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김기자 추천0 비추천0






1999.3.29.월

음악전문 대기자 김기자



우리는 지금 총제적으로 부패해 있다고 할 수 있는 1999년 대한민국에서 살고있다. 대통령조차 웬만한 공무원의 비리는 이제 화합차원에서 눈 감아주자고 하는가 하면, 정치권 비리도 웬만하면 눈 감아줄 거라는 말이 나온다. 바로 6개월 전 말단 공무원에서부터 비리를 싹 없애겠다고 말한 정부다. 이번에도 안 되는건가 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부에 대해 그야말로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로 세금을 낸다. 비록 쥐꼬리만한 봉급받는 돈 못 버는 월급쟁이일지언정 세금 하나만은 어르신들이 만들어 놓으신 평등한(?) 법 덕분에 의사, 변호사, 연예인들보다 많이냈으면 많이냈지 덜 내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게 낸 그 혈세들이 어떻게 된일인지 위정자들의 손을 한 번 거치면 오리무중이 되버린다. 자주국방을 위해 거두어진 국방비 중 수천억 원이 얼마전 TV 시사프로에서 파헤쳐졌듯이 로비와 리베이트, 이중 장부라는 알듯 모를 듯한 말로 지금 이 순간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으며, 무책임한 위정자의 공약 때문에 고속철도공사는 지금까지도 수조 원의 혈세를 낭비해가며 부실공사의 연속이 되어가고 있다.


그뿐인가 대한민국이 21세기 동북아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며 짓고있는 신공항 건설은 어떤가?


지금까지 수천억 원의 혈세를 들여가며 지금껏 해놓은 공사 역시 불과 수 개월도 안 되어 물이 새고 허물어지는 등 공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정도로 엉터리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신문 어느 한 구석에도 그것을 따지는 기사는 발견하기 힘들다.


어디 그뿐인가? IMF라고 국민들 허리를 더욱더 졸라 메라면서 지난해 우리 고위 공무원들은 정말 어느 해 못지않게 판공비라는 명목하에 국민들 혈세를 마음껏 허공에 뿌려댔다. 연말회식이라고 단체로 안마시술소에 가질 않나 하루 단체회식으로 무려 천만원이 넘는 돈을 써대질 않았나 예산 남길까봐 멀쩡한 동네 앞을 수 차례씩 팠다 뒤집었다. 정말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대중문화와 방송에 대해 써본다고 했으면서 기자는 왜 이런말을 하는가? 방송, 문화계라고 해서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별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나라를 부패의 수렁 속에 몰아넣은 세력의 뿌리는 비단 정치판뿐만 아니라 방송, 문화계 등 안 뻗친 곳이 없다. 일부 독자들은 나라가 어렵고 딴지걸 것이 많은 마당에 한낱 대중 음악,가수,방송국 및 연예인들의 행동이나 비난하고 있어야 하는가 하면서 본 기자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좁게 생각하지 말자. 위에도 말했듯이 부패는 어느 한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만연된 부패의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결론은 늘 한 곳으로 모아진다. 그리고 어느 부문이던 부패의 고리를 부수기 시작하면 그 파급효과는 반드시 다른 부문에도 퍼지기 마련이다.


자, 이제 본론이다.





 부패의 시작


기자는 첫 기사부터 표절방지와 저작권법의 올바른 시행을 외쳐왔다. 아직도 방송국 및 가요의 표절행태는 달라진 것 하나없이 계속된다.


정말 통 크게도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드라마 러브제네레이션의 모티브 설정및 플롯, 소도구까지 베껴대는 드라마가 있는가하면 한 오락프로의 엠씨는 일본 오락TV의 엠씨의 옷과 장신구 등을 어디서 구했는지 100% 재현, 그대로 입고 나온다.


하지만 늘 그랬듯 처벌의 목소리가 아무리 강해도 기껏해야 희생양 한둘만 처리하는 선에서 끝난다. 아무리 표절곡을 만들어 문제가 되어도 들통날 때 잠시만 시끄러울 뿐 몇 달 지나 잠잠해지면 다시 최고 작곡가, 가수란 이름으로 신문 지상에 오르내린다. 왜 이런 문제가 근절되질 못하는가? 근본원인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에는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란 것이 있고 이 단체가 대한민국의 모든 음악관련저작물에 대한 보호 및 관리 감독을 담당한다. 그럼 정부기관이나 다름없이 중요한 이 협회의 회장직을 맡은 인물은 누구인가? 낙하산 인사라고 할 수 있는 회장 자신이 작품사용허가서를 위조, 남의 저작권료를 가로챈 것과 관련 이미 지난 2월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에 2년을 받은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음악저작권을 담당하는 단체를 이끌고 있으니 말은 다 한셈이다. 표절과 모방이라는 무양심의 작태는 이런 상황하에서는 돌림노래처럼 매번 계속될 뿐이다. 맨 위에서부터 부패는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국의 음악관련 프로


