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딴지총수 추천1 비추천0






1999.7.6.화요일
총수


96년 바운드로 선풍을 일으켰던 Wachowski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Matrix)... 를 보고나서, 이 영화가 일본 애니메이션과 홍콩무협영화 그리고 CF때 써먹던 특수효과를 짬뽕 짜집기해서 만든 단순한 B급 SF물이라고 하는 사람들 제법 봤다.

하긴, 하다 못해 쌍권총을 든 것까지도 홍콩 느와르의 주윤발 액션에서 따왔을 만큼 아이디어 도용도 많이 했고, 공각기동대 같은 건 아예 감독이 내놓고 참고했다고 한다.


블레이드 러너일줄 알았는데 인디펜덴스 데이라며 보다가 졸았다는 사람도 있고, 화려한 특수효과와 전투씬을 기대했는데 예고편에 나온 게 전부라며 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기계와 인간의 미래 전투를 괜히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사람도 있고..


하긴, 여태 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가상임을 일깨워, 현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재정의하고, 그 가상을 깨부시는 설정.. 이런 건 사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긴 하다.


최근의 예만 들어도 트루먼쇼(Truman Show)가 있고, 다크시티(Dark City)도 그랬다.


아니, 눈 앞에 보이는 이 현실이 꿈인가 아님 꿈이 현실인가.. 하는 설정은  동양에서는 이미 나비의 꿈 - 호접지몽(胡蝶之夢)이란 고사성어 하나에 다 녹아있는, 장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구닥다리 인식론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기자는 매트릭스가 걸작 SF 반열에 들어야 마땅하다고 졸라 주장하는 바이다. 왜냐.


그 야그 좀 해보겠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좀 황당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모든 아귀가 전부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긴 하다. 자세한 건 진도나가면서 씨부려보자. 


 네오(Neo) - Neo는 New. 네오는 New Christ를 상징한다.


오잉. 네오가 Christ?


네오는 이중의 삶을 산다. 매트릭스 시스템 내의 프로그래머 토머스 앤더슨과 매트릭스를 완전히 초월한 네오로, 마치 완전한 인성을 지닌 인간의 삶과, 인간을 초월한 신성을 동시에 누렸던 예수처럼.


또한, 그에게는 일곱의 사도가 있고, 예수의 열 둘 대신, 그 사도들 중에는 형제가 있으며( 예수의 12제자 중 야고보와 요한이 형제였으며 매트릭스에서는 Tank와 Dozer가 형제다. 겨우 일곱 중 둘이 굳이 형제일 필요는 없다 - 모피스가 깨어난 네오에게 사람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 Tank and his big brother, Dozer." 라고 소개한다)


그들 중 하나인 싸이퍼(Cypher)가 겨우 은 30냥에 예수를 판 유다처럼 겨우 스테이크를 먹으며 배신을 하고 ( 내부의 배신이 있어야만 붕괴될 만큼 네오 쪽이 막강했던 것은 아니었고, 그들이 맞섰던 매트릭스는 이미 충분히 강력했으므로 네오쪽 내부의 배신이 반드시 필요한 설정은 아니었다. ),


또한, 네오가 모피스를 대신해서 완전히 죽었다 다시 부활하고, 예수가 인간을 대신해 죽었다 부활하듯, 부활해서는 하늘로 날아 오른다. ( 이 대목에서 비웃는 사람들이 많다. 졸라 슈퍼맨이냐고. 그렇다면, 사도신경을 보시라. "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


사실 하늘로 슈퍼맨처럼 날아가며 끝난다는 건, 어린애같은 발상이다. 만약 이런 성경 구도를 완성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그리고는 영화는 끝이 나버린다. 통상적인 SF 영화라면 바로 이 부분이 중간 쯤에 해당되고 이때부터 정말 재밌는 기계와의 전투가 시작되어야 하고, 그래서 인간을 해방한다느니 뭐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보통인데 매트릭스는 바로 여기서 끝나버린다. 예수의 성경에서의 행적도 거기서 끝나 듯. ( 영화의 후편이 제작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


한가지 더. 네오를 찾아온 젊은애들 중 하나가 네오에게서 불법프로그램을 하나 받고나서 이런 말을 한다.



