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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선판을 뜨겁게 달궜던 한 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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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건 윤석열 후보의 공중도덕의식뿐만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사진에 담긴 힌트를 조합하면 윤석열 정부의 풍경이 3D로 보인다. 함 가보자.

 

무례의 기준

 

구둣발을 올려 둔 옆 좌석을 보자. 구두의 밑바닥이 옷깃에 닳을랑 말랑하는 거리에 사람이 앉아있다. 자신의 일을 돕는 동료다. 잘 생각해 보자. 아무리 후보와 참모 사이라고 해도, 사람이 사람에게 구둣발을 내미는 경우가 있나?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례다. 여기에서 타인과 외부 세계에 대한 윤 후보의 민감도가 드러난다.

 

사람은 성장하며 눈치와 예의라는 것을 학습한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상대방의 허용치를 알아야 하며, 누울 자리를 잘 봐야 다리가 곱게 뻗어진다는 것을 배운다. 그게 사회화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들도 어린이집 친구들 사이에서 익히는 게 사회화고, 심지어 산책하는 멍멍이들도 인간과 다른 멍멍이에 대한 예의를 배운다.

 

윤석열 후보의 남다른 무례의 기준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가 직장인으로서 자연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무소불위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쥐고 있는 검사적 세계관 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윤 검사에겐 세상을 인식하고 분별하는 기준이 매우 특별한 거다. 거기에 무례라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것은 검찰청 밖에서나 통용되는 상식인 거다.

 

그에게 타인은 두 종류다. 벌할 자와 봐줄 자.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다. 무례는 범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당하는 것이고, 당한 무례는 반드시 응징해온 시스템 안에서 일생을 보냈다. 사람이 앉은 옆자리에 구둣발을 내미는 것은, 그에게 찌뿌둥할 때 펴는 기지개 같은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사진이 문제가 되었을 때 윤 후보는 많이 의아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윤 후보가 저지른 실수 대부분은, 이러한 검사적 세계관과 외부 세계와의 충돌 지점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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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이 다 되도록 배우지 못했던 외부 세계에 대한 이해와 예의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갑자기 급성장할리 만무. 타임머신을 타고 간 오은영 박사가 윤석열 어린이를 훈육한다면 모를까, 검사 출신 중년의 늦깎이 사회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 사진은 그의 어떤 실수보다 치명적이다. 그동안 '정치가 익숙지 않아서'라고 눙치고 넘어갔었던 여러 실수들의 기저가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태도다.

 

무례의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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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 숨겨진 더 큰 문제. 이 사진을 공중에 퍼뜨린 장본인은 다름 아닌 구둣발 옆에 앉은 이상일 윤 캠프 상근 보좌역이다. 3자가 찍은 사진 중에 후보와 자신이 잘 나온 것을 골라 SNS에 올렸다. '대히트작'이라며. 소원대로 대히트를 치긴 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의 대중 감각, 새누리당 대변인과 원내부대표까지 지낸 정무 감각을 탑재한 이상일씨가 어쩌다 이런 사고를 쳤을까? 이 사진이 몰고 올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이상일이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을 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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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9대 총선에서 박근혜에게 발탁되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그는, 당 대변인과 박근혜 후보 경선 캠프 대변인, 대선 선대위 대변인 등 새누리당에서만 총 7차례 대변인직을 맡았다. 한마디로 보수의 대변왕. 자신이 총괄 선대위 대변인을 맡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경기 용인에서 출마했지만 표창원 의원에게 막혀 배지를 잃었다.

 

낙선한 이 전 의원은 절치부심 재기를 노렸지만 순탄치 않았다. 2017년 대선 반기문 캠프에 합류했지만 총장님이 간만 보고 내빼는 바람에 맥이 빠졌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공천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정춘숙 의원에게 밀려 다시 야인 탈출에 실패한다. 2021년 재보궐 오세훈 캠프를 거쳐 2022년 윤석열 대선 캠프에 몸담았다. 지금 그는, 누구보다 몸이 달아있을 것이다.

 

대선 후보 상근 보좌.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임무인가. 권력은 거리로부터 나온다. 유력 후보의 지근거리에 있는 지금은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다.

 

선거기간 중 후보와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을 후보에게도, 당원들에게도, 지역구민에게도, 용인 시내에 날아다니는 새들에게까지 널리 널리 각인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배지를 잃고 나서 겪은 그동안의 수많은 고난과 오욕의 세월을 단숨에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대히트 찬스 아닌가.

 

그런 그가, 사진을 골라 올리는 데에 신중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기자, 대변인, 심지어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까지 역임한 그의 이력 어디를 봐도, 그가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기의 발판 위에 서있는 이 순간을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 이상일씨는 좌석에 올려진 후보의 구둣발이 일반 상식에 크게 어긋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세계관에서도 윤 후보의 구둣발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던 거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뻗은 윤 후보의 구둣발이 전혀 불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장면을 박제해두는 것이 미래에 소중한 스펙이 될 거라는 흐뭇한 발상을 한 것이다.