매번 내기 싫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시청자의 의무를 다하고자 군말없이 꼬박꼬박 시청료 바쳐왔다. 그나마 곧 인상까지 된다고 하는데 함 따져보자. 도데체 왜 한국의 쇼프로와 오락프로는 맨날 그 모양인가? 왜 음악프로는 도저히 못 들어줄 잡음의 향연이 되어버렸는가?


시청료 올려주면 더 잘 만들수 있다는데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시청료가 적어서가 아니다. 만드는 사람들 실력이 없어서 그렇다. 실력을 키우려는 노력 또한 하지 않아서 그렇다. 그냥 윗 사람한테 잘 보이고 이리저리 다른 방법으로 신임얻고 정치판 모양으로 지연 학연 따지고 인맥 따져서 그럭저럭 내 주위에 단단한 성() 하나만 쌓아놓으면 평생 먹고사는 데는 지장없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는 대다수 가수, 밴드들이 노래 못하고 연주 못하는 것은 이번 호에는 다루지 않으련다. 이건 사실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말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본 기자 솔직히 마음이 답답하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겠다.


일례를 들어보자. 가끔씩 우리는 TV에서 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나 팝밴드가 내한공연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음악에 대해 관심 있어하고 나름대로의 지식을 쌓은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고나면 항상 마음 속에 이상한 물음 하나가 생긴다.



" 비디오로 볼 때는 참 좋았는데 이상하게 한국 TV에만 나오면 아무리 잘 하는 아티스트라도 별로 같이 보이고 보고난 후의 감동도 덜하다" 라는...


해답을 찾자면 우선 원인을 둘로 나누어야 한다. 비디오적인 측면과 오디오적인 측면으로 말이다.



 비디오



오케스트라의 공연실황중계를 봐 보라. 현악파트가 연주될 때면 거짓말같이 TV의 카메라는 멍하니 앉아있는 관악기 연주자들을 비춘다.



관악파트 순서에선 졸고 있는 타악기 연주자를 비춘다. 얼마 전 외국의 모밴드 내한공연 녹화중계, 열정적인 기타 솔로를 하는 기타리스트는 제쳐두고 막간을 틈타 물 마시는 싱어얼굴을 비추느라 정신이 없다.



음악이나 예술에 대한 기본적 상식도 없이 카메라를 잡는다. 한마디로 이 분야 또한 아마추어리즘이 판을 친다. 도데체 누가 그따위로 큐를 주는지 얼굴이 궁금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맨날 쇼프로 오락프로 화면을 저질성 자막으로 도배질하는데나 열중했지 도무지 그림을 잡는 데는 나도 몰라라 식이다.



물론 우리 방송국들의 영상장비 하나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오히려 장비의 상태나 품질로만 보면 방송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을 앞지를 정도다. 최고의 장비는 다 갖추어 놓았다. 장비의 업그레이드도 분기별로 빼놓지 않고 하는 등 아뭏든 돈 들이는 일이면 할 것은 다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장비를 만지는 사람들이다.



막대한 장비를 구입할 때마다 따라오는 수십 권의 메뉴얼을 읽을 생각은 꿈에도 못한다. 그럴 시간도 그들에겐 없다. 우습겠지만 그냥 판매처 직원들한테 설명 좀 듣고 기본 작동법 외워서 대충 돌아가기만 하면 다인것이다. 장비면에선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앞서면서 정작 창의력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결과물은 중소프로덕션에서 만들어내는 화면보다 못한 게 사실이다.



 오디오



오디오는 어떤가? 아마도 오디오에 관한한 최고의 장비를 갖추고도 기술적으로 가장 낙후된 곳이 아마 방송국이지 않을까 한다. 기본적인 마이크에 대한 지식에서부터 안 되어 있다.



내일부터 일체의 립싱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맨 먼저 볼멘 소리를 해댈 사람들이 방송국 사운드 엔지니어들일 것이다. 댄싱팀들이 너도나도 귀에 걸고 나오는 장난감 마이크(작동 안되는 장난감 걸고 나오는 팀이 과반수다)를 떼고 정말 작동되는 걸로 귀에 걸고 나와도 아마 소리는 잘 안 들릴 것이다.



