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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반 사회에서도 불법 복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군사 분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이런 불법 복제가 만연하다. 하긴, 당장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인데, 무슨 짓인들 못할까? 적이 총을 만들면, 그걸 베껴서 총을 만들어 싸워야하지 않을까?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이 왜군의 조총을 복제하기 엄청난 노력을 했던 걸 생각해 보라. 이순신 장군도 정철총통 같은 걸 만들면서 조총 복제에 앞장섰다)

 

군대를 보면, 이런 식의 불법 복제가 비일비재하다. 살아야 하기에, 당장 이걸 만들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게 뻔하기에 군대에서는 이런식의 복제, 불법 복제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공대공 미사일인 AIM-9 사이드 와인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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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F/A-18 호넷에 장착된 사이드 와인더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는 주력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다. 서방세계는 대부분 단거리는 사이드 와인더, 중장거리는 암람 혹은 스페로를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능력이 되는 나라들은 저마다 자체 개발을 해서 달기도 하는데, 기본 옵션이 사이드 와인더, 암람이라 생각하면 된다) 

 

 

2.

2차 대전 때까지 공중전에서 활용되는 무기는 기관총, 기관포였다. 즉, 전투기 조종사들의 화려한 기동으로 적의 꼬리(‘Dead 6’ 적의 후미를 잡은 경우)를 잡고, 기관포로 격추하는 거였다.  

 

(요즘 시대는 미사일의 추력과 기동성이 어마무지하게 좋아졌고, 전자기기의 성능이 월등히 향상되는 통에 파일럿의 HMD. 그러니까 Head Mounted Displayrk가 발전하는 바람에 고개돌려서 조준하고, 그게 락온이 되면 미사일이 알아서 날아가 격추된다. 심지어 동료 기체들의 데이터 링크를 통해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한다. 세상이 점점...)

 

2차 대전 때 전투기들은 아직 미사일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순전히 전투기 조종사들의 기량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공대공 로켓 같이 무유도로 발사되는 로켓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유도를 할 수 없기에 이 역시도 조종사의 사격술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자들이 알아서 쫓아가는 무기체계를 생각하게 된다. 조종사가 조준하면, 로켓이 발사되고 자동으로 쫓아가 격추하는 물건. 바로 미사일이다. 

 

이를 위해 무선조종 방식도 생각해 보고, 유선유도 방식도 고민해보고(오늘날 대전차 미사일 토우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라), 레이더파도 고민해 보고, 적외선 유도 방식도 생각해 보게 된다. 

 

미사일이란 개념이 나온 직후부터 수많은 과학자들은 적외선을 활용한 유도방식을 고민하게 된다. 이유는 아주 간단한 게, 제트 전투기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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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내놓은 ME 262 슈발베. 이 제비 한 마리가 일으킨 파장은 대단했다. 속도가 곧 전투력으로 이어지던 시절, 프로펠러 전투기를 압도하는 제트 전투기의 속도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전쟁이 끝나고 너나할 거 없이 제트 전투기를 준비했던 건 당연한 것일 게다. 

 

이런 상황에서 제트 전투기가 내뿜는 화염에 모두들 주목하게 된다. 

 

 

3.

제트 전투기들은 엔진에서 배기로 열을 뿜어낸다. 일반적인 자연환경이라면 하늘에서 배기만큼 뜨거운 건 없다. 커다란 적외선 신호가 등장한 거다. 과학자들은 엔진에서 나오는 열이 대충 3~4.5마이크로미터(㎛) 대역의 중적외선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만약 여기에 반응하는 유도장비를 만들어서 로켓에 달고 비행기 배기구를 향해 쏘면? 알아서 쫓아가 명중을 하게 되는 비행물체가 탄생하게 된다는 거다. 

 

연소가스를 뒤로 뿜어내는 제트엔진은 적외선 신호를 온 사방으로 뿌려됐기 때문에 세계에서 한다하는 나라들은 저마다 적외선 유도장비 개발에 뛰어들게 된다. 실제로 2차대전 후반부터 많은 기관, 연구소, 개발자들이 미래의 대세는 적외선이다라고 판단하고는, 

 

“적외선 유도방식의 공대공 무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

 

라고 선언하고, 실제로 뛰어들게 된다. 특히 미국은 1945년 이후 군 소속, 기업 소속 가릴 것 없이 무기 좀 만지는 연구소 치고 적외선 유도 방식 개발을 시도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죄다 뛰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MX-904니 AAM-A-2니 AIM-4 팰컨 같은 게 튀어나왔던 게 이 시절이었다. 이 와중에 해군 연구소에서 일하는 민간인 물리학자까지 적외선 유도무기를 만들자고 하니 다들 비웃게 된다. 바로 윌리엄 맥린이라는 물리학 박사였다. 이 사람은 생각이 좀 남달랐는데, 

 

“남들이 다들 고성능 적외선 추적기를 만들겠다고 나서는데, 이게 과연 쓸모가 있을까? 이런 적외선 추적기는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실패할 확률도 높아. 최대한 검증된 기술로 안전하고, 단순하게 가는 게 가장 확실한 길이야.”

