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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 근처는 이렇다네요

 

현지 시찰을 떠납니다. 먼저 간 곳은 집근처 레스토랑 거리.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 시간대(점심시간)에는 모든 레스토랑들이 혼잡한데, 겨우 영업중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주차장에 차가 없었어요. 분위기 완전 한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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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한 바미얀(중화 패밀리 레스토랑)

 

차가 한 대 서 있어서 겨우 영업중임을 알 수 있지요. 

 

필자도 가끔 이용하는 가성비 최고의 야끼니꾸집까지 똑같은 상황.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금 무서운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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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는 줄서야만 먹을 수 있던 가게지만,

지금은 영업 중인지 모를 정도 한산하네요.

 

한편 필자가 가끔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인 '브론코빌리'는 아예 휴업을 선택했지요. 가게에 오는 손님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배달서비스도 포장서비스도 안 되기 때문에 그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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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에 들어간 브론코빌리

4월 말까지라는데 아마 연장되겠지요

 

이렇게 레스토랑 거리가 한적하고 쓸쓸한 것과 대조적으로 사람으로 붐비는 데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편의점입니다. 점심을 사러 온 손님들이 몰려온 모양. 코로나 감염을 피하려면 사람이 안 몰리는 데로 가는 게 중요한데 이 정도면 한가한 식당에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긴급사태입니다. 식당은 혼잡할 테니 도시락을 사 먹는다. 모두가 하나 같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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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때 편의점은 차로 꽉 차 있습니다

 

편의점 뿐 아니라 슈퍼마켓도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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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주차장도 차로 꽉 차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긴급사태임을 실감케 한 것은 한산한 도로였습니다. 평소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차가 잇따라 앞질러 가는 길의 한가운데를 달릴 수 있는 느낌은 쓸쓸하면서도 상쾌합니다.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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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많은 차들이 오가는 도로는 긴급사태입니다.

 

비교적 새로 개발된 상업시설(라라포토 카시와노하)이 있어서 들러봤어요. 여기는 영업중인 슈퍼도 있어서 어느 정도 손님들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종합 상업시설은 역시 그 종합성을 발휘해야 손님을 모을 수 있는 모양이지요. 긴급사태임을 잘 느끼게 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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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한산한 라라포토 카시와노하(ららぽーと柏の葉)는 처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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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자전거 주차장도 이렇게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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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점포만 영업을 하는 탓인지 손님이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관내 전체가 어두운 것이 쓸쓸한 분위기를 고조시키지요

 

마스크 수급은 긴급사태선언이 나오기 전부터 어려웠고 아직도 개선의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이지요. 필자 집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에도 재고가 없었고 비교적 규모가 큰 약국 겸 슈퍼에도 품절이네요. 사람들은 어디서 마스크를 사고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필자는 아직 재고가 남아 있어서 급히 살 필요는 없는데 당장 필요한 사람들은 어떡할 건지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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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마스크 코너

 

“1인당 1개씩” “마스크는 품절”이라는 표시가 눈에 띕니다. 원래 화분(꽃가루)대책을 내세우던 마스크 코너인데 코로나 때문에 뜻밖의 특수를 누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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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약국 겸 슈퍼의 마스크 코너

 

상품 진열대 바닥에 마스크 입하 관련 공지가 붙어 있습니다. 마스크 품귀현상은 어디든 다를 바 없는 모양이네요.

 

중간에 있는 공원에 살짝 들렀습니다. 나들이객이 있긴 했지만 역시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던 것 같아요. 레스토랑의 한산함을 봤을 때도 그랬는데, 이렇게 인적이 드무니 감염 위험이 낮을 거라 생각해 들른 것이 아닐까 싶네요. 사람이 없는 틈을 탄 스트레스 풀기, 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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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밀도가 낮은 간극을 노려 나들이 온 사람도 있어요

 

 

2. 역에 도착~먼저 서쪽부터~

 

자전거를 타고 카시와역(필자의 집 주변에 있는 번화가)으로 향하던 필자. 전철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지요. 집에서 카시와역으로 접근하려면 남쪽에서 진입해야 하는데, 이 길은 24시간 365일 차가 막히며 보행자들 역시 많이 오가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긴급사태가 선언된 직후인 이날은 마치 고질라가 전철역 인근을 모조리 쓸어버린 느낌. 정말로 놀랐을 때에는 “와~!” 소리는 안 나고 “어…”라고 중얼거린다는 걸 알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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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역으로 접근하는 길이 이렇게 한적한 건 처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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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역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육교 위에서

오른쪽이 JR선이고 왼쪽이 도부(東武)선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심상찮은 분위기, 먼저 카시와역 서쪽으로 가봤습니다. 이쪽에는 카시와역 인접 상업시설로서 가장 큰 '타카시마야(高島屋) 스테이션몰'이 있지요. 아무리 임시휴업 중이어도 스테이션몰 주변이 이렇게나 쓸쓸한 분위기인 건 스테이션몰이 생긴 이래 처음이에요. 외출하는 사람 자체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상황. 오로지 한숨만 내쉬면서 스테이션몰 주변을 돌아다니는데도 역시 인적을 찾기가 어려웠지요. 긴급사태선언은 나름 위력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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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쪽에서 바라본 스테이션몰

 

이 계단은 전철역으로 이어지는 연락통로이기도 하니 평소 같으면 꽤 많은 사람이 오르내리지요. 이런 일은 막차가 끊긴 뒤에도 없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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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몰의 후문

영화관도 있고 해서 평소에는 오가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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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 위에서 전철역을 찍은 지점 및 스테이션몰 사진을 찍은 지점

 

 

3. 육교를 건너 역 동쪽으로

 

육교를 건너 카시와역 동쪽으로 이동해 봤습니다. 오르고 내리는 복도를 동그랗게 조성한 육교는 자전거를 탄 채 건널 수 있는데 반대쪽으로 내리는 순간 또 “어…” 소리를 내뱉어 버렸습니다. 이 지점도 상업시설, 식당가, 대형 입시학원 등이 있어서 평소 사람이 몰리는 거리인데도 사람이 없는 겁니다.