왜냐면 고것조차 제대로 청중들에게 전달되도록 셋팅하는 기술이 그들에겐 없다. 밴드의 경우는 어떤가? 이건 무슨 드럼 소린지 쇠파이프로 드럼통을 두들기는 소린지, 기타 소린지 철사줄을 뜯는 소린지. 키보드 소리만 쨍쨍 요란하고 이건 눈감으면 완전 뭐가 뭔지 알아듣지 못 할 소리의 향연이 울려퍼진다. 정말 대단한 엔지니어들이다.



나날이 테크널러지는 발전되고 디지털 장비의 출현으로 이젠 웬만한 지식만으로도 그럭저럭 들어 줄만한 소리를 만들 수 있건만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그들에겐 그것들 모두 공염불일뿐이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립싱크를 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정말 노래 잘 하고 연주 잘 하는 밴드들이 이래서 TV 나오면 오히려 손해본다. 이미지만 망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고도 노래 잘 한다는 평을 듣는 가수들은 정말로 노래 엄청나게 잘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래서 안 나오려고 하는 가수들도 적지 않다.


일례를 들어보자. 음악에 하거나 관심이 많은 팬이라면 "전쟁과 평화"라는 고참밴드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연주 실력에 관한 한 그들은 본 기자가 본 그 어떤 한국의 밴드보다 훌륭했다. 한마디로 고난도의 테크닉을 소화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밴드였는데..


이들이 전성시대인 십여 년 전쯤 일본 모방송사의 초청을 받아 한일 합동공연을 위해 일본에 간 적이 있다. 당시 방일을 앞두고 일본 측에서 날아온 팩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 당신네 밴드가 연주할 때 필요한 장비셋업을 상세히 적어 팩스로 날려주길 바람"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당시 멤버들은 한국최고의 밴드라는 자부심과 일본의 사운드 엔지니어링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는 탓으로 픽 하고 비웃었다고 한다.


"뭐 우리하고 별 다를게 있겠나" 하는 생각으로...


그래서 골탕 좀 먹이자라는 심정으로 당시 자신들이 미국음악잡지에서만 보던 동경하던 악기와 장비들을 본 대로 들은 대로 몽땅 적은 다음 이것들로 셋팅해달라고 팩스를 넣었단다.


일본 도착 리허설 전날,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은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엄청나게 써넣은 장비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셋업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조작하는줄 몰라 같이 간 스텝들과 함께 허둥지둥대고 있는데 일본 엔지니어 왈,



" 당신네들은 데리고 온 테크니션(장비 및 악기담당 엔지니어를 말함)과 로드 매니저도 없는가?"


그날 리허설이 제대로 되었을 리 만무하다. "정말 우물안 개구리임을 실감하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 놀라운 것은 우리가 연주하는 데도 우린 자신들의 귀를 못믿겠더라. 어쩌면 나오는 소리가 이리도 황홀한지..."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장비의 발전으로 더더욱 음악 만들고 녹음하기 편한 세상이 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을까? 우리의 사운드 엔지니어링 실력은 한국가요의 고질적인 표절과 십대 중심의 싸구려 댄스음악이 판을 치는것과 더불어 오히려 퇴보를 하고 있다. 왜 고쳐지지 않을까? 실력있고 노력하는 엔지니어가 없어서일까? 아니다 있긴 있다, 하지만 방송국과 메이저 레코딩 스튜디오라는 데가 어떤 곳인가? 실력있다고 그냥 다 기용되는데가 아니다. 정치력이 없으면 베겨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방송국 경음악단


IMF의 여파로 모방송국 예술단이 없어진다는 둥 말이 많다. 방송국 경음악단 얘기를 해보자. 방송에 음악이 존재하는 한 경음악단은 방송국의 또 다른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연주하는 단원들, 정말 연주 잘 하는 이들 많다. 그 예전 미8군 밴드에 몸담은 것을 계기로 클래식을 팽개치고 대중음악에 뛰어든 것을 후회하는 사람도 많다. 당연히 나이 지긋한 분들도 많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이 사람들 모두 다 방송국에서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없다. 일용직 노동자나 마찬가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래서 방송국 직원으로서 누려야할 각종 보험 혜택이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IMF 이후 방송국의 긴축재정이란 미명 아래 그 나마의 소득도 없어져가고 밤이면 홀로 통빈 골방에서 나이들어 어렵사리 배운 컴퓨터로 가라오케 연주를 만들며 어려운 생활을 간간히 이어나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IMF와 십대 중심의 가요시장 탓에 그나마 설 수 있는 밤무대도 없어져가는 형국이고 보면 노래방에 납품하는 반주 만드는 게 유일한 소득인 경우가 많다. 물론 지휘자나 음악단장, 그 밑에 있는 임원들은 전혀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판공비, 그리고 알 수 없는 돈까지 합치면 엄청나다.


