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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고 긴 공포의 시작은, 어느 날 저녁이었다. 친구 공개로 딸 사진이나 올리던 평화로운 내 SNS 계정에 범죄의 기운이 느껴지는 댓글이 달렸다.

 

‘이제 스트레스를 받게 해 주겠소. 메신저를 확인하시오.’

 

협박인 것일까. 초조한 마음에 메신저를 열었다. 도착한 그의 메시지.

 

‘금요일에 봅시다, 후후’

 

금요일에 만나자는 소리는 오직 아이유만 해야한다. 충정로 '웃는 낮의 암살자', 죽지않는돌고래 딴지 편집장으로부터 들으니 등골에 소름이 촘촘하게 솟는다. 끝까지 그 만남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암살자는 금요일 점심 12시, 점심시간에 맞추어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그를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다. 번뜩이는 눈빛과 그 속의 살기, 정리되지 않은 수염, 그리고 자기가 보자고 해놓고 나에게 계산을 시키는 담대함을 보며 직감했다. 나는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의 입은 정중하게 기사 연재를 고려해 달라고 했지만, 그의 눈은 ‘거절하면, 어떻게 될지 알지?’라는 모양으로 웃고 있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지만, 사랑하는 딸을 위해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강요한제의한 것은 리뷰였다. 어떤 분야를 정해 상품들을 진실하게, 가감 없이, 두려움 없이 막 까기도 하고 빨기도 하는, 리뷰를 써 달라고 했다. 비록 원고료는 적지만(응?), 상품 리뷰를 위해 상품을 구입하는 비용은 회사에서 치러 준다고 했다.

 

솔직히 흥분했다. 맥북에어 맥북프로의 비교, 롤렉스와 오메가의 비교, 에어조던 1부터 13까지의 비교, 이런 주제로 기사만 쓰면 물건들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러다 나중에는 테슬라와 아이오닉의 비교,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주거환경 비교 이런 걸 쓰게 되면 이렇게 내 인생이 피는 것일까. 죽돌 편집장에게 이런 주제도 가능하냐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럼요 얼마든지’

 

그리곤 갑자기 싸늘해진 표정으로 안경을 벗고는 냅킨을 뽑아 안경을 닦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주제는 안경닦이가 어떨까요?’

 

안.경.닦.이.

 

안경점에서 안경사면서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조건 없이 준다는 그 물건. 지나가는 길에 안경점이 있으면 무작정 들어가 ‘어 저기 죄송한데 안경닦이 있나요?’라고 하면 그냥 준다는 그 물건, 오픈마켓에 1000원에 올라와 있어 '엥? 생각보다 비싸네?'했다가 자세히 읽어보니 100장에 1000원이라는 그 전설의 물건.

 

황당해하는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는 먹고 있던 아귀 수육을 수염에 문지르면서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안경닦이 리뷰는, 할 가치가 없다는 건가?’

 

‘안경을 쓰는 사람들이 매일 쓰는 것이 안경닦이인데,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

 

라고, 아귀를 오물거리는 서늘한 눈으로 말한다. 킬러로 길러질 때 배운 복화술같은 것인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얼음처럼 차가웠던 얼굴을 풀고 다시 사람 좋은 웃음으로 돌아온 죽돌. 선심 쓰듯 말한다.

 

‘안경닦이 사는 비용으로는 얼마든지 쓰셔도 돼요. 아, 똑같은 걸 여러 개 사실 필요는 없겠죠?’

 

그래, 딸.

 

딸을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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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닦이의 역사

 

안경닦이의 역사는 곧 렌즈의 역사다. 아랍의 학자 이븐 알 하이삼(Ibn Al-Heitam, 서기 965~1040)은 ‘광학서(Book of Optics)'라는 책을 통해 연마한 렌즈를 착용하면 시력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최초로 했다. 그리고 13세기 이탈리아 수도승들과 이탈리아 무라노(Murano)의 유리 공장에서 최초의 안경이 개발되었다. 그 재질이 무엇이건, 렌즈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묻기 마련이다. 이물질은 렌즈를 넘어 무엇인가를 보는 것을 방해한다. 당시 무엇으로 안경과 렌즈를 닦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안경닦이가 있긴 했을 것이다. 1775년 벤자민 프랭클린이 이중초점렌즈를 개발하는 등 비약적 발전을 한 렌즈 기술과 달리, 렌즈를 닦는 방법은 공들여 개발되지 않았다.

