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주
입덧 땜에 기력이 음슴으로 음슴체로 가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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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임신 16주 된 임산부야. (사진은 12~13주 때 울 애기 초음파 사진. 12주라고 해도 눈, 코, 입, 손, 발 손가락, 발가락, 뇌, 심장, 위 다 생겨있는 사람형태)
지인이 나보다 3주 정도 먼저 임신했는데, 기형아 검사에서 다운증후군 위험이 떠가지고 니프티 검사라는 걸 했더라고. 니프티는 위험도가 없는 단순 피 검사고, 정확도는 80퍼센트 정도? 정확도 100퍼센트 확률은 양수검사나 융모막 검사라는 걸 하는데 검사 비용이 병원급마다 차이가 좀 있음. 의원급이 제일 저렴하고,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제일 비쌈ㅎㄷㄷ. 니프티의 경우는 평균 40에서 100까지. 양수검사는 100~200까지도.
암튼 지인은 다행이 니프티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엉.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다태아(쌍둥이)일수록 고위험군이 뜰 가능성이 큰 거임. 다태아는 무조건 고위험군. 난 1차는 통과, 2차 검사 결과 기다리는 중ㅎㅎ 초음파 상으로 문제가 없어서 잘 넘어갈 것 같아.
자살 충동까지 일어났던 입덧은 14주 정도부터 하향세를 탔지만 그래도 너무 괴로웠어. 가장 피크칠 때에 비하면 조금 덜해진 정도지, 안하는건 아니니까. 또, 임신 초반을 두렵게 했던 절박유산기에서도 벗어나서 드디어 차를 타고 장거리를 조심조심 갈 수 있게 되었음. 친정도 다녀오고 시댁도 다녀오고, 시내버스도 탈 수 있게 됨.
이동에는 자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입덧으로 괴로웠음. 최근엔 물 마시면 토할 것 같더니만 결국 물토를 했는데 몇 분째 숨 쉴 틈을 안주고 물이 역류해 와서 이러다가 죽는구나 싶었음.
또, 얼굴이 통통해지고... 배, 허리, 허벅지, 엉덩이가 엄청 딴딴하고 굴곡이 사라짐. 아기 보호를 위해 지방이 몰렸다는게 실감이 났음. 나는 엄청난 물살이라서 말랑말랑 출렁거리는데 지방이 몰렸다고 이렇게 단단해지다니 신기했음.
또 슴가가 두 컵 이상은 커짐. 장난 아님. 남편한테 이 순간을 즐기라고 했음. 넘나 행복함. 장난 아님. 진짜 짱 큼. 두려울 게 없어! 임신 및 모유수유 기간 한정이라 이 때 아니면 즐길 수 없으므로 마음껏 누리고 있음.
그렇게 16주가 됨. 입덧은 더 가라앉아서 하루 4알 먹던 입덧약을 1알로 줄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게, 이 한 알을 안 먹으면 온 종일 토할 것 같음.
병원에 2차 기형아 검사 및 정기검진을 하러갔어. 이맘 때는 성별을 거의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왜 거의냐면 20주 정도에 확정을 한다고 보면 됨. 그래도 16주면 충분히 알 수 있음. 대신에 태아의 성별을 고지하는 건 불법이라 의사쌤은 힌트를 주는 식으로 말해줌. "엄마 닮았네요, 아빠 닮았네요" 라던가 "아주 잘 보이네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이런식으로.
암튼 성별도 알게 되고 기부니가 너무 죠음.
사실 최근에 좀 힘들었음. 나는 앵무새를 좀 많이 키움. 그런데 임신 초반에 누워 있어야 했고, 입덧으로 너무 힘들어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였으니 남편이 나 대신에 새들을 돌봄. 하지만 내가 지도편달을 해도 남편에겐 한계가 있었음. 급수기에 물이 새는 걸 미처 확인 못해서 한 마리가 물을 딱 하루 못 마셔서 죽음. 너무 자괴감 들었음.
간신히 맘을 추스리고 있는데 남편이 무릎을 다쳐서 수술을 해야했음. 수술 전에 아픈 다리를 절뚝거리며 동물들을 돌보고 청소하고 밥 주고 물주고... 쉬운 일은 아님. 새들 건강상태와 컨디션 등에 따라 사료 배합을 다르게 주고 급수기도 매번 솔로 싹싹 씻어줘야하니까. 밥 주고 물 주고 애들 컨디션 확인하는 등. 나 혼자 하면 2~3시간 정도 걸렸음.
암튼 남편이 회사도 다녀오고 살림도 하고 애들 돌보기까지 하고 있으니 그게 너무 미안해서 가슴이 아팠음. 그렇게 수술하고 입・퇴원 하는 기간 동안 나도 병수발 하면서 좀 지쳤음.
남편이 퇴원하던 날, 알을 품고있던 새 한 마리가 다리가 마비되어 발견됨. 사람을 따르지 않는 관상조라서 억지로 싫다는 걸 데리고 병원 치료하고 약 먹이고... 밥 먹을 힘도 없어해서 이유식을 타서 하루 5번씩 먹이며 며칠 간호를 함. 그렇게 살짝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엔 다른 새가 아파서 발견됨. 서로 다른 증상이라 또 그에 맞는 병수발을 하고 있는 중임.
내가 임신으로 인해, 남편의 수술로 인해 키우는 반려동물들에게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는 순간... 확 티가 나는 거임.
과연 내가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존재인가. 내 아이도 생명이고, 동물들도 귀한 생명이고,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는데 (새 키운 지 13년 정도됨) 그래도 사람이니 내 가족 쪽에 우선 순위를 두려니 새들이 못내 눈에 밟혀 미치겠는 거임.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애들이니...
그 문제로 너무 힘들었음. 그렇다고 내 사정상 분양을 보내기엔 앵무새들이 지능이 높은 만큼 감성적이어서 상처도 잘 받고 외로움으로 자해 하기도 하고. 그래서 주인 바뀌는 것에도 예민함.
또 내가 키우는 아이들의 절반 정도가 좀 귀해서 노리는 업자들도 많다보니 내 손을 떠난 이후의 삶이 너무 걱정되는 거임. 평생 지저분한 사육장에서 기계처럼 알만 낳다가 죽는 삶으로 끝날까봐.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겠다고, 또 자신있어 데려가겠지만 나도 이렇게 되었는데 그들이라고 피치못할 사정이 안 생기겠는가.
그게 요즘의 가장 큰 걱정임. 아기가 태어나면 아무래도 더 소홀해질 텐데. 그래서 에버랜드 같은 동물원에 기증을 알아보기도 했음. 그런데 개인 기증은 안 받는대. 엄청 고민하고 울다 지쳐 알아본 건데... 지금은 남편이랑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고 어찌되었든 우리가 거둔 생명들이고, 아직 한계는 오지 않았으니 최대한 책임지려 노력해보자고 약속했어.
그만큼 임신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거라는 게 맞는 것 같아.
홑몸일때도 너무 여러가지가 겹치면 버겁고 힘든데 임신 상태에서 그것들을 다 연이어 겪고나니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더라. 임산부로서 도저히 혼자 할 수 없는 상황들. 남편이 함께 해줘서 해결되고 버틸 수 있더라고.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
아기 계획이 있는 부부들은 이런 점을 충분히 고민하고 반려동물을 데려왔으면 좋겠어. 주변에 임신 및 출산 후에 이런 비슷한 상황들로 반려동물 재입양보내는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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