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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다. 동생의 영장이 기각되고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으로 포착이 되었다.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치는 시민은 3주째 서초역 사거리를 가득 채웠고 검찰 스스로 개혁안을 발표해야 했다. 더이상 조국 장관을 공격할 카드도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되는 즈음이었는데, 

 

조국 장관이 사퇴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는 이를 '국민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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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유한국당 지지자도 정치 목사를 맹신하는 이들도 국민은 국민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틀린 말이 아니라고 정확한 표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 원내대표의 생각은 감히 짐작하지 않으려 한다. 진정 국민이라 뭉뚱그릴 만큼 대다수가 조국 사퇴를 요구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조국 사퇴를 요구한 일부만 국민으로 인정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조국 사퇴를 간절히 원하는 이웃나라의 정치인으로 자신의 위치를 혼동하는지, 내가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어느 쪽이든 부정확한 인식이다. 

 

검찰과 언론, 야당의 맹렬한 개혁 저항과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반지성적 일부의 승리'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않은 댓가는 다음 선거에서 치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승리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국민의 '승리'라는 표현이다. 정말 승리라고 생각하는가? 뭔가 조국 사퇴 하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던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시는가? 

 

 

교육 세습 문제,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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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가진 정보가 자녀의 학벌을 좌우하는 사회. 교육 문제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이를 잘 실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fj렇지만 조국 장관의 자녀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릴 수밖에. 

 

공부하기 싫어하는 자녀들을 위해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동원해서 허위 스펙을 만들어 올린 이들과 달리 조국 장관은 자녀들의 입시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다. 그나마 딸이 쌓은 스펙들도 철저하게 제도 안에서 이루어진 것임이 드러났다. 이 문제가 표창장 위조, 인턴 증명서 허위 발급 등으로 빠져버린 이유겠다.

 

이제와 공격 방향을 바꾼다 해도 이미 늦었다. 너님들은 대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운운하며 집회를 여는 그림을 적극적으로 공세에 활용까지 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해당 집회 구성원의 정체를 의심하지만, 나는 자유한국당 당원 학생이 주도했든, 졸업생들이 회춘한 척했든 상관할 필요 없다고 본다.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와중에도 출신 고등학교를 과잠에 새기며 신분 사회 놀이를 하던 대학생들이 자기 캠퍼스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는 이유로 집회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바뀌게 될 대학 분위기가 무척 기대된다. 

 

이에 탄력을 받은 것인지 서울시가 특목고를 일괄 폐지하겠다 한다. 자, 어떤가? 이제 반대할 명분 있으신가? 

 

 

권력자의 자격 기준, 수직 상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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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만든 인사 청문회 때문에 총리 인선에 문제를 겪었던, 지난 박근혜 정권 때의 경험을 잊은 것일까? 야당 의원들은 말한다. 법무부 장관이라 법의 잣대를 더 엄격하게 적용해 봐야 한다고. 

 

그러나 그딴 거 없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자기한테는 조금 헐겁게 적용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 모두가 이 원칙을 머리로는 알고 있단 말이다. 

 

그리고 공직자는 장관만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공권력을 부여 받는 모든 사람. 국회의원이나 검찰도 공직자에 들어간다. 그리고 개념을 조금 넓게 본다면 언론인이나 대형 교회 목사도 공직자에 준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자녀 문제는 제껴둔다 해도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수사대상으로 거론되시는 분들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조국 장관에게 법과 도덕성을 운운하신 것인지 나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국만 날리면 다시 자기들 세상이 올 것 같아서? 그러려면 일단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 아닌가. 

 

전과 있는 자녀들의 부모면서 제도 안에서 이루어진 스펙 쌓기도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하셨다.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불려두셨으면서 합법적 펀드 투자도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하셨다. 참으로 감사드린다. 돈 좀 벌자고, 자녀 좀 잘되라고 편법 비스무리한 거라도 쓴 사람은 권력을 가질 자격이 없음을 알게 해줘서. 이제 묻겠다. 다음 선거 때 자신에게 들이대질 높아진 공직자 기준, 만족 시키실 자신 있으신가? 

 

 

검찰 권력의 위험성, 노출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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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를 받은 검사도 무죄가 되고 성폭행한 검사도 무죄가 되었지만 사람들이 이 정도로 분노하진 않았다. 검찰이 검찰을 벌하지 않고 검찰이 검찰 출신 변호사에 불리한 기소를 하지 않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으니까. 그냥 부패한 조직이구나, 그 정도가 국민의 인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국민 인식은 썩은 조직을 넘어 무서운 조직이 되었다. 뒤에서 언론을 움직일 수 있으며 여중생 일기를 압수하기 위해 지방 조직까지 불러 움직일 수 있는 조직. 대통령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입할 수 있는 조직. 

