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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댓글에 7월 1일부로 휴식시간 90분이 사라졌냐는 질문이 있어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봐도 무리는 아닙니다. 


기존 유급 휴식시간으로 주어지던 90분은 사라졌습니다. 주유/세차/요소수 충전 등 '특별 업무'를 위한 휴식시간을 쓸 경우 이를 위한 증명서를 제출하면 10~20분의 휴식시간을 인정합니다. 그 이외 드라이버 재량 휴식 시간의 경우, 피크시간 피해서 90분 휴식시간 사용시, 시급 3시간30분 35,000원, 피크시간 5시간 60,000원, 8시간 이상근무 추가수당 10,000원, 총 10시간 근무시 95000+10,000 = 105,000원입니다.

굉장히 헷갈리고 복잡한 계산 방식 같지만 쉽게 보면 유급 휴식은 없어진 것이고 피크타임을 피해서 휴식하면 5천 원 깎인 겁니다.

하루 5천 원이나 1만 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죠. 한달이면 20만 원이 넘으니까요. 근데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피크 타임에 맞춰서 쉴 수 있는 상황이 늘 보장되진 않겠죠.

사실, 유급 휴식 시간 90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유무죠. 이건 나중에 전문가인 분들이 꼭 다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2편 시작. 

 

 

1.

1편에서 설명했듯 배차 콜이 뜨면 15 내에 수락해야 한다. 가만히 있을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다른 용무를 보고 있을  순식간에 지나가는 찰나의 시간이다. 그러니 ‘대기상태일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배차 수락을 누르면 승객의 이름 혹은 아이디와 안심번호로 표시된 연락처, 그리고 승객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가 표시된다. ‘길 안내 누르면  장소로 네비가 안내를 시작한다. 짧으면 몇 백 미터, 멀면 3~4km 거리이다. 배차는 승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사에게 자동 배차된다고 하는데 기술적인 부분이라 정말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순순히  경험상으로만 보자면 젊은 여성 승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략 7:3 정도 비율이랄까. 그럴 만하다. ‘타다 평균 요금은 기존 택시보다 대략 20% 정도 비싸다고 한다. 승객의 입장에서, 굳이 20% 비싼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실내가 넓고 쾌적하다. 대부분 운행 거리가 짧은  차인 데다가 향수까지 있고 기사는 물론 승객도  안에서의 흡연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기사는 승객에게 쓸데없이 말을 건네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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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홈페이지

 

그리고 승객이 탑승하면 혹시 다른 ‘타다 착각해 잘못 승차하진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녕하세요? XX 맞으신가요? 목적지는 XXX 맞나요? 안전벨트 부탁드리고요. 출발하겠습니다.” 같은 안내 멘트를  이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목적지 도착 전까지 입을 다문다.

 

냄새도 냄새지만, '문재앙을 뽑아놨더니, 나라 꼴이 아주 개판 아잉교?!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근혜가 돈을 받아먹기를 했나, 무신 대단한 비리를 저질렀나? 어이?!' 라고 다짜고짜 들이대는 택시 기사들 때문에 대략 난감했던 기억들 하나씩은 다들 있으리라. 일부겠지만 택시 기사들 중엔 여성 승객에게 연애 하자는 , 얼굴이 이뻐서 남자 많이 꼬이겠다는  황당한 성희롱적 멘트들을 거리낌 없이 날리는 기사들이 있는  엄연한 현실 아닌가. 그러니 돈을 조금  내더라도 이동 시간동안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고 안락하게 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타다 일정 부분 시장에 삐르게 안착하고 이용 회원이 60만을 돌파한 이유는 바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택시의 ‘단점 ‘장점화  말이다. 사실 ‘타다라고 해서 뭔가 중뿔나게 좋은 점이 있을까. 11인승이라 많은 수의 일행이  번에 이동하기 편한  이외에 별다른 점은 없다. 운송은 엄연히 ‘서비스이고 고객응대 서비스로 너무나도 당연한  했을 .

