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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3.29.월

딴지과학부 엽기애정행각 파트 및 지맘대로 CG 전문 기자

이드니아 콘체른



CG. Computer Graphics의 약자다.

한 번에 너무 많은걸 알려고 하지 말자. 어파치 왠만한 뇬넘들이라믄 그래픽이 몬지 대충은 다 아니깐.


글타믄 여러분께 한 가지 묻겠다. 이 그래픽이라는 분야가 과연 어떨 때 써먹는 거 같나? 저기 점심시간 이용해서 짱박혀 딴지보는 여직원님. 함 대답해 보시라.


"영화요..."


좋은 대답이었다. 그렇다. 영화에 그래픽 많이 쓴다. 그럼 또 다른 분. 조오기 전산 강의시간에 교수님 몰래 딴지보는 넘. 답변 하시라.


"저여? 저기...음...TV 광고요."


명쾌했다. 맞다. TV 광고에 그래픽 엄청 쓴다. 또 다른 분은 안계신가? 그밖엔 잘 모르시겠다고? 좋다. 그럼 숙달된 조교이신 요기 그래픽 디자이너께서 함 알켜 주시라.


"영화, 광고, 잡지, 신문, 출판물, 인터넷, 조감도, 카달로그, 사진편집, 제품디자인, 타이틀, 애니메이션, 블라 블라..."


그만. 훌륭했다. 사탕 하나 드시라. 암튼 그래픽 이란거, 일반인들에겐 생소하고 대단히 전문적인 분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은 니네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것들에 그래픽의 숨결이 닿아 있다.


믿어지지 않으시는가? 지금 니네가 보고있는 요 딴지, 그래픽 빼면 시체다. 쪼금 눈을 돌려 모니터를 함 보자. 요 모니터, 미리 제품디자인 하지 않으면 당근 형체가 안잡힌다. 모니터를 감으로 때려 만들순 없지 않은가. 그름 좀더 많이 눈을 돌려보자. 니네가 지금 앉아 있는 사무실, 집, 혹은 기타 장소. 미리 그래픽으로 인테리어 디자인 다 한다. 예전엔 설계도면 그릴 때 자 대고 선 찍찍 그었지만 요즘은 캐드를 쓴다.


그래픽을 특별한 경우에만 쓰는 것으로 아셨던 분들. 약간 감탄해도 좋다. 그렇다. CG라는 분야는 어느새 우리 생활 아주 깊숙한 곳까지 (빤스 디자인도 그래픽으로 한다) 파고 들어와 있는 절대 비전문 범용 분야다. 근데 왜 연애담당인 본 기자가 그래픽이라는 장르를 들고 나와서 껄떡대는가.


본 기자 오늘 오랜만에 영화 한 편 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비디오 봤다. 물론 비됴방에서 봤다. 오늘 관람한 작품은 작년 한해 국내를 강타했다던 한국형 그라운드브레이킹 환타스틱 스릴러 블록버스터 무비, "퇴마록" 이었다.


단골 비됴방에 새로 들어온 알바생 대딩한테 오천원을 주고 어두침침한 방으로 들어간지 한 시간 반 후. 본 기자는 카운터로 걸어나와 조용히 알바생을 협박했다.


"삼 천원 돌려줄래?"


알바생은 조용히 삼 천원을 돌려줬다. 뿐만 아니라 사탕도 몇 개 집어줬다. 본 기자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비됴방을 나왔다. 그랬다. 비됴방 알바생이 인정했듯, 퇴마록은 2천원 주고 보기에도 왠지 상당히 울화가 치미는 영화였다.


본 기자 리우혁씨 팬이다.


퇴마록이 첨 소설로 나왔을 때, 3권에서 끝날듯...하다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스토리를 전개 시키면서 무슨 세계편이니 혼세편이니 외전이니 졸라 재미없는 시리즈가 이어질 때도 속으로는 쩝.. 돈 맛 들었구만 이라고 씹었을지언정 책 다 사서 봤다. 열렬한 팬이다.


근데 영화 퇴마록을 보고난 후 오늘부터 팬 관두기로 했다.


원작과 스토리가 전혀 다르다 라는 정도는 이해한다. 원작에서 오오라를 마구 날리며 악령을 까부수던 박신부가 영화에선 일개 소시민으로 나왔든, 인드라의 번개를 날리며 신출귀몰하던 준후가 영화에선 부적이나 그리고 자빠진 화백 신분으로 나왔든, 오른팔에 깃든 공력을 이용하여 가장 과감한 공격을 일삼던 현암이 영화에선 기껏 흡자결 하나 쓰고 피를 질질 흘렸든간에 전부 오리지널 스토리였다 치고 넘어간다.


액션씬이 하품나오게 잼없다 라는 것도 넘어간다. 한국 영화배우들이 전부 마루치 아라치는 아니니까. 본 기자가 열받은 부분은 한국영화 사상 최초라고 극찬하며 까댔던 8분 동안의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의 진수 였다. 그동안 참고있던 분노가 일시에 폭발했다. 모 그런걸 갖고 분노하고 그러냐 라고 말씀하신 거기 학생분. 조디를 후려뻐리기 전에 주의해주시기 바란다.