 

이 무서움을 실감함이 서초동 집회에 주최 측도 예상 못 한 인원이 모일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그들을 개혁함에 공안검사 출신 대표를 둔 정당이 함께 저항하는 동기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이미지 관리는 하셨어야 했다. 지금 검찰의 이미지는 TV 등에서 보아온 공부 잘하던 샌님이 감투 쓰고 출세해 상류층과 유유자적 어울리던 그것이 아니다.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메인 빌런. 이 이미지 변화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조국 아니면 할 사람 없냐'는 말을 하기 위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까지는 인정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런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체감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국감이 끝나면 패스트트랙을 처리해야 한다. 궁금해진다. 공수처 설치, 끝까지 반대하실 수 있겠는가?

 

 

조국이라는 인물, 검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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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천재는 없다.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스토리를 등에 업고 반대 진영을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고 각 분야의 사안들에 조언해줄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곁에 두어야 한다. 개인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조국이라는 인물의 뛰어남에도 그의 정치 입문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조국이라는 인물은 2달 남짓한 기간 동안 수백 건의 기사와 가족들의 소환 조사, 야당의 공세를 다 버텨냈다. 그냥 버텨낸 게 아니라 밝혀진 혐의조차 없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였기에 양적으로만 많아 보이지 내용은 부실해서 그렇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이 정도 인력으로 긴 시간, 수십 곳을 털지 않아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떨어져 나갔던 전 정권의 장관 후보자들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을 비교 대상으로 했을 때 이건 명백히 역대 최고 강도의 검증이었다. 

 

혹자는 아직도 밝혀지지만 않았을 뿐, 조국 장관의 비리는 존재한다고 믿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계속하면 할수록 그의 결백만 밝혀질 뿐이라면 어쩌겠는가? 더 많은 사람이 조국에게로 모일 텐데, 그래도 공세를 계속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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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전략은 상대를 가린다. 

 

대학생들이 모이고 교수들이 모이고 광화문을 채운다고 원칙대로 가는 민주 정부가 비리 가득 독재 정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전략은 전체주의 사상을 주입받은 이들에게 민주적 경험을 공유시킬 뿐이다. 대체 무슨 기대로 태극기 집회를 홍콩 시민들의 그것에 빗대는가? 

 

만 원짜리 몇 장에 태극기 들고 광장 나온 노인들도 주권을 누리고픈 욕망이 있다. 사회주의 정책에 따라 지하철 공짜로 타고 싶고 연금, 생활보조금 늘면 좋아한다. 다만 정보불균형으로 인해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해나가는 과정이 고장나 있을 뿐이다. 

 

광화문 집회에 만 원 몇 장 때문이 아니라 정말 신념을 갖고 조국 사퇴를 외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고 싶다. 요구가 관철되는 경험을 하셨다. 박근혜 석방, 문재인 탄핵 같은 가망 없는 주장만 한결같이 하셨다면 맛보지 못하셨을 경험이다. 

 

이제 태극기 집회 나갈 때 젊은 사람들에게만 돈을 많이 주겠다고 한다면 다 같이 동등한 보수를 요구하시라. 헌금으로 걷은 돈이 잔뜩 있는 데도 희생과 봉사만 강요하는 목사가 있다면 자기 몫을 요구하시라. 

 

자기 지지자들은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 확신하는가? 뭐 그러셔도 좋다. 아무리 중도라도 지지자들을 멸시하는 정당에 표를 줄 리는 없으니까. 서초동 집회에 힘을 보태주고 싶다면 계속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다. 다른 정당 지지지들은 이미 모여서 민심을 보여주면 정부가 움직인다는 것을 경험했다. 부당하다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계속 모일 것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내 힘으로 이뤄낸 사람은 성취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민주주의가 강력한 이유다. 

 

자기 지지자들이 진정 촛불혁명 정신을 잇겠다는 홍콩 시민들 같길 원하는가? 그러면 일본 자민당이나 중국 공산당이 누리는 권력은 물 건너 가는 거다. 왜 자꾸 해먹기 어려운 나라를 만들려고 하시는가?  

 

 

자, 지금까지 조국 장관을 날리기 위해 너님들이 던진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아직도 승리했다고 생각하시는가? 정말로? 

 

그럼, 졸라 축하드린다. 

 

 

 

Profile
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