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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뭘 해도 야당에 유리한 선거법 개정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뉴스에서도, 사람들 관심에서도 사라졌지만, 선거는 선거다. 선거 당사자인 각 당과 후보들은 대면 선거운동이 불가한 와중에도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다. 

 

선거법이 바뀜에 따라 이번 선거는 각 정당 뿐만 아니라 유권자한테도 심플하지 않은 선거가 됐다. 과거처럼 한글과 번호만 알면 되는 게 아니라 전략적, 부수적 요소도 생각해야 하는, 진입장벽 자체가 높은 선거가 되어버렸다.

 

보통 국회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나뉜다. 얼마 전까지 총 300명의 국회의원 중 253명은 '지역구' 국회의원이고, 47명은 정당 지지율에 따라서 각 정당이 선발, 배치해놓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다. 따라서 유권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정당에 투표를 했다.

 

유권자가 지역구와 정당에 투표를 하는 방식은 여전히 같지만,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비례대표와 정당 투표율이 연동되는 방식이 바뀌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비례대표 의석 47석 가운데 30석에 대해서 연동률 50%를 적용한다(나머지 17석은 해당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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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의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함

 

법 개정에 따라 이전보다 소수당이 의석수를 더 많이 가져갈 확률이 높아졌다. 비례대표 의석에서 정당 득표율에 대비해 모자란 의석수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A당이 정당 득표율 10%를 얻고, 지역구에서 10명이 당선되었다고 치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30석 가운데 지역구 당선 의석 10석을 뺀 2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한다. A당은 지역구 10석에, 비례대표 10석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A당의 득표율이 10%니, 이 당의 의석수는 전체 300석의 10%인 30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지역구에서 10석을 얻었으니, 나머지 20석의 절반인 10석을 준연동형 비례대표 30석에서 받을 수 있다는 소리다)

 

단, 이 계산은 기준이 되는 수는 국회의원 총 의석수인 300석이 아니다. 무소속 당선자와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정당 득표율 3% 미만 정당 소속의 당선자의 수를 빼야 한다. 또 이렇게 계산된 각 당의 연동형 비례의석이 30석을 넘으면, 이 30석 안에서 비율대로 다시 의석을 나눈다. 

 

B당이 40%의 정당 득표를 받고, 지역구에서 127석이 나왔다고 가정하자. 과거에는 비례대표 국회의석의 총 인수인 47석 중 18~19석(40%)을 받았다. B당은 비례대표 의원 18석, 지역구 의원 127석, 총 145석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바뀐 선거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위와 똑같은 조건이어도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을 단 하나도 갖지 못한다. 비례대표 총 의석인 47석 중 연동되는 30석을 뺀 17석에서, 정당지지율 40%만큼 배분을 받기 때문에 최대 7개까지 밖에 받지 못한다. 

 

예전처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고 정당도 민주당에 투표하면, 민주당이 정당득표율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아도, 의석수에서 지역구 후보용과 비례대표용 정당을 각각 만들어 선거에 임하는 당(ex.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에 밀린다는 말이다. 비례대표만을 내는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의석 30석 중에서 정당득표율 만큼 가져가고, 미래통합당이 준연동형이 아닌 17석에서도 정당득표율 만큼 비례의석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살짝 가미해 '기존의 거대 양당구조를 타파하고, 국민다수의 의사를 반영하여 다양한 소수 정당의 원내진입을 가능케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거법을 개정하였으나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제1당이 될(나아가 국회 과반수 의석 확보) 위험만 낳게 되었다. 비례대표 의석을 혁신적으로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했으니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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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정당1(더불어민주당), 정당2(미래통합당), 정당3(미래한국당)이란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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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1당이 되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가 좌절되는 것은 물론 박근혜 정권이 귀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우려한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진보진영에 비례정당 창당 및 참여를 제안하고 나섰고, 여당은 전당원 투표를 거쳐 범민주진보진영의 비례정당이라는 배를 띄운 상황이다.

 

 

 

2. 코로나19는 선거의 구세주가 될까?

