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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꿈이야, 생시야하는 나날이 계속 되고 있다.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인가. 3월이 다 지나가도록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프로스포츠는 사실상 모두 중단 상태라 평일 저녁에 보던 TV 중계도 주말 저녁 유럽 축구 중계도 사라졌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미이자 위로가 되었던 교회와 성당, 사찰도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다(일부는 예외지만). 그 밖에도 수많은 당연들이 당연하지 않아졌다.

 

 

 

경제가 마이 아파

 

현실감을 잃게 만드는 게 하나 더 있다. 국내외 증시 상황과 경제 뉴스다. 내 기억이 온전하다는 전제하에 나는 살면서 북미, 아시아, 유럽 국가의 증시 종합지수가 나란히 하루 아침에 10% 이상 하락하는 걸 처음 봤다. 대략 계산해보니 주요 국가의 종합지수가 한 달 사이에 30% 하락을 맞은 모양새다. 아,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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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의 시총을 집계한 결과

19일 현재 증시 시총이 지난달 19일보다 29%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하한가 맞네;;;

 

대폭락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쯤은 이제 상식이 되었나보다. 주변 곳곳에서 이번에 주식 샀다는 말들이 들려온다. 이러다 내년도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광화문 광장에서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삼성은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구나.

 

현실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위기는 위기인가 보다. 당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몸 걱정이 먼저지만, 못지 않게 먹고 사는 일이 다급해졌다. 부자 나라의 부자 대통령 트럼프는 우리 돈으로 수천 조를 긴급 경기 부양을 위해 때려 박겠다고 선언했단다. 미국만큼은 부자 나라가 아니어도 저마다 수십 조, 수백 조 씩은 돈을 쏟아부어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난리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만 아픈 게 아니라 경제도 마이 아프다.

 

 

 

우리에겐 보수, 경제 언론이 있다

 

경제가 이렇게 마이 아픈데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자고로 대한민국에서 경제하면 보수가 아니더냐. 우리에겐 보수 언론도 있고 이름부터 경제전문가 포스가 뿜뿜나는 경제 신문도 있다. 필자가 비록 그동안 우리나라 언론이 어떻네 저네 하면서 싫은 소리를 씨부리긴 했으나 어려운 시기에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 있다면 마땅히 열 일 제쳐두고 귀 기울여야 할 터, 하여 지난 열흘간 아침마다 보수언론사와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 등의 사설을 탐독하였다. 누군가는 그런 필자를 두고 매일 같이 그딴 걸 다 읽고 있다니 변태가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했으나 그것이야말로 편협한 언론관의 소치다.

 

암튼, 그렇게 장장 열흘간 해당 언론사들의 사설을 면밀히 살펴본 바, 이제 비로소 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나아가야할 곳을 가리키는 빛을 발견한 것도 모자라 앞날을 예측하는 탁월한 혜안과 통찰력까지 얻었으니 이 모든 것은 아픈 우리나라 경제를 치료할 의사를 자처하며 갖은 처방전을 아끼지 않은 해당 언론사의 은덕이라. 이를 여러분과 나누지 않을 도리가 없어 이 자리에 몇 가지 처방 사례를 소개하고 핵심을 요약하고자 한다.

 

 

처방 1. 위기가 있든 없든 위기라고 생각할 것

 

사실, 이들은 늘 위기를 강조해왔다. 위기일 때는 정말 위기라서 위기를 강조했고 위기가 아닐 때, 위기를 지났을 때, 심지어 잘 나갈 때도 위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소싯적엔 이 정도면 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했으나 이들 보수, 경제 언론은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기본중의 기본을 실천해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위기가 닥치자 누구보다 재빠르게 사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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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부터 병증을 대하는 의사의 마음가짐이 엿보인다. 기절질환, 모세혈관 등 실제 의학용어가 이를 잘 보여주지 않는가.

 

 

처방 2. 국가 경제의 건강한 생활 습관 친기업, 친시장, 반노동

 

몸이 아플 때 좋은 약을 처방 받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병마와 싸울 기초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몸이 아프지 않을 때나 아플 때나 의사 선생님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강조하는 것이다. 보수, 경제 언론 또한 작금의 전례 없는, 미증유의 위기 중에서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건강한 제도 습관을 평상시와 다름 없이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맨날 똑같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다.

 

우리 몸을 위해 짜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운동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하는 것처럼 이들은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은 피하고 법인세는 감면하라고 권한다. 규제 또한 피해야 한다. 괜히 보수의 상징이신 박근혜 피고인께서 대통령 시절 규제는 암이라고 하신 게 아니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응급조치로, 법인세 인하와 규제 개혁을 통해

- 3월 10일자 서울경제 사설

 

현 정부 반기업 정책으로 기업들의 체력은 너무 떨어져 있다

- 3월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 판국에 주 52시간 규정까지 기업 발목 잡아서야

- 3월 17일자 매일경제 사설

 

무엇보다 기업을 옥죄는 주 52시간제 등 각종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3월 17일자 세계일보 사설

 

우리 경제의 기저 질환을 유발한 획일적이고 무리한 친노조 정책, 등을 전면 재검토

- 3월 20일자 한국경제 사설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정책 기조를 반기업친노조에서 친기업친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 3월 20일자 조선일보 사설

 

반기업반시장 정책을 고집하는 바람에 기회를 허비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과도한 주52시간제 등 다른 나라와 거꾸로 가는 역주행 정책들이,

정책 방향을 친기업친시장의 활성화 기조로 바꿔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 구조를 수술

- 3월 23일자 조선일보 사설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세계 경쟁국들과는 거꾸로 가는 반기업친노조 정책 탓에

- 3월 24일자 한국경제 사설

 

얼마나 반복해서 강조하는지 대충 몇 가지만 추려도 이 정도다. 심지어 3월 23일 자 조선일보와 24일 자 한국경제 사설은 내용과 세부표현까지 매우 흡사해서 같은 사람이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뭔 똑같은 소리를 베껴쓰듯이 하냐고 불평은 말자. 몇 년 째 같은 혈압약을 매달 처방 받는 필자가 의사 선생님께 왜 똑같은 처방만 내리냐고 멱살을 잡을 수는 없지 않나.