 

그 말은, 이상일 씨도 자신의 보좌진과 같이 기차를 탈 때 언제든지 구둣발을 내밀 수 있는 '개념'의 소유자라는 뜻이다. 이 사진의 진짜 섬뜩한 지점은 바로 여기다. 들끓는 욕망 앞에, 무례가 기꺼이 수용되는 사람들이 윤 후보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 윤석열이 권력을 잡게 되면, 이런 자들이 다들 한자리씩 꿰찰 거라는 것.

 

조롱의 정치

 

기차 구둣발 사진은 그 수습 과정에서까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많은 힌트를 남겼다.

 

이준석 대표의 SNS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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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가 전후 과정을 설명하고 사과했다. 일견, 후보의 실수를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며 대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공법으로 읽힌다. 그러나, 여기에도 숨은 그림이 있다.

 

제가 잠시 방송칸에 10여분간 방송을 하러 간 사이에 저와 약 1시간 가까이 장시간 무릎을 맞대고 앉아 대화하느라 다리에 경련이 온 후보가 제가 간 사이 참모진과 대화를 하면서 잠시 다리를 올린 것입니다.

 

여기에는 후보에 대한 이준석 대표의 인식이 드러난다. 번역기를 돌려보자.

 

제가 잠시 방송칸에 10여분간 방송을 하러 간 사이에 저와 약 1시간 가까이 장시간 무릎을 맞대고 앉아 대화하느라 다리에 경련이 온 후보가 제가 간 사이 (그새를 못 참고) 참모진과 대화를 하면서 잠시 다리를 올린 것(또 사고를 친 것)입니다.

 

자신이 자리를 10분만 비워도 사고를 치는 후보. 자신의 컨트롤을 벗어나면 위기에 빠지는 캠프. 복주머니를 들고 오면서부터 시작된 제갈량 놀음에 비대해진 이 대표의 자의식이 드러난다.

 

이준석은 SNS를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이다. 더구나 대선 기간 당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지금, 이전보다 훨씬 커진 정치적 의미와 영향력을 갖는 피드가 되었다. 이 대표는 이를 매우 잘 알고 있다. 그의 최근 게시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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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정당의 전매특허 '주어없음' 스킬을 쓴 저격물. 하지만 이 사진이 향하는 곳은 확실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직후 올라온 사진이다. 안 대표의 제안을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손오공의 수작으로 내려깎음과 동시에, 본인의 혜안은 부처의 것으로 올려치고 있다. 이 대표의 자의식은 이제 보리수나무 아래까지 가있다.

 

아무리 선거가 승자독식의 냉혹한 게임이라고 해도, 이것은 선을 넘은 조롱이다. 상대 후보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모독했다. 더구나 후보 본인도 아닌, 당 대표가. 이준석 대표에게 이번 대선무대의 주연은 후보가 아닌 자기 자신이다.

 

이 포스팅도 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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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동물권위원회를 비판하는 데에, '컨셉질'이라는 비하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공당의 대표로서 품격 있는 표현으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영민한 이준석 대표가 그런 옵션을 모를 리 없다. 이렇게 정제되지 않는 단어와 표현을 공중에 뿌리는 것은 어떤 계산이 있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끼얹어 원하는 바를 획득하는 방식. 그러한 언어 습관에 익숙한 자들에게, 이런 자극적인 단어들은 메시지를 더없이 선명하게 전달한다. 뿐만 아니다. 그것을 재확산 시키는 데에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건 이렇게 까라는 일종의 지령인 거다.

 

이러한 조롱과 혐오의 코드가 담긴 포스팅들은 대선 기간 내내 계속되어 이 대표의 화법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준석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베다.

 

이러한 '일베코드'는 윤석열 캠프 운영에도 깊숙이 침투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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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시대정신

 

다시 좌석에 구둣발이 올라가 있는 기차 안으로 돌아가서, 이번엔 윤석열 후보에게 이입해 보자.

 

대통령 함 해볼라 했드만, 일정이 너무도 빡빡하다. 낮술 한 잔 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딸린 식구가 많기에 간신히 누르며 유세를 다닌다. 기차에 앉아 전국을 누비고 다녔더니 다리가 뻐근하다. 아무 생각 없이 발을 올렸다.

 

캠프 직원 누군가가 사진을 찍었다. 앞에 앉은 참모가 신나서 자기 sns에 인증샷을 올린다. 된통 뒷빡을 맞았다. 대체 이게 뭔가 싶다. 뭐가 문제라는 건가.