 

안경닦이의 역할은 안경에 있는 이물질들을 제거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이를 위해서 안경닦이는 우선 완전히 매끄럽지 않고 약간의 굴곡이나 다공질이 있어서 이물질을 떼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유리나 플라스틱 등 상처나기 쉬운 소재로 만들어진 렌즈에 상처를 내면 안 된다. 따라서 안경닦이는 부드러워야 하고 약간의 굴곡 역시 강한 재질이어서는 안 된다. 이물질을 떼어낼 수는 있으되 렌즈를 연마하지 않을 수준의 미묘한 부드러움. 이것이 안경닦이의 기본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축융 가공을 거쳐 융의 형태가 된 가죽들이었다. 특히 산양 가죽은 지금도 카메라 렌즈 닦이와 렌즈 보관 파우치 등으로 많이 쓰인다. 가죽의 속성상 비쌀 수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안경 자체가 매우 비싼 물건이었기에 안경닦이의 가격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 플라스틱과 석유공업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1950년대 말,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으로 극세사(Micro-fiber) 섬유를 만드는 법이 개발되었고, 비슷한 시기 플라스틱 렌즈가 개발되었다. 우선 극세사 섬유는 매우 부드러운 재질이다. 렌즈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미세한 조직 사이에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가둘 수 있어서, 안경 닦이로는 최적의 재질이었다.

 

한편 가볍고 유리와 흡사한 성능에 가공이 쉬운 플라스틱 렌즈는 표면 경도가 낮아 흠이 쉽게 나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기존의 안경닦이 등을 사용하면 렌즈에 상처가 많이 났다. 부드러우면서도 이물질 제거가 쉬운 극세사 섬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극세사 안경닦이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플라스틱 렌즈 안경은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안경닦이는 극세사 섬유의 동의어가 되었다. 석유공업의 발전과 함께 안경닦이는 매우 싼 물건이 되었다. 다만 당연히 모든 안경닦이가 싼 것만은 아니다.

 

여기까지가 간략히 본 안경닦이의 역사이다. 미국 웹을 뒤져봐도, 안경의 역사에 대해서는 정리해 놓은 글이 많지만 안경닦이의 역사만 정리한 글을 찾을 수가 없어서, 안경의 역사에 대한 논문 등을 뒤져가면서 찾은 것이다. 누가 안경닦이의 역사를 궁금해하고 정리하겠는가. (이광수의 ‘무정’에 나오는 목소리로) ‘바로 제가 하지요!’ 안경닦이 회사 사장조차도 하지 않은 일을 바로 내가 한다. 이런 위대한 글을 읽는 최초로 읽는 여러분은 스스로 행운아라 자부해도 좋다.

 

우연치고는 얄궃지만 마침 나는 안경닦이를 사서 쓰는, 그리고 기사 작성 이전부터 안경닦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안경계의 에르메스’라고도 하는 일본 도레이社에서 나온 안경닦이인 ‘도레이씨(Toray-See)'안경닦이에 대한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사 보았다가 굉장한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레이씨는 한 장에 만 원 정도나 하는, 말도 안 되는 비싼 물건이다.

 

그런데 아무리 대단한 안경닦이라 할지라도 결국 극세사다. 얼마나 가는 실로 만드느냐 외에는 대단한 비결이 있지 않을 것이고, 다른 기업들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극세사 안경닦이를 종류별로 구했다.

 

① 그냥 동네 안경점에서 준 안경닦이

② 도레이씨 안경닦이

③ 이 세상 모든 물건을 다 만드는데 족족 성능이 좋다는 신비의 회사 3M에서 만든 ‘참올 안경닦이’

④ 김서림방지 기능이 있다는 안경닦이

 

사실 ‘코알라 천(Koala Kloth)’라는 아마존 인기품목을 주문했지만 배송이 늦어져서... 나중에 AS로 쓰거나 하겠다.

 

그리고 좀 다른 영역의 접근으로,

 

⑤ 산양가죽 융

⑥ 누가 좋다고 추천한 다다리오(D'Addario)의 기타 광택 천(Polishing Cloth)

⑦ 알콜이 포함된 일회용 렌즈 클리너인 ‘자이스 렌즈 와이프’

 

도 샀다.

 

여기까지 예산 대략 10만 원 정도. 안경닦이로 이만큼 돈 쓰기도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안경닦이에 돈을 더 써서 딴지의 기둥을 뽑아볼까 고민하다 결국 떠오른 것이 이것이다.

 

⑧ 비싸고 거대한 초음파 안경 세척기

 

이제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하겠다.