경음악단원들이 무슨 봉인가? 아마 그까짓 딴따라들 하면서 위에서는 무시하는 모양이다. 한국의 대중음악의 질이 왜 낙후되어있는가? 연주자들이 생활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는 커녕 매번 예산만 줄일려고 하면 만만한게 이들이다. 이것은 비단 방송국 경음악단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노래부르는 가수가 아닌 그냥 연주자는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든 게 대한민국이다.


방송국 기재 사는데, 말도 안 되는 장난 같은 프로를 만드는 데, 스타급 연예인 모셔오는 데는 막대한 돈을 낭비하면서 정작 없어서는 안 될 베이직한 부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한 번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얼마 전 어거지로 물러난 모방송국 경음악단 단장은 쥐꼬리만한 단원들의 출연료까지 착취를 했다고 하니 참 기막힐 노릇이라고 하겠다.


세계 최대의 음반시장인 미국,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음반만 해도 수천 장이다. 그런 미국에서 발매되는 총 음반중 한 푼이라도 제작비보다 더 이익을 보는 음반은 전체의 몇퍼센트나 될까? 놀랍게도 겨우 2%다. 즉 98%의 음반이 손해나는 음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음반사들이 손해날 줄 알면서 발매하는 음반이 대략 7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바로 연주자, 세션맨 등 그야말로 뮤지션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음반인데 레코드사에서 지원되는 평균제작비만도 장당 5-10만 불이고 개런티 또한 별도로 지급된다. 자본주의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음반 비지니스 시장에서 레코드사들은 왜 그처럼 돈도 안 되는 음반을 출시하는 것일까? 그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바로 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측면인 것이다.



"돈을 버는 2%의 음반만으로도 우리는 세계 각국에서 돈을 벌고도 남는다. 70%의 주인공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없으면 2%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다양하고 고급의 음악을 접하길 원하는 소수청중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진정한 대중음악의 고급화, 세계화는 서태지나 에쵸티 등 몇몇 가수들이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소외당하고 찬밥신세로 있는 대다수 뮤지션, 무대 뒤에서 묵묵히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위에서 처럼 정당한 대접을 받는 풍토가 되어야만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의 주제가와 뮤직 오퍼레이터


언제부터인지 우리 드라마에도 늘 주제가가 붙는다. 물론 거의 다 노래고 연주곡은 별로 없다. 드라마 내용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십대취향의 가요가 대부분인데 그건 그렇다 치고라도 그 통조림같은 음악을 왜 굳이 CD로 발매까지 하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간다. 어느 프로건 그 프로엔 음악을 맡은 사람이 있다. 유심히 드라마나 쇼프로 등을 살펴보면 음악은 누구 작곡은 누가 했다는 크레딧을 보게 된다.


방송국엔 뮤직 오퍼레이터라고 하는 그야말로 이름도 희안한 직제에도 없는 자리가 있다. 담당 피디들도 그런 자리가 있는 줄 아는 이는 적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인간관계도 좋아야 하고 정치력도 좋은 사람이 흔히 오퍼레이터가 된다. 오퍼레이터가 되는 그날부터 이 사람의 인생은 이변이 생기지 않는한 서광이 비치게 된다. 아무 것도 안해도 한 달에 굴러들어오는 공돈이 기백이다. 무슨 소리냐고? 음악에 평생을 다바치겠다고 열나게 음악 공부해서 실력을 갖추면 뭐하나? 방송국 프로 음악 하나 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을..


방법은 하나, 오퍼레이터에게 잘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주1회 방송되는 쇼프로가 있다. 주1회, 월4회 방송 나가는 음악을 만들어 200만원을 받는다 치자(50X4), 이 돈은 전부 다 음악을 만든 이의 돈이 아니다. 오퍼레이터에게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떼어줘야 한다. 단지 음악을 맡게 해주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말이다.


드라마나 그 외 교양, 오락프로가 끝난 후 보여지는 크레딧란을 봤을 때 음악란에 나오는 이름이 오퍼레이터고 작곡란에 쓰여지는 인물이 실제 음악을 담당한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오퍼레이터가 실제음악까지 모두 해버리는 경우도, 혹은 이 둘이 같은 음악프러덕션에 몸 담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잘나가는 오퍼레이터의 경우 보통 7-8개 프로를 쥐고 있다. 웃기는 일은 이 오퍼레이터의 대부분이 음악도 출신이라는것이다. 한 프로에서 작곡가로부터 30만원만 들어와도 줄잡아 월 240만원이란 돈이 거저 들어오는 셈이다. 이래저래 실제 음악 만드는 사람만 죽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해당 제작진은 이런 사실조차 잘 모른다.