본 기자가 정말 두려워 하는것은 울나라, 아니 나아가 세계의 모든 영화팬들이 이 퇴마록이라는 영화를 보고 울나라 그래픽계를 조또 실력없는 븅신들의 집합체로 볼까봐서이다. 솔직히 이 영화보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 것이다. 쥬라기 공원 같은 거에 비교해보면 당근 그런 결론 나온다.


그러나 본 기자, 이 기회에 이런 오해를 풀고싶다. 더불어 쓸데없이 제작비만 퍼부으면서 (퇴마록 20억 넘게 들었다) 한국 영화에 똥칠을 하는 이따구 영화가 결코 울나라 그래픽계 실력의 모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그름 본론 들어간다.





 울나라 CG의 역사


항상 이런 기사 쓰려면 먼저 역사를 알려줘야 한다. 왜냐. 니네가 모르니깐. 암튼 울나라 CG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결코 외국에 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그래픽이라는 전문분야가 일반인에게 널리 인식되기 시작한것은 예전 모 방송 프로그램의 연예인 얼굴 졸라 웃기게 뭉그리기 부터였다. 멀쩡한 연예인 얼굴을 이리저리 밀고 당겨서 괴상망측한 괴물로 만들어 놓고 깔깔대는 별 시덥지않은 코너였는데 이 코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비로소 일반인들은 저거 졸라 신기하다. 그래픽 이래 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해진다. (확인된바 없으나 본 기자 주변 인물들은 일케 말한다. 너무 따지지 말자)


이 코너에서 사용된 Kais power tool이라는 프로그램은 덩달아 울나라에서 인기가 치솟았고 수만 개의 카피본이 퍼졌다. (본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우끼고 자빠진 정치인들 얼굴도 바로 요걸로 만들었다)


암튼 이때부터 울나라 여러 방송국과 광고 관련업체 에서는 그래픽도 꽤 먹혀 들어간다는 걸 감잡고 하나둘 CG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그래픽이 눈에 띄게 사용된 곳은 뉴스 타이틀이나 약간의 광고 정도에 그쳤다) 그리하여 모방송국에선 아예 CG로 구성된 화면을 보며 퀴즈를 푸는 쇼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광고에서는 점차 인물이 등장하는 비중이 줄어듬과 동시에 그래픽이 그 자릴 메꾸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상당히 오래 지속됐다. 이제 어느 채널을 돌리던 TV프로나 광고에서 CG를 볼 수 있게 되었고 CG를 가르치는 전문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도 아주 가끔씩 그래픽을 썼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함은 생소하지만 낭만적이고 창의적이며 멋진 직업중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드뎌 울나라에도 그래픽이라는 분야가 세인들에게 인정받는 시대가 오는 듯했다.


바뜨.


미국의 월트디즈니에서 맹근 디지틀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가 울나라에 개봉되면서 울나라 그래픽계는 엄청난 치명타를 입게 되었다.


몬가 이상하다. 토이 스토리가 그렇게 인기를 끌고 흥행에 성공했다면 당근 울나라 CG계는 더 많은 발전을 했어야 했다. 울나라도 저런거 함 만들어보자고 범국민적으로 들고 일어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비교심리 때문이었다.


토이 스토리를 보고난 수많은 사람들은 그 현란한 그래픽에 감탄함과 동시에 울나라 그래픽을 형편없는 삼류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럴만 했다. 최고의 인력과 최고의 장비, 부족할 것 없는 자본으로 만들어진 쌈박한 영화를 보고난 사람들이 사무실 구석탱이에서 486 PC로 낑낑대며 겨우겨우 완성한 울나라 TV 광고의 그래픽을 보고나면 그런 생각할 만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의식이 머리속에 박혀 버렸다.


울나라 그래픽은 아무리 발악해도 역시 선진국을 못 따라가


80년대 이후 울나라의 만화영화가 아주 순탄하게 지금의 수준으로 내리꽂히게 된 이유가 되었던, 울나라 만화는 아무리 지랄해도 일본을 못 따라가 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다시금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단결된 국민들의 힘은 무서웠다. 얼마안가 그래픽 학원들이 속속 문을 닫았고 TV에서도 그래픽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 애썼다. 광고계는 어설픈 그래픽 대신 출연료 몇 억씩 받아먹는 인기 연예인을 다시금 등장시켰고 디자이너들은 담날 아침 권고사직서를 받아든채 울음을 터트려야만 했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토이 스토밍 (Toy Storming : 토이 스토리 땜시 불어닥친 폭풍) 이라고 불리웠던 이 사건이 터진 후 일반인들은 모르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여기저기 발생했다. 토이 스토리를 꺾어보자는 굳센 결의로 뭉친 디자이너 십여 명이 집팔고 논팔아 디지틀 영화를 만들다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해 결국 중간에 제작을 포기하게 되자 그동안 공들여 만들었던 애니메이션이 들어있는 하드를 포맷시키며 서로 부둥켜 안고 엉엉 울어버린 슬픈 사연도 있었고 꽤 유명세를 탔던 디자이너가 먹고 살기 위해 포르노 사진 편집일을 하다 구속된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소위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라 불리우던 사람들이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루카스 필름과 스필버그 사단, 디즈니 등으로 대거 스카웃된 사건 이었다. (이들은 현재까지 그곳에서 핵심 위치에 앉아 계속 일을 하고 있으며 울나라와는 비교도 안되는 대우를 받고있다) 이 스카웃 사건으로 말미암아 울나라 그래픽계는 완전히 일어설 힘을 잃게 되었고 극소수의 전문 디자이너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그래픽계가 사장길을 걷던 중, 울나라에 다시 CG 바람을 불게 한 영화 한편이 개봉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쥬라기 공원 이다. 스필버그 사단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이 영화 한 편은 아이러니칼 하게도 울나라 국민들의 생각을 또다시 바꿔 놓았다. 기존의 우린 절대 못 따라가... 에서 씨바. 우린 왜 못하냐... 로 전환된 것이다.


