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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지향적 문화가 양산하는 ‘라오반’

 

누구든 성공을 이루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문화적 특성에 따라 각 사회에서 성공의 의미는 다르게 해석된다. 보편적으로 ‘부’는 성공을 의미하지만, 어떤 문화권에선 청빈한 수행자를 더 성공한 삶으로 본다. 혹은 ‘장인’, 즉 특정 분야에 일생을 바친 전문가가 재산으로 치환되기 힘든 명예를 얻기도 한다. 

 

중국에서 성공이라고 하면 무얼 뜻할까? 내 생각으론, 중국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란 권력자, 즉 집단에서 제일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역사적으로 황제가 되기 위한 지난한 과정, 그 이후의 모반과 숙청에 있어 중국인들은 엄청난 희생도 당연시했다. 봉건제라는 것도 자기 지역 안에서는 왕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윗자리 놀음의 변종이었다. ‘군신유의’ ‘장유유서’ 같은 말을, 먼 땅의 우리는 윤리적 교범으로 받아들였지만, 당대의 중국 상황을 보면 지독한 권력다툼 대신 현재의 질서를 인정하여 안정을 도모하는 현실적 술책으로 읽힌다. 세력이 생기면 사병을 모아 지역의 호족이 되고, 별의별 왕호를 받아 맹주로 군림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모반으로 이어지는 역사가 중국에는 면면이 이어진다. 이런 배경을 갖지 못한 실력자에겐 강호 무협의 ‘천하제일인’이란 소설적 몽상이 주어졌다. 왜 그리 천하제일이란 칭호를 굳이 갖고자 하는지, 어릴 적 무협지를 읽었을 때 나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서민들이라고 욕망은 다르지 않다. 중국어에 ‘라오반(老板)’이란 말이 있다. 회사나 가게의 ‘사장님’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말인데, 만약 이런 형식적인 테두리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그때엔 ‘큰형님’ 곧 ‘따꺼(大哥)’가 이를 대신할 것이다. 라오반, 따꺼는 그러니까 민간 집단에서의 어떤 우두머리, 권력적 지위에 있음을 칭하는 말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어원에 의하면 ‘라오반’은 남방 지역에서 유래했고, 북방에선 ‘장궤이(掌柜)’란 말을 많이 썼으며 가게 주인 느낌이 더 강하다)

 

왜 가수가 실력을 쌓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돌아와보자. 중국 가수들은 돈을 벌고 난 후엔, 당연하게 ‘우두머리’ 노릇을 하려는 풍조가 강하다. 프로듀서라는 그럴듯한 명칭을 붙이거나, 종합 엔터테이너란 말로 방송가와 영화계에 기웃거리면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활동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가수가 유명해지면 음반 프로듀서를 맡고, 나이 차도 얼마 안되는 연습생들 오디션을 봐주러 다니는 모습이 중국에선 그리 낯설지 않다. 우리도 심사위원 연령이 낮아지고 있지만, 연습생 생활까지 포함하면 경력은 꽤 길다(대표적으로 보아가 그렇다). 그러니까 유명해지고 나서 음악 활동은 소홀하고 곁가지에 신경쓰며 세력을 넓히는 권력 지향적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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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i_3591722’의 랭킹 영상에서 2000년생 아이돌에 대한 위 코멘트는 이렇다. “현 인기 아이돌 멤버. 팬들은 ‘듣자마자 꿇게 되며, 걸어다니는 CD의 힐링 보이스’라고 하지만 그 본질은 쌩목+무기술+무개념+가창력 제로의 듣보잡. 지금은 노래 쪽은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댓글에서도 변호가 없으며 그나마 ‘그래도 가수 했는데 너무 낮잖냐’ 정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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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한국 가수 랭킹에서는 낮은 순위라도 변호할만한 여지가 있다. ‘accelostorder’는 서현에게 D를 매기면서 한국 아이돌의 일반적 수준이라고 했는데, 이특에 대한 코멘트에서도 동일한 관점을 유지한다. “…한국의 강대한 연예인 훈련 시스템에 의해, 그들은 최소한의 라이브 기본기와 안정성을 보편적으로 갖추고 있다. 때문에 노래 모르는 사람들이 아이돌에 가지는 고정관념에 비해 일반적으로 훨씬 뛰어난 라이브 실력을 보여준다. 현 상황을 놓고 말하자면 이렇다. ‘한국 아이돌은 노력에, 일본 아이돌은 기술에, 중국 아이돌은 은폐에 의존한다.’“)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은 아무리 인기가 있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엔 소속사 방침을 따라야 한다. 상대적으로 중국에서는 인기 가수의 소속사 계약관계가 잘 지켜지지 않으며 위약금을 물어서라도 스카웃해버린다. 그 과정에서 가수가 사장보다도 더 큰 권력, 즉 실질적 ‘라오반’의 지위를 얻게 되고, 소속사도 패션 사업 런칭 같은 수단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시도가 늘게 된다. 이런 가수들이 다른 사람 조언을 잘 들을 리도 없으니 연습에 소홀하여 점차 퇴화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젊은 가수들이 ‘과학적인 발성법을 익혔다’ ‘실력이 갈수록 향상된다’는 지적을 많이 들을 수밖에 없다. 

