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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명종 때 간신 윤원형의 탐욕은 엄청났다. 실록의 기록은 이러하다.

 

“뇌물이 몰려들어 그 부가 왕실에 못지 않았다. 따라서 서울 장안에 1급 저택이 13채나 되었고 그 사치스럽고 웅대함이 극도에 달했다. 대놓고 기탄없이 대문을 열어 놓고 뇌물을 받아들이고 관직을 팔았다. 이조와 병조의 판서를 여러 번 하면서 벼슬을 팔고 뇌물을 받기를 시장의 장사꾼처럼 하였다.”

 

심지어는 “윤원형의 재산이 국고보다 많았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 탐욕의 도가 오죽했으랴.

 

하루는 어떤 무관을 승진시켜 주었는데 무관이 와서 답례로 화살통을 바쳤다. 윤원형은 기껏 벼슬을 올렸더니 웬 화살통이냐며 창고에 처박아 버렸다. 얼마 후 무관이 방문하여 인사를 하니 윤원형은 펄펄 뛰었다. “네가 나를 뭐로 보고 그런 하잘 것 없는 걸 선물이랍시고!!!!!” 그러자 무관이 웃으며 말했다. “화살통 안을 보시옵소서.” 그 안에는 담비가죽이 그득했다. 윤원형은 크게 기뻐하며 더 높은 지위를 내려 주었다고 한다.

 

또 한 번은 누에고치를 잔뜩 바치고 참봉을 청하는 이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때 술에 잔뜩 취해 있던 윤원형은 누에고치 바친 자의 이름을 까먹고 “고치를 참봉시켜라.”고 했다. 그러자 아래 벼슬아치들이 알아서 고치라는 이름을 가진 이를 참봉으로 올렸다고 전한다.

 

사사로이 뇌물을 받는 것은 이야깃거리도 아니었다. 심지어 지방에서 수군 군선을 동원하여 뇌물을 정기적으로 실어나르는 국가 체제 문란에 가까운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으며, 멀쩡한 바다를 메우는 간척사업을 벌여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바다를 육지로 만든 뒤 그걸 몽땅 사유화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대사헌 이탁이 윤원형을 탄핵하며 한 말을 들어보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저택을 10여 채나 이어 짓고, 해변의 간척지와 내륙의 기름진 전답을 모두 사사로이 점유하니 어찌 지벽(地癖)이 아니겠습니까.”

 

지벽, 즉 땅에 미친 자라는 뜻이었다. 옛 농경 사회에서 땅은 곧 경제력이었으니 윤원형은 요즘 말로 하면 돈에 환장한 자였다.

 

그러나 막강한 배경이 되어 주던 문정왕후가 죽은 후 윤원형은 급속도로 몰락한다. 그렇게 떵떵거리며 재물을 모았으나 함께 해주는 벗 하나 없었고, 전전긍긍하며 살다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금부도사가 자기에게 사약을 가지고 오는 거라 착각하고선 지레 겁을 먹어 약을 먹고 죽어 버렸다.

 

한창 윤원형이 탄핵 받을 즈음 한 선비의 시가 양재역에 걸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작자는 미상이다. 시 제목은 여명박리대통령시(與名薄利大統領詩). 즉, 이름은 천박하고 이권은 컸던 통령에게 주는 시라는 뜻이다. 통령은 조운선 몇 척을 책임지는 미관말직을 일컫는 것이니 곧 윤원형을 비꼬는 말이었다.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전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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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박리대통령시 (與名薄利大統領詩)

 

鼠悶垠逼縛何固 서민은핍박하고
쥐새끼 고민한다. 낭떠러지 눈앞인데 포승줄은 얼마나 단단할꼬

 

犯罪曖海薄漢滋 범죄애해박한자
지은 죄는 바다를 덮고 천박한 자들 번성했네

 

再算典簿患怨海 재산전부환원해
법전이며 장부며 셈하고 또 셈해도 원망과 근심의 바다

 

便澔私匪業亶多 변호사비업단다
싼 똥은 세상에 그득, 사사로운 도둑질 진실로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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