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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여러 정치, 경제적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정치, 경제적 관점과 맥을 같이 하는 듯 하나 또 다른 속내로 복잡하게 엮어져 있는 국가, 업체, 단체의 이해관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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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이란 방문은 이란과 미국의 갈등을 중재하려는 표면적 이유를 갖고 있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아베가 이란을 방문한 후 두 가지 거대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우선 일본 회사가 운영하는 노르웨이 선사 소속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오만해 초입에서 공격 당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은 이 사건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했고 배에 기뢰를 부착하는 증거영상을 공개하면서 마치 모든 것을 다 보고 있었다는 듯 이란을 압박 했으나 이란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쿠흐모바라크 지방의 영공을 침범, 간첩 활동을 했다는 명분으로 미군 무인기 'RQ-4 글로벌 호크'를 격추시킵니다. 이란의 영공 침범에 대한 방어 차원의 격추였다는 주장에 미군은 미 드론 'RQ-4 글로벌 호크'는 이란 영공이 아니라 국제 공역을 날고 있었을 뿐이었으며, 도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당한 것이라고 반론했습니다.

 

이에 트럼프는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해서 "공해상에서 미국의 자산을 이란이 격추시켰다." 라고 언급하며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곧 알게 될 것이다." 라고만 발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이란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 했을 뿐 추가적인 군사 행동은 취하지 않았습니다.

 

아베의 이란 방문과 이란의 미국 도발에 대해 풀이해 보면, 트럼프는 재선 도전 선언 이후 G20과 한국 방문 이외의 대외 활동을 최소화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란은 트럼프 집권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를 전혀 팔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는 물론이고, 거의 유일한 자금줄인 에너지 자원 수출이 막히다보니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의 존속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이란이 트럼프를 자극하면 트럼프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지만 최소한 이란의 도발에 대해 어떠한 작은 반응이든 내 놓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선거를 1년 반 남겨 놓고 대외 활동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취하면서 이란은 매우 급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트럼프의 입에서 이란 관련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게 돼, 이란은 최소 1년 반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5년 이상 지금처럼 굶주린 상황이 지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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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미국에 대한 도발은 전쟁이 아닌 자신들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대화 유인책이었습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것은 격추한 정찰기가 무인정찰기였다는 점입니다. 만약 유인전투기를 격추시켰다면 미국과 전면전에 돌입하게 되기 때문에 이란이 무인정찰기를 골라 격추 시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인정찰기 격추로는 전쟁으로 당장 확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요.

 

다시 말해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는 트럼프와 대화하고자 하는 이란의 과격한 접촉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란과 대화 의지가 있었다면 상호간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을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쪽에서 이를 두고 그냥 실수했을 것이라고 의미를 격하시키면서도 지켜보겠다고 이야기 한 것은 '이란과 대화 할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이런 도발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다를 것이다.'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란이 과격하게 나오긴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서 석유 가격이 5% 넘게 폭등했었습니다. 석유거래 시장이 미국에 장악되면서 석유가격이 폭등하면 수출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석유 산지인 트럼프 지지 지역은 큰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란이 없는 살림에 트럼프에게 촌지 봉투를 밀어 넣어준 셈이지요.

 

이번 갈등의 시작은 아베의 이란 방문 이후 벌어진 것으로 실제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갈등을 중재하려는 아베의 발언과 다른,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트럼프의 기대와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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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업체

 

현재 반도체, 스마트폰 시장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사업 진행이 어려운 실정이고, 자칫 무역 압박이 장기화 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투자만 해 놓고 사업 자체가 분해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던 중국 시장의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이 작년부터 분기마다 10% 전후의 하락세를 보이는 추세이고, 여기에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규제로 하락추세가 가속화 된 모양새입니다.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입니다.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2019년 1분기 중국 내 점유율을 살펴보면,

 

화웨이 →     33.7%

비보          20%

오포          19.5%

기타          11.9%

총 점유율 :   85.1%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8900만 대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정도 줄어든 수치입니다. 스마트 폰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미국에 의한 무역 압박으로 중국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 축소가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반도체 업계의 엄청난 생산 물량을 중국이 모두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을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에 나서면서 2000년대 초반 반도체 업계의 치킨 게임 이후 반도체 가격은 가장 큰 폭의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이 정상화 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하락세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습니다. 시장 가격 폭락으로 생산이 줄면 결과적으로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관련 장비와 소재의 수입도 줄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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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조치는 정치적 접근과 함께 시장가격 하락 방어 차원의 접근 또한 가능합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한국(삼성전자, SK하이닉스)과 미국(마이크론)이 양분하고 있고 일본은 양국 모두에게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생산물량, 높은 거래 가격을 모두 받아주던 중국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중국에 기대어 사업 규모를 크게 확장시킨 업체들은 과잉 생산된 물량으로 인한 시장 가격 폭락에 속수무책인 상황이고 중국 시장이 언제 정상화 될지 알 수도 없습니다.

