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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지난 5월 17일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중학교 3학년 선배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였습니다.

 

저는 피해 학생의 부모로서,

그날 이후 사건의 일지를 작성해왔고,

왜 피해 가족들이 상처를 입는지

하나둘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러한 기록과 과정들을 공개함으로써,

향후 저와 같은 피해 가족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특정 다수의 부모님들께

조금이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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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도에 최동훈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범죄 영화에서의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한 지 여실히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시나리오는 평범한 듯하지만, 묘한 긴장감과 반전이 있었고, 무엇보다 각 캐릭터에 녹아든 배우들의 연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현금을 노리는 5명의 사기꾼들의 작전은 성공하는 듯하지만, 의외의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영화는 연속된 반전으로 이야기를 혼돈으로 몰고 갑니다. 그 가운데에 김선생(백윤식)이 있습니다. 성공적인 범죄를 확신했던 그는, 관객과 함께 이 혼돈 속에 헤매지요. 어지러이 늘어진 퍼즐을 맞춰 낸 김선생은 마침내 깨닫습니다. 최창혁(박신양)이 예전에 자신에게 사기당해서 자살한 피해자의 쌍둥이 동생이었다는 것을.

 

아들의 사건이 일어난 후, 사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저, 아들과 와이프를 위로하는 것만이 최선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건을 접하고 나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아들의 사건에 대한 명확한 사실 관계와 상황 인식이었습니다. 아들을 통하여, 전반적인 인과 관계에 대해서는 얘기를 들었지만, 무엇보다 전체의 사실 관계를 포괄할 수 있는 저 만의 상황 인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불현듯 CCTV 동영상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파트 뒤편 공터에서 사건이 발생되었고, 더욱이 사건 발생 시간이 일요일 낮이었기에, CCTV만 확보된다면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사실 관계를 인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경찰은 이미 CCTV 영상을 증거 자료로 채택하여 확보해둔 상황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사건 현장에 갔습니다. 총 5대의 CCTV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중 2대의 카메라가 명확히 사건 현장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확인한 후, 바로 아파트 관리 사무소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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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민이며, 며칠 전 있었던 폭행 사건의 피해 학생의 아버지라는 신분을 밝혔습니다. 관리소장의 결재가 있어야 한다며, 기다리라고 합니다. 마침 관리소장은 부재중이었으며, 오후가 되어서야 문제의 CCTV 영상을 보게 됩니다.

 

폭행 시간대에 맞추어 영상을 봅니다. 다행히, 식별할 수 있는 영상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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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사건 현장 구성도>

 

CCTV 시간 별 내용

(5월 17일, 00아파트 뒤편 공원)

 

13:00

 

아파트 뒤편 공원

 

13:05

 

겁먹은 표정으로 아들이 등장, 그리고 나머지 학생 무리들 등장

 

13:10

 

아들은 고개 숙이고, 뒷짐 지고 있으며, 가해 학생 2명이 아들 앞에 서 있음.

담배 피우던 가해 학생, 아들에게 담배 연기를 내 품으며, 1차 폭행,

아들은 휘청거리며, 다시 제자리로 원위치, 그러고 나서 2차 폭행.

그 옆에 있던 여자 학생들 담배 피우며 웃음

 

13:15

 

아들이 카메라 사각지대로 이동, 가해 학생들 3차 폭행,

아들 친구 또 다른 가해 학생에게 폭행 당함

 

13:25

 

경찰 출동, 아이들 모두 일렬로 세움

 

13:30

 

폭행 가해자, 피해자 경찰 조사, 추가 경찰 투입(여자 경찰), 가해학생들과 경찰과 실랑이 (가해 학생들 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 지구대 미 동행

 

13:40

 

아들을 폭행한 1명(실제 4명), 아들 친구를 폭행한 2명, 총 5명이 지구대로 이동

 

 

폭행의 장면들이 고스란히 영상에 남아 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법을 떠나서, 내 손으로 응징하고 싶은 충동이 일렁였습니다. 내 아이가 당한 고통을 똑같이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지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아들이 느꼈을 공포감과 모멸감이었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대략 20명 가까운 인원 중, 아무도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 무리 중에는 타 학교 여중생도 있었습니다. 아들이 폭행 당했을 때, 옆에 벤치에 앉아 담배 피우며, 가해 학생들과 웃으며 춤추는 모습들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다짐했습니다. 너희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CCTV 영상을 본 후로, 견딜 수 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렸습니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았으며, 며칠 밤을 잠을 이루지 못했고 아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영상들이 제 뇌리 속에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분노와 울분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는 결국 정신과에 상담을 통하여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상을 확인하고 나서부터, 모든 상황들에 대한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아들이 저에게 얘기했던 내용들, 폭행 가해 학생의 이름, 구체적인 폭행 방법, 폭행을 하면서 했던 말 등. CCTV 영상과 대조하며, 아들과 함께 상황을 재연했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범죄를 재구성했습니다.