 

1. 공짜 안경닦이(0원)

 

회사 앞 안경점에서 공짜로 받은 안경닦이이다. 재질은 우리가 아는 딱 그 안경닦이의 재질, 축 처지는 것 같은 달라붙는 것 같은 천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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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지문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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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잘 지워지고 깨끗하다는 느낌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간의 먼지가 남아 있고, 약하게 슥 닦으면 기름이 깨끗하게 지워지지는 않는다. 기름을 지우려면 약간 힘을 주어 닦아야 하고, 이렇게 힘을 주어 닦으면 안경 렌즈가 손상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이런 시험을 다 내 안경 렌즈에 하고 있는데, 딴지는 안경 렌즈 값도 줄 것인지 묻고 싶다.

 

공짜로 주는 물건이라 너무 쉽게 생각하는 면이 있지만, 만약 어느 정도 가격을 주고 팔더라도 결국 선택을 받을 만큼의 물건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주변에 너무 쉽게 만날 수 있어서 외려 과소평가하는 물건들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안경을 닦는다는 기본적인 원리에 충실하고, 세탁해서도 쓸 수 있다는 점, 가지고 다녀도 먼지가 많이 붙지도 않고 구겨짐 등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은 후술할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도 큰 장점이다.

 

한편 안경점에 안경닦이를 달라고 하러 갔는데 뒤에 후술할 ‘자이스 렌즈 와이프’가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안경닦이보다 좋다는 뜻인지... 다만 내가 여기서 안경을 산 건 아닌데 그냥 안경닦이만 달라고 한 것이다 보니 주인에게 ‘자이스 렌즈 와이프’의 장단점을 물어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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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오랜친구 죽마고우 국민 안경닦이”

 

장점: 적당히 잘 닦임. 싸다. 막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음.

단점: 적당히만 잘 닦임. 막 가지고 다니면 더러워짐. 빨래한 뒤의 내구성에 의문

 

2. 도레이씨 안경닦이(19cm 7,200원, 24cm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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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이씨(ToraySee)는 첨단 소재를 다루고 특히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등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도레이 주식회사’가 만든 안경닦이 브랜드이다. 장당 7,000원이 넘는 안경닦이로는 상상할 수없이 높은 가격대를 자랑한다.

 

‘가는 실’일 뜻하는 극세사의 종류는 의외로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극세사가 ‘PN분할사’라고 해서 섬유를 잘게 쪼갠 것인데, 직경은 대략 5마이크로미터 정도이다. 그런데 도레이씨의 경우 ‘해도사’라고 해서, 섬유를 쪼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섬유를 2마이크로미터 정도로 가늘게 만든 것이다.

 

장점은 섬유를 쪼갠 극세사의 단면이 (쪼갰으므로) 각진 것에 비해, 단면이 둥근 모양이라 더 부드럽게 느껴지고, 렌즈에 상처를 내지 않는다. 이 해도사를 만드는 회사들은 일본의 도레이, 한국의 코오롱을 필두로 대부분 한국, 일본에 위치하고 있다. 다만 이 도레이사는 한국인 강제징용을 했던 일본의 미쓰이(三井)사의 자회사 내지 관련기업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 찜찜하다. 해도사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에서는 왜 고퀄 안경닦이를 만들지 않는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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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재질은 기름종이처럼 약간은 빳빳한? 혹은 바삭한 느낌으로, 일반적인 안경닦이의 착 달라붙는 듯한 천 느낌과 차이가 있다. 도레이씨는 무늬가 다양하고, 무늬가 있는 도레이씨는 무늬가 없는 것보다 몇백 원 더 비싸다. 딴지 돈으로 사는 거니까 몇 백원 비싼 고양이 무늬를 샀다.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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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지문과 기름이 묻은 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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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야옹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일본 제품들을 보면서 이런 사소한 섬세함을 굉장히 부러워했던 기억이 났다. 우리나라 제품들의 수준은 기술적으로는 외려 일본보다 나을 수도 있지만, 이런 사소한 덕후 취향을 맞추는 데는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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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 왼쪽 안경알에 보이는 하얀 얼룩은 안경에 있는 얼룩이 아니라 바닥 마우스패드에 있는 얼룩이다. 우리가 아는 안경닦이 감촉이라기보다는 좀더 빳빳한, 감촉이고 워낙 얇다 보니 조금 어색하지만, 힘을 주어 닦지 않아도 완벽에 가까운 깨끗함을 보여 준다. 약간 미세한 먼지 등이 남은 것도 전혀 없다.

