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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목할만한, 표지 한장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사주간지가 있다. 178년 전통의 이코노미스트다. 

 

아래는 선공개된 다음주(11.28) 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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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을 비롯한 영국,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의 표지를 인쇄해 발매할 예정이란 뜻이다. 이례적이다.

 

타임(The Time)의 경우, 자극적인 표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곤 했으나 이코노미스트는 그렇지 않다. 대체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알리는 정도에서 그치고 필요 이상 호들갑은 떨지 않는다. 

 

이번호는 단단히 각오를 한 듯한 표지를 내 걸었다. 

 

주목해 볼만하다. 

 

2. ‘함께’ 중국을 견제하자는 제안 

“The China Strategy America needs”라는 캐치프레이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연합을 도모하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영국은 홍콩 문제로 중국과 갈등이 있다. 지난 1997년, 영국은 약속대로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며 50년간 홍콩이 자치구로서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요구, 중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은 약속 이행을 거부하고 홍콩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심각한 유혈사태에 접어든 홍콩 시위. 80년대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을 연상케하는 장면들도 여러번 노출되어 우리 국민들에게도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안하무인식 무력 진압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어린 아이와 노인, 심지어 출산을 앞둔 여성들까지 무차별 폭행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구촌의 뜨거운 이슈였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관심에서 멀어진 홍콩은 계속된 중국정부의 일방적인 억압 속에 역사의 그늘에 묻히고 있다.

 

영국은 분노했다. 중국은?

 

영국을 비롯,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일명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라 불리는 국가들(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게 계속 비방하거나 간섭하게 될 경우, “눈 알이 다 뽑히게 될것이다(Eyes will be plucked out)" 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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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가간의 외교에서 이와 같은 무례는 없다. 중국이 일당독재체재 아래 막무가내 외교노선을 선택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쉽게도, 이를 견제할 만한 국가는 미국 뿐이나, 이제 중국은 미국 혼자만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전세계를 상대로, 마치 깡패짓을 하듯 협약을 맺고, 타국에 중화사상을 강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뭉쳐야 한다', 라고 설득한다.

 

그리고 그곳에 한국이 있다.

 

왜 영국은 한국을 포함시켰을까. 

 

3. 어느샌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버렸다 

꼭 저 무리 안에 있어야 하는 걸까?, 혹은, 꼭 저들이 인정해줘야만 선진국인가?, 등 여러 질문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그렇다. 인간은 모두 같다는 전제로 시작된 민주주의지만, 국제정치에서 힘의 논리, 헤게모니는 여전히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저들에게 껴달라 부탁한 적은 없다.

 

어느 순간부터, 흔히 말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시아 유일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정치적인 입지가 있는데다가, 경제 10위에 국방 6위다. 게다가 아시아를 넘어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K팝, K드라마에 성공적으로 운영중인 K-방역까지. 지금 대한민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이자 현실이다. 인정해 달라 애걸복걸해서 인정받은 것, 혹은 스스로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능력을 키워 알아서 인정하게끔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표지는 '대한민국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를 표지 한 장으로 나타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위치를 같이 놓아 동등하게 했고, 일본과 영연방국가를 아래에, 그리고 미국과 한국을 위에 놓았다. 미국과 영국을 연결하는 자리에 태극기가 있다.

 

정확한 의도는 다음주 발간되는 이코노미스트 지의 기사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를 꾸준히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해석이자 임팩트 있는 표지인 셈이다.  

 

4. 대한민국, 리더로 급부상

영국은 외교에 능하다. 소문은 익히 전해진 바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영국에는 외교부와 함께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디피드’(DFID,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라는 정부 기관이 있다.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자하여 전세계 약 100여국이 넘는 국가에 원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18-19C, 자신들의 식민지배로 인해 피해를 받은 국가(현재의 영연방 국가들)를 중심으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고 있다.

 

과거 수 많은 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땅을 개척한다는 명목으로 식민지를 개척해 무력으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지역을 지배하려 했었고, 실제로 오랜기간 통치했다. 그 기간 동안 각종 비인륜적 행위로 해당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있는 나라는 영국 뿐이다. 단순히 지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홍콩 사태다.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압력에 못 이겨 영국으로 올 경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영국 시민권을 주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있었다. 전세계에 있는 52개의 영연방국가가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지가 될 수 있는 이유다.

 

그런 외교전의 영국이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한다. 2017년,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이하면서 BBC Korea를 새롭게 런칭했다. 그렇게 한국에 대한 실시간 보도가 이어진다. K-방역을 세계에 알린 미디어는, 대한민국 언론이 아닌, BBC Korea였다.

 

브렉시트와 맞물려 어려운 시기, 오랜기간에 걸쳐 협의를 한 끝에 영국과 자유무역협정을 가장 먼저 한 아시아 국가도 한국이다. 외교 강국으로 알려진 영국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 먼저 손을 뻗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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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가 보여주는 태극기의 위치는 그만큼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5. 자존심까지 버린 일본의 현재와 한국  

탈아입구(脱亜入欧).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목표는 개화기 이후, 일본이 줄기차게 쫓았던 슬로건이다. 자신들은 아시아인이 아니라 사실 유럽인이었다는 농담을 일본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던 이유다.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이따금 역사왜곡을 하고, 로비를 통해 전범국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일본은 ‘탈아입구’라는 목적을 이뤘고 아시아 중에서는 유일하게 G7국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깨끗하고 예의바른, 부자나라 일본의 이미지는 점점 내려앉고 있다. 위안부, 강제징용 등 식민지 시절의 만행이, 정부나 단체 단위가 아닌,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영수증에 풀칠하고 전자시스템이 없어 수기로 서명을 해야 하는 구시대적 시스템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축통화국이 아니었다면 300% 국가 채무로 부도가 나도 벌써 났을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일본의 하향세와 대비해, 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원조가 없이는 운영이 어려웠던 최빈국 한국은 지금에 이른다. 

 

꼭 어느 그룹에 껴야한다는 목표 따윈 애초에 없었다. 그저 내 나라 잘 되는 것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국민들의 노력와 열망은 한국 성장의 동력이었고 이렇게 성장했다. 인정해 달라 애걸복걸 해서 인정받는 것보다, 스스로 능력을 키워 당당하게 쟁취한 게다. 

 

일본과 비교해서 이겨야만 속이 시원해지는 시대마저 지나고 있다. 

 

그렇다. 한국은 이제 그 짬밥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의 표지를 빌려 이야기했지만, 영국에서 바라본 현재의 한국, 그리고 한국 정부의 위상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