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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처맞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있는 법이고, 주식을 사거나 파는 사람은 전부 이유가 있다. 친구가 얘기를 해줬다든지, 친구의 친구가 얘기를 해줬다든지,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얘기를 해줬다든지,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얘기를 해줬다든지 하는 이유로 주식을 산 사람들은 대개 웅장한 가슴을 안고 주식을 샀다가 주식이 반 토막 나고 또 거기서 반 토막이 났다는 이유로 주식을 판다. 주식으로 10억을 모으는 가장 쉬운 방법은 20억을 가지고 주식을 사서 반 토막이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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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사거나 팔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얼마 전부터 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있다. 한국에서 주식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삼성전자 주식을 한 번쯤 지나가게 되니 삼성전자 주식을 산다는 건 뭐 새삼스럽다. 좋은 주식 정보를 주겠다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고 말하면 미친 인간 취급을 당할 것이다. 내가 이번 투자레터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어떤 논리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기로 결정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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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

 

1. 지난 3월 19일 지수 및 거의 모든 종목들이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또한 마찬가지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42,300원이었다.

 

2. 이건희가 사망한 10월 25일은 휴장일이었고, 다음 날인 10월 26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60400원이었다. 3월 19일에 기록한 연 최저점보다 42.7% 올랐다.

 

3. 3월 19일보다 한 달 전인 2월 19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60200원이었다. 즉, 삼성전자는 10월이 돼서야 코로나 이전 고점을 회복했다.

 

4. 삼성전자는 2020년 3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익 또한 시장 컨센서스인 10조를 훌쩍 넘어 12조를 기록했다.

 

5. 3월부터 10월까지 수많은 주식들이 전고점을 훌쩍 넘었다. 외국의 반도체주들도 인텔을 제외하면 꽤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6.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0조 정도로 예상된다. 이건희 사망 당시 시가총액은 340조이다. 애플의 영업이익은 80조이고 시가총액은 2000조 정도 된다.

 

7. 애플이 미국 회사라는 점, 앱스토어라는 독보적인 생태계가 있다는 점, 애플의 브랜드 충성도 등을 감안해도 삼성이 애플의 6분의 1밖에 안되는 것은 과도한 저평가‘일 수’ 있다.

 

8. 이건희 사망 당시 이재용이 물려받을 삼성전자 주식은 18조 정도 된다. 10조 정도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9. 삼성전자 주식이 1% 오를 때마다 이재용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1500억 가량 늘어난다.

 

10.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 바뀌는 재산 액수는 평가액이지만, 상속세는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 아무리 이재용이라도 1500억은 적은 돈이 아니다. 10%가 오르면 1조 5천억을 추가로 내야 한다.

 

11. 이재용 입장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2. 코로나 이후 EUV, 5G 등에 대한 투자와 수요 등이 늘어날 것이며, 중국-인도 간 분쟁으로 인해 중국 핸드폰이 인도에서 덜 팔리게 되면 삼성 핸드폰이 인도에서 더 팔릴 수 있고,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손해가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익이 될 수 있다.

 

13.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벤더들이 대부분 3분기에 매출은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줄었다. 물건은 더 많이 팔았지만 이익률이 박해졌다는 건 삼성전자에서 납품가는 누르면서 납품 물량은 늘렸단 이야기가 된다. 즉 삼성전자가 이전보다 더 많이 남는 장사를 했다.

 

14. 상속세 산정을 위한 기간은 사망일 앞뒤 2개월간의 평균주가다. 이건희의 사망일은 10월 25일이므로 12월 25일까지의 주가를 평균 내 상속세를 내게 된다.

 

15. 이 기간 동안에 이재용은 주가가 떨어지거나 오르더라도 최소한으로 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삼성전자의 내, 외부의 우호적인 상황, 현재 주가가 오르지 못하게 해야 하는 이재용의 필요, 현재 주식시장의 상황,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등을 감안하면 12월 25일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 나는, 얼마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있다. 5만 5천 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내 희망(5만 5천 원 밑으로 가면 빚져서 몰빵하려고 했는데 흙흙)예측과는 달리 주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어 안타깝긴 하지만 12월 25일 이후 오를 거라는 내 가설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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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

 

앞에서도 말했지만 누구나 주식을 사고팔 때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주식을 샀기 때문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망한다. 그러니 주식을 살 때는 좀 다른 이유로 주식을 사는 게 좋다. 어떤 논리와 그걸 뒷받침할만한 몇 가지 근거들이 있을 때만 주식을 사고팔아야 한다.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주식을 산다고 반드시 돈을 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논리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주식을 팔고 도망갈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잃을 확률이 훨씬 적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에 내가 어떤 주식을 왜 샀는지를 적어봤다.

 

오늘의 교훈

 

팔만전자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주식매매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만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