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자리에 오르게 된 미국. 만약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거의 대부분의 학자들이 미국의 루이지애나 구입이라 말한다.
“단돈 1,500만 달러로 지금 미국 영토의 1/4을 사들였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미국 영토의 1/4이지만, 당시 기준으론,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땅만큼의 땅을 사라는 소리네.”
가 된다. 이건 누가 봐도 남는 장사였다. 미국은 1제곱킬로미터 당 겨우 7달러란 헐값으로 루이지애나 주를 샀다. 사람들은 루이지애나 주의 구입을 단순히 ‘영토’의 관점으로 바라보는데, 루이지애나 주의 가치는 따로 있었다. 바로 ‘미시시피 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시시피 강을 기반으로 한 수운이다.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뗏목을 타고 강을 여행하는 모습이 잘 묘사돼 있는 걸 보면 미시시피 강이 어느정도 크기였는지 알 수 있다.
미시시피 강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미국 강과 하천의 허브'라 할 수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발원된 이 강은 미국으로 가로질러 멕시코 만으로 흐르는 강이다. 그 중간에 수많은 지류가 모여들어 하나의 거대한 ‘물의 허브’가 된다. 미국 내에서 가장 긴 강이라 하는 미주리(3,767킬로미터)강이 미시시피 강의 지류인 걸 보면 이 강의 크기를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대충 큰 지류만 꼽아봐도 미주리, 아칸소, 미네소타 강, 오하이오 강, 일리노이 강 등등 미국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강들을 지류로 두고 온 천지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이제 슬슬 느낌이 올 거다. 루이지애나 주의 ‘땅덩이’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이 미시시피 강을 차지하게 된 것이라는 걸.애초 제퍼슨이 나폴레옹에게 처음 제안을 넣은 이유도 이 통행과 관계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미시시피 강은 말 그대로 수운의 핵심이었다. 서부를 횡단하는 열차가 깔렸어도 주요 물류는 여전히 미시시피 강을 활용한 물류였다. 서부 개척의 핵심,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건너가기 위한 물류의 핵심이 바로 미시시피 강이었다.
루이지애나를 샀다는 건 달리 표현하자면, '미국이란 나라의 물류망을 샀다.'라고 봐야 한다. 단적인 예로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물류는 미시시피 하구를 통한 수운이었는데, 북군이 여길 막아서자 남부 수출입 물량의 90%가 막혀 버렸다.
미시시피 강의 물류는 세월이 흐르면서 크게 쇠퇴했지만, 지금도 미국 남부와 세계의 물자를 연결하는 주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뉴올리언스가 허리케인 카타리나 때문에 쑥대밭이 됐을 때 미국 물류가 한 번 휘청였는데, 아무리 쇠퇴했다고 해도 뉴올리언스이다. 여전히 미국의 주요 항구 중 하나이고, 남부로 이어지는 관문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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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런 상황에서 당시 프랑스는...아니, 콕 찍어 나폴레옹은 이 루이지애나를 팔았다. 여기서 이 루이지애나 땅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야 하는데, 원래 루이지애나 주는 루이 14세의 땅이었다(그렇다고 프랑스가 원래부터 가졌던 곳은 아니고...좀 복잡하다).
이게 또 유럽 왕실 족보를 보면 복잡다단한데, 프랑스의 루이 14세의 손자가 펠리페 5세가 된다. 이때 스페인이 프랑스에게 이 땅을 넘긴다. 그러다 7년 전쟁으로 프랑스가 깨지자 다시 스페인이 다시 이 땅을 가져가게 됐고, 나폴레옹이 다시 스페인을 두들겨 패자 이 땅을 다시 프랑스가 가져가게 된다. 서로 몇 번인가 핑퐁게임을 한 건데...여하튼 이때는 프랑스 것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되자 미국이 급하게 됐다. 루이지애나의 수운을 활용하던 미국 측 입장에서는 프랑스와의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이때 나폴레옹이 역제안을 걸었던 거다.
