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BAF488D3-18DC-47A7-A6CF-0E63164C72A9.jpg

 

현대의 무기체계 중에서 끊임없이 그 존재가치에 대해 의심을 받는 존재가 2개 있다. 하나는 탱크고, 나머지 하나는 항공모함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그 가치를 의심받아왔다.

 

“조만간 이 무기체계가 사라질 수도 있다.”

“다른 값싸고 효과적인 무기 체계에 의해 ‘도륙’ 당할 수 있다.”

“백악기 말에 멸종한 공룡처럼 순식간에 멸종될 수 있다.”

 

 

0.

 

중국은 똑똑했다. 냉전시기 소련이 실패한 이유를 ‘무리한 군비투자’와 미국과의 ‘군비경쟁’이라고 판단, 미국과의 군비경쟁을 최대한 억제해왔다. (대륙간 탄도탄 숫자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중국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미국의 ‘항공모함’이었다. 냉전시절 소련의 그것처럼 중국도 미국의 항공모함을 상대할 뭔가가 필요했다. '대국굴기'라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바랴그를 사와 랴오닝을 개조하고, 계속, 그리고 차곡차곡 항공모함 세력을 늘려나고 있지만, 미국의 그것을 쫓아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건 미국도, 중국도, 우리도 다 알고 있다.

 

(랴오닝은 잘해야 연습함 정도로 사용되고 있는 게 맞다. 스키점프 방식의 이함 때문에 무장 장착량에도 한계가 있고, J-15의 엔진추력을 생각하면 역시나 전투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을 한참 밑돌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중국 항공모함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분명 그들은 정규항모를 운영하고 있고,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다만 지금의 입장으로는 미국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걸 말하려는 거다)

 

중국은 1980년대 중국 인민해방군 사령관이었던 류화칭(劉華淸)이 내놓은 “도련(島鍊)전략”에 맞춰 해군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도련전략'은 간단히 말해 '반 접근 거부전략(Anti-Access, Area Denial)'이다. 얼핏 대단해 보이지만, 인류 역사상 수없이 반복된 전략이다.

 

미국의 해군력, 군사력을 맞아서 대양에서 ‘맞짱’을 뜰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전 세계를 다 뒤져봐도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함대를 맥 놓고 쳐다만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지상과 섬들을 연결해 방어거점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함대를 상대한다는 전략이다. 즉, 수세적인 방어 전략이다.

 

도련전략을 구체적으로 나눠보면 3개로 나뉘어진 선이 보인다.

 

line.png

 

제1도련선: 쿠릴열도에서 시작해 일본, 대만, 필리핀, 말레카 해협을 아우르는 중국 근해

제2도련선: 오가사와라 제도,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 근해

제3도련선: 알류산 열도, 하와이, 뉴질랜드 지역

 

이 선까지 미 해군을 밀어낸다는 전략이다. 이미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태평양으로 선회(Pivot to Asia-Pacific)를 선포하고는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선두에 섰던 게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이다. '미국' 하면 항공모함이고, 최고의 전략자산이기에 아낌없이(?!) 남중국해를 비롯해 대만 근해로 항공모함을 밀어 넣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1.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6년, 미국 국가안보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의 미래를 암울하게 진단했다. 이 진단을 모두 담아낸 보고서가 <적색경보 : 미 항모에 대한 위협 증가>란 페이퍼다.

 

핵심은 이렇다.

 

“항공모함은 점점 더 원거리에서 활동하거나 높은 위험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당시 중국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 세력을 타격할 전혀 새로운 접근 방식을 내놨는데, 바로 항공모함을 노리는 탄도 미사일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DF-21D, DF-26 같은 대함탄도미사일(ASBM)이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미 해군의 함재기들은 짧은 거리에서 이륙해 날아가야 한다는 한계를 갖게 된다. 만약 장거리에서 날아간다면? 상대적으로 폭탄 장착량이 떨어질 거다. 결국 항공기를 출격하려면 최소한 중국 연안에서 3~5백킬로미터까진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DF-21D와 DF-26의 사거리는 각각 1500㎞와 4000㎞가 넘는다.

 

굳이 대함탄도미사일을 쏠 필요도 없다. 대형폭격기인 H-6K는 냉전시절 소련의 백파이어가 그랬듯 YJ-12라는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면 된다. 폭격기 항속거리가 3천킬로급이다.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미해군 항공모함이 중국 대륙 2000킬로미터 해상 안에 들어가는 순간 중국 측에선 최대 640발의 순항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을 내렸다.

