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루저사태 단상

2009-11-12 12:45

작은글씨이미지
큰글씨이미지
신짱 추천0 비추천0






2009. 11. 12. 목요일


딴지독투 킨트


                                           




11. 23. 문제의 "미수다독트린"


1. 


한순간에 패배자(Loser)가 되버렸습니다.


그녀는 그 예쁘장한 얼굴로 단칼에 이 세상에 키 180이하의 남자들 모두를 인생의 패배자로 낙인찍어 버렸죠.


이 날 미수다의 충격적 주인공이었던 마녀3인방(이모양, 최모양, 문모양)의
발언들은 일파만파로 퍼져갔고...


생각보다 파장은 깊고 두텁습니다.



2.



근데 사실 좀 극단적이고 개념 없이 말해서 그렇지... 


우리 모두 다 알고있는 얘기아닐까요? 


훤칠한 키에 몸매 야리야리하고 얼굴도 예쁜데다가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은 여자가 교통카드 찍으며 부지런히 대중교통 이용하고, 그닥 특별하지도 않은 외모에, 미래도 불투명하고, 금상첨화 돈까지 없는 남자는 안만난다는거....


다 알고 있잖아요? 힛.




확실히 솔직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도 고충은 있습니다. 


매일 아무리 귀찮아도 샴푸에 린스에 트리트먼트까지 꼭 해줘야 하고, 뭘 입어도 좀 부티나고 태 나는 옷 입어야 좀 있어보이고, 거기에 명품반열에 올라있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절대로 입을 수 없을것 같은 의복을 입어야 자신감이 생기고, 메이크업 하지 않고서는 동네 앞 편의점에 아이스크림하나 사러갈 수 없고...


남들 삼겹살에 소주 먹을때 필라테스며 요가나 하며 있어야하고,


돈 좀 생기면 병원으로 달려가 눈 코 입 얼굴윤곽 피부 지방 가슴 장딴지등등... 의학과 금전이 허락하는한 최대한으로 보정을 하려하고....




그리고 이러한 그녀들의 고충은 결국 자기자신을 위한 겁니다.


그 자기 자신의 목적은 자신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하나의 job을 갖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품가치를 올려서 더 나은 조건의 남자들과 짝짓기를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귀찮은 일상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 그녀들의 필연적인 고충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그녀들을 보고 예쁘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3.


우리 사회에서 결혼시장이라는건  꽤나 달콤하고 먹음직스러운 거대한 시장입니다.



가끔 지하철 역내 광고칸이나 인터넷 배너로 보이는 "결혼해 쥬오ㅡㅡ;". 


그곳이 미혼 남성들과 여성들에게 나름 정교한 기준(!)으로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남자들은 재력과 학벌, 직업이 제일의 평가기준이고, 여자들은 외모가 제일의 평가기준이라고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중엔 과연 몇분이나 1등급이실줄은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그곳을 통해 결혼하셔서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시는 분들을 폄하할 생각도 아닙니다만, 분명... 짝짓기는 이제 거대한 비즈니스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성이 상품이 되버린 세상이죠.


 



                                                      넌 몇등급이니?



그런 의미에서 그 여인들은 자신들을 최고급 상품으로 만들기를 원했고, 이미 어느 정도 최고급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신했던 그녀들은 '나'라는 상품을 가지기 위해서는 너희들도 어느 정도는 되어줘야되지 않겠니...라고 생각했던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이야기는 그리 놀라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다 알고 있는 얘기죠.



4.


참으로 딱한건, 자신들의 상품가치는 그렇게 열올리며 올릴 줄 알았던 그녀들이 정작 자신들의 나이와 학벌에 맞는 상식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속내를 사적인 공간에서 드러내는 것과 공적인 공간에서의 발언하는 것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오히려 자신들의 생각이 상식적으로 부끄러운 생각이라는 것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쿨하다고 여기는 비상식적인 행태.


저게 정말 대학생인가 싶을 정도의...
 
학생이 핸드백만 들고 다니면 도대체 책은 언제본다는 건지... 학생이 가방이 작아 책이 다 안들어가서 손으로 들고다닌다는 게 개념있다라고 칭찬받는 아이러니...


(그 S대 여학생을 비난하는게 아니라,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그 여학생들과비교되다보니 그게 엄청난 개념학생의 언행으로 보여진다는게 신기해서 그럽니다.오해없으시길....헤...)




그 예쁘장한 아가씨들의 그 놀라운 철없음이 정말 아연합니다.



5.


그래도 이건 아니다싶습니다.



분개할 수 있습니다. 분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단 하룻밤만에 몸뚱이만 빼고 다 벌거벗겨졌더군요.


죄 없는 여자를 몰아세우는 것이 마녀사냥이지,
죄 있는 여자에게 형벌을 내리는 것은 마녀사냥이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죄가 큰 여자여도 우리가 그런식으로 징벌을 내릴 권리는 없습니다.
철딱서니가 없어서 막말을 좀 하고, 그리고 그말이 그렇게 분에 겨워도 우리가 그녀를 마녀로 몰아 광장에 세워 처형할 권리는 없습니다.




저도 루저고.... 심지어 솔로고.... 그렇긴합니다만. 그래도 그 방송보면서 별로 화는 안나더군요.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니까요. 다만 저런 얘기를 방송에서 보여주는... 그 무모하다싶은 용감함은 경이롭더군요.



6. 


제가 짜증나는건 그 철없는 아가씨보다 KBS입니다.


대본대로 말을 한거네 안한거네는 논외로 하고. 최소한 방송준비할 때 무슨 얘기할찌 뻔히 정했을텐데...


그렇다면 그 아가씨들이 그런 취지로 발언을 할것을 당연히 알았을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과없이 그 발언이 터져나오게 했으며, 또 그걸 편집조차도 거치지 않고 자막까지 덧칠해서 방송을 타게 한건지...




전 그 아가씨들의 철딱서니 없음보다 제작진의 안일함이 더 어처구니 없고 화가 나더군요.


차라리 케이블의 금성인바이러스나 때밀지를 보고말지....




매달 꼬박꼬박 2,500원씩 꼬불쳐가는 국영방송(사실...이젠 공영방송이라 보기에는...;;)치고는 매우 저질스런 편성이었습니다.



7. 


사람들이 화 좀 내다가 끝날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여파가 깊고 오래남는 거 같습니다. 


뭐..인터넷문화의 익명성과 가학성이 어쩌구하며 떠들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한 사람의 최소한의 인권정도는 지켜주는게 도리입니다.




추악한 개인일지라도...
우리가 화나 많이 났어도...
우리가 그녀를 단죄할 수는 있어도, 
형벌까지 내려선 안되지 않겠나싶습니다.






딴지독투 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