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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KOREA>

 

작년 4월, 헌재가 형법 제269조 1항 '자기낙태죄', 제270조 1항 '의사의 업무상동의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2017헌바127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자기낙태죄(형법 제269조 제1항):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사의 업무상동의낙태죄(형법 제270조 제1항):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간단히 말하면, 임신중단, 즉 '낙태'를 하는 경우 형법에 따라 산모와 의사 모두가 처벌을 받는데, 이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뜻입니다.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하여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

 

그와 함께 헌재는 올해 말(20.12.31)까지 이를 개선 입법하라 주문을 했고,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각각 개정안을 냈습니다.

 

(형법 외에 모자보건법까지 개정하는 이유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합법적으로 임신중단을 할 수 있는 예외적 경우)'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형법에 따라 임신중단은 처벌대상이지만, 모자보건법 제14조에 해당한다면 불법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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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사례들

 

개정안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이전에는 임신중단이 어떻게 이루어졌었는지 사례를 한 번 보겠습니다.

 

사례1

한 10년 전 쯤, 마흔 정도 되신 환자가 내 외래로 오셨다. 전공의와 전임의를 마친 지 얼마 안 돼 내 이름으로의 환자는 거의 처음 보는 시기였다. 

 

큰 애가 중학생인데 (본인에게) 애기가 생겼다고 했다. 여건 상 도저히 못 키우겠다고, 지우고 싶다 하셨다. 임신중단을 원한다는 말씀이었다. 특별한 종교는 없지만 영 찜찜했던 터라 거의 20분 동안 고령의 산모를 설득을 했다. 막 설득되려고 하는 순간,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불법이어서 정말 곤란해요."

 

결국 산모는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후 아기는 뱃속에서 건강하게 잘 자랐고, 딸 아이를 순산하였다. 중학생 오빠는 여동생을 거의 인형처럼 보살폈고, 둘 다 행복해했다. 

 

요즘은 부인과 질환으로 약을 타러 다니시는데 가끔 그 때 말씀을 하신다. 내 말을 안 들었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라고, 그 딸 없는 삶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이 일은 나에게 산부인과 의사로서 아주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사례2

미국에서 유학하던 산모였다.  한국에 온 김에 애기 초음파를 보고 싶다고 했다.

 

초음파를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태아에게 뇌가 없었다. 영어로 'anencephaly', 즉 '무뇌증'이었다. 세상 밖으로 나온다고 해도 살 수 없다. 병원 보험 심사과는 (그런 태아도) 인공적으로 유산하는 건 불법이라고 했다.

 

사례3

할머니와 고등학생 나이의 여학생이 함께 왔다. 여학생이 임신을 했고, 할머니는 손녀의 임신중단을 요청하셨다. 큰 병원에 오신 것을 보면 모든 산부인과에서 임신중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불법이라고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자, '(손녀의) 아빠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집 나갔는데, 애가 애를 낳으면 그 애기를 어떻게 키우냐?’고 하시며 내 손을 잡고 막 우셨다. 

 

첫 번째 사례는 산모가 갈팡질팡하며 임신중단을 고민하고 있을 때 불법임을 강조하여 수술을 거부, 해피엔딩으로 끝난 사례입니다. 사실 애착이 없는 산모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경제적 상황이나 주변의 의견에 휘둘립니다. 이럴 때 '불법'이라는 주장은 의외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태아가 심각한 기형을 갖고 있을 시 벌어지는 문제입니다. 특히 '에드워드 증후군(18번 염색체에 이상이 생기는 병)' 같은 경우는 태아가 임신 말기에 거의 사망하고, 태어나면 100% 사망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사실 태아에게 심한 기형이 발견된 경우 암묵적으로 임신중단이 시행이 되어왔습니다)

 

물론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태아의 기형 판단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걱정했는데 태어나 보니 정상이라는 이야기도 아주 드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분명히 출산 후 교정이나 수술이 가능한 질병임에도 유산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번째 사례가 가장 논란이 많은 주제일 것 같습니다. 산모가 임신을 유지하여 출산한다고 하더라도 출생 후 아기가 많은 이에게 축복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경제적으로 누군가 도와주겠다고 하면 모르겠으나 위의 경우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짧고 간단한 사례들이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대체로 위와 같은 문제 등으로 인해 현재의 법을 바꾸어야 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입니다. 