그냥 " 까짓 배경음악, 별로 돈도 안들이는 것, 니네들끼리 알아서 나눠가져라" 라는 식인가 보다. 한술 더 떠 실제 음악을 담당한 이는 보통 방송 이틀전에야 대본을 손에 쥘 수 있다. 돈 받아서 상납도 해야하고 빨리빨리 만들어다 줘야 하고...이러니 그냥 일본 것 녹음해 가고, 표절하고 아무렇게나 만들고 그러는걸까? 거기다 CD로 발매된 음악에 대한 저작권 또한 오퍼레이터와 나누어야 한다. 참 방송제작 관행 한번 음악다운 음악하기 싫게도 만들어져 있다.


녹음실이라 불리는 레코딩 스튜디오는 또 어떤가? 말이 녹음실이지 창고처럼 되어진 곳이 허다하다. 좋다고 하는 녹음장비, 악기, 이펙터들은 다 갖추어 놓았다. 한마디로 백화점이나 마찬가지인 곳이 대부분이다.


결과론적으로 출시되는 가요앨범이 하루에도 수십 장이 되건만 녹음을 담당한 메인 엔지니어는 다 합쳐봐야 고작 5-6명 안팍이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보면 한 사람이 서너 장의 앨범을 매일 담당한다는 소린데 정말 초인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엔지니어가 없어서 그런게 아니다. 넘친다. 하지만 그네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리 만무하다. 통조림 찍듯이 빨리 빨리 녹음하는 데는 이 도사님들을 따라갈 수 없기때문이다.



" 녹음실 사용료 줄여서 한푼이라도 제작비를 적게 들이고 빨리 만들어야 빨리 방송에 띄우고 로비해서 본전 뽑아야 할 것 아닌가 "


기획사 사장의 항변이다.


결과적으로 사운드나 음악적 스타일이나 그 앨범이 그 앨범이다. 가수는 다른데 소리는 똑같다는 말이다. 창조적인 소리에의 시도를 가로막는 요소는 이외에도 또 있다.


항상 강조하지만 십대들이 장악하는 현재의 음반시장이 주 원인이다. 그들에겐 가수목소리만 들리면 사운드는 오케이다. 누가 연주를 했는지 누가 녹음을 했는지는 전혀 관심 밖이다. 또 그들이 하는 음악 스타일에서 사운드는 그리 중요치 않다.


이런 풍토에서 노력하고 연구하는 엔지니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 조금만 다른 시도를 할려고 한다면 그는 녹음실을 떠나야 하든가 자기 돈으로 차리든가 해야 한다. 최근 들어 레코딩에 관심 있어 하는 젊은이들도 많고 실제로 진지하게 연구해 보려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늘어난다는게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지만 경제난 때문에 몇십 만원짜리 장비하나 사기 힘들어 애를 태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다가오는 이천 년,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각종 음악, 문화예술행사권을 두고 벌써부터 로비전이 치열하다. 정부와 각 시군에서도 별도로 수십 수백 가지의 행사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방송국도 가을 이후 펼쳐질 2천년 행사로 인해 벌써부터 외주사업자 선정 등을 둘러싸고 물밑의 싸움은 더욱 더 가열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이권 싸움인 것이다.


음악을 비롯한 각종 문화행사는 고부가가치의 이벤트로 이어지고 막대한 자금은 언제나 그랬듯이 바로 우리 국민들이 내는 혈세에서 충당된다. 기왕 해야할 밀레니엄 문화행사들이라면 꼭 필요한 것들에 한해서 제발 실력과 용기와 패기를 갖춘 젊은이들에게 돌아가길 바라지만 그렇게 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한 건하면 큰 돈이 들어오는 행사를 과연 우리의 높으신 분들과 이태껏 정치력 하나로 최고의 음악가, 최고의 무용가, 최고의 미술가 소릴 들어온 양반들이 가만 놓아두겠는가? 씨바..


 


근래 기자의 건강이 좋지 않았던 관계로 다소 부실한 기사가 된 점 지면을 통해 사과드리며 격려해주신 독자들께 감사의 말씀 전한다. 다음 호엔 한국 영화음악의 실체와 그 안에 담긴 또 하나의 무양심과 사대주의를 파헤쳐 보고자 한다.



- 음악전문 대기자 김기자 ( critica@hanmail.net )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