 

제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들을 면밀히 조사 분석하여 그날의 시나리오를 재구성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아들은 금번 폭행 사건에 대하여, 학교에서 사실 조서를 작성을 할 것이고, 그 사실 조서를 바탕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질의에 대한 답을 할 것이며, 경찰서에서 피해 조서를 할 예정입니다.

 

즉 아들은 그날의 불편한 기억들을 계속적으로 소환하여 진술을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날을 회상하는 불편함과 괴로움으로 행여나 본인도 모르게 다르게 말하거나, 기억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모든 조서, 진술서에서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증거와 함께 목격자,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저는 아들과 함께 폭행 당한 친구와의 전화 통화를 통하여, 저의 아들과의 상황 진술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들 친구와의 통화 녹음을 통하여, 향후 가해 학생들이 허위 진술 시 별도의 증거자료로 사용할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 피해 학생이라 하더라도, 계속되는 조사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면, 제3자가 판단했을 때, 실체적 진실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로 제가 아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또한 그날의 사건을 완벽하게 꿰고 있어야, 향후 학교와 교육지원청, 경찰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아들이 겪은 그날에 대해서, 다른 누구보다 아빠인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제가 아들의 폭행 영상을 직접 봤다는 사실을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알고부터는, 함부로 금번 사건에 대해서 단정 짓거나,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에게 상황에 대해서 물어봤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알고 있는 상황과 그들이 인지하는 상황이 동일 한 지를 계속적으로 확인합니다.

 

만약에 자녀들이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이 되었다면, 폭력에 대한 원인부터, 과정들을 부모님들이 모두 아셔야 합니다. 상황에 대한 사실 관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학교와 교육지원청, 경찰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가해 학생, 피해 학생의 진술로만 의지합니다. 즉,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한 채, 그저 진술 조서 만으로 판단합니다. 그들을 압도할 수 있는 사실 관계에 기초한 상황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우리 아이의 상처를 함부로 왜곡하거나 축소할 수 없습니다.

 

제일 먼저

 

① 자녀들의 휴대폰을 확인하십시오

② 메신저의 모든 내용들을 캡처 하고 저장하셔야 합니다.

③ 신체 폭력이라면, 주변의 CCTV 영상을 확인하십시오

④ 목격자가 있다면 목격자의 진술 확인(통화 녹음)도 필요합니다

⑤ 모든(학교 선생님, 교육지원청 장학사) 통화 내용은 녹음하십시오.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경찰과 학교, 교육청이 해주지 않습니다.

 

부모님들이 상황 인식이 명확히 되지 않을 경우에, 추후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어렵습니다. 자녀의 진술로만 의지했다가는 나중에 다른 반전의 진술로 상황이 역전될 수 있습니다. 어렵겠지만, 자녀의 진술과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인식해야 하고, 사건 처리 과정을 리드해야 합니다. 아무도, 실체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상황 인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들의 피해 사실만 호소하다가는 나중에 또 다른 반전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학교 폭력 피해 가족들은 또 다른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Tip: CCTV 동영상 열람하는 방법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CCTV 동영상을 열람(저장은 안 됨) 하는 것도 절차가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파트 입주민이었기에 별도의 내부 절차를 통하여 열람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되도록이면 경찰을 대동하여 열람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만약에 경찰과 대동하지 않고, 열람하게 된다면, 추후에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학교 폭력 관련하여 중대한 증거 자료로 판단이 된다면, 경찰을 통하여 증거 채택으로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Tip: 피해 사실만 있고,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 영상이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 목격자,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말만 듣고, 상황을 인식하였다가, 나중에 사실과 다른 진술로 인하여, 상황이 반전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수집한 증거와 정보들을 조합하여, 육하원칙에 따라 상황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또한, 진술의 일관성 또한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처음 작성하는 사실 확인서, 경찰의 피해자 진술서는 향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중요한 증거 자료 및 경찰에서 범죄 사실을 소명하고 판단하는 증거 자료로 쓰입니다.

 

부모님들이 전체적인 학교 폭력 상황을 인지하신 후, 일관된 진술이 될 수 있도록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셔야 합니다. (육하원칙에 따라)

 

 

필자 주

 

학교 폭력에 대한 사례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화되고 있습니다.

 

   혹시나

주변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사례들을 들으셨거나,

경험이 있으시다면,

someofsea@naver.com 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폭력의 사례들을 구체화, 정리하는 작업을 통하여,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1) 후불제장례전문회사 주식회사 직장(www.ziczang.com, 24시간긴급장례의전센터1599-9093) 대표
(2) [학교폭력 부모바이블 1] & [아빠가 되어줄게] 저자
(3) [이해준학교폭력연구소] 소장 https://blog.naver.com/leehaejune_lab)
(4) 유튜브 [이해준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