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주
입덧 땜에 기력이 음슴으로 음슴체로 가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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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년 8월 30일에 쓰여졌습니다)
오랜만에 임신 간증글 쓴다ㅎㅎ 아마... 다음 글은 분만 간증글이 되지 않을까 싶네.
님드라, 나 드디어 막달이야. 입덧이 미쳐 날뛰고 있었을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 딸을 만날 날이 4주도 안남았어ㅎㅎ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늘어놓자면...
1. 직장
태교도 못할만큼 바빴어. 프리랜서 비슷한 1인 사업자인데 최소 2년은 일을 못할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일들을 마무리 하느라고 정신 없었던 것 같아. 내가 하는 일이 육아하면서 하기는 좀 힘들 것 같아서, 복귀하는 날이 2년보다 더 걸릴 것 같기도해. 직장인이 아니라 육아휴직으로 급여가 나온다거나 퇴직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벌어놓은 돈 다 까먹으면 오롯이 남편 외벌이가 되는 것이 너무 걱정돼. 물려 받은 아기 용품이 많긴하지만 그래도 준비해야 하는 게 많아서 벌어놓은 돈 상당수가 지출될 예정이기도 하고... 둘째는 힘들듯.
2. 태교 및 태교여행
제주도로 태교 여행가서 마지막으로 남편과 단 둘이 여행하며 힐링도 하고 만삭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일 마무리가 여름이기도 했고 바빴음. 일을 맡기고 갈 수도 없었어.(휴가 때마다 일을 맡기고 갔던 지인도 나보다 3주 앞서 임신 중이어서) 거기다가 내가 하필 여름 만삭이라 제주도 가면 쪄죽을 것 같더라. 뱃속 아기 덕분에 내 체온은 실제 측정 수치보다 더 덥게 느껴져. 에어컨을 쐬도 피부 온도는 차가운데 내몸은 뜨거운 것 같아. 더운게 아니라 뜨겁게 느껴지거든. 그래서 포기하고 그 돈으로 맛난 거 먹고 다녔어.
일 때문에 부산이랑 목포 같은데 남편이랑 당일치기로 갔다온 게 단 둘이 떠난 여행의 전부였지만 어쩔 수 없지 뭐.
3. 건강상태
▶ 철분제를 철근같이 씹어먹고 비타민D 영양제를 2000iu를 들이켜도 검사 때 철분 부족에 비타민D 부족 뜨더라. 임신 전에 5000iu 먹었을 땐 수치 정상으로 떴는데 의사가 수치 정상이니까 이제 1200iu만 먹어라 해서 대충 2천 정도로 맞췄더니 부족. 철분도 부족해서 용량을 2배로 늘림. 아기가 영양분을 아주 쭈왑쭈왑 빨아먹나보다.
▶ 배가 점점 나올 수록 자궁이 위로 올라가면서 내 장기와 폐를 눌러대는 통에 늘 숨이 차고, 소화 안되서 체하고,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정면이든 어떻게 누워도 폐가 눌리는 느낌에 숨 쉬기가 힘들었음. 심지어 허리랑 골반이 심각하게 아파서(대바늘로 쿠우우욱 찌르는 듯한) 누워도 아프고 앉아도 아프고 기대도 아프고. 걸을 때 오른 다리를 들지 못하는 때도 있었음. 임신용어(?)로 환도가 선다고 하는데 진짜 움직일 때마다 악!! 소리가 저절로 나옴.
이렇게 아프다보니 밤에 잠 자는게 힘들어져서 괴로움. 밤 12시에 자리에 누워도 계속 뒤척이고 일어났다 누웠다 마사지했다가 그러다가 남편 기상 시간 즈음해서 기절함.
▶ 위아래로 뿜뿜함. 자궁에 장기가 압박 받으니 트림과 방귀가 뿡뿡... 하...ㅠㅠ 아기가 방광을 자꾸 눌러대서 빈뇨감도 심해서 수시로 화장실 달려가고...응가 마려울땐 아기가 대장을 마구마구 눌러대서..바로 달려가야함ㄷㄷ
▶ 온몸이 부음. 신발은 이미 안들어가고, 손가락은 주름진 맥스봉 된 지 오래됐고, 얼굴과 턱살은 말할 것도 없음. 살찐 게 아닌게, 다리 마사지 기계로 주무르거나 컨디션 좀 좋은 날은 붓기가 덜해.