 

보수, 경제 언론사가 사설을 그렇게 허투루 내지는 않는다. 다 곱씹을만 하니 그런 거다. 아래에 인용한 3월 16일 자 한국경제 사설과 18일 자 같은 한국경제 사설의 일부 단락을 함 비교해보자. 보통 생각이 아니고서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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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처음에는 이걸 보고 내 눈을 의심했지만 이내 수긍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 경제신문 한국경제가 이렇게 컨트롤 C, V오해까지 받아가며 같은 글을 그것도 이틀 차이로 옮겨 적는 것은, 이러한 처방이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 살리기에 졸라 필요하다는 간절함의 표현이 아니겠나.

 

 

처방 3. 같은 돈도 기업에 쓰면 약, 사람에 쓰면 독

 

병을 치료하는 약은 이면에 부작용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같은 약도 잘 써야 약이지 잘못 쓰면 독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 보수, 경제 언론에 있어 국가 재정 투입은 경제를 치료할 약과 같은 것인데, 역시나 잘 가려가면서 써야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현금 살포는 재정 승수가 작아 국가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국민에게 공짜의존심을 키움으로써 국가경제를 재기 불능으로 만들 초강력 마약일 뿐

3월 9일자 문화일보 사설

 

여권 일각에서는 효과가 불투명하고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는

재난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3월 11일자 한국경제 사설

 

투자 친화적 규제 완화와 획기적 경제체질 개선이 선행하지 않는 한

현금 살포는 경기 침체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3월 17일자 문화일보 사설

 

정부가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대규모 세금 살포를

특단의 대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3월 18일자 조선일보 사설

 

정부의 재정 투입은 온전히 기업에 이루어질 때 투자라는 약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기업 지원을 두고 이들 언론은 숨통, 혈맥 뚫는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다만 이 돈이 국민에게 직접 전달되면 현금, 세금 살포일 뿐이며, 경제를 살리는 약이 아니라 초강력 마약이 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전국민을 약쟁이로, 정부 여당을 마약상으로 둔갑시킬 수도 있는 위험 발언임을 알면서도 구국의 충정으로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처방 4. 때로는 획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들 보수, 경제 언론이 그렇다고 매번 같은 처방만 내놓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창의력 돋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를 표방하는 이데일리가 최근 사설에서 내놓은 처방이 몹시 획기적이고 창의력이 돋아 내친김에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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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사설만 보면 왜 이렇게 내 눈을 의심할 일이 많은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나 같은 경제알못이 보수, 경제 언론의 안목에 도달하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무지랭이 같은 내 앎을 기준으로 하면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국가경제의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발 경제 위기까지 닥쳐서 살림살이가 팍팍하기 이를 데 없는데 월급을 반납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게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허나 또다른 뉴스를 보고서는 다시 한 번 나의 무지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데일리 사설에 감명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저 먼나라 스페인에서 한 비정규직 주급제 이주 노동자가 급여 삭감을 자진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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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억만리 타국 땅에서 정년보장도 받지 못하는 계약직으로 돈을 벌고 있는 메시도 저렇게 나서는데 나라고 동참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보수, 경제 언론과 함께라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바와 같이, 나는 지난 열흘 간 보수, 경제 언론의 사설을 탐구하며 이들이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방책을 제시하는 지 면밀히 살펴보았다. 전반적인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기업이 살아야 국가 경제가 살아난다' 정도가 되겠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는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면서도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정부는 피 같은 세금을 개인에게 살포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개인에게 살포한 돈은 국민을 게으르게 하지만 기업에 투자한 돈은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기부금도 내놓고 시설도 내놓는데 반해 노조는 그저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쁠 뿐이다. 하여, 정부는 반드시 친기업, 반노동 정책으로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나면 고용도 유지되고 기업이 돈을 잘 벌면 낙수 효과로 일 하는 사람도 잘 먹고 잘 살게 될 것이다. 다만 경기가 좋을 때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는 늘 대비해야 하므로 섣불리 임금을 마구 올려주면 안된다. 어려울 때는 '유연하게' 사람을 자를 수도 있어야 한다. 기업이 있어야 경제도 있고 국민도 먹고 살 수 있다. 없는 집 살림에서 그나마 멀쩡하게 돈 벌어다 주는 하나뿐인 가장 역할을 기업이 하고 있으니까 배 곯을 땐 옆집에서 쌀을 꿔서라도 기업을 먹이고, 먹고 살 만할 때는 고기 반찬이라도 하나 더 해서 기업에게 주는 게 결국 온 식구가 사는 길 아니겠나.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라 나는 보수, 경제 언론의 처방만 잘 따르면 코로나19가 불러온 작금의 위기에서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보수, 경제 언론의 처방만 잘 따르면 경제는 살릴 수 있다.

경제는 살아날 것이다.

 

 

다만,

 

사람은 못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