 

21대 총선에는 문재인 정권의 개혁과제의 성패가 달려있다.

 

여소야대 국회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생생히 경험한 바 있다. 아슬아슬한 여소야대 지형은 야당의 전략적 대여투쟁을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는 구체제의 몰락이었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선거는 박근혜로 대표되던 구체제와 계속해서 '아듀'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체제가 다시 부활할 지를 가늠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듣도 보도 못한 선거법 개정이 불러온 미래통합당의 홀로그램정당(미래한국당) 꼼수,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좌절될 수 있다는 위기감, 여기에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로 다시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선거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코로나19는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작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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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분석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이번 선거를 ‘코로나19 선거’라고 한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으로, 단정하기에 이르지만 “코로나19가 더불어민주당에는 구세주가 되었다”고 말한다. 정부의 대응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윈지코리아 박시영 부대표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초기에는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고, 가짜뉴스도 많아 이것이 국민의 심리적 상황, 공포감으로 연결되었는데 최근에 잦아들었다”

 

“외신들의 호평이 많이 나오니까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평가가 잦아들었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아도 55~60% 정도는 정부의 대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더불어 대통령의 지지율도 올라가고 있고, 자연스럽게 후보들의 지지층도 복원되는 것 같다. 적극투표층이 호응하는 것도 (이전에는) 미래통합당이 높았는데,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도 회복됐다. 소극적 관망층들이 적극투표층으로 돌아선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아도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평가 중 긍정평가가 47.2%(3월 2주차)에 달한다. 정당지지율도 민주당이 41.5%로 미래통합당 32.1%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관; 리얼미터+YTN, 조사기간; 3월9일~13일,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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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선거운동 방식의 제한과 변화도 변수가 된다. 시끄럽고 요란한 선거운동이 불가능해졌고, 유권자에게 야당의 '경제심판론'이 잘 들리지 않게 됐다.

 

과거에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이 미래통합당의 선거운동을 대신해주었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보수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과거처럼 보수언론이 만드는 프레임이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3. ‘박빙지역구는?

 

모든 선수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대략의 라인업은 나왔다. 엎치락뒤치락 박빙인 지역구, 대중의 흥미를 끄는 지역구를 중심으로 판세를 알아보고, 지역 민심, 후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서울'

 

- 서울 종로 이낙연 VS 황교안

 

여론조사 전문가인 권순정 전 리얼미터 본부장은 지난 10일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여긴 그냥 승부 났다!”

 

인물, 구도, 지형적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당선이 무난할 것이라 본다. 전‧현직 국무총리의 지역구 바톤터치가 이뤄질 거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정당을 고려하지 않은 인물선호도 측면에서 이 후보가 황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난다. 2월 말 이후 실시한 네 차례의 여론조사에서도 꾸준히 이낙연 후보가 황교안 후보를 대략 20% 정도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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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조사의뢰자), 코리아리서치, 3월 14일~15일

 

한편 <뉴스공장>에 나온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이 지역은 박빙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3월 17일). 현재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고, 미래통합당의 선거 구력과 조직력, 황교안 후보가 보수의 대선후보 1위 주자인 점에서 그렇게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서울 광진을 고민정 VS 오세훈

 

고민정 후보가 전략공천된 광진을은 ‘정치 아이돌 바람이냐 아니냐'의 장이 되었다. 추미애 장관의 4선 지역구였기에 여당으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지역구 중에 하나다. 

 

2/29~3/1 실시한 뉴시스‧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고 후보가 오차범위(4.1%)에서 오 후보(42.0%)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고,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3/1~3/2)에서는 오 후보가 38.5%로 고 후보를(35.9%)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초반에는 엎치락 뒷치락 하는 듯하였으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나서는 기세 면에서 고 후보가 우세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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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지코리아 박시영 대표는 “고 후보가 5% 이상 이길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고 후보에 대한 광진을 주민들의 호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중학교까지 광진을에서 다닌 고 후보에 대해 ‘우리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오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일도 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지난 2일 광진구 선관위는 선거구민 등에게 설‧추석 명절을 맞아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오 전 시장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주민들에게 '오 후보가 당선돼도 선거법 위반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다. 

