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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모든 고위관료가 살아남았다

 

많은 이들이 유가족에게 묻는다. 왜 아직도 세월호냐고. 한 발 더 나간 어떤 시민은 유가족에게 이런 말도 한다. 

 

“박근혜에게 뺨 맞고 문재인에게 따진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밝혀진 게 없다. 사고 당시 박근혜 정권, 해수부, 해경, 김기춘, 황교안, 우병우를 위시한 청와대, 국정원 등 그 누구도 이 일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그뿐인가. 검찰은 지난 1월, 해경 지휘부 11명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청와대 인사 9명을 포함한 이들에게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하며 공식적인 면죄부까지 줬다. 소수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진 사안에 대해선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결의 배경에 대해 재판을 맡은 형사 22부 양철한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7년이나 지난 이 일에 대해 이제 와 새로운 증거를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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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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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또한 당시 해경의 초동 대처는 미흡했지만 사고 당일 통신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 등을 고려해 업무상 과실치사로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지난 정권의 모든 고위 관료들에게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직권을 남용한 정황은 인정되나 혐의를 찾을 수 없다"라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없는 해괴한 논리로 말이다. 

 

사고 당일 해경정 3척은 배가 침몰하기까지 1시간 30분 동안 세월호 주변을 맴돌며 인근에서 구조하러 온 미군 함정과 주변에서 조업하다 말고 달려 온 어선들을 전부 돌려보냈다. 선장은 선내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를 기다리던 시민들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과 그 시민들을 놔둔 채 혼자 탈출한 것 외엔 한 게 없다. 

 

그러나 여태껏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했다. 아 물론 꼬리 자르기는 있었다. 당시 세월호 선장과 해경정장 1명은 실형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연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7년 공소시효 정지법을 골자로 한 ‘사참위 특별법’ 개정안 입법에 동의해 달라고 하자 또 국민의힘 지도부는 “검토에 보겠다”며 무기한 시간 끌기 작전을 피우다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와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전히 세월호 특조위를 향해 “세금 도둑”이라는 인정머리 없는 말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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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디어오늘>

 

 

왜 세월호는 해결이 안 될까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것이다. 분명 뉴스에선 이따금 소식이 들려오고 세월호 관련 건은 계속 진행되는 것 같은데 왜 해결이 안 될까. 당연히 처벌받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왜 다 혐의가 없어졌을까.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판결과 유가족에 대한 예우가 21세기 대한민국 민주 공화국 안에서 일어날 수 있었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첫째.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최고 권력, 검찰 조직.  

 

우연일까?

 

세월호 사건을 맡은 형사 22부(판사 양철한)는 권력형 게이트로 불리는 옵티머스마저 전부 무죄 처리한 곳이다. 게다가 지난 2019년 11월, 윤석열 전 총장의 지시로 발족된 특별조사단 단장은 무려 "임관혁" 단장이다. 임관혁 단장이 누구냐, 바로 한명숙 전 총리를 감방 동기 세 명의 진술 즉, 정황 근거만 가지고 억지 구속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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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혁 검사 &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

 

이쯤 되면 국민 대부분은 검찰이 세월호 사건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늠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임 단장은 특조단 발족 직후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전 총장도 검사로서 세월호는 꼭 다뤄 보고 싶은 사건이라고 했다"는 말을 해 유가족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종국에 가서 그는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고, 끝내 오리발을 내밀며 기소된 모든 사건을 일괄 무혐의 처분하고는 기자회견을 열어

 

"유족이 실망하겠지만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순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라고 말했다. 세월호는 2021년 또다시 검찰의 성벽에 부딪쳤다.

 

둘째. 너무 많이 드러날 잘못, 그리고 반드시 '실패해야만 하는 대통령'

 

안타깝게도 여러 국가기관들은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되는 게 달갑지 않다. 생각해 보자. 세월호 사건은 필연적으로 여러 부처의 잘못, 미비함, 시스템의 문제점이 크건 작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지나간 사건으로 조직의 잘못이 속속들이 밝혀지는 게 싫다. 7년이 지난 마당엔 더욱 그렇다.  

 

이들이 원하는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단순한 해상 교통사고’다. 아닌 말로 지금 정권이 천년만년 집권한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협조를 하는 듯하다 결국 버틴다. 게다가 정치권의 보수 세력은 너나 할 것 없이 세월호의 세 자만 들어도 싫다. 

 

그리고 최대한 시간을 끌고, 버텨야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문재인 정권에서 세월호의 진실규명을 하지 못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음 대선 때 프레임은 자연적으로 이렇게 짜진다. 

 

"거 봐라, 문재인도 못 하지 않느냐." 

 

이유야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 노무현의 망령처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보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부추겨 역성혁명을 일으킨 의병장 이상으로 봐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이 나라의 '사대부'란 친일 하던 시절부터 서로 형님 아우하며 서로의 룰을 공고히 한 사람들이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그 자리에 사사건건 따지고 들기 좋아하는 문 대통령이 와있으니, 싫다. 그는 저쪽에서 보기에 정치든, 경제든, 뭐든, 반드시 실패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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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들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문재인 정권에 협조하지 않는다. 이에 참여정부 시절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검찰이 선봉장이 되어 또다시 정부와 싸우고 있다.

 

특별히 스스로 세월호 사건에 관심이 있다며, 검사로서도 이 사건을 꼭 다뤄보고 싶다며, 초반에 믿음을 보여주었던, 그래서 유가족의 기대를 받았던 윤석열의 현재는 말할 것도 없겠다.   

 

셋째, 세월호 진상조사 관련해서는 국가기관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좋은 일이다. 