 

고퀄리티 안경닦이로 처음 경험해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안경닦이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을 준다. 새로 산 것 외에도 6개월 이상 사용한 도레이씨가 있는데, 아직도 이물질 제거 능력이 전혀 다름이 없고, 한 번 세탁을 했는데도 전혀 변함이 없다. 다만 세탁을 할 때는 중성세제에 가볍게 손세탁을 해야 하고, 절대로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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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 so fuckin' special, But you're a creep"

 

장점: 완벽에 가까운 클리닝 능력, 좋은 내구성

단점: 비싼 가격, 일본 (그것도 전범이 의심되는) 기업 제품

 

3. 3M 참올 안경닦이(16cm 4,200원, 30cm 4,700원)

 

3M은 진짜 이상한 회사다. 정말 온갖 것을 다 만드는데 만드는 대부분이 고퀄이고, 가격이 살짝 높지만 비싸지는 않은 이상한 회사다. 회사 이름이 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미네소타 광업 제조사)라는 것을 알면 더 이상하다.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로 기억되지만 공업용 마스크 태반이 3M이고 예전에는 디스켓도 이 회사 이름으로 많이 나왔으며, 고등학교 때 많이 쓰던 주황색 귀마개도 이 회사 제품이다. 테이프 클리너(돌돌이)도 이 회사 제품이고,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노가다 장갑(슈퍼그립 200)도 엄청난 성능을 자랑한다. 좀 비싸지만. 여기서 무려 안경닦이도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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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니까 생각났다. 수세미도 3M을 많이 썼었다. 그런데 수세미 브랜드와 같은 브랜드로 안경닦이가 나오다니 안경 닦으면서 무섭잖아... 심지어 재질과 색도 얼핏 보면 수세미 같다. 이 안경닦이 안 팔리면 절반은 브랜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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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은 일반 안경닦이처럼 착 감기는 재질도, 도레이씨처럼 버석거리는 재질도 아니다. 폴리에스테르 극세사의 느낌보다는 일반적인 면 재질 천의 느낌이다. 종합적으로는 작은 걸레 같은 느낌이다. 하긴 안경닦이도 안경을 닦는 걸레긴 하지만 아까 수세미만큼이나 뭔가 내 섬세한 안경을 해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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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깔끔하게 닦인다. 도레이씨처럼 손에서 미끄러지는 느낌도 아니고, 안경닦이 특유의 미끄덩대는 느낌도 아니다. 마찰이 꽤 있어서 손에 견고하게 밀착된다. 그러면서도 닦이는 부분은 크게 힘을 주지 않아도 잘 닦이는 느낌이다. 내구성이나 장기적으로 코팅에 손상을 입히는지는 미지수지만, 현재로서는 굉장히 좋은 결과물을 내준다는 느낌. 도레이씨의 절반 가격 정도인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다. 다만 천 두께가 있다 보니 도레이씨가 주는 유려한 느낌은 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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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만점의 9.5점”

 

장점: 도레이씨보다 싼 가격, 도레이씨만큼 괜찮은 성능, 견고한 느낌, 한국 생산품

단점: 도레이씨보다는 싸지만 다른 안경닦이보다는 훨씬 비싼 가격, 수세미 브랜드와 걸레 비주얼이 주는 왠지 모를 두려움

 

4. 오제로 김서림방지 안경닦이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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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림방지 안경닦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안경 김서림에 늘 고통스러워하는 안경러들에게 혹 할만한 물건이다. 과연 김서림 기능이 제대로 될까? 제품 소개에 따르면 12시간 지속되고, 300번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김서림방지 약품이 약하게 코팅된 극세사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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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안경닦이와 비슷한데 좀 더 처지는 재질이다. 일단 닦고서 김을 불어 보았다. 이런 거 제대로 하려면 안경알 하나에는 안 쓰고 나머지 하나에만 쓰고 이런 식으로 비교를 해야 할 터인데 신나서 둘 다 닦은 뒤에 그 사실을 깨달아버려서 그렇게 못 했다... 그냥 비디오를 보시고 파악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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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뭔가 김이 빨리 사라지는 것 같기는 한데, 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시험해봤다. 가운데에 하트 모양 스티커를 붙이고, 김을 불어넣은 다음 스티커 부분과 다른 부분 김서림에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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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글쎄... 하트 부분도 거의 동일하게 김이 없어져서, 김서림방지 클리너의 힘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하트 부분 주변에 흔적이 남은 걸로 봐서는, 김서림방지 클리너의 효과가 일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김서림방지 클리너를 사용한 뒤에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김서림이 덜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이 부분은 빠른 리뷰가 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좀 더 오래 쓰고 다니면서 비교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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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난 몰라, 알 수가 없어”

 

장점: 김이 덜 서린다?