▶ 급격한 체중 증가로 발목, 발바닥, 뒤꿈치, 발가락 등등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내 발이 깨질 것처럼 아픔. 매일 밤마다 마사지 안해주면 다음날 아침에 못걸음.(14킬로 정도 늘었어)
▶ 배뭉침이 잦음. 배가 동그랗게 쪼여들 듯 단단해지는 증상인데, 자궁수축으로 보면 됨. 배가 뭉칠 때 심하면 통증도 오고, 윗배가 뭉칠 땐 호흡도 힘들어서 뭐 하다가도 흐읍! 하고 배 부여잡고 기대거나 앉을 때가 많아. 무조건 눕거나 앉아서 쉬어야 풀려. 조금만 무리해도 뭉치고, 누워 있어도 뭉치고, 화장실 가도 뭉치고, 5분만 서 있어도 뭉치고. 결국 병원에서 "너님은 임산부 운동도 하지말고 누워서 쉬삼" 하고 처방하심.
▶ 그렇다보니 서서 뭔가를 하는 게 힘들어서 살림은 남편 몫이 됨. 숭고한 남편의 연대에 그저 감사할 뿐.
▶ 커진 자궁이 혈관들을 압박하면서 하체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역시 자궁이 하체를 압박하면서. 없던 치핵이 생기는 일이 흔함. 나 역시 생기더라. 임신 중 철분제 땜에 변비가 흔하다지만 난 변비 없었는데도 생기더라. 이 치핵은, 자연분만 할 때 힘 주면서 거대하게 부풀어오르는데 좌욕으로 가라앉으면 다행이지만 심한 산모들은 분만 후 일주일 내로 치질 수술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함.
▶ 내가 머리숱이 많이 없어서 정수리에 티가 좀 나는데 임신 기간 동안 머리가 안빠지길래 좋아라했더니만, 호르몬 땜에 안빠진 거랜다. 애 낳으면 그냥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마냥 그동안 안빠졌던 애들이 후두두둑 빠질 거래.
▶ 위에도 썼지만 끔찍한 더위. 에어컨 없으면 잠 못자고. 지금 남편은 춥다고 차렵 이불 덮고 자고있어. 그래도 난 에어컨을 끄면 열불이 나서 못잠.
▶ 임신 중기에 목감기가 심하게 왔는데 병원에선 약 쓰지 말고 버텨보자면서, 타이레놀로만 버텼음. 지금은 코감기가 왔는데, 지난번의 고통을 다시 겪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따듯하게 데운 식염수로 코랑 목 세척 열심히 해서 거의 다 나았음. 임산부가 먹어도 되는 항생제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진짜 심각한 상황 아니고서야 약 안쓰고 버티는거지.
4. 태아 상태
▶ 이벤트 없이 잘 자라고 있음. 주수보다 조금 작다고는 하는데 병원에서도 이 정도는 문제 없다고, 차라리 작은 것이 낳기도 편하다고 하심.
▶ 임신 중반기까지는 아가 머리가 위를 향하고 있는데 중후반기부터 아가가 머리를 아래로 향하는 것이 정상임. 아가가 역아라고 고양이 자세를 알려주셔서 열심히 했더니 일주일만에 아가가 정상적으로 돌았음. 그 중간에 아가가 가로로 있던 날이 있었는데, 그 좁은 배에 애가 가로로 누워서 태동을 하니까 진짜 배 찢어질 것 같고 아팠음.
▶ 태동 끝내주심. 다행히 얘는 발로 차는 스퇄은 아니고 무조건 밀어대고 훑어대는 스타일인데, 그렇다고 안 아픈 건 아니더라. 피부가 찢어질 것처럼 아프게 불뚝 솟아오르면서 밀어댈 때가 많아. 틈틈이 아가 태동하는 동영상 찍어두는데, 징그럽기보다는 너무 사랑스러움. 뽈록 튀어나온 부분을 살살 밀면서 "이건 어디일까요~" 하면 쏘옥 들어갔다가 다른쪽을 뽈록 내밀면서 장난치더라.