 

이준석 대표가 수습에 나섰다. 그럼 됐겠지 싶었을 거다. '우리 후보님은 제가 10분만 자리 비워도 사고를 치십니다.'라는 내심이 담겨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후보는 굉장히 해맑은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대선 레이스에서 이 해맑은 사람이 갑자기 비장해지는 순간이 두 번 있었다. 사람이 안 하던 일을 한다는 건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거다. 이 두 장면은 윤석열 청와대를 상상해 보는 데에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일단 첫 번째로 경선 과정 중에 나온 전두환 발언.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맡긴 겁니다. 경제는 돌아가신 김재익에게, 국회 일은 더 잘하는 너희(정치인)가 해라. 웬만한 것 다 넘기고. 그 분야의 최고 고수들, 사심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내세워야 국민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는 겁니다. 저는 좀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며 챙겨야 할 어젠다만 챙길 생각입니다.

 

이 발언은, 윤석열 후보의 해맑은 말실수들과는 결이 다르다. 전두환 정부의 경제수석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면서, 대선후보로서 롤 모델을 전두환으로 확정하고 있다. 어떤 집단들과 충분히 논의되고 합의된 메시지다.

 

이 발언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부분은 대통령으로서 본인의 역할을 ‘시스템 관리나 좀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동네 PC방 주인쯤으로 생각하는 이 대목에서 윤석열의 국정운영 철학이 드러난다.

 

"난 잘 모르겠고, 도장만 찍을게. 해먹고 싶은 사람은 모여라."

 

수구세력의 새로운 플랫폼이 되겠다는 선언. 이때 윤캠프의 캐치프레이즈도 분명해졌다.

 

‘AGAIN 쌍팔년도’

 

그다음 윤석열이 두 번째 비장함이 넘쳤던 순간.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지난 2월 14일, 사법 구현 정책 공약 발표장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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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 검찰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사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개혁하겠습니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습니다. 또한 검찰 총장에게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겠습니다.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날 윤석열의 스피치는 비장미가 쩔어줬다. 흡사 개작두 대령을 명하는 포청천의 기개. 이에 한 기자가 "검찰총장은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윤 후보의 답변.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두고 있는 나라는 독일하고 일본 우리나라 세 군데입니다. 우리는 이제 일본에서 받아왔고요. 독일하고 일본은 사실상 사문화됐습니다. 그리고 검찰총장에 대한 소위 말하는 사법이라고 하는데 법무부장관은 정치인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건, 일반적인 지휘라고 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요. 그리고 또 인사에도 깊이 관여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겠지만 악용되는 수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이것이 이 제도를 만든 나라에서도 벌써 이것이 사문화 된지가 오래됐습니다. 일본은 1950년대 한번 쓰고는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고 독일은 사실상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거는 법무부장관이 국회 출석을 해서 또 검찰총장은 국회 출석을 안 하고. 그래서 국회 출석을 해서 검찰 사무에 대해서 어떤 정무적인 국회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에 하나의 근거로서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은 악용될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찰의 독립성을 더욱 보장하겠습니다.

 

뭔가 그럴싸한 거 같지만 전혀 그럴싸하지 않다. 한 줄 요약하자면, 검찰이 정의이므로 검찰에게 걸어둔 모든 견제장치를 다 풀어놓겠다는 말. 하지만 여기에서 진짜 의미심장한 부분은 발언 내용이 아니라, 발언의 질이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관찰된 윤 후보의 언어습관 중에, 구 와 절 사이에 '에-','어?' '그'같은 추임새를 끼워 쓰는 버릇이 있다. 예를 들면 같은 날 발표장에서 윤 후보는 '교육감 직선제 개선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금 뭐 (..) 저희 당에 (..) 기본적인 그 입장은(..에) 교육감을 단독으로 직선제를 해놓으니까 (에-) 이제 (에-) 이제 선거비용 보전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 또 단일화 (..) (어?) 그 이런 작업도 벌어지고 이러면서 너무 좀 지나치게 정치화 되기 때문에 (에-) 교육감을 (에-) 어떤 그 독립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을 하면서도 (에-) 광역 단체장과의 어떤 러닝메이트 개념이 좋지 않겠냐 (에-) 물론 뭐 그런다고 해서 완벽하게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 그래서 뭐 여러가지 (..) 교육감이 주민에 의해서 선출이 되더라도 좀 정치적으로 중립과 또 과도한 어떤 (그) (..) (그) 뭐라고 그럴까 또 선거운동과 이런것 (..) 에서 조금 합리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전형적인 윤석열 스피치다. 다음 이을 말의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한 여백을 들인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질문이나 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을 때, 특히 이러한 추임새는 길어지고 빈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이날 검찰총장 견제에 관한 질문에 답을 할 때는 뭔가 달랐다. 총기가 넘쳤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두고 있는 나라는 독일하고 일본 우리나라 세 군데입니다. 우리는 이제 일본에서 받아왔고요. 독일하고 일본은 사실상 사문화됐습니다. (에-) 그리고 검찰총장에 대한 (에-) 소위 말하는 사법이라고 하는데 법무부장관은 정치인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건, 일반적인 (그) 지휘라고 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요. (어?) 그리고 또 인사에도 깊이 관여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에-) 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겠지만 악용되는 수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이것이 이 제도의 (에-) 이 제도를 만들어 낸 나라에서도 벌써 이것이 사문화 된지가 오래됐습니다. 일본은 1950년대 한번 쓰고는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고 독일은 사실상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거는 법무부장관이 국회 출석을 해서 (에-) 또 검찰총장은 국회 출석을 안 하고. 그래서 국회 출석을 해서 검찰 사무에 대해서 (에-) 어떤 정무적인 국회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에-) 것에 하나의 근거로서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은 (에-) 악용될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에-) 그리고 검찰의 독립성을 더 보장하겠습니다.

