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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목요일
딴지독투 venceremos


 


인터넷 돌아가는 게 좀 심상치가 않은 것 같아. 미수다에서 그녀들이 한 발언의 파장이라는 게 굉장한 것 같거든. 벌써 그 중 특별히 개념 없다고 남성들에게 찍힌 대학생의 신상이 다 털린 데다, 각종 짤방이 인터넷상에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야. 그녀도 사과했다지? 그게 니들 성에 차지 않은 모양이고. 자신과 무관한 학교가 피해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힘들게 들어간 학교인 만큼 아무 일없이 졸업하고 싶다. 이 정도 이야기 하는 것 보면 그만 좀 하는 건 어


떨까? 꽤 당황하고 있는 것 같거든.


 




뭐 그만하란다고 그만하면 니들이 아니고, 그런데 엉아가 정말 의문인 게 있는데 말이야. 정말 그녀들이 거기서 풀어낸 썰이 이 정도로 너희들을 빡치게 할 만큼 과했냐는 거야. 난 그녀들이 왜 이렇게까지 욕을 먹어야 하는지 전혀 이유를 모르겠거든.



 


그래서 니들이 그녀들에게 적용한 죄목부터 좀 살펴봤는데,



 




1.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2. 난 훈남이라서 사람의 외모를 기준으로 삼는 것까지는 참아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호불호, 즉 취향의 문제이다. 따라서 취향의 영역을 평가의 영역으로 가져와 루저라고 낙인찍은 그녀들의 행위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3. 난 훈남인데다 쿨하기까지 해서, 2번까지도 참아줄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공기인 공중파 방송에서 그러한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거 맞지? 그리고 이 기준으로 아래처럼 열폭하는 거고.



 


저 ㅅㅂㄴㅇ들은 된장녀다. 된장녀는 욕먹어도 싸다. (그러니 마녀사냥이니 뭐니 하지 마라. 마녀사냥은 원래 잘못 없는 사람들이 부당한 탄압을 받았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일은 저 된장녀들이 명백히 잘못한 거니까 무식하게 마녀사냥 어쩌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신상 좀 털고 욕 좀 해도 너넨 좀 빠져 있어라)



 


너 누워서 뭐하냐?



 


 ㅆㅂ 어디서 주워들은 마녀사냥 얘기 참 요긴하게 써먹는... 우선 1,2,3 모두 굉장히 그럴 듯 해. 너희가 이렇게까지 인간성과 공공성을 절대적으로 지켜야할 가치로 숭상하는 애들이었는지 어제 처음 알아서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고. 그래서 말인데 너희가 미치고 폴짝 뛸만한 일이 하나 더 있어서 검색을 좀 돌려봤는데, 지금 된장들 신상 터느라 바쁜 거 알고, 그래서 미안하긴 한데 관심을 좀 가져줬으면 해서.


 


그 전에 그녀들이 한 말 중에 너희들을 가장 분노하게 한 발언을 먼저 복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녀가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사람은 루저"라고 했지? 일단 닥치고 이 동영상부터 보고 나서 얘기하자. 별로 길지 않으니까 바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봐봐.


 


다 봤어? 클릭하기 귀찮은 애들을 위해 형이 타자 좀 칠게. 니들이 열 받아야 할 대목에 밑줄도 좀 쳐주고.


 




요즘에 젊은 남자들이 왜 불행한가 생각해봤더니 배우자를 고를 때 여자 외모, 능력, 학벌 너무 본다 이거예요. 여자 외모 뭐 볼 거 있습니까. 여자는 키가 165에서 170 사이면 돼요. 그 밑으론 여자가 아니잖아요. 그 정도면 돼요. 여자 직업도 뭐 그렇게 고릅니까. 의사, 약사, 검사 중요합니까. 여자는 그냥 안정적으로 공무원이면 돼요. 구청가면 165 넘는 여자 깔렸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런 여자랑 살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한 10억 있으면


돼요. 근데 우리 다들 10억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린 행복한 거예요. 한 7~8억 있는 분들은요. 공무원 준비 중인 대학생 꼬시세요.