▶ 입체초음파 사진을 찍었는데 아빠랑 빼박이야. 하하하하... 딸인데... 그래, 첫 딸은 아빠 닮는다지. 하하하하... 남편은 첨엔 자기 어렸을 때 예뻤다며 나 닮아도 된다고 자신있어 하더니 입체초음파 사진을 보고는 자신감을 잃었어. 그래서 '아빠가 미안해' 통장을 만들기로 함.
▶ 난 다행히 임신성 당뇨도 없고, 임신 중독도 안 와서 아기가 임신 후기를 잘 버텨주고 있는 것 같아. 임신성 당뇨는 아기가 거대아가 되기 때문에 분만이 힘들어져서 산모가 식단관리 하며 혈당 조절해야 하고, 임신 중독은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위험해서 수술로 얼른 아기를 낳아야 해.
5. 그 외 근황
▶ 오늘 우리 남편 산부인과에 차트 등록함. 산부인과에 차트 있는 남좌~라고 놀렸는데 생각보다 남자분들 등록 많이 되어있대. 별다른 건 아니고, 아기에게 옮기기 쉬운 전염병 예방접종 때문에 임신 중에 산모랑 같이 접종하려고 차트 등록하는 거임. 근데 간호사들이 남편 이름 부르고나서 주사실로 들어가니까 사람들 시선이 엄청나더라.
▶ 배가 자주 고파. 위가 눌려서 한 번에 많이 못먹어서 조금씩 자주 먹어야함. 최근엔 새벽마다 컵라면 하나씩 먹은듯.
▶ 모유수유를 하면 자극적인 음식을 못먹는지라... 그래서 분만 전에 기름지고 짜고 매운 것들 다 먹으려고 미친듯 맛집 찾아다님. 카드값 쩔더라.
▶ 산후조리원 2주 220만원(정말 가성비 저렴한 곳임), 산후마사지 5회 90만원, 산후도우미 2주 정부지원 받고 자기부담금 약 60만원 지출 예정.
옛날 어르신들은 애 낳자마자 밭에서 일하고도 애 잘 키웠다느니, 산후조리원은 한국에만 있는 사치 풍조라느니 하는 말은 정말 몰라서 하는 말임. 어르신들은 그렇게 애 키워서 온몸이 산후풍 후유증으로 아파하며 애 키우신 거임. 문명의 발달로 산모의 건강 케어를 해주는 전문 시설이 생긴건데 이걸 왜 이용 안함? 그런 식이면 과거에는 편지 써서 뛰거나 말 타고 달려서도 서로 소식 잘만 전했으니 전화나 카톡 쓰지 말고 통신비를 절약하자고도 할 수 있는 거임.
또, 동양권은 산후조리 개념이 다 있음. 서양 아기들 두상과 동양 아기들 두상과 크기가 다름. 동양이 머리가 더 크고 산모의 골반이 좁아서 분만이 더 힘듦.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양의 산모들이 산후풍이 있으면서도 그걸 산후풍으로 인지 못하고 있다는 다큐도 봄.
▶ 지금도 온몸이 붓고, 아기 낳을 준비한다고 몸의 관절들이 느슨하게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손목이랑 손가락도 시큰거리고 아픔. 물병 뚜껑을 못 열 때도 종종 있음. 지금 폰 들고 있는 것도 아프지만 글 쓰려고 참는 중.
▶ 태교를 왜 인터넷 게시판에서 하느냐는 질문 많이 받았는데, 집에서 혼자 일을 하는 데다가, 남편 퇴근 전까진 웃을 일이 별로 없다보니 인터넷 게시판이 나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됨. 젠장.
▶ 출산의 고통이 화형 바로 밑 단계라는 이야기를 들었음. 아직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부모가 되는 과정이니 이겨내야겠지! 몇 년 전에 심한 화상으로 한 달 입원을 했었어. 허벅지 한쪽 앞부분 전체가 익어버려서 피부가 벗겨지고 생살에 드레싱을 하며 치료를 했었는데, 같은 병실 입원한 어떤 아주머니 말씀이 "내가 애가 셋인데 애 낳는 것보다 더 아프다" 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거든. 정말 아프긴 아팠었어. 치료할 때 입에 거즈 물고 했어야 할 정도로.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날이 곧 다가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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