“번거롭게 통행세 오가는 것 보다는...그냥 너희들이 이걸 사가라. 내가 싸게 넘길게.”
“...예? 진짜요? 그런데 가격이...”
“우리도 너희 사정 다 아는데...그래, 한 1,500만 달러에 사가라.”
“....저, 정말이죠? 진짜죠?”
이렇게 된 거다.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나폴레옹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 미국의 노른자 땅을 그것도 지금 영토의 1/4이나 되는 땅을 헐값에 넘긴 거였다. 만약 이 땅을 넘기지 않았다면? 아마 미국은 지금의 미국이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 시각에서의 이야기다. 당시 기준으로 보자면 나폴레옹은 충분히 ‘남는’ 장사를 했다. 오히려 가격 높을 때 잘 판 거였다. 왜 그랬던 걸까? 몇 가지 이유를 추려보자.
첫째, 당시 프랑스는 유럽에서 전쟁중이었다. 이 유럽 안에는 ‘영국’도 끼여 있었다. 아니, 영국이 주축이 돼 프랑스의 발목을 잡았다. 북미의 영국 식민지에서 이 땅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방어하기가 어려운 지역이었다.
둘째, 대서양을 건너려면 당장 영국 함대를 넘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았다. 이미 아이티 혁명이 터져서 프랑스 본토에서 병력을 파병해야 하는데, 이 병력을 보내는 것도 힘들었다.
셋째, 전쟁이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나폴레옹은 20년 동안 온 유럽을 쏘다녔다) 새로 얻은 식민지를 관리할 만한 돈도,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넷째, 루이지애나 주의 개발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당시에 그나마 경제성을 인정할 수 있는 건 뉴올리언스 정도가 고작이었다.
다섯째, 만약 루이지애나가 정말 필요하다면 미국은 전쟁을 해서라도 빼앗을 것이다. 차라리 팔 수 있을 때 파는 게 현명하다.
나폴레옹에겐 다 계획이 있었던 거다. 쉽게 말하면,
“어차피 내 것이 될 수도 없는 땅이다. 팔 수 있을 때 팔아버려야 남는 거다.”
란 계산이다. 이 계산은 정확했다. 이미 영국이 제해권을 쥔 상황이었고, 프랑스가 식민지 관리를 위해 병력파병을 하기 애매한 상황. 더구나 유럽에서 계속 전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모든 난관을 다 뚫고 루이지애나를 관리했다 하더라도 마지막에 ‘미국’이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을까? 아마 순순히 물러서진 않았을 거다.
미국이란 나라는 평화를 사랑하는 신사적인 나라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자신의 이권이 걸려있지 않았을 때의 모습이다. 미국도 은근 ‘땅’ 욕심이 많았다.
“...쿠바 저 땅 어때?”
“아, 탐나지. 그런데 주인이 팔려고 내놓지를 않으니...”
“내놓지 않으면, 내놓게 만들면 되잖아.”
쿠바가 탐났던 미국은 스페인에게 쿠바를 팔라고 찔러본다. 스페인은 냉정하게 이를 거절했고, 미국은 전쟁을 일으킨다. 바로 미국-스페인 전쟁이다. 그 결과 미국은 쿠바와 필리핀까지 빼앗아 버린다.
“그러게 얌전히 쿠바 팔라고 했을 때 팔지...그러면 돈도 받고, 필리핀도 안 뺏기잖아.”
이런 미국이 루이지애나를 가만히 내버려뒀을까? 십중팔구, 어떤 식으로든 루이지애나를 찔러 봤을 거다. 자, 그런데 이 대목에서 루이지애나 주를 포기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등장한다. 아니,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진짜 이유’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단순히 음모론이나 과대포장이라 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어쨌든 나폴레옹의 판단근거 중 하나일게 분명한 ‘전염병’이 하나 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황열(黃熱)병” 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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