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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3.29.월


세상이 졸라 잼없다.

회사에선 맨날 조또 잘난척만 하는 상사한테 꾸사리나 먹고 집에선 마누라의 바가지에 긁힌다. 모 잼있는거 없을까 하고 TV를 틀면 별 시덥잖은 얘기나 하믄서 깔깔대는 쓸개빠진 넘들만 보인다. 신문을 펼치면 맨날 정치판 쌈박질 얘기 아니믄 발목 자른 얘기들 뿐이다.


잼없다. 답답하다.


몇 개피 남지않는 담배갑을 주워들고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피운다. 눈앞에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을 멍청히 보고 있노라면 문득 어디선가 작은 외침이 들려온다.



"철수야, 노올자~"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진다. 어렸을 적엔 이렇지 않았다. 친구들만 있으면 무얼해도 다 잼있고 신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이젠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않는 어릴적 동무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며 옛 추억을 조금씩 더듬어 본다...



"철수야, 노올자~"


 


 별높별낮!!!! 추억의 딱지놀이

별높별낮. 그렇다. 그것은 바로 추억의 "딱지" 놀이 중 하나였다. 내가 어린 시절 겪었던 딱지놀이에 관한 역사를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아... 딱지놀이. 그것은 정말 엄청난 유행의 폭풍이었다. 내가 국딩... 아니. 이젠 초딩이지. 초딩 때 학교와 집밖에 모르던 그 시절, 유일한 나의 취미생활 이었던 딱지놀이. 딱지놀이에는 준비물이 있다.

준비물 : 딱지, 딱지 가진 친구

의외로 간단한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딱지치기도 아닌 별높별낮을 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도화지에 알록달록 이쁜 그림들이 그려진 딱지를 일일이 다 떼어야 하는 것이다. 당시에 5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50원에 10장 정도...

딱지의 그림은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당시 우리들의 영웅이었던 각종 지구의 수호자들, 마징가, 태권브이, 그리고 당시에 새롭게 나타난 지구수호의 다크호스 메칸더 브이 등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본인은 당시 메칸더 브이의 광신도였다. 잠시 짬을 내어 주제곡을 다같이 복창해
보자.

"메칸더 메칸더 메칸더 브이! 랄라랄라랄랄랄라 공격개시!!"

참고로 주제곡은 타타타로 떴던 김국환 님이 불렀었다. 아...그 우렁차고 힘찬 목소리를 어찌 잊으랴. 하여간, 딱지를 다 떼었으면 이제 친구를 부른다. 요즘이야 전화 탁 걸어서 만나자 하겠지만 그때는 어찌 그랬으랴. 친구놈이 사는 골목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목놓아 부른다.

" 철수야~, 노올자~~~ "
" 만수야~, 노올자~~~ "

몇 번 부르면 반응이 오게 되어 있다. 만약 집에 부모님이 계실 경우에는 붙잡혀서 못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날은 공치는 거다. 혼자 집에서 딱지 날리기 연습이나 하면서, 결전을 위해 훈련을 해야 한다. 만약 친구넘이 나온다 그럼,

" 야! 딱지는 가지고 나왔겠지? "
" 물론.. 후훗. "

후훗하고 웃는다... 애들이 좀 조숙했다...

일단 전초전으로 들어간다. 기세를 꺾기 위해... 그리고 손가락을 풀기 위해... 딱지 날리기를 하는 것이다. 하는 방법은 다들 아시리라 본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동그란 딱지를 잡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날리는거다. 멀리 날린 놈이 조금 날아간 딱지 먹는거다. 본인의 주종목이었다. 일단 이렇게 몸을 풀고 별높별낮을 시작한다. 딱지는 단면이다. 어른들 화투장 접듯이 조막만한 손으로 딱지를 접는다. 그리고 반 정도로 나눈 후 양손에 나눠 쥐고 난 후 이렇게 외친다.

