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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편집부가 한 달에 한 번,

재야의 숨은 필자를 찾아 필진으로 납치합니다.

 

"교양으로는 쓸데있을 와인 지식" 시리즈는

2월의 납치 필진으로

챙타쿠 기자의 추천으로 연재됩니다.

 

 

 

1. 와인은 포도로 만드는 술입니다. 기원전부터 먹기 시작한, 역사가 아주 오래된 술이죠. 현재는 만드는 곳도 많고 즐기는 사람도 많아진 유명한 술이 되었습니다만, 반대로 선뜻 손이 안 가는 술이기도 하지요. 어떻게 하면 와인을 잘 마실 수 있을까요? 와인에 대해 잘 알면 보다 잘 마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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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사이즈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사이즈는 ‘스탠다드(750ml. 사진의 'Bottle')’이며, 그보다 좀 적은 양은 ‘하프(375ml)’, 그보다 많은 양은 ‘매그넘(1.5L)’입니다. 그외에도 다양한 사이즈가 있지만 소매로는 구매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표에는 없지만 1.5L짜리 ‘저그 와인’도 있습니다. 박리다매하는 경우가 많아 보통 저급 와인으로 분류하며, 와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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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보암’이라는 사이즈가 있는 것을 보면 와인의 백그라운드엔 기독교가 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3. 와인잔의 다리를 잡고 돌리면 내벽에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방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와인의 눈물’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의 간격과 떨어지는 속도 등을 보고 알코올 도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통 간격이 좁고 내려오는 속도가 느릴수록 도수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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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와인이 다 같아 보여도 어떤 포도 품종을 썼는지, 포도나무가 오래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그리고 숙성도에 따라서 색이 다릅니다. 레드와인의 경우 숙성이 오래되면 될수록 주황빛이 도는 빨간색 빛깔이며, 화이트와인은 오래될수록 호박색을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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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에이징(Aging)’은 ‘숙성’을 뜻하는 와인 용어입니다. 에이징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보다 풍부한 맛을 내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크통에서 에이징을 하는 경우도 있고, 스틸통, 콘크리트통에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크통은 복합적인 향을 내주며, 스틸통/콘크리트통은 포도 자체의 맛을 살려줍니다. 와인 메이커의 성향에 따라 숙성방법이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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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크통 숙성은 복합적인 향을 만들어내지만 포도 품종 자체의 신선한 맛을 해치기도 하며, 지나치게 오크향이 강하면 느끼해질 수 있습니다('오일리하다' '버터향이 가득하다'고 표현합니다). 한 때 오크통 숙성이 숙성의 필수조건이라고 여겨진 시기가 있었는데, ‘평론가들이 오크 숙성 와인에 높은 평점을 주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높은 평가를 받으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그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죠. 지금은 오크통 선호가 많이 줄어들고 다양한 방식으로 숙성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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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와인은 향으로 마신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향이 중요한 술입니다. 공기와 함께 와인을 들이키면 입안에서 향이 증폭됩니다. 다만 고개를 들고 공기를 들이키면 와인이 기도로 넘어가서 기침이 나올 수 있으니 고개는 숙이고 공기와 와인을 들이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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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향으로 부쇼네(와인 코르크에 곰팡이가 생겨서 와인 맛이 변하는 현상) 와인, 일명 ‘상한 와인’을 걸러낼 수도 있습니다. 비린내가 진하다고 해야 할까요, 이상한 향이 확 올라옵니다. 이런 경우 환불이나 교환을 받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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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애프터 테이스트’는 와인의 ‘끝 맛’을 가리키지만 다 마신 후의 잔향을 뜻하기도 합니다. 와인은 다른 술보다 끝 맛이 다양합니다. 꽃 향이 복합적으로 올라오는 와인도 있고 꿀 향이 기분 좋게 올라와서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와인도 있습니다. 같은 와인인데 어쩜 이렇게 다른 맛을 낼 수가 있나 생각이 들 정도지요. 참고로 애프터 테이스트는 에이징 과정에서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 숙성된 와인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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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와인을 입에 머금고 있을 때 뻑뻑한 감이 있다 싶으면 ‘타닌(포도 껍질 등에 들어있는 물질)’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와인을 ‘바디감이 있다’ ‘풀바디 와인’이라고 얘기합니다. 반대로 뻑뻑한 감이 없고 부드러운, 마치 실크 같은 질감이 느껴진다면 ‘바디감이 약하다’고 말합니다. 보통 바디감이 클수록 입안에 묵직한 느낌이 강해져서 강한 인상을 줍니다. 풀바디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보단 음식과의 조화가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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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머스트'는 포도를 으깬 것입니다. 옛날엔 와인에 들어가는 포도를 발로 밟아서 으깼지만(압축) 요즘은 기계가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하든 기계가 하든 포도 압축은 여전히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정인데요, 재밌는 건 포도 알맹이와 줄기, 씨앗도 함께 압축한다는 것입니다. 알맹이만으로도 맛있는 와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포도 알맹이만을 선별하려는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일정량의 포도 줄기 혹은 포도 씨앗이 와인에 독특한 향미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와인 메이커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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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가장 흔히 마시는 레드와인의 포도 품종은 크게 5가지로 나뉩니다. 