" Hallelujah. Youre my savior, man. My own personal Jesus Christ. " (할렐루야. 씨바 니는 나으 구세주야. 나만으 예수)


영화 초기 장면에서, 불법프로그램 사러 온 마약중독자같은 넘이 해커인 네오를 굳이 fuck..류의 단어가 아니라 savior, Christ에 비유하는 이런 대사는 유의미한 복선이다.


 모피스(Morpheus) - 그리스신화에서 꿈의 신. 세례요한의 역할.


세례요한은 예수 이전에, 인간을 구원할 예수의 등장을 광야에서 기다리며 예수의 길을 예비한다. 예수는 세례요한에게서 물로 셰례를 받고 나서야 하여 비로소 예수로서의 공적 활동을 시작한다. ( "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가로되 너희는 주의 길을 예비하라 그의 첩경을 평탄케 하라 기록된 것과 같이 세례 요한이... " 마가복음 1:3-4)


모피스는 평생을 매트릭스(광야)에서 그(the One - 구세주, 네오)의 등장을 기다리며, 인간을 구원할 그가 갈 길을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 Ive spent my entire life looking for you. )


또한 매트릭스의 인간배양 인큐베이터에서 빠져나와 물에 빠진 후에야 네오는 그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현실같은 꿈, 꿈과 같은 현실인 매트릭스에( 모피스는 매트릭스를 네오에게 "Youve been living in a dream world, Neo " 라고 설명한다) 의해 지배되는 곳에서 느부가넷살(구약에서 꿈과 관련해 등장하는 왕) 이란 이름의 비행체를 타고 평생을 매트릭스를 상대로 싸운 자의 이름이 꿈의 신 모피스 이상가는 것이 있겠는가.


물론 느부가넷살(Nebuchadnezzar)이란 이름 역시 의도적 작명이다. 비행체의 이름이 따로 있다는 발상도 흔한 것이 아니지만, 그 배의 이름을 더더욱 흔하지 않은 구약성경에서의, 거의 알려지지도 않은 왕의 이름을 빌려 지은 것은 의도적이다.. 이외의 설명이 불가능하다.


 트리니티(Trinity) - 성삼위일체. 막달라마리아의 역할.


네오를 사랑한 트리니트는( 한글자막에서 왜 트린이란 줄였는지 모르겠다),


모피스조차 네오의 죽음을 목도하고 " Cant be " 라며 혼란에 빠진 마지막 순간에도, 네오에 대한 믿음을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네오의 죽음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또한 부활을 첫 번째로 맞이한 사람이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했을 때, 마지막으로 그를 세마포에 쌌으며, 예수 부활을 첫번째로 맞이했으며, 예수를 사랑하고, 그 부활을 믿었던 사람이 있었다.


막달라 마리아.


사실 트리니티가 키스하여 네오가 되살아 나는 부분을 단순히 <지구를 구할 영웅과 그를 사랑한 여인>이란 구도에서 보자면 졸라 유치하기 짝이 없다.


씨바 왜 죽기까지 했다가 살아나냐고. 죽을똥 살똥하다가 사랑의 힘으로 힘을 되찾으면 되는거지 왜 말도 안되게 아예 죽었다가 여자가 키스하니까 살아나는 거냐고. 뭐 사랑의 힘을 그따구밖에 표현 못하냐고.


감독이 이 부분에서 갑자기 오바하면서 3류로 급전직하한 것인가..


아니다. 이 대목은 반드시 필요한 설정이었다. 네오가 힘이 빠졌다가 간신히 회복되는 것으론 안된다.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 죽지않고 힘이 빠졌다 회복되는 것은 부활이 아니다. 부활을 상징하자니 먼저 죽일 수밖에.


 여타 기독교적 설정


 이 영화의 키워드는 믿음이다.