 

비문과 추임새가 현저히 줄어든 전에 없이 유려한 스피치. 게다가 일본의 사법 역사에 관한 구체적 배경지식도 정확히 숙지하고 있다.

 

인간의 언어는 반복을 통해 발전한다. 특정 주제에 관해 전에 없던 언변의 능숙함이 생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후보 확정 이후로 검찰 권력 확대 논리에 관한 수없는 반복 학습이 있었고 비로소 그것들이 윤 후보 안에 내재화된 것이다.

 

그 말은, 그 과목의 과외 선생들이 주변에 많이 포진되어 있다는 뜻. 윤석열 캠프 안에 과외 선생 명단을 살펴보자. 윤석열 학생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다 이유가 있었다. 거의 메가스터디 수준이다.

 

판사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

판사 김기현 원내대표

검사 권선동 당무지원본부장

검사 권영세 총괄특보단장

검사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검사 김재원 선거전략본부장

검사 정점식 네거티브검증단장

검사 박형수 네거티브부단장

검사 유상범 법률지원단장

검사 김경진 대외협력특보

검사 김용남 공보특보

검사 김도읍 공동선대위원장

검사 김진태 비리검증단장

검사 주광덕 23기 동기,법률지원

검사 석동현 특보단장

검사 박민식 기획실장

검사 주진우 법률지원참모

검사 이원모 법률팀장

검사 손경식 법률대리인

검사 이완규 법률대리인

검사 정미경 최고위원,선대부위원장

검사 김홍일 정치공작특별위원장

검사 안대희 자문

검사 정상명 자문

검사 김종빈 자문

검사 박주선 자문

검사 홍준표 고문

검사 황교안 고문

 

결국 그래서, 이번 공약 발표의 진의는 이거다.

 

"대검찰시대"

 

두 번의 비장미 발언을 합치면, 윤석열 정부의 시대정신이 도출된다.

 

"쌍팔년도 대검찰시대"

 

멋진 신세계

 

시민과 다른 상식을 가진 참모, 조롱과 혐오의 언어를 쓰는 지지세력, 제동장치를 해제한 사법 수사 기관 그리고 해맑은 권력자. 이들이 어셈블해 접수한 청와대에서, 윤석열 정부는 어떤 모습으로 운용될까.

 

당선증을 들고 환호하는 윤석열 가장 옆자리에 있는 이준석 대표를 상상해 보자. 조롱과 혐오를 일상 언어로 소통하는 집단은 그의 가장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혐오의 단어로 성공한 그는 그들의 롤 모델이 될 것이다. 이준석과 그들은 강력한 운명 공동체가 된다. 국회로, 청와대로, 정부부처로, 공기업으로 진출하는 '이준석 키즈'들을 떠올려보자. 조롱과 멸시의 단어가 일상의 언어를 밀어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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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터지는 논공행상으로 한 덩이씩 몫을 챙겨간 제2, 제3의 이상일들이 사회 각층으로 퍼져나간다.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된다. 약한 자에게 구둣발을 올려놓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강한 자의 무례 기준은 다르다는 것을 삶의 지혜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청와대로 커맨드센터를 옮긴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더 우악스럽고 맹렬하게 가동된다. 제어장치가 풀려버린 법은,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게, 어떤 이에게는 더없이 잔혹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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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보기 가장 두려운 장면들. 해맑은 권력자를 두었을 때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 멀지 않은 과거에 이 땅에 사는 모두가 온몸으로 겪어낸 그 고통의 재현.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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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피셜 상상물을 한번 풀어봤다. 하지만 모든 호러물이 그렇듯, 현실에 가까이 닿아 있는 공포들이 진짜 무서운 법. 윤석열 정부의 설계도는 이미 이토록 짱짱하게 뽑혀있다.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는 신문기사로 시작하는 이 <검사놈들 전성시대>는, 개연성이 차고 넘치는 극사실주의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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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은 당신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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