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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독투] 진국남의 신세 한탄 

 

 

 

2009.6.22.월요일

 

 

나도 한때 저런 진국남 소리를 남자들한테 주로 듣던 인간이라 솔직히 뜨끔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내 경험을 반추해 보건대, 저런 현상의 원인은 일단 고정관념과 게으름이다.

 

남자가 쪼잔하게 외모에나 신경쓰고, 여자 앞에서 알랑대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라는 구시대적 편견에 빠져서, 자신의 외양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거다.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겉모습 또한 갈고닦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소양일터.. 도무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면을 갈고 닦는다? 수컷들끼리 술푸고 으쌰으쌰하는것을 남성으로서의 수행이라 여겼던 적도 있지만, 남는 것은 늘어가는 뱃살뿐.. 자기수양의 척도가 술푸는 양은 아닌데 말이지..

 

몇번 기가 막힌 일들을 겪고나서, 나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진국남 환상을 벗어던지려 애썼고 지금도 애쓰고 있다. (젠장, 대놓고 개무시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알았다. 남자친구들끼리 있을땐 나도 스타급인데 쩝..)

 

만년 학생 스포츠의 헤어스탈도 손봐주고, 우중충한 패션을 벗어던지고자 백화점이라는 곳도 가보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무뚝뚝하고 과묵한 자신을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스타일로 바꾸어보려고 노력도 하고 있고...

 

확실히 노력이 들어가니 효과는 나타나는것 같더라.. 평소 흠모하던 처자와의 관계가 나날이 개선되었던 것이 그 증거..

 

평소 만남에 있어 1m의 완충지대를 형성하던 그녀가 조금씩 그 거리를 줄여가더니, 마침내 손도 잡게 되더라..

 

하지만.. 내가 열심히 뛰는 놈이 되어본 들, 나는 놈 또한 널린 것이 세상..

 

결국 그 처자는 스탈 좋고 외제차 모는 돈많은 넘한테 가더라..

 

차후에 어찌 연락이 되어, 어찌된 영문인가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그 돈많은 넘한테 채였다는 것..

 

다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듯 했으나, 눈높이가 대기권을 뚫고 나간 그녀에게 나는 그저 민무늬 지표생물일뿐..

 

연애시장을 완전경쟁시장으로 여겼던 때가 있었다.

 

돈, 겉모습, 좋은 차 같은 변수가 아닌, 마음이라는 완전경쟁에 가까운 변수에 의해 연애시장이 형성된다는 순진한 생각..

 

이런 생각이 진국남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물론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마음조차 표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겠지..

 

(여성들의 판단이 겉모습이라는 변수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가치판단에 있어서 마음이 겉모습보다 더 비탄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마음이 변하면 여성의 판단이 더 급격하게 변하는데 비해, 겉모습에 대해서는 그 변화량이 크더라도 여성이 매기는 가치의 변화는 크지 않다는 뜻이다. 괜한 소리해서 죄송. 그냥 이 글의 이쑤시개는 마음뿐 아니라 외양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쓰고나니 왠지 구차하게 느껴진다. 나는 여성을 속물로 보는 마초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이러한 행동패턴 또한 진국남으로 인식되는가? 고수분 계시면 알려달라.. )

 

하지만, 현실은 독과점이 횡행하는 쌀벌한 자본주의와 같다.

 

유부남 주제에 세컨드, 써드까지 달고 있는 쳐죽일놈의 대학동기놈이 있는 반면, 거래관계를 제외하고는 아직 첫경험 조차 하지 못한 나같은 찌질이도 있다.

 

어찌보면 진국남이라는 존재는 이러한 쌀벌한 연애 자본주의 체제를 기피하고 무릉도원을 꿈꾸는 이상주의자들일지도 모른다. 마음만으로도 행복한 연애가 가능한 이상사회를 염원하는 유토피안들...

 

그러나 문제는 겉으로는 이상주의자인척 하지만, 속내는 자본주의체제로 뛰어들어 일확천금을 긁어모으고 싶어하는 강력한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겉으로는 무심한듯 하지만 언제나 s라인, v라인의 우렁각시와 환상적인 연애를 꿈꾸고 있는 존재가 진국남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얼마든지 인정한다. 이 글자체가 내 신세한탄에서 비롯된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니깐)

 

믈론 연애시장이 전적으로 자본주의와 같진 않다. 연애시장에선 얼마든지 혁신 벤처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횡포만 탓하지 말고 얼마든지 혁신노력을 하면 결실을 볼 수 있는 것이 또 연애이기 때문이다.

 

혁신노력을 하지않는 진국남을 탓해도 좋다. 다만 너무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진 말았으면 한다. 개중에는 스스로 껍질을 깨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스스로 껍질을 깨어 병아리가 되도록 도와달라는게 아니라, 밖에서 망치로 후려쳐서 계란후라이로 만들지는 말아주었으면 하는게, 진국남 환상에서 벗어나려 용쓰는 나같은 찌질이의 바램이다.

 

p.s. 나름 혁신노력을 통해 어찌어찌하여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아리따운 처자를 만나, 핑크빛 연정을 꿈꾸었는데, 알고보니 그처자는 나보다 연배가 훨씬 높은 유부녀였다. 노력의 결과물로 불륜이 탄생될뻔한 아찔한 상황을 거치며, 조금씩 껍질을 깨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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