단점: 김이 안 서리지는 않는다, 사용 횟수 제한이 있다.

 

5. 산양가죽 융 (1,500원)

 

전통의 안경닦이, 산양가죽 융이다. 사실 산양가죽 융이라고 해서 엄청 비쌀 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주문했는데, 오늘 주문한 모든 안경닦이 중에 가장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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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기엔 간지나지만, 마감이 막 좋지는 않다. 인쇄 상태 등은 중국산 저가 물건의 티가 많이 난다. 만년필 촉 닦을 때 쓰던 천이랑 비슷하다. 부드러운 가죽 느낌이고, 살짝 클래식한 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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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잘 닦아진다. 일반 안경닦이와 비교해도 더 잘 닦이고, 참올이나 도레이씨에 비해서도 딱히 결과물이 나쁘지 않다. 다만 며칠 사용하기만 했고 휴대하지도 않았는데 융에 먼지가 많이 붙었다. 단지 안경닦는 것 외에도 외부 먼지가 잘 묻는 것 같고, 먼지가 묻은 상태로 안경을 닦으면 안경도 깔끔하게 닦이지 않는다. 그런데 가죽의 특성상 세탁을 하기 힘들고, 가볍게 물로 헹구는 건 괜찮다고 하는데 물로 헹군 뒤에는 가죽의 질감이 좀 더 질긴 느낌이 된다. 세탁을 해 가면서 쓸 물건은 아니다. 그러나 좀 깊이 있는 클리닝을 위해서, 회사나 집에 가만 놔두고 쓰기에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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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의 아름다움”

 

장점: 생각보다 더 좋은 클리닝력, 싼 가격

단점: 세탁하기에 한계가 있고, 휴대용으로 적당하지 않음

 

6. 다다리오 기타 광택용 융 (Polishing Cloth)

 

고릴라 닮은 기타 치는 친구가 안경닦이로는 이게 최고라고 강추해서 구매했다. 생각해보면 기타 표면도 렌즈는 아니지만 어쨌든 반짝여야 하니 안경닦이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다만 상품 소개에는 극세사라고 되어 있는데 상품 세부 소개에는 플란넬이라고 하고, 상품을 받으니 ‘면 플란넬’이라고 되어 있어서 엉망진창 뭐가 뭔지 모르겠고 살짝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딴지 돈이니까. 별로면 친구 주지 싶은 마음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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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감촉은 예전에 피아노 위에 올려놓았던 천 비슷하다. 생각해보니 아예 같은 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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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지문이 묻은 안경을 닦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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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개새끼.

기름은 안 닦이고 기름이 확대 재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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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이런 나라서”

 

장점: 일렉기타가 있으면 거기에 쓸 수 있다

단점: 기타 광택천으로는 기타만 닦자

 

7. 자이스 렌즈 와이프 (100매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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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 렌즈 와이프(‘렌즈의 부인’ 아니다. ‘렌즈 닦이’라는 뜻이다.)는 이소프로필 알코올을 묻힌 종이이다. 100개에 9,000원 정도인데, 알코올이 빠르게 날아가기에 한 번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이름을 달고 나오는 회사는 카메라 렌즈와 안경 렌즈 등으로 유명한 칼자이스(Karl Zeiss)라는 회사이고, 만든 회사는 중국의 Prosben Inc.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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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선 부분을 손으로 뜯었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 제품은 외국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아마존에서도 안경닦이 혹은 렌즈 클리너로 검색하면 늘 순위권에 검색된다. 렌즈와 안경의 본좌 칼자이스에서 직접 제공하는 제품이라는 점이 인기 요인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한국과 외국 웹 어디에서도, ‘알콜을 사용하면 렌즈 코팅에 손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것은 사실일까.