 

 

기존 법은 어땠나

 

다시 법 얘기로 돌아가서, 기존 법은 어땠을까요.

 

허용한계를 설정해, '수술이 가능한 경우'를 정해둔 모자보건법 제14조부터 보겠습니다. 위의 예를 참고하여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임신 XX주'라는 말은 마지막 월경일로부터의 주수입니다. 임신 14주라고 하면 실제로 성관계를 가진 뒤 12주 뒤라는 말입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이 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법 제14조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만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임신 24주 내이며('24주' 이후엔 태아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기준입니다), 제14조에 해당한다면 임신중단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허용한계를 규정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를 현실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1번부터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기에 해당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흔히 태아에게 장애가 있으면 임신중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해당 질환을 갖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1번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몸이 불편한 분들의 인권침해가 많은 조항입니다)

 

2번의 경우는 산모가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감염병(매독, 톡소프라즈마 기타 등등)을 가지고 있을 때 해당됩니다. 그러니까 산모에게 매독이 있으면 합법적으로 임신중단을 할 수 있습니다.

 

3, 4번에 해당되는 강간이나 근친상간은 다 이해하실 테니 넘어가겠습니다.

 

마지막 5번은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인데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산모에게 심장병이 있어서 임신이 유지되면 산모가 사망할 수도 있다던지, 산모에게 정신병이 있어 임신 시 산모의 자살의 위험이 더 높아진다던지 하는 것인데, 임상적으로는 몹시 드뭅니다.

 

또 이런 결정은 다른 과 의사와 협진을 받아야 가능한 부분이므로, '임신을 유지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남겨놓아야 합니다. 우선 산부인과적으로 해당되는 사항부터가 별로 없습니다(산부인과 의사는 산부인과 질환에 대해서만 진단할 수 있으므로).

 

결론적으로 합법으로 임신중단을 할 수 있는 건 3, 4번 뿐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모자보건법 제14조를 잘 준수하여 임신중단 수술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약 10년 전 심재철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임신 초반기 약물 복용만으로 연간 약 10만 건에 달하는 임신중단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물론 10년 전 데이터이긴 하지만 당시 분만이 50만 건(지금은 30만 건 이하)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전체의 약 1/5이 해당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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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물론 이것 다 불법입니다.

 

불법인데 어떻게들 다 임신중단을 했을까요? '암묵적'으로 다 했습니다. 방금 '약물복용을 이유로만 1년에 10만 건 씩' 유산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로 인해 산부인과를 고소하거나 산모가 구속됐다는 얘기는 별로 못 들어 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법률이 있는데 지켜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태아의 성별감별입니다. 성별을 알려 준다고 산모가 신고를 하면 의사는 산부인과 전문의 면허 취소가 아니라 아예 의사 면허를 취소 당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면허 취소 당한 의사는 최근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기가 다운증후군이거나 심각한 심장 기형이 있을 때는 어떠했을까요? 자기 병원에 다니고 있는 환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뻔히 아는데 그걸 외면할 수 있는 의사는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산모의 나이에 비해 다운증후군의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낮은 것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헌재가 '낙태한 여성과 이를 조력한 의사를 처벌'토록 한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국민의 기본권 위반)'는 사실 이외에도 이런 사회현실이 반영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어떻게 바뀌는가

 

다음은 헌재결정례 일부입니다. 