쥬라기 공원에 대한 얘기로 온 세계가 떠들썩해지자 비로소 산업적 가치의 그래픽에 대한 밝은 앞날을 예측한 정부에선 급히 정통부를 내세워 전문 디자이너 양성계획 을 발표하고 구조적인 대책을 세우는 등 부산을 떨었고 그래픽 전문 학원들도 다시금 여기저기서 문을 열었다. 대학에는 그래픽 학과가 새로 생겨났고 전문 벤쳐기업들도 속속 생겨났다. 하지만 이미 때는 많이 늦어 있었다.


CG는 광고와 마찬가지로 창조적인 (Creative) 직업이다. 주는 기안대로만 작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고 장면을 구상해야 한다. 때문에 나이가 들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가아끔 있다...거의 타고났다고 본다) 하지만 그만큼의 경험이 쌓인 사람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기획을 할 수 있다. 쥬라기 공원에서 보여준 그래픽들이 감탄을 자아냈던 이유는 공룡 자체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련한 숙련가들의 기술적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울나라는 바로 이 부분이 비어 있었다. 즉 잘 만드는 사람은 있었을지 몰라도 몬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때부터 울나라 그래픽의 흐름은 두 부류로 나눠지고 말았다. 2D와 3D, 쉽게 말하자면 2차원 그래픽 디자이너와 3차원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예 따로따로 헤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이었다. 우선 2D 그래픽은 여러 모로 쓰임새가 많았다. 출판물 편집, 제품 디자인, 신문, 광고, 카달로그...거기다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현상이 나타나자 홈페이지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웹 디자이너 의 수요가 증가하여 디자이너들은 너도나도 2D쪽을 택했다. 2D 디자이너의 전성기는 멈출줄을 몰랐고 한때는 공급이 딸리기까지 했다. 그래픽 학원들은 수강료 거둬들이느라 입이 다 찢어질 지경이었고 대학 그래픽과는 몇십대 일의 경쟁율을 보였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울나라 그래픽계는 다시금 활기를 찾은듯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3D 디자이너 들이었다.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토이 스토리를 씹어 먹자고, 쥬라기 공원 오른뺨을 백여 대 친 뒤 왼뺨도 한 오십여 대 치고 뒤돌려 차기로 아작내자고, 우리도 그런 영화 한번 만들어보자고 들고 일어나서 시작한 그래픽 산업 양성화의 혜택이, 영화와는 거의 상관없는 2D 디자이너들에게만 돌아간 것이다. 토이 스토리는 3D다. 쥬라기 공원도 3D다. 하지만 울나라 3D 디자이너들은 정말 도토리 신세였다.


그렇다. 씨바, 까놓고 말한다. 본 기자 3D 디자이너다. 토이 스토리 보면서 죽기 전에 저런거 한 번 만들어보고 죽겠다고 결심했다. 집에서 그따위 공상같은 일이나 할 거면 나가라며 쫓겨날 상황에 처했어도, 출석미달로 학사경고 날아와 정학먹을 위기에 처했어도, 본 기자 꿋꿋하게 학교 빼먹고 3D 그래픽 했다.


서점에 하루종일 서서 전문서적을 베껴가며 공부했고 화가 난 어무이 본 기자 재산 1호 컴퓨터를 박살 내뻐리시는 바람에 친구집에서 눈치 봐가며 복습했다. 군대 가기 전 동경에서 CES쇼가 할 때, 정말 너무나 보고싶어서 부산에 사는 친구 도움으로 일본에 밀항도 했었다. 군시절 사무실에서 그래픽 공부를 하다 고참들한테 두들겨 맞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보안검열 나온 장교에게 그래픽 프로그램을 들켜 영창에 갈 뻔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힘들여 배운 3D 그래픽인데 지금의 울나라에선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잠시 개인적인 얘기를 했다. 암튼 현재 울나라 그래픽계의 현실을 말하라면 이렇다.


2D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하지만 3D는 아직 갈길이 멀었다.


 3D 그래픽은 왜 천대를 받는가


누구신가. 아주 좋은 질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상주고 싶다.