 

우선 렌즈 코팅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우리가 쓰는 렌즈는 대부분 플라스틱 렌즈다. 플라스틱은 속성상 경도가 낮아 흠집이 잘 난다. 여기에 SiO2(흔히 ‘실리카’라고도 하는 이산화규소)등의 성분으로 만들어진 재질로 코팅을 입힌다. 코팅의 종류에 따라 블루라이트나 자외선 등을 차단하고, 빛 반사를 막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역시 렌즈에 흠집이 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코팅 재질은 알콜에 용해되는 재질이 인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알콜로 세척한다고 해서 코팅이 벗겨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코팅은 말 그대로 렌즈에 ‘코팅한’, 즉 입힌 것일 뿐 렌즈와 완전히 밀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코팅에 만약 흠이 가거나 약간의 갈라짐이 있을 경우, 이 사이, 즉 렌즈면과 코팅면 사이에 알콜이 들어가는 경우, 그리고 힘까지 주어 닦아내는 경우 코팅을 벗겨낼 수가 있다. 즉 코팅이 멀쩡한 상태라면 문제가 없지만, 코팅이 벗겨진 상태라면 이런 종류의 클리너가 코팅을 벗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즈에 큰 이물질이 붙었을 경우 알콜 클리너는 다른 방법 - 극세사로 힘을 세게 주어 렌즈를 닦는다거나, 비누나 샴푸 등을 쓴다거나 하는 것 - 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그래서 매일 알콜로 된 렌즈 와이프를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지만, 오염이 심할 경우에나 소독이 필요한 경우 등 가끔씩 렌즈 와이프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권장된다.

 

그래서 주로 유리로 만들어진 카메라 렌즈나 스마트폰 액정 같은 경우에는 렌즈 와이프 사용을 자제할 필요, 없다. 유리의 경도가 더 강하고 코팅의 성분이 다르며, 특히 카메라 렌즈 같은 경우 코팅이 벗겨져 있을 가능성이 안경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로 유리로 된 렌즈를 공급하는 칼-자이스 사에서 이런 종류의 렌즈 와이프를 공급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쨌든, 백썰이 불여일닦, 일단 한 번 닦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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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등이 꽤 묻어 있는 렌즈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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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이 부스럭대는 재질의 안경닦이이다. 설명을 보면 전체를 펼치지 말고 접힌 상태에서 살살 사용하라고 되어 있는데 다른 안경닦이와의 형평을 위해 그냥 펴서 닦았다. 증발이 매우 빨라서 따로 말리지 않아도 되고, 조금 멍 때리면서 안경을 닦으면 다 닦기 전에 모두 증발되어 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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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닦이고, 안경코 등에 있는 기름도 잘 제거된다는 점은 좋다. 그러나 안경을 닦고 나서 먼지 같은 것이 밀린다. 원래 안경에 있던 먼지일 수도 있지만, 티슈에서 새로 나온 먼지가 아닌가 의심이 된다. 알콜이 문제라기보다는, 와이프의 재질이 극세사가 아니라 펄프라는 데서 오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런 간단한 기름류를 닦을 때 말고, 심한 오염이 있는 경우 등에서 오염물을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좋을 것 같지만, 일반적인 안경닦이 용도로 쓰기에는 세정력은 지나치고, 안경을 잘 보이게 하는 효과 자체는 좀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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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장점: 세균과 이물질 제거에 좋음, 일회용 포장으로 휴대가 편리, 빠른 건조

단점: 비싼 가격, 기름인지 펄프인지가 남아 완벽히 닦이지 않음

 

이거저거 구매했지만, 워낙에 금액이 소소해서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다. 집에 안경닦이만 쌓여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기도 하고. 이에 안경을 닦는 용도로 사용하는 물건 중 늘 지켜만 보던 것, 우리가 안경점에 가는 이유, 모든 안경러 들의 로망인 초음파 세척기를 주문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안 것인지 모르겠지만, 주문하고 채 몇 분이 되지 않아 죽돌편집장에게 전화가 왔다.

 

죽돌 : ... 뭘 주문하신 겁니까?

 

불가사리 : 안경닦이로는 역시 초음파 세척기가 최고라서 주문했습니다.

 

죽돌 : 5만 원이 아니라 50만 원인데요. 맞나요?

 

불가사리 : 맞습니다. 그 정도 되어야 쓸 만하죠.

 

죽돌 : 이 결제는 취소하시고, 제가 초음파 세척기 보내드리겠습니다.

 

불가사리 : 마음대로 쓰라면서요.

 

죽돌 : 마음대로 쓰셔도 됩니다. 저희는 마음대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불가사리 : 기사는 마음대로 써도 되나요.

 

죽돌 : 어디 한 번 마음대로 써 보세요.

 

다음 시간에는 안경닦이 외전, 초음파 세척기 리뷰에 들어간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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