 

현재 반도체 거래 시장은 역사상 가장 큰 폭의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DDR4 16G PC4-21300 제품의 소매가격이 현재 6만원입니다. 1년 전에 17만원이었던 것이 1/3 가격으로 떨어졌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세계 반도체 시장 1, 2위입니다. 분명 두 거대 업체와 거래를 끊는다는 것은 일본업체들도 치명적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또한 WTO 체제에서 일본이 핵심 소재 수출을 국가별로, 업체별로 제한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업계 1, 2, 3위 업체와 핵심 소재 공급 업체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일본의 행보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를 요약해보면,

 

중국 시장 축소  반도체 가격 폭락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금지  1, 2위 업체 핵심 소재 부족으로 생산 차질  반도체 가격 상승

 

위와 같은 순서로 이해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소식이 G20 회의 이후 나왔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하는데 업계는 이번 G20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만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론이 나기를 바랐을 테지만 트럼프는 6월 29일 G20 폐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계속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언급하며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의 요지는 화웨이가 스마트폰, PC를 판매하려면 미국 기업들 부품을 정상적 절차에 따라 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웨이의 핵심 사업인 5G 통신 장비는 여전히 다른 업체와 거래 할 수 없습니다.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매우 모호하고 답답한 회담 결과였을 것이고, 실제로 G20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이 일시적으로 느슨해지면서 무역 협상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 또한 잠시 커지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긍정적 신호는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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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이 업계의 바람과 달리 부정적인 방향으로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로운 가격 하락 방어 기재를 발동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는 중국 반도체 시장 축소에 따른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한 반도체 업체의 가격 하락 방어 기재의 하나로 시장 거래 가격 유지의 시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거래 가격 반등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나 최소한 급격한 가격 하락을 늦출 수 있는 응급처치의 성격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세는 중국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쪽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도 다른 돌파구를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가격 폭락을 대비해야 하는 거대 생산 업체와 핵심 소재 공급업체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면 정치적 이해 관계에 편승해 리스크 해소를 위해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가격 하락 방어 기재는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3. 미국 민주당

 

일본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고, 개가 주인을 물지 않는 것처럼 전통적으로 미국 지도자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습니다. 아베는 미국 오바마 정권 시절 양적완화 정책에 기대어 아베노믹스를 단행했고 환율 조작에 따른 시장 교란행위라는 비판을 뒤로하고 경제 지표상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양적완화와 발 맞춘 아베노믹스는 아베와 오바마, 미국 민주당의 유착 관계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아베의 이란 방문은 언론상 이란 쪽에서 먼저 요청하고 아베가 요청에 응답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나오고 있으며 아베는 트럼프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란 방문에 대해 알렸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일본과 이란의 우호 관계를 알고 있다. 아베가 이란에 가게 된다면 서둘러 줬으면 한다. 나는 군사충돌을 바라지 않는다" 라고 발언합니다.

 

아베는 이란을 방문하면서 중동지역의 긴장 완화, 정세 안정화를 내세우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무력충돌은 피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지만 아베의 이란 방문 후 오히려 두 번이나 무력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일본 회사가 임대해서 운영해 오던 노르웨이 유조선이 갑작스럽게 이란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당했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과거의 여러 사례들을 봤을 때 이것 만으로도 국제문제화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트럼프는 두 번의 도발을 모두 참아 냅니다.

 

오히려 트럼프는 공격 지시 후 150명의 인명 피해가 우려 된다는 보고를 받고 공격 직전 지시를 철회하면서 미국인들에게 전쟁을 끝까지 반대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두었고, 이 일 이후 적대시 하던 언론과 1:1 인터뷰까지 진행하면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상대의 도발을 자신의 이미지 포장에 역으로 이용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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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다시 미군 무인기를 격추시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고, 더 무리해서 유인기를 격추 시킬 경우 이란은 미국과 전면전에 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무인기를 격추시키면서 미국을 도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란의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에 반응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개시할 경우 트럼프는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게 될 것이고, 이어진 방한 일정까지 취소될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베가 노린 것, 미국 민주당이 바란 것은 결국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면서 미국 민주당으로부터 전쟁광이라는 꼬리표, 프레임에 갇히길 바랐을 것이고, 일본은 트럼프가 일본에 오지 못하는 반쪽짜리 G20이 되더라도 반드시 트럼프가 방한을 최소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계략이 숨어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란의 무인기 격추에 대해 트럼프가 군사적 보복에 나섰다면 그 자체로 미국 민주당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을 것이고, 혹여 전면전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의회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대규모 군사적 행동은 불가능하기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트럼프는 심각한 이미지 손상만 입게 되었을 것입니다. 다시말해 이란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시작한 순간 트럼프는 일본이 문을 열어주고 이란이 도발하고 미국 민주당이 압박하는 '전쟁광' 프레임에 혔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 민주당과 아베의 머리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던 듯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았고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며 직후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갖고 역사상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의 평화를 향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지금,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는 그 명분이 희박합니다. 또한 일본의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한국을 제재한다"는 발언은 궤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이 최초 계획했던 것이든 아니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가 평화적 행보를 보이면서 일본과 이란, 미국 민주당의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 나아가 한국 정치, 경제를 압박하려던 프레임은 완전히 박살나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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