 

고 후보는 본지 기자와 인터뷰에서 “지역 개발중심이 아닌 ‘주민중심’의 공약을 19일부터 발표할 것”이라며, “광진 주민 개개인의 삶에 초점을 놓고 주민의 뜻에 따라 주민이 결정하는 ‘주민 성장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오 후보보다 나은 점을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로 꼽은 고 후보는 “지방정부‧정부부처‧국회를 잇는 가교로서 광진구 도시재생에 현실적인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하였다. 

 

 

- 서울 동작을 이수진 VS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전 판사의 공식출마선언, 동작을은 '기득권 판사 VS 흙수저 판사'의 구도가 되었다. 

 

여기선 여당이 그리 유리하지 않다. 야당의 나경원 후보는 아무리 ‘자녀 의혹 논란’이나 비호감도가 높다 해도 이 지역의 재선 의원인데다, 유권자와 스킨십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거기다 원래 더불어민주당의 강희용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었다. 이 전 판사의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이 있었던 지역이기에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도 “여론조사에서 5%이상 안정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기고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야말로 박빙인 거 같다”, “공천잡음이 있었던 지역이라 민주당 지지층이 다 결집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수진 후보는 지역민들에게 생소한 인물이라 지지도가 올라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다만, 이 후보가 공식적으로 출마선언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고, 강희용 위원장이 이 후보 손을 들어주고, 민주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있어서 나쁘지는 않다. 조직적 결합이 이뤄지려면 1~2주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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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후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나경원 후보와는 사람이 다르고 살아온 삶이 다르다”, “서민의 설움과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 19년 동안 판사로 일하면서 사법개혁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왔다. 그 진정성으로 동작에서 선택을 받겠다. 온갖 오명을 다 쓴 20대 국회 그 평가에서 나경원 후보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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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저라는 사람의 장점은 타협과 설득”이라며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포용하며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포용과 타협, 설득의 리더십으로 정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서울 구로을 윤건영 VS 김용태

 

구로을에에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재인의 남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마했다. 이 지역에서 3선을 했던 박영선 장관이 지역구 후보로 윤 후보를 추천했다고 한다.

 

윤 후보에 맞설 상대로 미래통합당은 김용태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양천을이 지역구였던 김용태 후보는 '식자층에서 평가가 좋은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다.

 

김 의원 측에서는 ‘윤건영 저격수’로 공천을 받은 만큼 ‘정권 심판’이라는 전략을 펼칠 것이고 필연적으로 네거티브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후보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유재수 감찰무마의혹 건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공세가 예상돼 윤 후보가 신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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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윤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라고 보았다. 김 의원이 식자층에서는 높게 평가 받는 인물이지만, 대중성이 강하지 않은 데다, 갑자기 지역구를 바꿨기 때문에 구로을 지역구민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윤 후보가 소위 큰 물에서 놀아봐서 뭔가 (지역구민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게 좀 있다”, “집권여당의 실세, 대통령의 복심 이런 이미지가 있어서 금천구와 구로는 서울지역에서도 소외됐다는 인식이 있는데, 지역 발전적 측면에서는 힘을 쓸 수 있는 기대감이 있는 후보”라고 평했다.

 

윤 후보도 이러한 국정 운영 경험을 의정활동에서 십분 발휘하겠다는 계획이다. 본지 인터뷰에서 “우선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촛불개혁을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포용과 공정, 혁신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체감될 수 있는 성과가 나도록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찾아서 할 것”, “그 외에도 대통령의 대북특사로 남북관계 진전에 기여했던 경험을 살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윤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다녀간 것으로 밝혀졌고, 후보 측은 즉각 사무실을 폐쇄했다. 캠프는 액땜을 했다는 인식이다. 

 

 

<다음편에 계속>

 

(여론조사에 관해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