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3.22.월
빽없는 놈덜만 본보기로 싹쓸어서 복날 개 패듯 사람 잡던 운동. 피범벅 광주의 뒷풀이를 하듯 허구헌날 보여주던 공포의 교화 장면. 겁에 질린 허연 대갈통들 위로 목봉이 쉭쉭 넘나들 때마다 목놓아 토해내던 사회! 정화! 소리. 미치광이 존두환의 삼청교육대 이야기다. 마치 호랑이 담배 피던 옛일처럼 까마득하다. 드라마 모래시계 열풍이 불었을 때도 삼청교육대는 불굴의 싸나이를 폼나게 만드는 세트장에 불과했다. 그런데… 90년대하고도 막판에… 씨부럴… 죽은 줄 알았던 삼청교육대가 돌아왔다. 74년생 이보람, 75년생 이보현, 76년생 유한주. 이 새까만 얘들이 삼청교육대란 이름을 걸고 몇 면 전부터 지하 클럽에서 살벌한 음악을 하고 있다.
아해들은 말한다.
문민 정부 5년에 국민 정부도 1년이 지났는데, 대가리 피도 안 마른 것들이… !!!! 바콩한테 걸렸으면 배후에 김종일이고 부칸이고 해서 바로 작쌀났을 새끼덜! 하지만 이 신세대 막가파도 할 말이 있다. 좀 커서 보니까 악도 선도 엇비슷한데, 좌도 우도 한 통속인데, 학교도 탈선도 다 조까튼데 한 가지밖에 할 수 없다면? 몽창 까부수고 그냥 무한질주! 하는 거. "허구허날 혁명을 외치는 너희들도 알고보면 모두 다 학삐리 부르주아지"(「프로박테리아」중), "개좃같은 미국놈들 건방 졸나 떨고 있지"(「Fax Amerikkkana」중), "Education = Brainwashing"(「Fucked up system」 중), "잃어버린 시간 어디에서 찾나 우리는 더 이상 시스템의 개가 아냐"(「Lost Life」 중) 등등. 물론 결론은 싸― 하다. "Love! 좃같은 감성은 치워버려"(「HATE」중) 또는 "나를 좃나게 패라"(「나를 좃나게 패라」가사 전부)처럼 과격 허무하다. 곡 길이도 해병대 좌우명처럼 52초부터 2분 38초까지 굵고 짧다. 이런 음악을 하드코어 펑크라고 한다. 아이엠에프(Im Fucked up)를 맞은 70년대 영국에서 재벌급의 슈퍼 스타들을 거세게 비난하며 등장한 음악이 펑크다. 그런데 이 펑크가 돈벼락을 맞자 펑크한테 쌍욕을 퍼부으며 나타난 음악이 바로 하드코어 펑크다. 안티에 대한 안티의 역사인 셈이다. 거짓의 거짓은 참이라던가. 이 아해들의 위험 천만해 보이는 무정부주의 너머로 못다 핀 이상주의의 지독한 열병이 느껴진다. 에에엑에에엑 하는 짐승의 거친 숨소리같은 고함에서 당시 삼청교육대 입소자들의 분노와 절규를 만난다. 그것은 평화롭고 따스했던 저마다의 기억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순간을 영접하는 일이다. 아닌가? "친구 사이 좋은 사이 서로 좃 빨아주는 사이"라고 툭 내뱉는 이 아해들의 공연 멘트에서 죽어가는 제 삶을 아물게 하려는 또 하나의 본능을 읽는다면 과대 망상일까? <삼청교육대> 참가자 및 수록곡
- 프리다칼로〈자화상〉1998.2. 발표 김현. 올해 34살. 유독 노래를 좋아한 그는 소년 합창단 시절 변성기를 맞아 지독한 자기 혐오에 빠진다. 그 뒤로 원양 어선 생활, 도전술이란 전래 무술 사범, 연극 초짜 배우, 레스토랑 지배인, 노가다 잡부 등 안 거친 데가 없다. 어부였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은 날부터 탐닉한 詩 쓰기와 폭음은 아직도 여전하다. 말술을 푼 다음 날 아침이면 눈지게미를 비비며 "이 눈을 못 뜨면 죽는 거"라고 되뇌이다 하루를 시작한다. 한마디로 굵은 소금에 푹 절였다가 양철 지붕 위에 널려 말린 자반 고등어 같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보컬이자 리더로 있는 노땅 록 그룹이 프리다칼로다. 주로 블루스(Bluse 슬픈)한 느낌을 짙게 풍기는 하드록을 하는데, 요즘 테레비 필로 얼핏 보면 고루하고 남루하고 지루한, 삽십대 이상에게나 어필할 그때 그 시절의 스타일이다. 