그렇다. 왜 울나라에서 3D 그래픽은 천대를 받는가. 지금부터 알려주겠다. 약간 전문적인 용어가 섞여있으니 모르시는 분들은 사전 찾아보든가 아님 개인적으로 멜주기 바란다. 반드시 답장 해준다는 보장은 몬한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소프트웨어의 문제다. 2D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종류는 그리 많지않다. 어도비사의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랙탈사의 페인터 정도다. 이 소프트웨어들은 수요도 많고 공급도 많기 때문에 가격이 싼 편이다. 소프트웨어 하나당 비싸봤자 2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요거 보고 놀란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니네는 불법복제 좀 고만하기 바란다)


하지만 3D 디자이너들은 2D는 물론 당근 3D 프로그램이 따로 있어줘야 한다. 때문에 위에 열거한 프로그램 외에 맥스, 소프트 이미지, 라이트웨이브, 애니메이터, 프리미어, 포저, 브라이스, 그리고 최근 등장한 마야까정 있어야 한다. 물론 전부 다 필요한 것은 아니나 개중 2, 3개 정도는 가뿐하게 다뤄줄 수 있어야 그나마 이 세계에서 발붙이고 살 수 있다.


근데 이 프로그램들 가격이 장난 아니다. 수요가 적기 때문에 당근 비싼 것인데...놀라지 마시라. 최근 나온 마야라는 프로그램은 천 만원 가뿐히 넘어간다고 보심 되겠다. 가장 많이 쓰인다는 맥스와 소프트 이미지도 예외없이 3, 400만원 대다. 거기다 플러그인이라는 보조 프로그램들 까정 구입한다믄 가격은 플러스 알파다. 자. 생각들 해보시라. 재벌 2세가 아닌 이상 몇 명이나 이 프로그램들을 개인적으로 구입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점이 3D가 천대받는 첫 번째 이유다. 왠만한 회사라 해도 함부로 구입할 형편이 못 된다. 땜시 당근 3D 디자이너를 채용하지 않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3D 디자이너가 밥 굶는 것이다. 원통하다.


두 번째 이유는 하드웨어다. 아마 왠만한 분들 포토샵 정도는 다뤄보셨을 것이다. 이것은 포토샵류의 2D 그래픽 프로그램이 왠만한 PC에서도 무난히 돌아간다는 말이 되겠다. 바뜨 3D는 다르다. IBM 범용 (그나마) 3D 프로그램인 맥스 R2를 실행 이라도 시켜보기 위해서는 최하 펜티엄 MMX류가 필요하다. 이건 실행만 된다. 모 하나 살짝 건드리기만 하믄 하드가 가르르륵 소리를 지르면서 다운된다. 글타믄 제대로 돌리기 위해선? 요기부터 전문적 얘기 시작한다.


맥스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최하 펜티엄2 300 듀얼 이상. 램 128메가 이상. 3D 가속기 또는 가속기능이 첨가된 비디오 메모리 8메가 이상의 그래픽 카드, 17인치 이상 모니터, 애니메이션 화일을 저장할수 있는 충분한 하드용량 (최하 3기가) 등이 필요하다. 돈으로 따져보믄 대충 2, 300만원 정도 간다. (물론 니가 조립해서 쓸 경우다)


바뜨 이건 범용인 맥스에 한해서다. 최근 출시된 마야를 일반 PC에서 돌려 보겠다고 하믄 지나가던 처녀가 깔깔 웃다가 빤스 벗어줄 것이다. 이거나 팔아서 정신병원 가보라고. 마야는 워크 스테이션급 PC에서나 제대로 돌아간다. (혹자는 넷웍용 PC만 웍스인걸로 알고있는데...전부 다 싸잡아서 웍스라고 부른다. 울나라 TV에서 광고하는 모 스테이션 시리즈는 이거하고 전혀 무관하다) 실리콘 그래픽스, TDZ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런 PC들의 가격이...거의 그랜져 값이다. 물론 더 비싼 것도 얼마든지 있다. 더 얘기하면 본 기자 스팀 오르니깐 그만하자.


또한 3D를 하기 위해서는 부가장비가 많이 들어간다. 대표적인 예가 모션캡춰 장비다. 왠만한 분들은 스타 크래프트라는 겜을 아실 것이다. 이 겜을 보면 중간중간 동영상이 나오는데 그중 우주선 안에서 테란의 마린들과 저그들이 싸우는 장면이 있다. 궁지에 몰린 마린! 가우스건을 마구 쏴보지만  히드라들은 무대포로 밀고 들어온다!! 아! 위기의 순간! 폭파 단추를 눌러! 어서!! 크아악!! 으아아~ 콰앙~


죄송하다. 잠시 흥분했다. 암튼 이 장면에서 마린들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실제 사람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걸 알 수 있는데 바로 이럴 때 쓰이는 장비가 모션캡쳐 되겠다. 즉 실제 사람의 몸에 센서를 붙이고 뭔가 행동을 취한뒤 그 행동의 데이터를 그대로 PC에 저장시켜 인위적으로 만든 3D 캐릭터에 입히는 것이다. 근데 이 모션캡춰 장비가 얼마나 갈 거 같은가. 많은 말이 필요없다. 집 하나 팔면 살 수 있겠다.