 

실은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긴급사태선언이 나왔다고 대도시권과 비교하면 인구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지방도시는 어느 정도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방향으로, 뉴스 보도에서는 소개되지 않는 일본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 기대했었는데, 예측을 완전히 능가하는 허전함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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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를 건너 카시와역 동쪽으로 내려옴

여기도 이만큼 허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좀 더 역 가까이에 있고 상업시설이 모여 있는 곳의 상황은 어떨까. 자전거를 주차장에 세워 보러 갔더니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오가는 사람이 적은 건 마찬가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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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많은 이들이 오가는 거리지만, 그래도 평소 이 거리를 오가는 인파를 생각하면 충격적인 광경임은 틀림없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맹위를 떨치고 있더군요.

 

상업시설(임시 휴업중) 앞 광장의 모습입니다. 평소 같으면 많은 젊은이들로 붐비는 광장에 마스크를 낀 여성분 딱 한 명만 서 있고 핸드폰을 만지는 모습. 영화 속 한 장면 같아서 무심코 사진을 찍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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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럴 리가 없겠지 생각하면서도 서른살을 넘은 필자가 들어가면

경계음이 울릴까봐 무서워서 못 들어가고 있는 상업시설 앞 광장 모습

 

실은 카시와역 주변 번화가는 따로 있고 그쪽으로 가면 그나마 오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한산함이 주는 충격 때문에 계속 시찰할 힘이 안 나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카시와역 동쪽에 인접한 상업시설인 마루이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이번 시찰은 마치도록 하지요(의심하는 분이 있을까봐 부언해 두면 결코 생맥주를 마시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독자분들 상상대로 상황은 똑같습니다. 허전하고 쓸쓸함. 그렇습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자 마자 “역시 그렇지. 이럴 줄 알았어…” 중얼거리며 사진 한 장만 찍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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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이 역시 임시 휴업중

개인 가게만 영업하는 모양이지만 손님이 별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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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와 다른 길로 돌아가 봅니다. 이 길은 라멘집이나 이자카야가 모여 있는 거리라 밤낮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왔다갔다하는데 역시 한산더군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이 정도면 나라 경제가 걱정되기도 하네요.

 

 

4. 열심히 자전거를 탄 뒤 (굳이) 마시는 별미

 

집에서 카시와역까지 갔다 돌아오면 총 20km 정도 될 겁니다. 필자는 '10km 당 생맥 한 잔'이라는 기준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2잔까지 마실 수 있지요. 해피아워 시간 안에 시키면 한 잔에 200엔(≒2,000원)이니 두 잔에 400엔. 일단 나쁘지 않은 가격이지요. 그런데 아무리 어정쩡한 시간대라 해도 손님이 너무 없습니다. 긴급사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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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없는 집근처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에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길래 손에 뿌리고 비비면서 점원분을 기다렸어요

 

자리에 앉았더니 주문은 가능한 한 타블렛으로 하라네요. 요새 외식업계의 추세라고 하면 그런데 약간 살벌한 느낌이 들지요. 거대 자본의 반노동자적 정책이 현실화되는 현장을 직접 본 것 같아 다른 의미에서 쓸쓸한 느낌이 들었는데 친구가 말하기로는 오히려 패밀리레스토랑들이 알바생을 구하기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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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맥주만 시키는 것은 약간 꺼려져서 찾아봤더니 감자튀김&카라아게(일본식 치킨) 플레이트가 199엔. 실제 상품이 쿠폰에 표시된 사진대로라면 가성비 오케이입니다. 바로 터치 앤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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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잔은 거의 원샷으로 마셔 버리고 두 번째 잔을 마시는 도중에 감자튀김&카라아게가 나왔습니다. 좀 더 천천히 마셨으면 싶기도 하지만 적당한 운동을 한 뒤에 눈앞에 나온 생맥주를 무시할 수는 없지요. 우연히 10% 할인권을 갖고 있으니 생맥 두 잔에 안주까지 해도 600엔이 안 넘지요.

 

지방도시 시찰은 대략 이상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번에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필자가 알바를 하고 있는 학원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고 느낌도 평소와 다르겠다는 예상이 들어 글을 하나 좀 써 볼까 싶었는데 딱히 문제도 안 생겼고 온라인이라는 생소함을 빼면 평소와 다를 바 없었어요. 한마디로 “노잼”. 일단 교실 사진만 찍고 왔으니 분위기만 봐줬으면 다행입니다. 학원은 지방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규모로, 한 교실 당 10명에서 20명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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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전에 학생들이 원격 교실에 모이기 시작하는 모습

인터넷은 참 고마운 것 같더라고요

 

 

[후일담]

 

한국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키린맥주가 새로 출시한 과실주를 보내 달라고 했어요. 연락을 받고 바로 슈퍼에 가서 두 박스(24개입×2)를 사서 우체국에 갔지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선편은 아예 안 되고 EMS나 SAL편만 되지만, 언제 상대방에게 배달이 될지 확언할 수 없다네요. 우체국 직원분은 말을 돌려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분간 국제우편은 부치지 말라는 소리지요. 어쩔 수 없이 집에 다시 왔습니다. 지금 필자 집에서는 캔츄하이 2박스가 한국으로 배달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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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찾아간 우체국

 

코로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접수대에 비닐 방어막이 달려 있네요. 요새 편의점이나 약국 계산대에도 똑같은 형태의 방어막이 달려 있습니다.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단 아마 낫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