네오가 진짜 몸을 되찾은 후, 모피스는 여러 가상 현실 프로그램으로 네오를 훈련을 시키며 이런 말을 한다.







네오를 제외한, 최강 인간
모피스도 요원에게 떡이 된다.


지금까지는 콘크리트도 깨고 총알도 피하는 요원(agent)들에게 모든 인간이 패했다고. 그러나 결국 그들의 힘과 스피드도 그 매트릭스를 구축하고 있는 규칙(rules)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네오, 네가 이길 수 있다고.


이에 네오가 그럼 나도 총알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반문하자, 모피스는 그게 아니라 네가 준비가 되면 총알 자체를 피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매트릭스라는 것이 가상일 뿐이라는 사실들을 알게 된다.


쿵후대련시 모피스는 네오가 왜 자기를 이길 수 없는지 설명하자 네오는 잠시 후 이렇게 답한 뒤 더욱 빨라진 속도로 모피스를 제압한다.


" I know what youre trying to do. "


그러나 알게 되는 것과 그것을 완전히 믿게 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종교가 그렇듯.


그가 매트릭스를 알게되는 과정은 그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는 몇 번의 쿵후 대련으로 모피스보다 빨라졌고, 빌딩에서의 전투 장면에서 몇 개의 총알을 피할 정도로 빨라졌고, 지하철 전투 장면에서는 거의 에이전트와 비슷한 속도로 총알을 피해낼 만큼 빨라졌다. 매트릭스 시스템을 이해해서 알게 되는 것이다.



지하철 전투에서 탱크는 네오에게 요원을 피해 빨리 도망가라고 외치지만 그는 도망가지 않고 스미스 요원과 맞선다. 탱크가 도대체 왜 저러냐고 하자, 모피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 Hes beginning to believe. "


알게되는 단계를 넘어 믿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믿기 시작했을 뿐 완전히 믿지는 못한 상태였기에 그 전투에서도 네오가 에이전트를 이기지는 못한다. 오감으로 느껴지고 자신이 평생을 살아 온 세계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한 상태다.


여전히 그 규칙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에이전트보다 빠를 수는 없다. 에이전트는 그 규칙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최적화되어 있는 프로그램이니까. 그 세계를 만들어 낸 기계가 직접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에이전트니 그럴 수 밖에.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더 이상 총알을 피할 필요가 없게 된다. 왜냐. 그는 그 규칙으로 만들어 진 매트릭스가 가상에 불가하다는 것을, 완전히 믿게 되었으니까. 그 규칙을 벗어나 버린 것이다.



" 총을 쏘면 밀폐된 약실에서 화약이 폭발하고 이때 반작용으로 총알이 발사되고 그 총알이 1초에 수백회의 회전을 하며 인간의 반응속도를 훨씬 능가하는 빠른 속도로 총과 나 사이의 공간을 날아와, 제대로 방향만 맞는다면, 내 몸에 박힌다.." 라는, 그가 평생을 너무도 당연하다고 여겼던 규칙으로 이뤄진 그 세계...


그 규칙을 벗어난 사람에게 그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총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자 매트릭스의 실체가 보인다. 단지 코드로 이뤄진 프로그램일 뿐인 세계, 그 실체가.


이 모든 것의 기반은 믿음이다.


종교가 그렇다. 기독교가 그렇다. 지금 내가 만지고 겪는 이 세계가 아니라, 전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세계를 믿으라고 하는 것.


그래서 기독교에서도 키워드는 믿음이다.


이런 것들 이외에도 기독교와 신화를 상징적으로 활용한 것은 더 있다. 마지막으로 남겨진 인간의 도시이자, 매트릭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축제가 벌어질 곳이 시온(Zion)이라고 불리고( " The last human city. If the war was over tomorrow, Zion is where the party would be". - 탱크가 네오에게 시온을 설명할 때 대사), SF 영화에 선지자가 등장하고, 천사에 해당될 숟가락을 구부리는 어린아이들의 등장하며, 예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정 등... 그 외 본기자의 둔한 눈에 걸리지 않은 장치들이 틀림없이 더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이쯤 하자. 이미 본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대충 설명이 된 것 같으니까.