 

일을 하면 욕을 먹고 안 하면 좋은 일이 있다. 그러면 누가 일을 하고 싶을까, 맞다. 국가기관에서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일의 흐름을 봤을 때, 나는 곳곳에 박혀 있는 정부 관계자들이 세월호의 진상규명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싫으나 좋으나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치부를 들추고 싶은 사람이, 그것도 굳이 “내가 직접 나서서” 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이런 추측을 하게 된 건, 국정원의 태도 때문이다. 

 

현재 국정원장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월호 당시 목포 국회의원이었던 박지원 원장이다. 취임 직후부터 박지원 원장은 세월호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헌데, 실무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작년 9월부터 1월까지 5개월을 내리 버티더니 마지못해 내놓은 안이 “세월호” 관련 국정원 자료 목록 54만 건의 제목 열람이 전부다. 이런 식의 밑장빼기는 살다 살다 처음 본다.

 

국정원장도 바뀔 거니까. 정권 바뀌면 어떤 국정원장이 올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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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유에서, 유가족들은 오늘도 시위를 한다.  

 

 

우리가 유가족의 외침을 들어야 하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이 여태 밝혀지지 않았다는 걸 모른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고 사람들은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얼추 끝난 줄 안다. 그래서 유가족들이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와 외치는 거다.

 

세월호는 진행 중이라고. 2014년 4월 이후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이다. 

 

유가족 역시 문재인 정권 하에서 이 일이 마무리되길 바랄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럴 테니. 아니 광화문에서 풍찬노숙을 같이한 문재인 대통령조차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세월호 진상규명은 누가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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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과 진상규명을 위한 단식투쟁 당시 문재인 대통령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눈앞이 깜깜하지 않을까? 게다가 만에 하나 다음 대선에서 보수우익이 집권하기라도 하면? 그러니 유가족들이 필사적으로 세상에 나와 외치는 거다. 아직 세월호 진상규명은 끝나지 않았다고 자꾸자꾸 말하는 거다. 이대로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물론 문재인 정부도 지난 시절의 독재정권들처럼 실무진들 불러다 조인트 까고 힘으로 찍어 누르면 일이될 거다. 즉, 법치주의를 좀 버리고 다소 과정을 무시하고, 시스템을 무시하면 된다.

 

하지만 군부독재에서 치 떨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정부 아닌가. 그래서 원칙적으로 합리적으로 하려고 이러는 거다. 그러니 문재인 정권이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 아직 잊고 있지 않다고, 당신들이 세월호 진상조사 어떻게 하는지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보고 있다고,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담벼락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유가족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때때로 조금 불편할지라도 들어주어야 한다. 몸에 흐르는 피가 붉은지 푸른지 알게 뭔가. 어느 봄날 무고한 시민 304명이 무참히 살해당한 일이다. 충분히 쉬이 구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죽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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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은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를 했지만, 검찰은 기각했다.

 

 

삼풍 생존자인 내가 보는 세월호 참사

 

세월호는 처음도 아니고 끝도 아니다. 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건물 안에 있던 사람 중 얼추 1/3이 죽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고는 사람을 가려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아침 손 흔들고 나간 아이가, 저녁에 돌아와야 할 남편이, 치과에 다녀온다던 부모님이 어느 날,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또 그간 이런 일들은 얼굴을 바꾸고 찾아왔다는 것도, 성수대교에서 삼풍백화점으로,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세월호로,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참사 희생자들이 계속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세상에 대고 외치는 거다. 

 

참고로 인간에게는 증언의 욕구가 있다고 한다. 작고하신 소설가 박완서 선생께서도 전쟁을 잊은 세상에 대고 인간의 존엄이 훼손될 대로 훼손됐던 시절의 전쟁 얘기를 하고 싶어 나이 마흔 넘어 펜을 들었다고 했다. 

 

잊지 말자. 이런 일은 정권을 몇 번 잡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승만 정권 때 일어난 보도연맹사건으로 무수히 학살된 수 십만명의 일반 국민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 진상도, 정부의 잘못임을 시인하는데 수 십년이 걸렸다. 죄없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1990년대까지 가족들이 요시찰 분류 대상이 되고 취업에 불이익까지 주어졌다.

 

가족이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한 것도 억울한데, 연좌제가 적용되고, 일부가 무죄로 선고받기까지 50-60년이 걸렸다. 돈이 없고, 배운 게 없어, 개인적인 재판을 하지 못한 피해자의 가족들은 명예 회복도 없이, 배보상도 없이, 그냥 늙어 죽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에 의해 피해를 당한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강력하게 밀어붙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일을 하고 나서야 그나마 명예회복이 되었을 뿐이다. 적어도 죽은 당신 아버지, 어머니가, 아들과 딸이, 파렴치 범죄자가 아니라고, 그때서야 국가가 인정해 준 것이다.

 

허나 그일을 하고 돌아온 건, 지지율 하락과, 과거 일을 들추어내는 대통령이란 욕 뿐이었다. 지지자들조차도 감이 없다고 욕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그런 일이 조금만 관심에서 멀어지면, 좀 더 영악하게 이루어질 뿐이다. 그래서 말하는 거다. 나는 봤으니까,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 그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아니까, 차마 혼자 알고 있을 수 없으니까.   

 

2014년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올해가 벌써 7주기다. 일이 이렇게 길어지리라고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성역 없는 수사, 진상규명’ 반드시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미래로 나아가려면 과거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해방 이후 이 나라의 역사는 우리에게 그것을 누누이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잊는다면, 국민 절대 다수의 인식이 바뀌기 전까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 잊지 말자.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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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모르고 있는 사람 있을까 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간 혐의는 뇌물수수, 뇌물 요구,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이다.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지고 옥중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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