 

이런 비판점의 주 대상은 2000년대 이후 기획사 시스템을 등에 업은 젊은 가수들이다. 이제는 중견급이 된 예전 가수들은 그래도 기본적인 음악성에 문제가 있진 않았다. 나이 들며 기량이 하락하는 건 사실 당연한 현상이고, 생존경쟁이 심하지 않았던 예전의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잘못도 아니다. 그러나 가수로 데뷔한 후 발빠르게 엔터테이너의 길에 들어서고, 인기와 수익만을 위해 시덥잖은 음원을 내놓는 이들은 중국 가요계의 실력을 크게 훼손시켰다. 이들의 인기가 클수록 후배들이 그 성공 방식을 답습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SM 아이돌로 데뷔했다가 중국으로 간 사례도 이 악순환에 일조했다. 그래도 중국 아이돌보단 기본기가 더 낫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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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버전 한국 가수 랭킹의 제작자 ‘蓝澈大人’는, 2019년 만든 중국어 가수 랭킹 영상에서 크리스에 대해 이렇게 비꼰다. “중국어권 남자가수 중 가장 저평가된 인물 중 하나(물론 아주 조조조금). 만약 당신이 전기가 계속 지지지직 거리는 듯한 창법으로만 그를 기억한다면, 그건 저평가한 거다. 그래도 시스템의 훈련을 거친 사람 아닌가. 그가 진지하게 노래에 열중할 때엔 그래도 음색 덕분에 노래방 최고수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권력 지향성의 문화 특성 때문에 ‘라오반’을 지향하고, 그래서 중국 가수들의 실력 향상이 더디다고 설명했지만, 예외도 찾을 수 있으며 다르게 해석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어쨌든 중국 가수들, 특히 젊은 가수층에서 가창력을 심화시키는 노력이 한국에 비해 약하다는 건 중국 팬들부터 비난에 앞장서는 고질병이고, 한국 대중음악이 결코 산업적으로만 발전하지 않았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본다.

 

어쩌면 당사자는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음악에 힘을 쏟고 싶더라도 그런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슈퍼주니어-M(중국 활동 유닛) 출신의 헨리가 홀로서기 이후 보여준 음악적 향상을 보면, 물론 개인 역량의 차이가 크겠지만, 음악성을 중시하고 이를 더욱 고무시키는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중국 대중가요계의 상업성 우선 풍조를 더 큰 문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홍콩이 중국 연예계를 망쳤다?

 

1997년 홍콩의 중국 귀속 이후, 이전에도 왕성했던 홍콩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은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시장 경제의 걸음마 단계였고, 방송 부문은 경직된 사회주의적 프로파간다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개방화와 더불어 아시아 선두주자였던 홍콩의 연예 기획 관습이 별다른 저항 없이 전파되어 왔고, 홍콩 귀속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대륙에 이식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건 당시 홍콩을 주름잡던 곤석이나 폴리그램 등의 음반사가 설립되는 형식적인 변화가 아니라, 홍콩 연예계의 관습이 대륙에 이전되었다는 문제다. 80~90년대 전성기에는 홍콩영화 하나 히트하면 아류작이 마구 쏟아지는 폐단이 있었다. 이때 한국이 홍콩영화의 주요 시장이었기 때문에, <동방불패>의 임청하가 보여준 중성적 이미지가 인기를 끌자 <추남자>처럼 아예 남성 캐릭터로 만든 액션물이 나오기도 했고, 왕가위가 이를 두고 쓴소리를 하는 등 고질병이 심각했다. 

