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프랑스는 1871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유럽에서 군사 넘버 원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었어. 그래서 통일 독일과의 주도권 싸움은 절대 밀려서는 안 되는 게임이었어. 이런 분위기 속에 프랑스에서 한 개인의 삶이 공권력에 의해 유린당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 사건을 고발해보려고 해.

 

그림41.jpg

 

1894년 10월 프랑스 육군 참모본부에서 근무하던 대위 드레퓌스가 간첩 혐의로 체포되었어.

 

“뉴스 속보입니다. 육본 소속의 유대계 대위가 독일 대사관에 우리 프랑스의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긴급체포 되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저는 곧 비공개로 열릴 군법회의 재판소 앞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드레퓌스 대위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군 당국이 제시한 증거는 독일 대사관의 우편함에서 훔쳐 온 명세서뿐이라고 하는데 이게 사실입니까?”

 

“네! 군 당국이 입수한 그 명세서의 필적과 드레퓌스 대위의 필적이 일부분 일치한다고 합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 군 당국은 수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군 당국의 변명이 참으로 궁색하군요. 그럼 재판 결과가 공개되면 다시 현장을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프랑스 군 당국은 드레퓌스 대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후, 악마의 섬이라고 불리는 프랑스령의 기아나 섬에 그를 송치 하기로 했어. 그런데 그가 섬으로 이송되기 전 군 당국은 이례적인 행사를 열었어. 그의 동료 군인들이 도열한 가운데 예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드레퓌스 대위가 나타났어.

 

“배신자! 꺼져라!”

 

“유대인은 처음부터 믿지 말았어야 했다. 너는 프랑스군의 수치다.”

 

이어 한 장교가 나서 드레퓌스 대위가 찬 칼을 빼앗아 부러뜨리자 다른 군인들이 달려들어 계급장을 떼어내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어. 이 와중에도 대위는 자신의 무죄를 호소했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

 

Degradation_alfred_dreyfus.jpg

 

그렇게 절대 권력을 가진 군 당국이 하나의 간첩 사건을 잘 해결한 것으로 모두가 생각하고 있던 얼마 후,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다는 군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이하게 되었어.

 

“진짜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드레퓌스는 간첩 조작 사건의 희생양일 뿐입니다. 프랑스군은 부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심지어 군 당국은 진범이 에스테라지라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자신들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후 사건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내부고발자인 피카르 중령은 석연찮은 이유로 좌천이 되고 프랑스를 이상한 방법으로 사랑하는 보수 언론들이 들고일어났어.

 

“우리 프랑스군이 그런 기초적인 실수를 저지를 일이 없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작금의 유럽에서 군의 명예는 국가의 명예를 대표한다."

 

"지금은 오직 프랑스만 생각하며 모두가 조직(군)을 위해 충성해야 할 때!" 

 

라는 식의 보도가 연일 쏟아졌어. 보수언론의 힘을 받은 군 당국은 이 기회에 재수사 촉구와 그들의 독단적인 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완전히 잠재우기로했어.

 

“언론이 매일같이 우리를 위해서 저렇게 열심히 뉴스를 생산해내고 있는데 우리도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드레퓌스가 진범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들고 언론에 나설 적당한 인물을 이미 준비시켰습니다.”

 

“보고서 보니까 새로운 증거가 좀 엉성하던데 괜찮겠나? 그리고 진범은 어떻게 처리할 작정인가?”

 

“증거야 처음부터 좀 많이 미약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이 미친 듯이 기사를 쓰면서 나팔수 노릇을 제대로 해준다면 문제없을 것입니다. 사건의 본질이나 사실이 중요한 것 아니잖습니까! 흐흐흐 그리고 그자는 아무래도 외국으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진범인 에스테라지는 위대한 프랑스 군부의 위신과 체통을 지키기 위해 무죄로 풀려나 영국으로 떠나게 되었고, 프랑스군은 앙리 중령이 드레퓌스의 유죄에 쐐기를 박을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며 언론에 뉴스 소스를 연일 흘렸어.

 

이런 상황에서 드레퓌스 대위 가족과 일부 언론에서 그의 무죄와 억울함을 아무리 주장해도 공허한 울림으로 되돌아올 뿐이었어.