 

<헌재결정례, 2017헌바127>

(중략) 태아는 일정 시기 이후가 되면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데,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 시기는 가변적일 수 있으나, 세계보건 기구(WHO)는 이를 임신 22주라고 하고 있고, 산부인과 학계도 현 시점에서 최선의 의료기술과 의료 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순위헌의견) ‘임신 제1삼분기(임신 14주 무렵까지)’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전까지는 불법이었으므로, 의사 또한 불법이라는 이유로 임신중단 수술을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산모가 임신중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24주 이후는 어떤 이유가 있어도 불가).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임신의 유지와 중단은 여성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혹자는 '생명 경시' 등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임신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아무렇게나, 생각 없이 유산하지 않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임신중단은 여성에게 참 힘든 일입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요구, 혹은 타인의 강요에 의한 임신중단이나 태어나서 치료 받으면 살 수 있는데, 아기의 기형 염려 등에 의한 임신중단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형법의 개정안에 따르면 제269조(의 제1항)와 제270조(의 제1항)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대신 '제270조 2'가 신설되었습니다. 

 

제270조의2(낙태의 허용요건)

① 제269조제1항, 제2항 또는 제270조제1항의 행위가 임신 14주 이내에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진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② 제269조제1항, 제2항 또는 제270조제1항의 행위가 임신 24주 이내에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그 때부터 24시간이 경과하여야 한다.

3.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1, 2, 4 생략)

③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절차에 따라 임신의 지속, 출산 및 양육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숙고 끝에 임신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자기 결정에 이른 경우에는 제2항제3호의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문제가 되는 문구는 다음 부분입니다. 

 

▲임신 14주 이내,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 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임신중단 가능

▲임신 24주 이내, 사유(270조 2의 2)에 해당할 때는 임신중단 가능. 다만 '사회, 경제적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그 때부터 24시간이 경과하여야 함

(의사에 의해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졌을 경우)

 

14주까지는 여성 본인의 의사만 있으면 임신중단이 가능합니다. 14주에서 24주까지는 사유가 있다면 임신중단이 가능합니다. 이 '사유'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에서 다루던 것에 '사회·경제적 사유'가 추가되었습니다.

 

먼저 상담 등 요건 없는 임신중단의 기준을 14주로 잡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14주 이상에서는 유산이 쉽지 않습니다. 임신 10주까지는 태아가 자궁 안에서 이틀에 2배 정도 자랍니다. 12주가 넘으면 5cm 이상이 되어 손가락 발가락 개수까지 보입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임신 10주나 14주나 비슷할 것 같지만, 14주에 수술한다고 하면 태아가 급격하게 성장하여 산모에게 과다출혈이나 자궁천공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태아가 15주가 넘으면 부작용은 더욱 더 커지게 됩니다. 

 

임신 10주 이후의 인공유산에 대해서 더 고려해 보아야 할 점이 보통 12주 정도에 나이가 많은 산모의 경우 '니프티 검사(엄마 피로 태아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 아주 드물게 태아의 유전 인자가 태반을 지나 엄마의 핏속에 들어가는데, 이 미량의 유전자를 증폭시켜서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나 유전질환을 예측)'를 시행합니다. 

 

이 때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하여 태아의 유전자 이상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유전자 검사에서 이상이 있어도 잘 사는 사람이 많은데, 검사에 이상이 있다는 이유로 산모나 보호자가 임신중단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그마한 기형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죠. 의사로서는 이를 이유로 임신중단을 결정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24주까지는 숙려기간을 두면 기존 모자보건법 14조에 명시되었던 사항들 외에 '사회, 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임신중단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하고, 24시간의 숙려기간을 두어야 합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그것을 알았을 때 순간 성급하게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법률로 숙려기간을 두는 것은 산모로 하여금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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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려기간'은 다른 나라에서도 두고 있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네덜란드도 임신중단을 원할 때 제일 먼저 의사와 상의를 해야 하고, 수술이 아닌 다른 선택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은 뒤 6일 간의 숙려기간을 가집니다.