 

대중음악계에서도 비슷했다. 탤런트든 영화배우든 인기가 있으면 일단 음반을 내는 건 당연했다. 주윤발, 양조위도 음반을 냈었는데 본인들은 두고두고 흑역사로 여긴다. 반짝 인기에 호응한 음반 발매가 성황일 수 있었던 것은 홍콩 뿐만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이르는 중국어 문화권의 기본 수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대륙까지 더하면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물론 홍콩에도 임억련(林忆莲)처럼 가수에만 집중하고, 매염방처럼 전 영역에서 능하며, 또 유덕화처럼 꾸준히 가창력을 향상시켜 온 경우들이 있다. 나름 각자의 영역에서 음반에 정성을 기울였고 이는 홍콩 가요계의 질적 하락을 막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이 회사와 조직(?)의 수익성을 우선하는 음반 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킬 순 없었다. 스타성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에 발빠르게 맞추는 음반 제작 행태가 만연하면서 상대적으로 음악가들의 입지는 취약해져 갔다.

 

이런 관습은 중국 대륙에 그대로 전해지게 된다. 앞서 ‘청가상’ 설명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중국 대륙에선 성악-민요-대중가요의 3부문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성악가나 민요 가수의 인기가 대중가수 못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 수요에 따른 음반 발매란 개념이 드물어 음악에 대한 접근이 지나치게 진중한 편이었다. 그러나 홍콩 대중가수들을 시작으로 대륙에 대중음악이 보급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인기만 보고 대충 만들어도, 노래 연습 따위 안하고 립싱크만 해도, 심지어 옛날 곡을 리메이크도 아닌 짜깁기 ‘재수록’을 해도 CD가 팔리는 꼴을 보고, 우후죽순처럼 음반사와 연예 기획사들이 설립돼 돈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은 또한 한류의 첫 전파 시기로 <대장금>과 이정현이 광풍을 몰아치던 때다. 이정현의 인기곡은 전부 중국어로 리메이크됐는데, 정수문(鄭秀文)의 인기곡 3곡이 모두 여기서 나왔다. 아직도 정수문 곡을 오리지널로 알고 있는 중국인도 꽤 많다. 번안곡 내지는 불법 표절의 범람은 중국 연예 시장이 음악에 대한 고민 없이 상품성만 고려한다는 고질적 병폐를 드러낸다. 좌우지간 인기가 있을 것 같으면 무조건 내다 팔고 보는, 그러면 광대한 중국 시장에서 어떻게든 돈이 되는 방식이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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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가수 랭킹을 만들었던 ‘accelostorder’의 또다른 역작. 중국에서 번안된 한국 가요들을 조사해 만든 43분짜리 영상으로 38곡이 수록돼 있다. ‘천년의 사랑’ 같은 리메이크곡과 불법 표절곡이 구분돼 있지는 않지만, ‘이게 한국 노래였어?’라는 반응에선 차이가 없다. 한류에 비판적이었던 가수가 실은 한국 노래로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반응을 볼 수 있다. 39만 정도의 조회수에 비해 3만4천여 영상댓글이 달리고, 텍스트 댓글로 표절 고발과 논쟁이 가열차게 이어진, 랭킹 영상보다도 더 적극적 참여도가 큰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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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부터 번안된 중국어 노래들-링크)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된 어디서나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다만 중국 음악 시장에선 그 시작 시기를 너무나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원흉으로 홍콩 연예계를 지목하는 것이다. 체계적 보컬 연습에 의해 가수를 양성하지 않고 스타에 의존하다 보니, 이후 중국 대중가수들의 창법도 중구난방이 되고 전성기가 짧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 대중음악 시장이 이처럼 병폐로 물들어버렸기 때문에, 꽤 시간이 지난 지금 산전수전 겪으며 살아남은 홍콩 중견 가수들의 실력이 오히려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나온 실력 있는 중국 가수들은 인구 규모로 보면 정말 이상할 정도로 적고, 소위 비주얼 가수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박난 후 이를 본딴 오디션 프로그램과 <보이스 오브 차이나>가 등용문이 되어, 실력 있는 젊은 가수들이 데뷔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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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오베이나(姚贝娜)는 2008년 청가상 수상자이면서도 2013년 <보이스 오브 차이나>에 나와 8강까지 들면서 실력과 대중성을 모두 확인받은, 1981년생의 젊은 가수였다. 곁눈질 없이 가수 활동에 집중하여 꾸준한 실력 향상을 보여주었고, 80년대생을 통틀어 최강자이며 곧 국대급 선배들을 뛰어넘을, 또는 이미 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5년 그녀는 암으로 세상을 떴다. 너무나 아쉬운 인물.)