" 별높!! "

이제 베팅을 해야한다. 어느 정도의 딱지를 들고 왼쪽 오른쪽 중에 찍는거다. 그럼 이제 깐다. 동그란 딱지의 사이드를 따라 박혀있는 별의 수를 세어 많은 쪽을 찝으면 베팅한 만큼 접은 놈이 주는거다. 별낮은 물론 그 반대 이치로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본인이 살던 동네는 게임문화가 상당히 발전해서 <별높 별낮>은 물론 <전쟁높 전쟁낮> <엉터리전쟁높 엉터리전쟁낮> 등등 엄청난 가짓수의 게임이 있었다. <전쟁높/낮>은 딱지 까서 그려진 그림 중에 쎈 놈이 그려진 그림이 이기는 거여따. 한번은 이것 때문에 큰 싸움이 있었는데, 마징가와 메칸더 브이 중에 어떤 게 더 높은지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아아.. 이런.. 서로 싸우기에 이르렀고 결국 이 사건은 동네 골목대장 형의 한마디에 해결되었다.

" 야! 거기 메칸더 브이 뒤에 비행기 그림 있으니까 메칸더가 더 쎈 거야. "

아.. 그레이트 마징가한테 지구수호를 맡기고 편히 쉬고 있을 마징가... 이 소리를 들으면 로켓트 주먹이 울리라.

반대로 엉터리 전쟁은 참 기준이 애매했다. 제일 쎈 건 콧수염이었고 그 다음이 안경... 아무튼 그런 순이었다. 그땐 그냥 콧수염이 제일 높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난 동심을 잃었나보다.. 흑.. (최근 이것이 현 이라크 국왕 후세인의 등장을 암시하는 예언이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게임을 하다보면 도박의 특성상 밑천 딸리는 놈이 지게 되어있다. 당시 딱지놀이계의 제왕이었던 본인은 본인에게 패배하여 가산을 탕진하고 축 쳐진 어깨로 돌아가는 놈들을 보며 씁쓸한 기분을 느꼈었다.

그럴 땐 그놈들을 불러서 개평에 해당되는 딱지 몇 장을 쥐어주곤 했었다. 승리자의 여유라고나 할까. 개중엔 자존심이 쎄서 거부하는 놈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몇 장을 손에 쥐고 실실거리며 웃기도 했었다. 야망이 있는 넘들은 그걸로 재기를 꿈꾸며 도전했지만 대부분이 개평마저 잃고 심지어 울기까지 했었다.

아무튼 본인의 어린 시절 이런 개평작전은 추후에 본인이 골목대장으로 추대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아... 이 어린 것들의 사회에도 이런 철저한 계책과 사람 다루는 기술로 골목 패권을 노리는 그런 넘들이 있었던 거다.

꼭 패권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정.. 바로 그것이다.. 어린 동심에서 우러나오던 축 쳐진 친구를 위한 배려.. 요즘은 다들 그런 것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요즘에도 그 동그란 딱지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마 안 나오는 걸로 아는데.. 요즘 애들이 딱지나 가지고 놀지 모르겠다. 다들 오락기랑 친하겠지. 딱지를 매개로 우정을 나누고 사회를 미리 배우던 불알친구들.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씨바.. 보고싶다..



- 장경환 (midiful@hitel.net)



 나이먹기 :  친구와의 협동심과 팀웍, 페어정신, 두뇌개발, 치밀한 작전, 실시간 전략 등의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놀이

어떤 사람은 "나이가 뭐가 그리 조타고 겜까지 하나 씨바..." 하실 분도 있겠지만 어려서는 존나 갖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나이임다. (동감하시는 분 많이 있다고 봅니다. 없음 말구 씨바..)

겜 내용을 잠깐 소개한다면, 우선 여러 명이 편을 짜서 각 팀의 홈을 선택합니다. (여기서 홈이란 흔히 모든 겜에 사용되는 전봇대를 가리킴.) 그리고 각자의 나이는 한 살부터 시작합니다. 그 후로는 나이가 많은 넘이 적은 넘을 쳤을 때 (손으로 상대방을 건드리는 것을 말함.) 나이가 많은 넘이 나이를 가지는 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규칙과 유의사항을 간단히 적겠습니다.