그러니까 계산속이 빠른 음반 기획자나 첨단을 따라잡기에 바쁜 마니아가 들으면 바로 영 아니네라고 절래 고개를 흔들 옛스런 음악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90년대 막판에 첫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답답하리만치 끝도 안 보이는 외길을 계속 걸어가는 건 왜일까? 대답이 아주 단단하다. 그들은 "음악보다는 삶을, 아니 제 삶만이 음악일 수 있음"을 스스로에게 고집스레 확인하는 고루(↔최신)한 세대고 남루(↔부유)한 계층이며 지루(↔조루)한 개인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가 100가지도 넘는다면, 게중에는 그 사람의 내면 풍경을 훔쳐봤거나 그 속살과 우연찮게 스쳐본 탓에 그의 음악에도 중독되는 사연이 포함되어 있을 터이다. 이 경우에 프리다칼로는 칼이다. 그네들의 얼굴에 아로새겨진 그때 그 시절의 무늬 때문에 그네들의 음악에 빠지는 이들에게는… 근자에 불어닥친 유행 중에 키취(Kitsch, 저속한 작품, 촌스럽게 꾸미기) 바람이 있다. 이 바람을 쏘여보면 서로 다른 결이 느껴지는데, 하나는 의도된 키취고 또 하나는 생활인 키취다. 의도된 키취는 그것을 해석하고 전략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지식인의 세련된 악취미 또는 세상 조롱하기에 가깝다. 반면 생활인 키취는 식민지 사회의 근대화 산물인 온갓 키취적 현상을 먹고 사는 문제로 부대껴오다 빚어낸 생활 속의 서민적 감수성에 가깝다. 따라서 생활인 키취는 그냥 삶으로 흐르고 사라질 뿐이다. 프리다칼로는 후자의 키취를 연상시킨다. 부대찌개가 미군 기지촌의 뜨거운 역사성을 뒤로 하고 이 나라에만 널려 있는 대중 음식이 된 것처럼. 물론 배고파서 맛있게 먹던 음식이 갖은 양념에 별별 요리법으로 조화를 부려 안 고프던 배도 속이는 음식을 이기기엔 애초부터 글러먹었다. 의도된 키취 앞에서 생활인 키취는 그래서 쪽팔려진다. 허나 키취라는 호명을 떠나서 국적과 시대를 불문하고 돌맹이도 씹어먹은 이땅 민초의 위대한 소화력은 그런 시비조차 개의치 않는다. 프리다칼로의 음악이 그렇다. (프리다칼로(Frida Kahlo)는 멕시코 혁명 당시의 초현실주의 화풍을 개척한 여류 화가의 이름이다. 그녀의 삶과 그림은 식민지 멕시코의 암울한 상황을 멕시코 특유의 원시적이고 우주적인 상상력으로 훌쩍 넘어서고 있다.) 자화상〉참가자 및 수록곡
인디뮤직이 뭐냐? 왜 날 몰라주냐며 볼멘 음악. 방송에서 틀기에 껄쩍지근한 음악. 한 예술 하는데 안 팔릴 것 같은 음악. 기존의 가치관을 거부하는 음악. 남 신경 안 쓰고 딸딸이치는 음악. 이런 음악들이 씨바 조또 열라 일어나서 독자적인 판을 만들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잡동사니 현상을 인디 뮤직이라고 부른다. 에조티 음반 1장 만드는 돈으로 인디는 20장의 음반을 만든다. 저예산 고효율! 온통 에조티 음악만 판칠 때 인디는 20가지 음악을 선보인다. 다품종 소량생산! 에조티 음반으로 투기하는 기존 유통과 달리 인디는 자체적으로 투명하게 배급하고 유통한다. 독립적인 배급망! 요컨대 Do It Yourself! 이게 인디 뮤직이다. 인디 뮤직은 땅밑에서 땅굴만 파다가 98년 벽초부터 땅위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98년에만 50여종의 앨범이 쏟아졌다. 제작도 배급도 나홀로 시대가 왔지만 매스 미디어에 대적할 홍보 수단이 없다. 마침 딴지일보를 만나 앞으로 격주마다 두 개씩 인디 뮤직을 소개한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인디 뮤직 음반을 사시라 ! 그게 인디를 살리는 길이다. 사는 방법
- 인디 칼럼리스트 기조휘 ( jungy70@netsgo.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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