 

개인적으로는 자료조사를 하며, 원래 있던 국뽕 경향이 더 강해진 느낌이 든다. 이전부터 소향 리액션을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편이었는데, 요즘 <비긴 어게인>을 보면 <복면가왕> 시기보다 더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느낄 수 있다. 또 <바람이 분다>를 내놓았던 젊은 시절과 비교하면 이소라에게서 훨씬 평온해진 인생관을 느끼게 된다. 이런 변화와 향상이 일부의 특징이 아니라, 소위 S급이라고 할만한 가수들 전반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후배 가수들이 안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성대가 노쇠해진 가수들은 창법을 바꿔가며 어떻게든 기량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렇게 해야 가수로서 인정받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중국 댓글에서는 ‘한국에선 가수도 충분히 존중받는다’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번 글을 쓰며 이해가 되었다. 한때 딴따라라며 격하시켰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가수라는, 연기자라는 직종의 본질에 충실한 그들을 존중해주고 있는 것이다. 운이 없어 인지도가 낮고 생활고에 시달리더라도 사회적 존중 자체가 부실한 건 아니다. 

 

(한국 프로그램 표절이 빈번한 중국이라도 <비긴 어게인> 같은 프로그램은 손대기 어렵다. 늘 컨디션 관리가 되어 있는 가수들이 세대별로 확보되어야 하고, 짧은 연습으로도 수준 있는 음악을 만들어낼 뮤지션도 있어야 한다. 야외에서 고품질의 사운드를 얻어내는 음향기술, 현장의 풍경을 뮤직비디오 못지 않게 활용하는 연출은 방송사의 역량이다. 이런 교집합을 중국 방송가에서는 이뤄내기 힘들다. 헨리가 영화 찍느라 바빠서 악기와 루프 스테이션 연습을 소홀히 했다면, 보컬 관리를 외면했다면 반나절에 ‘Believer’ 퍼포먼스를 완성해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헨리의 <비긴 어게인> 출연은 한국 음악 프로그램의 수준을 알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중국인이 매긴 한국 가수 랭킹은 재미로 보면 그만이다. 그 속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는 건 독자의 몫이다. 일차적으로는 한국 가수의 실력, 연예산업의 발전 등을 지적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왜 애써 시간을 써가며 이런 영상을 만드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한국과 다른 중국 연예계에 대한 비판, 나아가 사회 비판의식이 내재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하나 더 나가보자. 당신이 임영웅처럼 유명가수가 되었다면, 중국과 한국 중 어느 나라 가수이길 원하겠는가?

 

중국 가수라면 큰 노력 없이도 상당한 부를 얻고 또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가창력은 더 키울 필요 없고, 대신 관가에 좀더 가까워지려 노력하면 교수직 하나 정도 얻을 수 있다. 부를 좀더 쌓고 싶다면 기획사 사장님을 하든, 연기를 하든, 방송 패널로 진출하든 기회는 많다. 설사 안된다고 해도 욕심만 내려 놓으면 일생이 편안하다.

 

한국 가수라면 상당한 부를 얻게 되더라도 유지가 힘들다. 경쟁이 일상이기 때문에, 조금만 소홀하면 초심 잃었다는 악플을 보게 될 것이다. 싱싱한 젊은 후배들이 금방 치고 올라오며 괴물 같은 선배들은 갈수록 회춘한다. 실용음악과 교수든 보컬 레슨이든 다 경쟁의 연속이라, 자리 구하기도 힘들고 실력 없다는 소리 나오면 밥줄이 끊긴다. 다 내려놓고 음식점을 해도, 이조차도 경쟁이라 맛 없으면 금세 망한다. 왜 이젠 가수 안하냐는 소리에 민감해하지 않으려면 마음공부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기준을 달리 하면 한중 가수의 비교에서 전혀 다른 결론도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문화와 관습이든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단지 그 장단점을 어떻게 최대화하고 또 줄이는가가 관건일 뿐이고, 상황에 따라 단점조차도 기꺼이 감수할만큼 장점을 키워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K-Pop의 동향을 보면 다행히도 장점이 훨씬 크게 부각되는 듯하다. 그러니 아직은 국뽕에 조금 취해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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