 


열 받지? 막 미치겠지? 이건 뭐 ‘키 작으면 루저’ 정도가 아니라 키 작으면 여자도 아니라잖아. 이런 걸 일타칠피라고 하는 거 아냐. 165 미만인 여자도 까고. 뭐 165에서 170 사이라고 어디 다 여잔가? 공무원 못 되면 여자도 아닌걸. 아직 공시생인 165 미만의 여자는 또 뭐고. 한 10억도 없으면 남자도 병신이고. 7~8억 밖에 없는 등신들은 공시생들이랑 끼리끼리 어울려야 하고. 


 


근데 니들 뭐하냐? 개콘 안 털고? 


 


솔직히 말해서, 난 저기서 언급된 165 미만인 여성과, 공시 준비 중인 여성들이 니들보다 더 억울하면 억울했지 덜 억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런데 저 여자들이 개콘 PD나 작가 신상 털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어봤거든. 인간성, 공공성이 성별을 가리는 것도 아닐 테고, 지금 그녀들의 발언에 분노한 니들이 저 때도 분노해서 개콘 PD, 작가 신상 털었다는 얘기는 더욱 못 들어봤고.


 


자. 그럼 니들의 그 고귀한 기준을 다시 가져와 보는 것도 괜찮겠지?


 




1.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 근데 왜 개콘 땐 이렇게까지 방방 뛰않았니?



 


2. 난 훈남이라서 사람의 외모를 기준으로 삼는 것까지는 참아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호불호, 즉 취향의 문제이다. 따라서 취향의 영역을 평가의 영역으로 가져와 루저라 낙인찍은 그녀들의 행위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 개콘에서 여자 외모 비하하는 건 참을만하고?



 


3. 난 훈남인데다가 쿨하기까지 해서, 2번까지도 참아줄 수 있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에서 그러한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 개콘 케이블 재방송으로만 본거야?



 


좀 뻘줌하지? 요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동영상이 있어서, 이참에 공공성과 인간 내면의 가치를 숭상하는 개념훈남으로 포지셔닝도 하고 마음에 안 드는 여자애들도 덤으로 좀 까고 싶었는데 그 논리 그대로 니들이 쪼다 되니까. 사실 이딴 거 찾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방송 프로그램, 방송을 사적인 도구로 삼아 살아가는 연예인들 & 정치인들의 무개념성 발언은 차고 넘치거든. 조금만 검색을 돌려도 이렇게 쭉쭉 나오는 거라고.



 


이제 솔직히 말해보자. 너희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하고 지켜졌으면 하는 가치가 유린당해서 분노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너희들이 여성에게 들이댄 잣대를 감히 '열등한 여자' 따위가 너희에게 들이대고 있으니 단지 그게 괘씸한 것뿐이지. 그래서 이렇게 집단의 권력을 이용해 힘없는 일개 개인을 짓밟고 있는 거라고.



 


제발 쫌!



 


개념없는 발언이고, 화낼만한 일인 거 알아.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짓들을 보자. 신상 털기, 퇴학 청원. 이게 인간성과 공공성의 훼손에 분노하고 있다는 애들이 할 짓이야?  (굉장히 화나겠지만) 루저라고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당신들 여성들이 이 사회로부터 당해온 차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차별을 내게 가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냥 우리 같이 손잡고, 그 차별에 함께 맞서자고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그녀들에게 부당한 차별을 가하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언제든 나도 차별받을 수 있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함께 연대하자고. 니들이 거론한 인간성, 공공성이, 인간마저도 교환의 가치로 평가하고 위너네 루저네 조롱하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거라고, 누구를 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제발 이러지들 말자.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그녀의 신상을 터는 일이 아니야. 진정으로 화내야 할 대상은 일개 여성의 무개념 발언이 아니라, 저러한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을 탈 수 있는, 이렇게까지 타락한 사회라고 생각해. 


 


우리 이제 열폭도, 팀킬도 하지 말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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