겜 규칙

1. 나이가 많은 넘이 나이를 먹음 (5살)
2. 같은 나이와 마주쳤을 땐 (손으로 상대방을 건드림) 가위 바위 보로
    나이를 가짐 (5살)
3. 상대방의 홈(전보대)을 쳤을 땐 10살을 먹음
4. 두 사람 이상이 같이 손을 잡거나 붙어 있으면 두 사람 나이의 합을 적
    용
5. 홈에 손, 발 등을 대고 있을시 적과 붙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이용(두 사       
    람이 연결해도 상관없음)
6. 적에게 나이를 얻었을 땐 반드시 우리편 홈을 치고 와야 함 (절대적)

겜 유의사항

1. 적의 나이를 정확히 기억해야 함
2. 홈을 지켜야 함 (안 지켜두 상관없지만 지키는 편이 무척 유리하다)
3. 나이를 속여서는 절대 안 됨 (페어정신에 어긋남)

위에서 본 것과 같이 겜의 규칙과 방법은 간단함다.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철학적 의미는 대단함다. 현실에서의 나이를 간단한 겜으로 먹을 수 있다는건 어린넘에게는 무척이나 기쁜 일임다. 그리고 꼰대를 피해 나이 어린 넘을 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인을 하게 됨다. (말두 안 되는 걸 씨부렸나...) 씨바, 어째튼 그렇슴다... 어린 넘뇬에게 나이는 정말이지 필요함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고 깔보고... 누구나 경험했으리라 믿슴다.

난 이 겜을 9시 뉴스데수쿠 할 때까지 하면서 원없이 나이를 먹어 보았슴다. 정말이지 통쾌.. 그 맛임다. 다른 넘뇬들이 날 피하는 그 맛... 정말이지 아직도 잊지 못함다. 하지만 겜을 다하고 집으로 가면 난 다시 내 나이로 돌아와 나이가 많은 어머니, 아버지, 형을 피해야 함다. 정말 싫었슴다. 만약 당신이 나이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이 겜을 해보시라. 잠시나마 나이에 대한 불만이 없어질 것임다. 이상.


- kim dong hyun (april98@mail.kebi.com)



 술래잡기


골목안. 아련히 부랄까며 부끄럼 모르던 시절부터 들어왔던 낯익은 동무의 음성이 들려온다.

"술래잡기 할사람 여기 모여라.."

넘은 당차게 엄지를 치켜들며 어느새 옹기종기 모여든 꼬마들에 둘러싸여 기세좋은 얼굴 표정을 지어본다. 지금은 사라지고만 어릴적 풍경이다. 그래.. 우린 너무 많은걸 잃어 버리며 살아왔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이었던가! 전봇대 하나면 정말 세상 모르게 조빠지게 뛰어다니며 즐거워 할 수 있었던 다방구.

다방구의 사회학적 기여와 그 공헌도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린 다방구를 통해 체력을 다졌으며 간혹 생기는 배반자들 (아직도 골목에서 뛰놀고 있는 동료들을 버려둔 채 겜 도중 집으로 잠적해 버리는 엽기적인 행위자)에겐 "쟤랑은 앞으로 놀지마" 라는 향학적인 약속을 통해 철저히 격리시키는 조직의 단호함을 익혔다.

술래잡기는 또 어떠한가! 사실 술래잡기 만큼 고도의 지능적인 놀이 문화도 드물다. 술래잡기의 룰을 되짚어 보자.

1. 우선 일정한 인원을 정해 놓고 서로의 안면을 충분히 익힌다.
이 과정은 이 게임을 내내 지배하는 아주 중요한 복선이 되겠다. 간혹 이 과정을 무시한 얼라들은 나중 술래라는 피가학적 상황에서 가학자의 은근슬쩍 지나치는 행인의 연기에 속아 그에게 철저히 전봇대를 유린당하며 야도라는 고지를 선점당하는 낭패를 보게된다. 따라서 우린 여기서 이 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인원의 면면을 충분히 기억하는 고도의 기억력이 요구 된다 하겠다.