 

이미 중국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을 추적하기 위해 해상 감시 인공위성인 야오간(遙感)을 쏘아 올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야오간을 육지 탐사위성이라 말했다. 그 이전의 관측 위성들도 모두 과학시험, 국토자원 탐사, 농작물 조사, 재해 방지 등등을 위해 쏘아 올렸다 말하지만 이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야오간에는 SAR. 즉, Synthetic Aperture Radar, 지상감시용 합성개구레이더가 장착돼 있다.)

 

FOREIGN201409091338000381067884286.jpg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항공모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의 보이지 않는 위협이 점점 현실화되면서 항공모함은 중국 연안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 3M22 지르콘을 개발하면서 항공모함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마하8의 속도로 내리꽂히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400킬로미터 내외다. 일각에서는 사거리를 1천킬로미터로 늘렸다는 보도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음속, 그러니까 마하가 안 되는 속도로 날아가는 게 요즘의 대함미사일인데, 8배 이상의 속도로 내려꽂히는 순항미사일이 수백 발 단위로 날아온다면?)

 

미국은 군사적으로 급성장하는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2030년까지 미 해군의 보유함정 숫자를 355척까지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 1척에 16조가 넘어가는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을 찍어내고 있다. 계획된 것 1번함인 제럴드 R. 포드함(CVN 78), 2번함인 존 F. 케네디함(CVN 79), 3번함인 엔터프라이즈함(CVN 80), 그리고 4번함인 도리스 밀러함(CVN 81)까지는 건조계획이 잡혀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니미츠급을 서서히 대체하려 하고 있지만, 문제는 비용대비 효과다. 언제나 그렇지만, 항공모함은 적들에게 가장 위협적이면서 동시에 탐스러운 목표다. 그렇기에 해상 위에 떠 있는 목표들 중에서 가장 먼저 공격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더 위협이 거세지고 있다는 거다. 그 이전까지는 어찌어찌 항공모함의 방어력이 인정할만 한 수준까지는 갔지만, 이제 '방어력'이란 게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1척 당 건조비만 16조이고, 함재기와 탑재된 장비, 그리고 항공모함 전단을 꾸리는 비용을 다 합치면 우리나라 1년 국방예산에 맞먹는 항공모함 전단이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혹은 대함탄도미사일(ASBM)의 위협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거다. 이걸 막아낼 방도를 찾지 않는 한 항공모함의 효용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도 손 놓고 앉아있는 건 아니다. 레일건과 레이저 무기 등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단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은 상징과도 같은 항공모함을 포기해야 할까?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건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LHA 6)을 경항공모함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미국에서야 강습상륙함으로 불리지 다른 나라에 가면 훌륭한 ‘항공모함’으로 분류될 강습 상륙함. 말이 좋아 상륙함이지(만재배수량 45,700톤)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 20대를 실을 수 있는 배다.

 

통상임무 때는 F-35B 10대와 MV-22 12대, CH-53K 수송용 헬리콥터 4대, AH-1W/Z 공격용 헬리콥터 8대, MH-60 다목적 헬리콥터 4대를 싣고 이름대로의 역할을 하면 되는데, 해역 통제임무를 하면, F-35B 전폭기 20대와 대잠 헬리콥터 6기를 싣고 가 경항공모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건 항공모함으로 분류되어도 될 크기다.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이 끌고 간 인빈시블 급 경항공모함이 만재배수량 2만 톤이었다. 영국은 이 좁은 갑판에 해리어와 시킹을 20대 가까이 쑤셔 넣고 달려가 작전을 펼쳤다. 아메리카급은 그에 비하면 정말 훌륭한 항공모함이다)

 

아메리카급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포드급과 같이 비싼 정규항모 대신에 싸고 튼튼한 경항모에 주목하고 있는 거다(아메리카급은 1척 당 4조원이 안 된다). 이미 다종다양한 항공모함 타격수단이 등장한 상황에서 항공모함의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형항모의 숫자를 줄이고 싸고 숫자를 채울 수 있는 경항공모함의 숫자를 늘릴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항공모함은 지금 살길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지금 항공모함은 2차대전 당시의 위용을 찾기에는 말이 아닌 꼴이 됐다.

 

americagwrwr.jpg

 

항공모함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조차도 새로 등장하는 위협 앞에서 대형 정규항모를 어떻게 지킬까를 고민하며 강습상륙함을 경항공모함으로 활용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이게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지 고민해야 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