌관은 선미 씨에게 SNS 문자 메시지를 통해 1단계-국방부와의 실무협의를 통한 당면 병원비 문제 해결, 2단계-보훈처에 국가 유공자 신청, 3단계-재판을 통한 국가보상안을 골자로 하는 단계별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 안을 위해 국방부 실무자와 조정,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보좌관이 진훤 씨의 어머니 선미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낸 협상안 문자 내용의 전문이다.

 

진훤이, 진솔이 문제로 염려가 크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병원비 문제,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등록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답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한 번에 해결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진료비 정산,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신청을 진행하고, 만약 이 과정에서 국가의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아래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1단계: 국방부와의 실무협의 통한 당면 병원비 문제 해결

 

- 먼저 국방부와의 협의를 통해 환자 자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당면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자비로 부담하신 의료비 내역 전부를 확보해 주시고, 이것을 가지고 국방부에서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는지 심사를 하는 것입니다.

 

- 환자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쓰인 비용이면 꼭 의료비가 아니라도 영수증을 확보해 주시면 심사대상이 될 것입니다. 국방부에서도 최대한 환자 측을 배려해 주겠다고 합니다.

 

2단계: 보훈처에 유공자 신청

 

- 의료비 협의를 끝낸 뒤에는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심사를 하시고, 좋은 결과가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국방부도 이와 관련하여 보훈처에 충분하게 협조를 하겠다고 합니다. 진료기록, 공상판정 관련 서류, 의료비 지급 내역 등 보훈처의 심사를 위해 자료를 충분히 제출할 것입니다. 다만,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심사는 보훈처 업무라 국방부에서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가 된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3단계: 재판을 통한 국가 보상

 

-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뒤에도 국방부가 충분히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그 때는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이 부분은 가족 분들이 법률 전문가와 논의하셔서 판단할 문제일 것 같습니다. 저희는 두 번째 단계까지 조언을 드릴 수밖에 없는 점 양해해주십시오.

 

위와 같은 해결방법에 대해 가족들끼리 논의해보시고 마음을 정하게 되시면 국방부와 실무협의를 통해 의료비 정산, 보훈처 심사 협조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다만, 의료비 정산을 위해 의료비 등 지출하신 비용의 영수증을 준비해주셔야 협의가 가능하고,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또 매듭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너무 오래 고통받아온 진훤이, 진솔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비슷한 시기 윤소하 의원실 공석환 보좌관도 김종대 의원실에서 제시한 절충안의 내용과 비슷한 안을 제시했다.

 

이를 진훤, 진솔 형제의 보호자인 아버지 육민수 씨와 선미 씨가 합의하여 수용한다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석환 보좌관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 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각 담당해야 할 부처들이 있다”면서 “각자 의원실이 담당하고 있는 상임위원회가 다르기 때문에 김 의원실에서는 국방부 실무자와의 자리를 마련하고, 우리 의원실에서는 보건복지부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의원실에서는 1단계를 가기 위해 일단 지금까지 진훤, 진솔 씨 치료를 위해 사용한 금액에 대한 영수증 자료를 전부 준비해 오라는 것이고, 선미 씨는 일단 국방부나 보건복지부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나서주겠다는 안이 있어야 영수증 준비든 뭐든 본격적인 일들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선미 씨의 대응은 그 간의 여러 조정자들의 중재안 속에서 일방적으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바라면서 공허한 소리를 질렀던 시간에 대한 반작용이 상당부분 지배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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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인생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

 

부모는 이러한 두 의원실의 중재안을 수용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결단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두 의원실에서 제시한 절충안보다 더 나은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육 형제의 부모는 어차피 모든 행정절차를 거치더라도 마지막으로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각오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진훤 씨는 현재 군병원에 입원해 있긴 하지만, 군병원에서는 진훤 씨 치료에 대해 사소한 알코올 솜 제공까지도 거절할 만큼 일절 손을 뗀 상태라 어머니 선미 씨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군병원 숙소에서 하루 5000원씩 주고 가족이 생활한 지도 이미 3년이나 지났고, 뿔뿔이 흩어진 가족생활을 더 연장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 것 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근배 변호사도 이 같은 정치권의 조정안에 대해 “지금 더 이상 좋은 방안이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반면, 부모 입장에서는 혹여 군대에서 희귀난치병에 걸려 의가사제대한 군인들에게 더 나은 보상책을 주는 방향으로 법이 앞으로 개정되더라도, 진훤‧진솔 씨는 그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결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당장 아이들에 대한 치료비 보상, 살면서 얼마간의 생활과 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지정 신청제도가 남아있긴 하지만, 젊은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부모의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만든다.

 

젊은 사람들이 그저 아프지 않게 고통만 잠재우는 치료만 받으며, 당장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연금을 받는, ‘죽지 못해 사는 삶’에 대한 공포, 아이들 일생에서 삶의 보람, 희망, 미래가 한 순간에 사라진 이 현실의 무게 때문에 부모는 선택과 결정 앞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마지막 한 자락, 버릴 수 없는 기대가 있다. 현재의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인 저 협상안을 수용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도중에라도, 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 적폐청산특별위원회에서 군인권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안이 제시되어 관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국방부 적폐청산특별위원회 고상만 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군인권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주로 군대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한 대책안을 다뤘다. 그 안을 이제 막 마쳤다. 군에서 의문사한 사병들에 대해 전원 순직처리 하고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안을 비롯, 7가지 대책을 발표했다”면서 “이제 군대에서 사고로 다치거나, 희귀병에 걸린 사병을 포함해, 여하한의 이유로라도 군대에서 다친 사병들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8년 1월 중순 즈음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에서는 제대 후에도 퇴원을 하지 못하고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있는 진훤 씨와 동생 진솔 씨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기자가 2017년 12월 15일부터 연락을 시도했으나, 한 번은 담당자들이 모두 출장 중이라고 했고, 이후에는 담당자 자리 번호라고 안내해 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정작 자신은 당사자가 아니라며, 당사자를 찾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만 하고 이후로는 연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