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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저녁,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여러 나라/연맹 등에서 IOC에 공식으로 '연기'를 요청한 탓이다. 올림픽이 일본에서만 하는 것이었다면 얼마든지 강행했을 텐데, 불참하겠다는 선수들이 늘어나니 아베도 별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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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본은 코로나19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예정대로 도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일본이 '안전'하다는 걸 증명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확진자가 늘어선 안 됐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을 '연기' 했으니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처할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정부 및 언론이 해온 것을 보면 그렇다. 

 

 

매스컴이 말하는 일본

 

3월 초만 해도 사람들은 감염에 대비해 사회적 거리에 신경 쓰고 주위를 살펴가며 행동했다. 그러나 3월 중순 즈음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마트에 가니까 사람도 많고, 모두가 마스크를 하고 있긴 한데 어딘가 들떠있었다. '동경에 코로나19가 종식되었다'는 뉴스라도 나왔나 했다.

 

알고 보니 매스컴의 분위기, 즉 논조가 바뀌면서 생긴 일이었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책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던 의사 '오타니'가 언젠가부터 TV에 나오지 않는다. 오타니 의사는 이케부쿠로 오타니 클리닉 호흡기과 원장으로, '코로나19 대응에는 PCR 검사 확대가 중요하다'면서 정부에 대해 '검사와 의료체제 정비를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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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가 방송에 나오고 나서였다. 방송국에는 물론 그의 병원에까지 진찰을 하지 못할 정도로 항의와 폭언 전화가 몰려왔다고 한다. '혐한'을 주도하는 저명한 극우이자 아베 총리 절친인 가케학원 객원교수로 있는 인물이 의도적으로 '데마(유언비어)' 트윗을 날렸기 때문이다.

 

하쿠오 대학에 재적하는 오카다 교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녀는 약사이며 의사가 아니다" "약사니까 감염증 전문가도 아니다"라는 '데마'가 확산되었다. 그녀는 '공립 약과대학 대학원'에서 약학석사와 의학박사를 받았고, 독일 대학 의학부 바이러스 연구소 객원 연구원과 국립 감염증 연구소 연구원을 했던 경력이 있으며, 감염증에 관한 저서가 많다. 감염증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TV에서 'PCR 검사 확대'를 강조했다고 개인과 방송국, 프로그램까지 공격 받았다. 결국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TV에서 보지 못하게 되었다.  

 

한편 TV에 나올 수 있는 정치가나 탤런트들은 이렇게 말한다. "PCR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이전에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던 사람은 '반성한다'면서 태도를 바꿨다. 한 거물 코미디언은 "감염자 수를 밝히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일본은 안전하다'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언론은 '혐한과 혐중'의 동전의 양면인 다른 면인 '자화자찬'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유럽에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일본은 감염 확대를 막고 있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없는 것처럼 되었으니, 대외적으로 '불안하다'는 말도 못하게 생겼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위험을 믿지 않는다

 

분위기가 바뀐 탓인지 사람들은 위험을 알려줘도 믿지 않는다. 

 

지난 19일, 오사카부와 효고현 지자체에서 '코로나 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20일부터 시작되는 3일 연휴에 오사카와 효교현 사이의 왕래를 자제해달라'고 발표했다. 말하는 측은 긴장하고 긴박했지만, 정작 듣는 이들은 태평했다.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여태까지 언론에서 봐왔던 이야기와 달랐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평상시 하던 말과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온 이유가 뭘까.
 

일본 정부는 코로나19를 극복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는 한편, 감염자가 늘고 있는 지역에 대해 계산을 한 모양이다. 후생노동성의 계산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연휴 사이에 감염자가 확 늘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즉, 의료 붕괴가 일어난다.