 

형법 개정안 역시 사유 있는 임신중단을 중기에 해당하는 24주로 정했는데요,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를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삼성 병원 소아과에서는 21주 태아도 살린 적이 있습니다(링크). 만약 임신중단을 하였는데 아기가 살아있거나 혹은 출생 후 신생아가 운다면 이것 또한 산모나 의사에게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조금 조절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편 임신 정밀 초음파를 시행하는 23주 이후 태아에게 심각한 기형이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혹시 궁금해 하실까 몇 가지 덧붙이면,

 

1. 임신중단 수술은 어디에서 받나?

 

이제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서 가능합니다(법에서 허락한 기간일 경우). 다만 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서 '의사가 신념에 따라 임신중단 시술을 거부'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원래 의사들은 환자를 거부하면 안 되지만 임신중단에 한해서는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법 개정 전에는 적어도 법률로는 시술을 못하게 했으니 의사가 하기 싫으면 당연히 거부할 수 있었죠. 개정 후에는 '신념에 따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부하는 즉시 산모를 종합상담기관으로 안내해야 합니다.

 

신념을 이유로 거부하는 의사도 많겠지만, 시술을 할 의사들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10주 이전의 임신중단 수술은 그리 어렵지 않고 시간도 얼마 안 걸립니다. 다만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음에 임신 계획이 있으면 더욱 그렇고요. 또 수술의 난이도와 상관 없이 산모가 겪는 정신적인 충격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2. 임신중단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나?

 

개인선택에 의한 임신중단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 국민행복카드에서 산모에게 70만 원을 지원해주니 이것을 이용한 방법은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임신 24주 이후에 임신을 알았을 때는 어떻게 하나?

 

이 때는 정말 안 됩니다. 임신을 중단하기로 했다면 되도록 빨리 해야 합니다. 그 이후 주수로 미루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4.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제 약물로도 임신중단을 할 수 있다. 산모 건강에 수술이 나은지, 약물 사용이 나은지.

 

임신 초반기에는 수술, 약물 다 가능하지만 수술이 빨리 끝나고 간단할 수 있습니다. 빨리 끝내야 산모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적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주수가 지나면) 약물로 해야 합니다. 약물을 사용하여 자궁을 수축시켜 분만하는 것처럼 임신을 종결하는 것입니다. 며칠 걸릴 수 있어 더 힘듭니다.

 

5. 상담 제도 숙려기간의 필요성에 대해서

 

대체로 젊고 어린, 경제적으로 조금은 어려운 커플의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임신중단을 많이 고려하는데, 만일 임신 유지를 원한다면 이를 위해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지원, 산전 검사 지원, 분만 후 대책 마련 등도 필요해 보입니다

 

6. 산부인과 의사로서 하고 싶은 말

 

임신중단 시에는 산모의 정신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동행이 필요합니다. 또 되도록이면 여성 혼자서 결정하는 일이 최소화하도록 하여야 합니다(주변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산모는 임신을 원하는 데 임신중단이 합법이 되었다는 이유로 주변에서(특히 남자 쪽에서) ‘이제는 합법이니 임신중단 하라’고 강요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반드시 심사숙고 해서 결정을 내렸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감 백신에 대해서 글을 쓸 때 말씀을 드렸지만 우리나라 정도 되는 나라에서 단순히 정부부처 혹은 법관 몇 명이 법률을 만들지 않습니다. 산부인과 학회에도 의견을 물어보고 다른 부처에도 의견을 물어 보아 가장 좋은 방향으로 결정을 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어도 나름 준비를 많이 해서 공표를 합니다.

 

 

Reference)

이소영, 변수정, 김종훈 등.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정책보고서 2018-66

김동식, 김영택, 이수연. 피임과 낙태 정책에 대한 쟁점과 과제: 여성의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4 

이희훈.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의 낙태 규제 입법과 판례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 일감법학 27호.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