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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와인은 어렵다'는 인상을 주는 것 중에 라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벨이 와인의 첫인상이기도 한데 처음 보면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으니 와인에 친숙함을 느끼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라벨에는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정보가 표시됩니다.

제조사 / 제조년도 / 제조 지역 / 용량 /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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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물론 더 많은 정보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appellation (de) ~ controlee"와 같이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와인의 등급을 나타내는 것으로, 앞 글자만 따서 "A0C"라고 부릅니다(프랑스 와인 등급). 보통 중간의 물결 부분에는 지역명이 들어가지요. 그러니 이 문구 하나만으로도 어느 지역에서 만든 무슨 등급의 와인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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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올드 바인(Old Vines)'은 말 그대로 오래된 나무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일컫습니다. 젊은 나무에서 자란 포도가 무조건 좋을 것 같지만, 오래된 나무에서 자란 포도도 나름 장점이 있어요. 나무 하나에서 자라는 포도의 갯수는 많지 않지만 대신 열매 하나 하나에 더 많은 에너지가 응축됩니다. 덕분에 올드 바인에서는 그 어떤 와인보다 응축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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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와인을 만드는 나라마다 '올드 바인'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프랑스: 비에이유 비뉴(Vieilles Vignes)
스페인: 비냐스 비에하스(Vinas Viejas)
포르투갈: 비냐스 벨라스(Vinhas Velhas)
이탈리아: 베끼오 비녜(vecchio vigne)
독일: 알테 레벤(alte re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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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올드 바인에 관한 기준 또한 나라마다 다릅니다. 와인의 발상지인 유럽의 경우에는 50년 이상된 나무를 올드 바인이라고 부르는 반면, 호주, 미국과 같은 신세계 와인 생산국은 30년만 넘어도 올드 바인으로 취급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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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올드 바인은 수명 또한 긴 편입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올드 바인은 기본이 50년 이상이고, 110년 된 것도 있습니다(유기농 방식인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재배가 되기 때문에 생명력이 더 대단하지요). 포도 나무부터 키우는 방식까지 많은 정성이 들어갔으니 맛도 가격도 장난이 아니겠다 싶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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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포도를 숙성하는 방법에 크게 통 숙성(오크통)과 병 숙성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엔 이 '숙성'을 조금 넓게 생각해볼까요. 레드 와인은 총 두 번의 숙성을 합니다. 처음 숙성할 때 포도의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면, 두 번째에서는 사과산이 젖산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과산이 날카로운 산미를 표현한다고 하면 젖산은 와인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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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레드 와인은 산미 보다는 탄닌의 느낌과 삼나무 향, 블랙 베리 향 등 다양한 향미를 즐기는 편이라 보통 젖산 발효 과정을 거치지만, '산미'를 메인으로 하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 이 과정을 거치지 않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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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시간을 오래들여 천천히 숙성하는 게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빠르게 와인을 출시하기 위해서 와인을 끓이기도 합니다(높은 온도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것을 의미). 물론 단기간에 자극적인 와인을 만들 수 있어 좋지만, 인위적이긴 방식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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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랙킹'은 와인 양조의 과정 중 하나로 '여과'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유물들을 제거하기 위함인데요, 부유물이 너무 많으면 좋지 않은 향미가 더해질 수 있어서 이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보통 부유물들을 제거하기 쉬운 형태로 와인을 안정시키고 난 뒤 랙킹에 들어갑니다. 영화 <와인 미라클>에서 샤토 몬탤리나의 주인이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여러 번 랙킹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부유물이 적은 화이트 와인을 이렇게까지 랙킹하는 이유는 색을 예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다만 랙킹 과정에서 산소와 많이 접촉하면 지나치게 산화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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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와인 마개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천연 코르크 마개가 가장 기본이라면 코르크 조각들을 압축해서 만든 마개도 있고, 합성 고무도 있습니다. 숙성을 고려한다면 천연 코르크만한 것이 없지만 비싸기 때문에 저가용 와인은 대부분 합성 고무로 만든 마개를 사용합니다. 