 

따라서 이동을 제한하며 학교를 쉬고, 이벤트를 중지할 것과 감염 확대 리스크가 높은 시설을 사용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긴급 사태 선언을 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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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노동성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오사카에 직접 갔고, 오사카부 지사는 내부에서만 공유해야 하는 이 문건을 일반에게 공개했다. 오사카부 지사는 문건을 공개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림을 그려봤으니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일본은 정부나 전문가, 지자체장만 정보를 공유한다)

 

하지만 공개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스나 주변 분위기만 보면 문건 내용을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긴 헬스장에서는 온천탕 세일 광고를 하고 있고, 안전하다며 휴교령을 해제하고 스포츠나 이벤트를 행해도 된다는 지역이 있다. 또 어느 지방에서는 관광객이 없다고 여행을 권장한다. 오사카 지사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엔 엇박자의 정보들이 너무 많다. 

 

 

다시 열리는 학교

 

올림픽 연기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 '올림픽을 강행하자'는 의견이었다. 유명한 정치가가 나와서 "희생을 전제로 도쿄올림픽이 열려야"한다 말하고, 거물급 코미디언이 얼굴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올림픽이 꼭 필요하다. 올림픽을 하기 위해서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발언하는 상황이었다(주위에서 그 분위기와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국외에 대해서 입국 규제라는 '원천봉쇄'를 하는 일본 정부도 도쿄올림픽 관련 행사 혹은 국가 주도 행사는 강행해왔다. 민간에 대해서는 지역 이동 자제와 이벤트나 모임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말이다. 

 

3월 21일에는 센다이 시에서 올림픽 성화 전시 행사를 했다. 이 날에는 5만 2천 명 이상 인파가 몰렸다. (동경의 5만 명과 지방의 5만 명은 다르긴 하지만) 이런 행사를 하면 모이지 말라고 해도 인파가 몰린다. 3월 22일에는 관중 6,500명이 밀집한 가운데 K-1 시합이 치러지기도 했다.

 

벚꽃이 피는 요즘엔 우에노 공원과 같은 명소에도 많은 사람이 모인다. 사람들이 밀집해 있으면 야외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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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공원에 벚꽃구경을 하러 나온 일본 시민들

 

이런 흐름에서 학교가 재개되는 건 당연할 수순일 지 모른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본의 초중고에는 휴교령이 내려져있었다. 그런데 어제인 3월 24일, 문부과학성이 '학교 재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공간, 다수가 밀집된 곳,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것, 이 세가지가 겹치는 장소는 철저히 피하라고 한다. 전문가회의는 이 세가지를 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것을 지키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 환기를 철저히 한다

- 많은 수의 사람이 손 닿을만 거리에 있지 않기 위해 배려한다

- 가까운 거리에서 말을 하거나 큰 소리 내는 것을 삼간다

 

이외에도 매일 체온검사와 감기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말할 때 마스크를 쓰며, 교실 환기에 주의한다. 감염자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학생은 출석 정지시킨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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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질적으로 어렵다. 학생들이 일정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실이 아주 커야 한다. 설령 큰 교실을 확보한다고 해도 교사가 보지 않은 곳에서도 학생들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어른도 마스크를 답답해하는데 아이들이 수업 내내 마스크를 하고 있을까? 아니, 그보다 마스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데.

 

만약 감염자가 있다면? 학생이 걸리면 교사는 물론 반 친구들까지 밀접접촉자가 된다. 교사가 걸려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첩첩산중이다.

 

지금은 휴교 명령이 내릴 때보다 감염자가 훨씬 늘어난 상황이다. 감염될 우려가 더 커졌다고 보는 게 맞다. 문부과학성에서 구체적인 대안 없이 교육현장에 커다란 문제를 던진 것이나 다름 없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교실에서는 선생들이 알아서 하고 문제가 생기면 학교가 책임을 지라는 식이다. '각자도생'하라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불안한 학교 재개가 될 것 같다. 

 

재미있는 건 같은 날 동경도에서 정반대의 사인을 보냈다는 것이다. 동경도지사는 동경 내에서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일어날 경우 '동경을 봉쇄할 수도 있다'고 했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적극적으로 검사도 하지 않는 일본은 중증이 되어야 병원에 가라는 식이다. 큰 불이 나야 소방서가 나서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증이나 무증상인 사람이 출퇴근하고 일하면서 주위에 전염시켜 감염이 확산되면?

 

올림픽만 연기되었을 뿐이지 일본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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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h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