 

물론, 이용 후기를 보면, 개중에는 ‘타다기사 중에도 불친절하거나 말이 많은 기사도 있다지만 어차피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따를 , 확률적으론 기존 택시보다 확연히 낮다. 게다가 승객은 그런 기사에겐 거리낌 없이 패널티를  수도 있다. 원하는 곳에 도착하면 기사가 ‘정산하기 누르는데, 그러면 승객이 미리 연결해뒀던 신용카드로 결제가 이뤄진다. 그리고 승객은 하차  앱을 통해 기사에게 별점을   있는데 낮은 별점을 주거나 익명으로  게시판에 클레임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평가 게시판 활성화를 위해 쿠폰 이벤트를 하면 쿠폰을 받기 위해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서 거짓 클레임을 거는 일도 있다. 승객이라고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서 벗어나겠는가)

 

 

2.

승객 입장에서  다른 좋은 점이 있다면 길거리에 서서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호출하면 자신이 있는 , 일테면 바로  앞까지 ‘타다 온다는 것이다. 이게 약간 난감한 점이 있는 것이, 좁은 주택 골목길이나 번잡한 교차로 쪽에서 호출을 하면 네비가 아주 섬세하게 안내하지는 않아서 대략  미터 내지  십미터의 오차가 생기므로 바로  앞에 승객을 두고도 서로 헤맬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럼 상식적으로 승객도 ‘타다 찾아야 하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일주일 동안 ‘타다드라이버로 일하며  저리게 느낀  있는데, 인간은 참으로 게으른 존재라서 내가 핀으로 찍은 곳까지 정확히 ‘타다 와야지. 자신이 승차를 위해 불과  걸음이라도 걷거나 이동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재미난 사실은  있다.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태우다 보니 실로 오만가지의 사람들을  수가 있는데, 승차  전화로 여자친구와 쌍욕을 하며 싸운다든지, 친구 둘이 타서 방금까지 함께 놀았던 다른 친구의 뒷담화를 깐다든지, 부부가 집안 대소사를 논의한다든지,  한잔 걸친 불륜 커플이 타서 거리낌 없이 진한 애정행각을 펼친다든지 하는 경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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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봐도 매우 이쁘면서 젊은 아가씨와 중년 이상의 아저씨가 어느 정도 취기를 풍기며 탔다. 대화 내용을 보니 젊은 여성은 업소 종업원 같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높은 옥타브로 한창을 깔깔거리며 떠들다가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룸미러로 흘끔 보니 둘이 얼굴을 맞대고 쩝쩝거리며 딥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중년의 왼손이 아가씨의 붉디 붉은 원피스의 아랫자락을 파고들며 거친 숨결이 하앜하고... ... 여기까지.

 

가만 보면, 승객들에게 있어서 나는 ‘사람 아니다. 서로 익명성이 담보된 터이고, 만남은 일회성이기에 내가 듣고 있든 말든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 승객들 입장에서 나는 그저 자신들을 행선지까지 이동시켜주는 ‘AI’ 뿐이다. , ‘타다 4 산업혁명의 일선이라 했던가!  실체를 조금은  것도 같다.

 

 

3.