 

맥린은 2차대전 당시 잘 써먹었던 HVAR(High Velocity Aircraft Rocket) 로켓에 최대한 작고 단순한 적외선 유도장비를 달아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맥린은 최대한 단순한 구조로 완성하려고 애썼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 왜 그리 단순한 구조에 집착하냐고 질문했을 때, 

 

“복잡한 것을 만드는 건 쉽습니다.  간단하게 만드는 게 더 어렵다.”

 

라고 답한 건 유명한 일화였다. 지금도 엔지니어 업계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그리 쉬운게 아니다. 맥린은 단순한 구조의 적외선 유도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데만 3년이나 걸렸다. 남들 보기에는 맥린이 놀고 먹은 줄 알지만,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만했다(남들이 모두 고성능을 추구할 때 역발상으로 단순한 구조를 떠올리는 것이었으니...).

 

맥린의 연구팀은 황화납을 쓰는 감지기를 만들고, 그 앞에 설치된 레티클이라는 가림판을 고속으로 회전시켜서 적외선 신호가 중심축에서 떨어지면 그 방향을 감지할 수 있는 구조를 고안하게 된다. 이때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훗날 우주 비행사가 되는 ‘월터 쉬라’라는 해군 테스트파일럿이 맥린의 연구소를 방문한다. 이때 맥린이 자신이 만든 시커(Seeker)로 쉬라가 물고 있는 담뱃불의 위치를 추적하는 걸 보여줬다고 한다.

 

 

4.

이렇게 만든 적외선 유도기를 HVAR 로켓에 달아서 1951년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1953년 최초로 표적기까지 격추하는데 성공했다. 이 때 미사일을 쏘면 좌우로 움직이며 표적을 찾아 날아간다고 해서, 비슷하게 움직이는 사막방울뱀의 이름을 따온 <사이드 와인더>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Crotalus_cerastes_mesquite_springs_CA-2.jpg

(요놈이다) 

 

이렇게 <사이드 와인더>를 완성하고 나니, 주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게 된다. 정작 고성능 유도장비를 연구하던 다른 연구진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실패했는데, 뒤늦게 개발에 뛰어들었고, 기술적으로도 가장 뒤떨어진다는 비난을 받던 <사이드 와인더>가 가장 믿을 수 있고, 성능도 쓸 만한 무기체계라는 평을 받게 된다. 결국 AIM-9 사이드와인더는 1955년부터 해군항공대에 배치되면서 세계 최초의 실용 적외선 유도 공대공 미사일이 되었고, 공군도 달리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사이드 와인더>를 사간다. 

 

(미 공군과 미 해군 항공대는 앙숙지간인데, 비슷한 전투기임에도 불구하고 공군은 활주로에서, 해군은 항공모함에서 ‘사출’하는 것이기에 비행기가 소소히 다른 점이 있다. 실제로 해군 항공대의 전투기들은 함상에서의 수리와 정비를 위해 각 파트별로 덩어리가 나눠져 있어서 손쉽게 교환하는 형태로 정비할 수 있게 했고, 해수에 의한 녹 방지를 위한 방염처리를 해야 했으며 80미터도 안 되는 짧은 착함거리에서 강제착륙하기 위해 바퀴도 튼튼하게 박아야 했다. 즉, 해군 항공기들은 ‘비쌌다’. 그리고 그 프라이드도 대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군과 공군은 같은 전투기라도 다른 제식명을 쓸 정도로 기싸움을 벌이곤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꿈같은 일들도 ‘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역시 예산 앞에서는...)  

 

결국에는 최대한 단순한 형태로 개발을 해야 한다던  맥린의 판단이 맞은 거였다. 그래서 무기체계학 분야에서 맥린의  개발은 모범적 사례로 가르치곤 한다. 

 

아무튼 이렇게 미국이 쓸 만한 적외선 유도 공대공 미사일을 만들었다고 하니, 자국산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하던 영국 같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동맹국들은 다들 미사일을 팔아달라고 제안을 넣었다. 당시 미국은 기술 유출을 막는다는 이유로 수출을 철저하게 거절하게 된다. 

 

당연한 소리다. 냉전시대, 최신 기술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할 수 있지만 유출되는 순간, 자신을 목을 조여오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끝났으면 내가 글을 안 썼겠지?

 

이 미사일은 국제정치의 도도한 흐름 앞에서 한바탕 풍파를 겪게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