세 번째 이유는 작업시간이다. 보통 2D 그래픽 작업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디자이너의 숙련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진 한 장을 편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몇 시간이다. 반면 3D는 어떤가. 3D는 정적인 2D와 달리 움직인다. 애니메이션된다는 뜻이다. 근데 이 애니메이션이라는게 실은 2D의 집합체다. 무슨 소리냐. 영화나 TV나 만화처럼 여러 장의 그림들을 빠르게 돌려 움직이는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얘기다.


이때 프레임이라는 단위를 사용하게 되는데 1프레임이 한 장의 그림이다. 보통 영화에서는 초당 25프레임, TV에서는 30프레임, 만화에서는 16 ~ 20프레임 정도를 쓴다. (디즈니는 예외다...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초당 25 ~ 30 프레임 정도를 쓴다) 즉 TV의 경우 1초에 30장의 그림들을 빠르게 보여준다는 말이 되겠다.


자. 그럼 3D 애니메이션을 할 때는 초당 몇 프레임을 쓰느냐. NTSC라고 불리는 TV용 퀄리티, 초당 30프레임 정도를 쓴다. 여기서 복잡한 계산으로 넘어가자. 1초에 30장의 그림, 1분짜리면 1,800장, 10분이면 18,000장, 한 시간이면 108,000장의 그림이 필요하다. 개미나 벅스라이프의 경우 전체 영화 분량이 한 시간 반 정도 되니깐 대략 15만 장의 그림이 들어간 거다. 머리 아프다, 씨파.


근데 간혹 만화 매니아인 독자라믄 일케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 만화도 한 시간 넘는거 많잖아요. 에반게리온 같은 거는 시리즈로 몇십 편되는데 그게 작업시간은 더 많이 걸릴 것 아니에요?"


상당히 날카로운 반문 이었다. 답변하겠다. 만화를 보실 때 그 배경을 함 자세히 보시기 바란다. 뭐가 보이는가? 그렇다. 수채화가 보인다. 움직이는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한장의 그림으로 처리한다. 때문에 만화 작업시 직접 그리는 부분은 캐릭터가 주를 이루며 나머지 배경들은 얼마되지 않는다. 반면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배경을 수채화처리했다간 당장 마우스줄에 목감겨 시체로 발견된다.


3D 애니메이션의 핵심은 사실감이다. 실제와 같은 빛, 실제와 같은 움직임, 실제와 같은 모델링...때문에 배경도 모두 모델링 작업을 거쳐줘야 한다. 그래야만 자유로운 카메라 움직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모델링 얘기 나온김에 이것도 쫌 알려주고 넘어간다. 만화의 경우는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장면의 콘티를 미리 짜서 고것만 그리면 되지만 3D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전부 모델링이라는 노가다 작업을 거쳐야 한다. 말하자면 특정 물체를 와이어 (Wire) 로 만드는 것인데 작업하는 시간이 장난 아니다.


또한 모델링이 끝나면 표면에 색깔과 재질을 입히는 맵핑 작업을 거치게 되며 이게 다 끝나면 동작을 만든다. 그 다음 빛을 조절하고 카메라를 다시 한번 점검한 다음 이상이 없으면 렌더링 이라는 마지막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근데 바로 이 렌더링!! 이게 3D에서 가장 많은 작업시간을 소요하는 부분이다. 뼈다구만 보이는 그림을 실제 그림으로 만들어주는 작업인데 아무리 빠른 워크 스테이션급 PC라 해도 보통 한 프레임당 10~2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럼 아까 계산한 대로 한 시간 반 짜리를 만든다 치고 랜더링을 함 걸어보자. 15만 장 곱하기 20분...또 머리 아프다. 니들이 함 해보기 바란다. 그래서 루카스 필름이나 스필버그 사단의 경우에는 워크 스테이션급 PC를 수백 대 갖다놓고 따로 분량을 나눠서 렌더링 작업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렌더링 끝나기 기다리다가 소년이 청년되고 결혼하고 애낳고 손자 본다.


우리 나라에서 3D가 천대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진짜 대기업이 아닌한 졸라 비싼 워크 스테이션 수십 대를 갖다 놓을수가 없으니 당근 한두 대 갖다가 열심히 렌더링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세월아 네월아 시간은 다 가고, 기다리다 지친 투자가들은 손 떼고, 그러다보니 의욕 떨어지고, 모두 무산되어 버리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


결국 이유는 하나로 통한다. 금전적 문제다. 울나라 3D 디자이너들이 수준 미달일거라고 짐작하지 마시라. 진짜 실력있는 사람들 얼마든지 있다. 다만 충분한 투자가 없기땜시 아직까지 이렇다할 작품이 나오지 못하는 것뿐이다. 딱 5억만 주믄 사람들 모아서 개미 구워먹을 영화 만들 수 있다. 허황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실력은 있지만 환경이 받쳐주질 못한다. 그만큼 많은 지원이 필요한 분야가 3D다.


자. 이상이 울나라에서 3D가 천대받는 이유들 되겠다. 질문 있으면 손들고 하시라. 없음 요기서 얘기 끝낸다.