앞서 별점 평가 시스템을 이야기했는데, 사람 감정이라는  참으로 우습다. 별점은  5( 다섯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애초엔 별점 5개가 디폴트값이었단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대단히 인상적인 서비스를 받지 않은 이상, 하차  앱에서 별점 평가를 요구하면 그냥 귀찮아서 , , 하고 패스하거나 눌러버리니 별점 인플레가 일어났다고 한다. 별점 평가는 드라이버의 서비스 평가를 위해 도입된 것인데 회사 입장에선 변별력이 상실되므로 나중엔 디폴트를 별점 0개에서 시작하도록 바꿨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 잘못도, 사소한 클레임 하나 걸리지 않은 기사조차 가만히 있어도 별점 평균값이 자꾸 깎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별점과 출근 일수  거리 운행 이력  종합적인 평가가 좋으면 기사 등급이 ‘베이직에서 ‘굿’, ‘퍼펙트등으로 올라가 인센티브를 받을  있고  액수는 많게는  20~30 원이 되니, 기사 입장에선 디폴트값을 0개로 놓은 별점이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그리고 굳이 등급과 인티를 생각지 않더라도, 어느 승객(앞서 말했듯 별점과 평가는 익명으로 이뤄진다) 내게 감사의 인사와 높은 별점을 주면 기부니가 매우 좋다. 살면서 받은 상이라곤 2017 독일 에버트 인권상을 받은  전부인 나로선 그게 그렇게나 흐뭇하더라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말이 매우 수긍이 가더라는 말씀.

 

 번은 어느 여성 승객 둘이 탔는데   한 명이 매우 취했다. 출발하다가 오바이트를   같다길래 급히 갓길에 세우고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다시 출발했는데 취한 승객이 느닷없이 내리겠다고 고집을 피워 황급히 내달려야 했다. 이미 강변북로에 접어들었기에 딱히 정차하기가 곤란했다.

 

그리고 ‘타다카니발 차량은 안전운행을 위해 속도제한이 걸려 있다. 아무리 엑셀을 밟아도 차량 속도는 113km 넘지 않는다. 그러니 목적지까지 1 1초라도 빨리 달리기 위해 113km 내달린 것이다. 취객의 집에 도착해 무사히 내려주고 다른 승객의 집에 모셔다 드리니, 내게 거듭 ‘미안하다 인사와 함께 손에 1만원의 팁을 쥐어 주더라. 처음 겪는 일이기도 했거니와  입장에선 뭔가 딱히 대단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미안한 감정을 표해주니 고맙기도 하고 기부니가 매우 좋았더랬다.

 

  번은, 예닐곱명의 어느 젊은 청년들 무리를 태웠던 적이 있는데 한눈에 봐도 엄청  생긴 청년들이었다. 자기들끼리 팬들이 어쩌고 무대 인사와 멘트, 대본이 어쩌고 떠드는 내용으로 봐서 ‘아이돌그룹이었다. 결국  참고 그룹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아직 데뷔를 못해서 이름이 없어요.”라고 하더라.  바닥에서 정식 데뷔라는  어떤 건진 모르겠는데 어떤 무대에 서고 벌써 팬까지 생겼음에도 그룹 이름이 없다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가  알겠는가. 여튼, 20~30 동안 이동하면서 그들이 떠든 이야기를 들어 보건대, 자신들의 ‘직업 참으로 성실한 청년들이었다.  되었으면 좋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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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인스타그램

 

 

4.

내가 만난 승객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승객은 어느 젊은 아가씨였다. 사투리로 보아 경상도 어디쯤에서 상경해 일하는 여성인 듯했는데,  번째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번째 아르바이트 근무지로 이동하면서 ‘타다 이용하는 것이었다. 지친 목소리로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이어서 스피커폰으로 엄마와 통화했다. (앞서 말했듯, 승객들에게 나는 ‘AI’라서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 딱히 엿들으려 하지 않는데도 그냥  들린다.)

 

  없는 통화 내용이었다. 피곤하지는 않느냐, 밥은  챙겨 먹느냐,  이런, 어찌 보면 흔해빠진 내용이었다. 하지만    없는 통화내용과 말투, 대화의 뉘앙스로    가족은 부모자식 간의 사이가 좋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매우매우매우매우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었다. 그냥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가족.

 

세상엔 정말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사연과 성격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과 짧게는 10, 길게는 1시간 넘게  공간에서 이동하며 그들 삶의  자락을 아주 살짝 들여다   있었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가.

 

타다 그냥 ‘택시 얘기다.

 

 

 

 

편집부 주

 

타다 위장취업 시리즈 3편은

7월 5일 금요일에

올라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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