호주, 미국 등과 같은 신세계 와인은 스크류 캡을 쓰기도 합니다. 한 때는 스크류 캡이 저가용 와인의 상징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지금은 무의미합니다. 그냥 코르크는 코르크, 스크류는 스크류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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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와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빈티지'인 건 알고 계시겠지요. 빈티지는 포도가 수확된 년도를 의미하는데, 그해 포도 농사가 풍년이었냐 흉작이었냐에 따라 와인의 퍼포먼스가 정해집니다. 당연히 풍작인 해에는 장난이 아니겠지요. 물론 흉작인 해에 무조건 저품질 와인만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와인 메이커의 능력에 의해 결과가 뒤집어지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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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빈티지에 관한 규정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어떤 와인의 라벨에 '2000'이라고 쓰여있다고 해보죠. 이게 프랑스 와인이라면 '2000년에 수확한 포도를 85% 이상 사용'했다는 뜻이고, 미국 와인이라면 '2000년에 수확한 포도를 75% 이상 사용'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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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와인도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리코르킹(recorking)'이라고 불리는 것인데요, 1-2년 내에 마셔야 하는 와인은 굳이 건강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지만 10년 이상, 혹은 정말 좋은 빈티지에다가 훌륭한 샤토에서 만들어져서 100년 이상 숙성이 가능한 와인들은 건강검진을 받는 쪽이 좋습니다. 대표적으로 호주 고급 와인 그랑지(grange)를 생산하는 펜폴즈(penfolds), 그리고 샤토 팔머에서 리코르킹 작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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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리코르킹은 오래된 빈티지를 가진 사람이 회사 측에 리코르킹을 의뢰하면 회사에서 고객을 찾아가 와인을 점검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자리에서 와인을 개봉하는 것은 아니고, 개봉할만한지 아닌지 와인 소유자와 상담을 거칩니다. 개봉할 만하다고 판단하면 개봉한 뒤 1~2% 정도를 시음합니다. 보관이 잘 되었나 점검하는 거죠. 보관상태가 양호하여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병으로 와인을 옮기고 코르크도 새 것으로 교체합니다. 마신 1~2%의 와인은 최근 빈티지로 채워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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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샤토 팔머는 리코르킹 후 부족한 부분에 대해 원래 와인과 동일한 빈티지를 채워넣습니다. 61년산 빈티지를 리코르킹한 뒤에 61년산 빈티지를 채워넣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채워넣은 61년산도 같은 와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와인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다른 곳에서 보관을 했으니, 동일한 빈티지라 하더라도 완벽히 같은 와인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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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리코르킹 서비스에 대해 찬반이 갈리는 편입니다. 찬성하는 쪽은 와인의 현재 가치를 알 수 있고 앞으로 와인을 어떻게 할 건지(마실 건지 보관할 건지 혹은 판매할 건지)를 결정할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반면 리코르킹 과정에서 와인이 산소와 접촉해 산화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 1~2%라고 해도 새로운 빈티지를 메꾸는 것도 와인이 크게 변화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합니다. 리코르킹한 와인은 이전의 와인과는 다른 와인이라고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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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네고시앙(Negociants)'은 '와인 중간 유통상'입니다. 11세기 네덜란드 상인들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와인을 연결해주면서 생겨났습니다. 현재는 네고시앙의 역할이 많이 달라져, 도매, 중개는 물론 직접 샤토를 매입해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네고시앙의 모습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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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프랑스어로 '생명의 물'이라는 뜻을 지닌 '오드비(eau de vie)'는 '오크통 숙성을 거치지 않은 증류된 술'을 의미합니다. 오드비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배로 와인을 옮길 때 무게에 따라서 세금을 붙였던 모양인데, 업자 입장에선 최대한 무게를 줄여서 세금을 덜 내야 했죠. 따라서 증류를 했고, 처음에는 그렇게 인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이후 점점 인기가 생겨서 나중엔 무게 대비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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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비는 곡주를 증류했느냐 아니면 와인을 증류했느냐에 따라서 종류가 달라집니다.

 

160. 오드비 중에 그라파(grappa)라는 이탈리아 술이 있습니다. 와인을 증류한 술이 아니라 와인을 만들면서 생긴 부산물, 즉 포도 찌꺼기를 이용해서 증류한 술입니다. 30도에서 60도 사이라고 하니 도수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외에도 오드비를 이용해서 도수를 대폭 높인 주정강화 와인도 있죠. 스페인과 포르투갈 것이 유명한데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닙니다. 맛도 달달하고 향도 향 폭탄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풍부하니 한 번 드셔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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