 퇴마록을 보고 열받았던 이유


그렇다. 이제 본문 나온다. 그름 지금까진 뭐였냐고? 이해를 돕기위한 보충설명이었다. 길다고 토 좀 달지 말자. 암튼 진짜 본문으로 들어간다.


앞서 말했듯 본 기자가 퇴마록을 보고 나오며 가장 분노했던 부분은 퇴마록에 쓰인 CG였다. 제작 초기부터 무슨 국내 최고의 CG팀이 모여 만든다는등 영화의 압권 이라는 등 하는 얘기들을 귀가 따갑게 들었었기 때문에 당근 기대에 가슴이 부풀었었다. 바뜨 부푼 가슴은 곧 후라이가 됐다. 씨바...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 퇴마록에서 기억나는 CG장면을 떠올려보라믄 세가지 정도가 나올것이다. 현암이 들고다니는 월향검, 가스관 폭파씬, 그리고 여러군데서 써먹었던 이상한 투명효과들.


먼저 투명효과 부분을 함 디비보자. 퇴마록을 보믄 이 장면만 지겹도록 나온다. 8분 동안의 현란한 CG... 중 한 5분은 이걸루 다 메꾼 듯하다. 현암이 기공을 사용할 때와 준후가 배에 결계를 칠 때, 그리고 게임기 속에서 괴물이 나올 때도 이 효과를 썼다. 과연 이기 최첨단 특수효과일까...










퇴마록의 한장면


어비스의 한장면

여러분은 1989년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어비스 라는 영화를 아시나 몰겠다. 이 영화를 보믄 외계인이 물결을 이용해 사람 얼굴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 멋진 씬이었다. 근데 퇴마록에서 쓰인 투명효과들과 어비스의 특수효과를 비교해 보면.. 씨파.. 욕나온다. 아무리 울나라가 외국보다 못한 수준이라 해도 어떻게 10년 전에 만든 영화의 CG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퇴마록 홈페이지엘 가보니 투명한 괴물 만드는데 하드웨어는 실리콘 스튜디오, 소프트웨어는 후디니를 썼다 한다. 최고의 장비들이다. 근데 이거 갖고 만들었다는게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니...할말이 엄따.


다음은 월향이다. 근데 이건 진짜 원작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겠다. 아무리 감독과 작가가 지들 맘대로 원작을 수정했다 해도 영화 속의 월향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퇴마록 소설을 보면 기본적으로 은장도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비수처럼 양쪽에 날이 선... 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렇다. 기본형은 은장도다. 근데 영화속의 월향을 함 보시라. 이상한 무늬와 끝부분이 꺾어진 칼날, 자루에 달린 빛나는 구슬...가관이다. 한국형이 아니라 전형적인 일본 판타지 소설 형이다. 필시 월향 디자인을 맡은 넘은 퇴마록 소설 쳐다보지도 않았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볼 때, 원작과 비슷하건 그렇지 않건 월향의 디자인은 상당히 멋지다. 잘 만들었다. 움직임도 부드럽고 합성작업도 잘 되어있다. 본기자에게 그나마 볼만한 CG장면을 꼽으라면 한참 고민하다가 월향을 택하겠다.


마지막으로 하수도 폭파씬.


당근 퇴마록 제작팀은 이 장면을 극찬했다. 하지만 실정을 쫌만 알아보믄 얘기는 틀리다.


현재 헐리웃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 중 실제 폭발물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작비도 많이들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CG를 합성한다. 비디오용 삼류 액션 영화도 CG를 사용한다. 제작비도 아낄 수 있고 뭐니뭐니 해도 작업 자체가 쉽기 때문이다.


영화 분노의 역류를 아시는가. 거기 나온 불꽃들은 대부분 CG였다. 퇴마록의 폭파씬이 한국영화 치고는 그나마 잘 합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최첨단 기술은 아니라는 얘기가 되겠다.


그 다음...은 없다. 퇴마록의 CG는 이걸로 끝이다. 어떠신가. 가뜩이나 영화 자체도 재미 없는데 CG까정 볼 게 없었으니...본 기자가 열 받을 만하지 않은가. 솔직히 본 기자는 제작비 20억을 대체 어디다 사용했는지 묻고 싶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CG 부분이 이 모양인데 말이다. 맨날 점심때 부페 먹었나?


 외국 CG계의 흐름


자. 독자 여러분께 묻겠다. 현재 세계 CG계의 흐름을 어느 나라가 주도하고 있다고 보시는가? 당근 미국이리라. 터미네이터 2, 쥬라기 공원, 토이 스토리, 타이타닉, 벅스 라이프, 개미...세계를 뒤흔든 이 쟁쟁한 영화들의 흥행에는 CG가 커다란 도움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터미네이터에 유체 로봇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일반 액션영화와 같은 수준이 되었을것이고 쥬라기 공원에 미니어쳐나 장난감 공룡이 등장했다면 당근 재미 없었을 것이다. 타이타닉의 침몰씬을 장난감으로 처리했다면 아마 비웃었을 것이리라. 이렇듯 미국의 CG는 헐리웃 영화에 빠져서는 안되는 절대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본 기자의 생각은 틀리다. 아니, 웬만큼 정보를 듣고 있는 디자이너 들이라면 누구나 미국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 어딜까.