 몇 가지 오류와 잡설


그래서 우쨌다는 거야... 를 말하기 전에 영화상의 몇 가지 오류와 매트릭스에 관련된 잡정보 먼저 디비보자. 왜? 재밌으니까.


우선 오류.


 트리니티와 경찰이 대치하는 첫장면


 이 장면, 똥꼬 활짝 열리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다.


"Flow-Mo"라는 촬영기법을 사용했다는 데 이건 뒤에 떠들기로하고 일단 이 멋진 씬의 오류를 지적해보자.


어떤 빌딩 303호에서 그녀가 전화로 싸이퍼와 네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경찰이 들이닥치자 붕~ 날아서 정말 멋들어지게 아작을 내버리는 것이 이 장면인데, 경찰이 덥쳤을 무렵 이미 빌딩 아래에는 요원들이 도착한다.


그렇다면... 요원들은 그녀를 붙잡으러 뭐하러 졸라 뛰어올라가느냐 말이다.


기냥 그녀 앞에 서 있던 경찰의 몸으로 덮어쓰기(overwrite) - 매트릭스 내의 각 개인은 프로그램에 불과하므로 에이전트가 그 사람의 몸으로 변하는 것은 그 개인을 나타내던 프로그램을 덮어쓰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 해서 그녀를 박살내면 되지. ( 기독교적 메타포로 이해하자면 이 덮어쓰기는 사탄이 인간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겠다 )


요원들은 자신이 원하면 누구의 몸으로던지 이동할 수 있는데, 왜 하필 그때는 그렇게 안했냐 이 말이다. 그 장면 이후, 졸라 여러 번 써먹은 그 방법을 왜 첫 장면에서는 안 써먹었냐고라..


이거 말 안된다.


 네오가 깨어나서 배양 인큐베이터에서 버려지는 장면


이 장면은 오류.. 라기보단 반드시 필요했던 설명이 생략된 무성의 내지는 편집상의 실수로 보인다.


네오가 빨간약을 먹고 진짜 몸을 되찾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 자신이 배양되고 있던 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나자, 그를 발견한 감시로봇.. 쯤에 해당되는 기계가 그의 뒷덜미에 연결되어 있던 호스를 뽑아버린 후, 그를 어딘가로 버린다.


기계는 인간의 생체에너지를 동력으로 삼고, 죽은 인간을 액체화해서 정맥주사로 주입, 다시 살아 있는 인간의 음식이 되도록 한다고 했다. ( " liquefy the dead so they could be fed intravenously to the living. " - 모피스가 네오에게 인간과 기계의 싸움과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의 대사 중에. )


그렇다면 네오가 배양기에서 깨어났기에, 매트릭스에서 가상의 삶을 사는 동안 생체에네지를 뽑아 낼 대상으로서는 의미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네오를 기계가 그냥 버릴 리가 없다.


인간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기계가 철저히 이용할 자원이다. 그를 액화시켜 다른 인간의 음식으로 삼아야 설정상 정상이다.


그러니까, 버려진 네오가 인간을 액화하는 장치로 이동되어 액체로 변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구출해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는 그냥 물에 빠졌다가 구출된다. ( 기독교적 메타포로 이해하자면 이 부분에서 굳이 물에 빠진 것도 상징성이 있겠다. 세례. )


물론 평생 근육을 써 본적이 없기에 당연히 익사할 네오가 그 물에서 액화장치로 이동되려고 하는데 바로 그 전에 모피스가 그를 구출했다고 이해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전혀 긴장감도 없고 설명도 없다. 도대체 그의 목덜미에서 호스를 뽑아낸 것이 기계 쪽인지 아님 모피스 쪽인지, 그를 버린 주체가 기계인지, 그가 빠진 곳이 어디인지...