스탠다드한 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입니다. 다양하게 변화할 수도 있는 품종으로, 고가의 와인들이 대부분 이 품종으로 만들어집니다. 뻑뻑하다는 특징이 있고, 전체적으로 씁쓸한 맛도 많이 나지만,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포도 외에도 여러 가지 꽃 향 같은 것들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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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레드와인을 만드는 포도엔 영어권에서는 ‘멀롯’이라고 부르는 ‘메를로(Merlot)’도 있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서 한결 부드러우며, 덜 쓴 편입니다(시음경험이 많지 않은 분에겐 차이가 미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시기 쉬운 카베르네 소비뇽이라고 보면 될까요. 끝 향이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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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세 번째는 ‘피노 누아(Pinot Noir)’입니다. 다른 포도 품종과 섞지 않아도 복합적인 향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주의를 하셔야 할 것이, 관리가 부실하거나 잘못 만들어진 경우 향이 지나치게 섞여서 마시기 힘들 수 있습니다. 거의 샴푸 같은 맛이 나기도 하니, 피노누아 와인은 신중하게 사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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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다음은 호주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품종인 ‘시라즈(Syrah)’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서 더 뻑뻑하고 씁쓸하며, 맛이 강한 품종입니다. 시음자에 따라서는 초콜렛 향이 강하게 난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에는 씁쓸한 맛 밖에 느끼지 못했습니다. 끝에서 카카오 향을 조금 느끼긴 했지만요. 시라즈와 비슷한 품종에 말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와인의 이렇다할 차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두 품종의 차이가 더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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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마지막은 ‘산지오베제(Sangiovese)’입니다. 이탈리아 토착품종으로 주로 이탈리아에서 많이 씁니다. 이탈리아 같은 경우에는 와인 원산지 관리가 매우 엄격해서 토착품종 이외의 품종을 사용한 와인은 국가에서 인정을 안 해주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이탈리아만의 토착품종을 사용한 와인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그 중 하나가 ‘키안티’라는 와인입니다. 키안티는 과일 향이 풍부하며, 전반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느낌이 강하지만 뒤에 과일 아로마가 많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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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화이트와인의 포도 품종은 레드와인에 비해서 종류가 적습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야 한다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레드와인이 시장가격이 더 높아 화이트와인에 대한 포도 품종 개량이 이뤄지지 않아 종류가 적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화이트와인의 품종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샤르도네(Chardonnay)’는 레드와인으로 치면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포도입니다. 여러 가지 와인으로 변신이 가능하면서 가장 스탠다드한 맛을 구사해냅니다. 깔끔하면서 달지 않은 담백한 맛. 전체적으로 씁쓸한 맛이 느껴지지만 끝 맛은 깔끔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샤르도네를 많이 쓴 와인은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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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두 번째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입니다. 소비뇽 블랑의 맛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풋사과’입니다. 상큼하면서 풋풋한 느낌. 때로는 풀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화이트와인이어서 그런지 깔끔한 맛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식후 와인으로 즐겨 마십니다. 느끼한 음식을 먹고 나서 한 잔 마시면 입안이 정리되는 느낌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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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마지막은 ‘리즐링(Riesling)’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스위트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품종입니다. 리즐링 와인은 대체적으로 답니다. ‘대체적’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와인메이커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당도가 낮을 수 있고, 달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리슬링은 '무조건 달다'보다는 리슬링으로 만들었는데 당도가 얼마나 될까를 체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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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래서 어떤 기준으로 와인을 사야 하느냐, 고 물으신다면, 세 가지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1) 프랑스 고집을 버리자: 프랑스가 와인강국이긴 하지만 지금은 프랑스 말고 와인을 잘 만드는 나라가 많습니다. 그것도 저렴한 가격에요! 호주나 미국, 남아공 와인 중에도 좋은 것이 많이 있습니다.
 

2) 편의점에서 사지 않기: 편의점은 와인 보관과 관리가 허술합니다. 과자처럼 진열하기 때문에 맛이 변질될 우려도 있습니다. 또 파는 것 대부분이 저가 와인인데, 1만 원 이내의 와인은 사실상 포도를 설탕에 절여서 만든 것으로 제대로 만든 와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3) 자신의 입맛에 맞는 걸 사자: 남들이 아무리 맛있다고 얘기해도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구매하는 게 가장 만족도가 높습니다. 단 와인을 좋아하면 모스카토나 아이스 와인을, 소주처럼 깔끔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소비뇽 블랑이나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을 드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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