일본이다.


일본에선 디즈니처럼 CG 영화를 만든 적도 없다. TV 광고에 울나라처럼 CG가 마구 사용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세계 CG의 흐름이 일본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왜, 어떻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인가.


일본이 전세계 만화와 게임시장에서 항상 1등의 자리에 있다는거 다들 아실 것이다. 그런데 이 만화와 게임들이, 우리가 모르는 새 점점 그 틀이 바뀌어가고 있다. 일본 만화계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고 히트작 원령공주 를 보신 분들은 그 거대한 스케일에 압도 당하셨을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봐도 손으로 그린 만화일 뿐인데 이상하게도 월령공주는 다른 만화와 달리 공간적 이미지가 강하다.


이유는 다름아닌 CG 때문이다. 월령공주에서 CG가 사용된 부분은 셀 수 없이  많다. 얼핏 보기엔 손으로 그린 셀화와 거의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기가 막히게 셀화와 조화된 CG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바로 이 3D가 가진 입체감 과 사실감 덕분에 관객들은 2D의 만화를 보면서도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예는 얼마든지 있다. 공각기동대 에서도 수많은 CG가 사용됐고 에반게리온 에서도 사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울나라처럼 CG와 만화의 절묘한 조화!! 라는 식의 광고를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향후 전 세계에 퍼질 CG의 엄청난 위력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따로 선전하고 크게 부풀리지 않아도 어차피 CG의 수요가 점차 늘어갈 것이라면 조용히, 그러나 남들보다 빠르게 흡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만약 미야자키 감독이 원령공주를 내놓으면서 만화와 CG가 합쳐진 뛰어난 작품 이라고 광고했다면 전 세계 제작자들은 너도나도 그런식의 만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스스로 원령공주는 뭔가 다른 것들과 틀리다 라는 걸 느끼게 됐고 결과적으로 매니아가 된 것이다. 정말 무섭도록 치밀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의 CG가 이렇게 그늘에 숨어서만 위력을 발휘했다면 그들이 세계 CG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은 할 수가 없다. 주목할 것은 만화가 아닌 게임 분야다.


보통 오락실에 가면 거의 90% 이상이 일본 게임인 거 아시리라 본다. 근데 잘 보시라. 그중 2D가 몇 개나 되는가? 버츄어 파이터 라는 격투기 게임을 시작으로, 일본 게임 제작사들은 일제히 3D 기술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과거 캡콤사의 스트리트 파이터 신화 이후 또다시 일본 게임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순간이었다. 뒤늦게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급히 3D 게임들을 만들어 냈지만 이미 일본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앞서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기다리는 법을 알았다. 미국이 영화에서 CG를 사용하여 아카데미를 휩쓸고 세계 최고의 CG 수준을 갖춘 나라로 인식되고 있을때도 일본은 조용히 게임과 만화의 제작에 CG를 사용하며 그들만의 노하우를 익혀 갔다. 다테 쿄꼬라는 사이버 가수를 처음 만든 것도 일본이지만 그것은 단지 테스트일 뿐이었다. 그걸 따라한답시고 울나라는 아담, 류시아, 사이다 등의 사이버를 만들어 쫄딱 망해 먹었다. 무모한 시도였다.


이 일본의 숨어있는 CG 실력은 곧 우리의 눈앞에서 그 결과를 터뜨릴 것이다. 일본 3대 게임회사중 하나인 스퀘어에서 내놓은 파이널 판타지라는 게임의 영화화가 그것이다.






 


게임 파이널 판타지 8 에 등장하는 CG 인물들
당근 영화는 이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다


2001년에 완성될 예정인 이 영화는 벅스 라이프나 개미, 토이 스토리와 같은 풀 디지틀 애니메이션 (Full Digital Animation) 영화다.


하지만 그 수준이, 그토록 극찬을 받았던 헐리웃 최고의 영화들과 아예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본 기자가 처음 이 영화의 오프닝을 구해 실행시켰을때, 정말 숨이 멎는줄 알았다. 무서웠다. 일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정말 두렵기만 했다.














게임 파이널 판타지 뮤직비디오 (900k)
(5분짜리를 1메가 이내로 담으려니 음악이 빠지게 됐다.
니들이 참아야지 우짜겠는가. 45Mb짜리 원본은 독투에 살짝 올려주께...)
영화 파이널 판타지 제작 소개화면 (900K)
영화 건담 빅뱅 프로젝트 소개화면 (800K)

단언컨데, 이 영화가 개봉되면 전 세계 영화, 광고, 게임, CG 시장의 판도는 지금과 180도 달라질 것이다. 정말 제대로 만든 CG 라는것이 무언지 보여주는 선구자적 케이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 퇴마록처럼 대충 만드는 CG는 이제 더이상 발 붙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CG를 지배한다는 생각은 더이상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현재 일본이 제작중인 CG 영화는 이 외에도 많다. 물론 전부 다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최고 수준의 작품들이다. 건담 20주년을 기념하여 만드는 빅뱅 프로젝트, 일본 모 기업의 투자로 제작중인 비공식 프로젝트 천사... 이것들이 전 세계에 퍼지면...아...생각조차 두렵다.