이 부분에서는 설명이 필요했다고 본다. 원래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시 빼버렸는지 아님 원래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관객에게 보여준 화면만으론 무성의하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기계들이 느부가넷살호를 덥쳤을 때, 네오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EMP 충격파로 기계들을 퇴치할 수 없다면서 무방비상태로 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에도 네오가 돌아오기 전까지 왜 EMP 충격파를 사용할 수 없는 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EMP 충격파를 사용하면 전원이 부족해 네오와의 연결이 끊겨 네오가 죽거나 뭐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하고 상상하고 이해해줄 수는 있긴 하지만, 자신들의 보금자리이자 기지인 느부가넷살호가 만신창이가 되고 자신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음에도 그냥 무방비 상태로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은 - 대사 한마디면 되는데 -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기 위한 배려라기 보단, 실수에 가깝게 보인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자질구래한 것들이 있지만 이것도 이쯤하자. 더 궁금하믄 니가 함 디비바바.





본기자가 지조때로 주장해댄 성경상징들이 반드시 그렇게만 해석되는 게  아닌 건 틀림없다. 그냥 기계와 인간의 싸움이란 흔해 빠진 구도를, 또 한번 흔해빠진 성경 상징들을 양념처럼 이용해, CF 같은 비쥬얼로 표현해낸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라고만.. 볼 수도 있다. 감독이 뭔 의도가 있었건, 관객의 해석이 결국 최종독본이라 믿는 본기자로선 그 영화를 그렇게 보는 사람도 많다면 그걸 아니라고 주장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본기자가 씨불이고 잡은 건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이 너무도 효과적으로 짬뽕되었고, 그래서 결국 그렇게 보는 것도 가능할만큼 영화가 관객에게 남겨놓은 해석의 폭이 그만큼이나 넓다는 거다. 그러니까.. 졸라 그럴 듯하게 뭔가 있는 척.. 하고 있다는 뜻이다.


감독형제가 그들의 데뷔작인 바운드를 찍기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완성해 놓았다는 매트릭스 시나리오에 녹혀 놓은 작가주의가, 세계적인 블록버스터가 될만큼 철저히 상업주의와 결탁하는 과정에서도 적당히 살아 남은 척 한다는 사실 자체에 본기자 점수 졸라 주고 싶은 거다.


그래서 이 영화를 세기말에 가장 어울리도록 비쥬얼로 다시 써내려 간 싸이버펑크 바이블... 21세기적 신화 탄생 매커니즘을 기독교 알레고리와 여러 신화적 상징으로 풀어내고 있다... 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는 자체가... 훌륭하다는 거지.


이거 씨바.. 좀 설명하기 힘든데.. 그러니까.. 사실 이 영화는 뭔가 있는 척은 했는데, 그 뭔가가 별로 있진 않다. 대단한 철학도 없고 심오한 사색도 없고, 새로운 세계관도 없다. 그런데, 이 영화가 부활절에 개봉된 것까지도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졸라 놀랍쟎어.


한마디로 본기자는 그 가공할 포장술에 감탄하는 거다. 비아냥의 의미에서가 아니라, 정말 포장 한 번 끝내준다고 긍정적으로 탄복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주장하는 거다.


120대의 카메라를 360도로 두른 다음 각각의 각도에서 찍은 순간영상을 컴퓨터로 합성해, 마치 동작이 정지된 상황에서 카메라만 그 주변을 빙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나는 "Flow-Mo" 기법을 도입해 만화적 영상미로 돌쳐친 거 하며..


이만한 포장술이면 별 철학도 없고, 영화평론가들이 맨날 들먹거리는 영화적 텍스트 우짜고 저짜고 하는 것에 해당사항 全無임.. 해도 충분히 장사해먹을 수 있고, 그런 능력만으로 기꺼이 본기자는 이 영화에 별 다섯개를 박아주겠다.


영화평론가들의 조또 뭔 소리인지 모를 깊이 있는 해석들에 맨날 속는다고 믿고 있는 졸라 얕은 본기자는, 이 정도면 그저 포장에 속아도 마냥 즐겁다. 아싸 !



 


- 오랫만에 한영화 땡긴 딴지총수 ( DDanji@netsgo.com )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