2. 피가학자인 술래를 뽑는다.
다양한 선출 방법이 존재하였다고 고증될 수 있겠다. 간단히 가위바위보를 해 정하는 방식과 줄서기 방식을 채택하곤 하는데 줄서기란 적당한 구호와 함께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선 사람과 앉은 사람의 쪽수로 그 세의 우위를 셈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소수가 유린당하는 방식이라 하겠다. 여기서 우린 쪽수 많은 패거리가 꼴리는 대로라는 민주주의 선거방식의 전횡을 배울 수 있으며 입김 센 놈의 눈치를 보며 따르면 여하튼 얻는게 있다는 걸 즉빵 배울 수 있었다 하겠다.

3. 술래는 지정된 전봇대나 목표물로 가능한 특정 건축물에 기대어 세상을 등지고선 시각을 충분히 마비시킨 뒤 일정 시간을 셈한다.
이때 문제 되는 것은 피가학자인 술래의 도덕성이라 하겠다. 간혹 고때를 못참고 고개를 돌린다던가 실눈을 뜨며 주위 정황을 살피는 등의 차마 용서치 못할 엽기성을 보이곤 하는 술래가 있는데 그 경운 다방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응징을 면치 못한다.

4. 술래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재빨리 주위의 조형물 내지 자연물을
이용, 충분히 자신을 은폐 및 엄폐한다.

이때부터 이 겜의 본격적인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하겠다. 가학자는 피가학자의 심리와 지적 능력을 고려, 철저히 자신을 은폐 및 엄폐할 공간을 확보한다. 또한 가학자는 겜 운영의 신속함을 위해 목표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선택하는 매너를 보여야 한다 하겠다.

5. 셈을 마친 술래는 신속히 나머지 인원의 소재를 파악한다.
이 때 술래는 목표물에서 이격할 시마다 철저한 주변 확인과 신중함을 요한다 하겠다.

6. 술래가 자신을 제외한 겜 참여 인원을 발견시 신속히 목표물에 복귀,
큰소리로 야도를 외친다.

이때 가해자의 당혹감을 유발, 스피드를 떨어뜨리기 위해 "너 거기 봤다!" 를 기습적으로 외친다. 이때 가해자는 침착함을 견지, 신속하게 술래보다 먼저 목표물에 당도 야도를 외치면 이 또한 술래보다 앞선 우위를 점한다 하겠다.

7. 술래에게 발각되지 않은 나머지 인원들은 적당한 때를 봐서 목표물로 돌진, 술래보다 먼저 야도를 외치며 우위를 점한다.

8. 이후 모든 인원이 모일 때까지 6과 7을 반복한다.

9. 만일 술래가 더 이상의 인원 수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못찾겠다 꾀꼬리"를 크게 3-4회 반복, 은폐 및 엄폐중인 인원들에게 상황이 종료 되었음을 알린다.

이때 아직 은폐 및 엄폐중인 인원은 술래의 발음에 주의를 기울인다. 간혹 "꼭 찾겠다 꾀꼬리"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민족의 엽기성이 녹아 있기도 한다.

10. 술래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중 우위를 점하지 않은 인원끼리 1번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 때 술래가 모두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경우 그는 다시 3번부터 다시 한다.

아... 이 얼마나 위대한 민족의 유산이자 자랑인가! 과연 이런 고도의 지능화되고 체계화된 놀이 문화를 가진 민족이 고작 양배추 인형과 참깨거리 문화에 찌든 유년시절을 가진 넘들에게 돈 몇푼 구걸하는 암에푸 시절을 맞이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 분명 우린 이 찬란한 문화유산을 부흥시켜야 한다. 우리의 얼라들. 지금 방구석에 쳐박혀 눈깔 뒤집어 지는 형형색색 죽이고 죽는 컴퓨러 겜에 시력감퇴와 정자살균으로 괴로워 할 때가 아니다. 시덥지 않은 영어 몇 단어 외우자고 학원방에 쭈구리고 있을 때도 아니다. 얼라들이여.. 아니 어른들이여.. 어서 우리의 아이들을 골목으로 내쫓자. 그들은 다방구와 술래잡기로 체력과 협동심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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