 

그런데, 사건에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났어. 영국으로 떠난 에스테라지가 자신이 진범이라는 내용이 담긴 책을 출간하며 프랑스군에게 엿을 제대로 먹였어. 또한,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고 나섰던 앙리 중령이 갑자기 자살했어.

 

상황이 급변하자 당대 프랑스 최고의 작가인 에밀졸라가 군부의 총칼에 맞서 펜을 들었어.

 

20160110CNT00000044_M.jpg

 

사실 그는 이전부터 이 사건의 부당한 언론플레이와 절대권력의 부패함을 고발하는 글을 신문사에 싣기를 원했었어.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어.

 

“저기… 작가님 죄송합니다. 지금 프랑스군을 건드는 일은 신문사의 존폐가 걸린 일입니다. 작가님의 글을 실어줄 신문사는 현재 프랑스에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완전한 어둠 속을 비추는 여명이 있었으니 에밀졸라의 글을 기사화하겠다는 곳이 나타났고, 그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다소 밋밋한 제목의 명문장을 완성했어.

 

“작가님! 타이틀은 ‘나는 고발한다’로 기사가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좋아요! 편집장님 촉을 믿어보죠.”

 

에밀졸라의 글이 실린 신문은 순식간에 3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며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어.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그의 글을 보고 다음과 같은 찬사를 보냈어.

 

“권력을 가진 겁쟁이 위선자들은 한 해에도 백만 명씩 태어난다. 그러나 잔 다르크나 에밀 졸라 같은 인물이 태어나는 데는 5세기가 걸린다.”

 

여기서 잠시 ‘나는 고발한다’의 일부분을 함께 살펴 보자고.

 

 

<제 의무는 말을 하는 겁니다. 저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만일 제가 공범자가 된다면, 앞으로 제가 보낼 밤들은 가장 잔혹한 고문으로 저지르지도 않은 죄에 대해 속죄하고 있는 저 무고한 사람의 유령으로 가득한 밤이 될 것입니다. (중략)

 

명세서가 유일한 물증이었지만 필적 전문가들조차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중략) 대통령 각하. 바로 이렇게 해서 사법적 오판이 저질러졌습니다.

 

게다가 드레퓌스의 도덕성, 부유한 환경, 범죄 동기의 부재, 끝없는 무죄의 외침은 그를 둘러싼 종교적 환경, 우리 시대의 불명예인 ‘더러운 유대인’ 사냥 등의 희생자였음을 더욱 확신하게 합니다.

 

저는 비요 장군을 고발합니다. 이유는 그가 드레퓌스의 무죄와 관련한 명백한 증거를 쥐고서도 그것을 묵살했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리고 위험에 빠진 참모 본부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스스로 인간성 모독죄와 정의 모독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저는 부아데프르 장군과 공스 장군을 고발합니다. 이유는 그들이-아마도 전자는 종교적 열정에 의해 그리고 후자는 국방부를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신성한 사원으로 만드는 군인정신에 의해-동일한 범죄의 공범자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방부를 고발합니다. 이유는 그들이 여론을 오도하고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특히 <레클레르>와 <레코 드 파리>를 통해 가증스러운 언론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글에 전 세계가 감명을 받았지만, 프랑스의 권력자들만은 예외였어. 프랑스에 존재하던 반유대주의와 군부를 지지하는 언론을 이용해 이번에는 에밀졸라를 공격하기 시작했어. 무고한 드레퓌스를 간첩 협의로 몰아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그 방식으로 말이야.

 

그는 결국 징역 1년에 벌금 3천프랑을 선고받았고, 예언 같은 말을 남기고 영국으로 망명했어.

 

“언젠가 프랑스가 자신의 명예를 구해준 나에게 감사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2018030602864_0.jpg

 

이 사건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절대 권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해. 또한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영원한 권력도 없다는 것을 새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드레퓌스 대위는 대통령 특사가 되어 풀려났어. 이후 군에 복직까지 하게 됐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권력과 언론에 의해 파괴되었던 그의 삶은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점은 불행스러운 일이야.

 

 

P.S : 프랑스 대통령은 사면 조건으로 대위에게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라는 조건을 내거는 대단한 쪼잔함을 보였어.

 

 

 

 

 

 

x9788965705987.jpg

 

찌라시 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