 울나라 CG의 발전을 위하여...


울나라가 지금처럼 엉거주춤 하고 있는 사이, 일본과 미국은 앞만 보며 열라 달려가고 있다. 이제 그들에게 서로를 제외한 적수는 없다.


울나라는 지금 어떤가. 실제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디자이너들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아주 간단한 예를 하나 들자믄 이런 것도 있다. 울나라에 한국 산업디자인 포장센터 (Kidp...맞나?) 라는 단체가 있다. 당근 정부가 팍팍 지원해주는 정통부 산하의 국가기관이다. 근데 여기서 얼마전 동계 특강이 열렸다. 두 달에 40만원, 결코 만만치않은 수강료다. 본 기자 뭔가 새로운 걸 좀 배워보려고 요기 디지틀 애니메이터 과정 에 등록했더랬다.


근데 씨바, 완전히 장난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3D는 조또 고가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근데 요기서 특강 가르치는 컴은 펜티엄 MMX였다. 그걸로 맥스 가르쳤다. 수업중에 메모리 부족으로 다운되는 건 기본이요 랜더링 한 장면 걸어놓으면 그날 수업은 다 한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이론이나 제대로 가르쳤느냐...본 기자 원래 맥스 마스터 했었다. 그래도 새로운 게 있을 것 같아 등록한 거였다. 두 달 동안 맥스를 배우면서 느낀 건 다른 수강생들이 졸라 불쌍하다는 거였다. 수박 겉햝기 식으로 대충대충 넘어가는 수업을 들으면서 과연 뭘 배웠을까. 기초적인 용어조차 설명해 주지않고 모르는건 니네가 알아봐 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니 당근 뭐가뭔지 알 리가 없었다. 40만원 그냥 날린 거다. 이게 울나라 디자인계를 통합 관리하고 있는 국가기관의 실태다. 그래놓고 현관엔 이런 말이 걸려있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을 어쩌구...


씨바,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울나라에서 맨날 대놓고 하는 소리 "세계 최고의 뭐가 된다..." 이것 좀 제발 그만하기 바란다. 노력해서 될 게 있고 안 될게 있는 것이다. 울나라 CG는 아무리 발버둥치고 악악대도 절대 일본과 미국을 따라잡지 못한다. 만화나 게임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따라잡을 수 없다면, 일등이 될 수 없다면 미국과 일본 뒤를 이어 3등 하면 된다. 아니, 하다못해 10위 안에라도 들면 된다. 별거 아닌 것 같나? 겨우 10위? 웃기는 소리 좀 그만들 하시라. 울나라가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게 교통사고 사망율 빼고 뭐있나?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울나라가 10위만 먹어도 전 세계 CG계는 울나라를 주목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는 앞으로 CG에 집중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울나라 CG가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실력있는 디자이너의 양성도 중요하지만 과감한 투자가 더 우선이 된다. (퇴마록은 과감한게 아니라 무모한 투자였다) 그 첫째는 잘나가는 대기업 아자씨들의 관심이다. 물론 아무리 대기업이라 해도 전망없어 보이는 CG에 몇십억씩 투자하는거 모험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험이 필요한 시기다. 이때를 놓치면 울나라는 두 번 다시 세계시장에 간판을 내걸 수 없다. 몸 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발 정보라는 걸 좀 찾아보기 바란다. 가능성이 보일 테니.


두 번째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다. 하지만 솔직히 본 기자 정부지원은 꿈도 안 꾼다. 돈 없다고 국민연금 강제로 걷어가는 마당에 미쳤다고 지원을 하겠는가? 그러니 전폭적 지원은 둘째치고 CG 만드는거 막지나 말아주시라. 괜히 검열이네 저작권이 어쩌네 하지말고 얌전히 구경이나 해주심 고맙겠다.


세 번째는 울나라 국민들의 의식이다.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에서 CG가 나오면 멋지다! 잘 만들었다! 대신에 그래픽 티 팍팍 나네 라는 말밖에 못하는지 몰겠다. 티 안 나면 그게 실사지 CG인가?


암튼 의식개혁...이거 중요하다. CG에 관심들 좀 가져주시라. 인디음악에, 사라져가는 울나라 만화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시는 것처럼 죽어가는 울나라 CG들도 살려야 한다. 그래야만 디자이너들이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 힘을 얻어야 세계로 뛰쳐 나갈 수 있다...


쓸데없이 길었던 CG에 대한 얘기를 이것으로 마칠까 한다. 할말은 많지만 다 했다가는 딴지 서버 용량이 초과될 것 같기에 아쉽게도 줄인다. (핑계다...쓰는게 힘들었다)


암튼 다시 한 번 부탁드리고 싶은 것...CG를 사랑해 주시라는 거다. 생소한 분야라고 콧방귀 뀌지 마시고 TV나 영화볼 때 그래픽 나오면 감탄 한 번씩만 해주시면 눈물나게 고맙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미처 다하지 못한 얘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꾸벅~ 이상.


 


- 딴지과학부 엽기애정행각 파트 및 지맘대로 CG 전문 기자
이드니아 콘체른 ( edenia@netsg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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